바쁜 노가다일상을 잠시 멈추고 

엉망인 집정리에 들어가야할 일이 생겼다.

여전히 흙발신세를 면치못하고 사는 처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집안곳곳이 흙먼지투성이다.

맙소사 안팎으로 일거리천국일세...

어지럽게 던져둔 물건들을 제자리에 쑤셔넣고

청소기를 돌리고 일사천리로 물걸레질까지 싸악 마치고나니

비로서 새집꼴이 쪼오끔 나타나긴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식탁차리기

그릇들을 꺼내고 수저들을 이리저리 놓아 보는데

손님초대를 하고 메뉴를 정하고 장을 봐오고

이 얼마나 오랜만에 해보는 짓인지 

까마득한 전생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황금연휴라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최장 열흘 또는 연휴라는 말앞에 황금으로도 부족해

 슈퍼라는 접두어가 붙은 기사까지 봤다.

5월초 3000만명이상 집을 나설꺼라는 예측까지 나도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특단의 교통대책도 준비되어있다한다.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새로이 도로가 깔릴턱은 없을터이고 

아무튼 이 기간 전국의 도로는 몸살을 앓을것이 분명하다.

강원도로 가는 차량들로 양평부근은  안봐도 뻔할것이고

이런 (비슷한) 날 아무생각없이 차를 끌고 나갔다가

오도가도 못한 경험을 두어번 맛 본 우리는 

황금연휴니 어쩌니해도 빼곡한 주차장같은 도로만 연상되어

조용히 집공사에나  매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연휴때 도로사정이 겁이 나긴 동생네도 마찬가지였는지

5월초에 다니러 올 계획을 급변경,

한 주 빨리 방문해도 되겠냐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 내가 해주는 집밥 먹고 뒹굴뒹굴 쉬었다 가..."





모처럼 노가다노동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식탁을 차리고 있노라니

기분이 그렇게 호젓할수가 없는거였다.

어떤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에서 이런 호젓함을 맛볼수 있을까

주말 오전 공기는 신선했고

오랜만에 물걸레질맛을 본 거실바닥을 맨발로 걸어다니는데

그 촉감이 또 기분좋게 서늘했다.

미세먼지상황도 다행히 나쁘지 않은 상태

 조금 탁하긴 했지만 먼 하늘을 바라볼때가 그렇고

바로 맞은편 산하늘쪽만 바라보면 그래도 봐줄만하다.


 



알리오 올리오

양평대교를 건넜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마늘을 깠다

간만의 호젓함을 조금 길게 즐긴 덕에 바빠졌는데

 고만고만한 외식에 질려하던 주방보조 두명의 도움으로

식탁은 금방 차려졌다.

샐러드를 담으며 올케가 아직 자리도 못잡은 

어린 금잔화, 팬지, 데이지,양귀비가  피어있는 

꽃밭을 바라보며 힐링이 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조용조용 건넨다.





낮술 스파클링 와인을 시작으로 

그날밤  동생과 남편은 좀 달렸다.

테라스에 앉아 밥을 비우고 술을 비우는데

밤하늘에 달이 먼저 뜨더니 곧 이어 별이 총총 떴다.

어린 조카에게 별자리를 찾아주는 올케의 목소리가 나즉히 들려왔다.

부엌으로 테라스로 

심부름 하느라 조금 분주하긴 했다만

봄밤이 이정도면 훌륭하지 아니한가

화분에 심어둔 주황색 금잔화가  

테라스구석에 초롱불을 밝힌듯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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