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다녀가기로 한지가 차일피일 

날짜가 밀린지 반년이 훨씬 넘어서야

바쁜 L네가  진짜 오기러 한날이었다.

 한국살이 특히 서울살이 예상은 하였지만

과연 바쁘고 여유없는 삶이긴 한 모양이지

만나지는 못하는 가운데

"보고 시퍼요오오...."

잊을만하면 한번씩 전화기를 통해 

반가운 L의 목소리가 울려오곤 했는데

평상시와 달리 콧소리인데다  끝자락이 길어지는것이

그런날은

늦은 퇴근길 부부가 한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임이 틀림없었다.

부부가 번갈아 전화기를 바꾸며

그간의 긴 안부를 주고받다보면 

어느새 집에 다다르곤 한 모양인데 

 끝마무리는 늘 조만간  시간을 내어 놀러오겠다는

한국에서는 지키기가 몹시 어려운 약속이었다.

독일에서 우리사이는 이런 약속을 할 필요도 없었다.

수시로 핑계를 대어 뭉치곤 했으니까

와인병을 끼고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흑맥주 식스팩을 낑낑 들고는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우리집 언덕거리를 

마르고 닳도록 올라왔던 그들

이제 양평 서울간은  보고싶다고 훌쩍 오고가기에

너무 먼 거리, 너무 바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온다는 소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뭘 하지? 였다.

아직까지도 누가 우리집에 온다하면 

 식당에 가서 식사대접을 해야지 하는 생각보다

독일에서처럼 집에서 밥상을 차려야지 하는거인데

문제는 아직도 이곳 마트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내가 요리랍시고 만들어낸것들의 재료들은 죄다 

독일수퍼에서는 흔하게 살수 있는것들인데

여기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있다한들 택도 아닌 살 떨리는 가격들이어서

어쩌다 마음이 내켜도 왕년의 실력을(응?) 

발휘해 볼 엄두를 못내는것이다.

그리씨니를 반죽할때까지도

주메뉴가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급해지고


 



이날도 어김없이  L의 법칙이 작동되었다.

내 기억으로 L이 탄 버스나 전철은 

한번도 정상운행이 된적이 없다는 신기한 철칙인데

본인말로는 분명히 제대로 탔다는데 엉뚱한 곳으로 간다던지

( L이 잘못 탄게 절대 아님 )

지하철이 교통체증으로 유난히  밀린다던지 ㅋ

아니면 멀쩡하던 차가 고장이 나 

예상도착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날도 언제쯤 도착할거라는 문자를 받고 왕복거리를 계산하고는

 헐레벌떡 전철역에 가서 기다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철이 밀린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급 수정된 도착시간까지 기다렸다가는 

오븐에 넣어둔 그라탕이 다 탈판

헛탕치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

이번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전화가 날아왔다.

" 어어 덕소가 종착역이라는데요.... "




우여곡절끝에 전철을 갈아타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L네가 나타났다. endlich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이

빗속에 싱그럽게 보였다.

이번에도 와인병이 들려있었다.

느린마을 막걸리대신이라며 





여름비는 그칠줄 모르고 쏟아져 내리고

그간의 이야기도 쏟아져 내렸다.

그 옛날처럼 테라스 파라솔을 켜 놓은채

우중 바베큐도 감행했다.

이 날의 술안주는 적폐청산

 꿀꺽 꿀꺽 애꿎은 와인을 삼키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있는 L을 위로할수밖에 

적폐란것이 TV뉴스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더니 

일상도처에 깔려있더라는 절망감에 한잔 

그리고 잘 나가는 우리 L작가를 위해 한잔 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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