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던 스파게티를 마침내 

두번이나  연달아 밥상위에 올릴 일이 생겼다.

소원 참 소박하기도 해라 ㅋ

그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우리 모처럼 스파게티 해 먹을까"

살살 운을 떼면 

 떨떠름한 표정의  

"니 먹고 싶으면 하시던가" 라는 

맥 빠지는 대답이 돌아오곤 하는데

입맛도 입맛도 어쩌면 이렇게 다르냐

한탄과 함께

 만지작거리던 스파게티면봉지대신 

라면봉다리를 뜯을수 밖에 없다.

그러기를 수차례

한번은 하도 먹고 싶어

냄비하나에는 라면을, 다른 냄비에는 스파게티면을 삶으며

동시에 토마토소스까지 만들자니

불난 호떡집도 이보다는 더 한가로울듯 싶었다.

이후 다시는 스파게티 스짜도 꺼내지 않았다.

아 옛날이여




작년 겨울서부터 봄까지 주말이 멀다하고 달려와

우리집 집짓기 작전에 동참한 친구가 

날이 더워지면서는 한동안 뜸했었다.

실컷 공짜노동력을 부려먹을때는 좋았지만

우리여자셋끼리의 수다에 낑기지 못하던 남편

 혼자 뻘줌하게 시간을 보내다

자기는 술친구가 없어 도저히 적적하다는 이유로

앞으로는 부부동반이 아니면 출입을 금하노라 

선언까지 하게되었는데

그것은 바쁜 친구남편의 일정을 생각하면

오지말라는 선고와도 같았다 ㅋ

그러다 바야흐로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

   우리집영감의 소원이던 (술친구) 남편을 대동한 친구가 

우리집 방문을 한다했다.





뉘집 영감과는 달리 

풍기는 외모와 비슷하게 식성도 서양식인

친구남편의 등장에 때는 이때다 싶어 

얼른 스파게티볼로네제로 메뉴를 정하고 

양평읍 마트내 단골고기코너로 달려갔다.

( 우리집 볼로네제소스 황금비율

소고기 돼지고기 다짐육  돼지고기 안심 다짐육 1:1:1)


삼십여년 독일생활 

나를 키운건 팔할이 스파게티였을 정도로

스파게티는 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해 먹은것이

이 스파게티 볼로네제이다.

아 예전에는 눈감고도 부엌옆창고안 

스파게티용 식자재들을 다 찾아낼수 있는데

여기서는 몇날며칠 천신만고끝에 

재료들을 겨우 구할수 있었다.




 <스타의 요리> 뭐 이런 코너에서

 스파게티 볼로네제를 소개한적이 있는데

아 그 레씨피 따라하다가 한번 망한적도 있었다.

(닭간이 들어가는데 특유의 냄새로)

어느 유명한 독일배우의 레씨피였다.

레씨피보다 기억에 남는것은

편한 친구들과 함께 한 이 배우의 상차림이 

참으로 간단하다는거였다

소스(소스 레씨피가 좀 복잡하기는 함)

 한 냄비에다 신선한 바질잎 한 사발,

파마산치즈 덩어리  그리고 좋은 와인!

냄비째 식탁위에 올려놓고 먹다가

밤새도록 웃고 떠들다 배가 고프면

  스파게티면 또 삶고

소스가 모자라면 레드와인을 때려넣고 끓여준다는것인데

이 이야기를 읽은 뒤부터

편한 친구들과의 식사와 스파게티 볼로네제는 

내게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이 날은 초면은 아니지만 격식을 차리느라

 와인을 들이 부어야할 만큼 소스가 모자라지 않았다.

와인병이 비워지면서

다행히 격식도 비워졌다.

남자 둘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친구와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던것 같다 ㅋ 


그리고 며칠뒤 K네가 갑자기 다녀가는 일이 생겼다.

K가 아침부터 슬픈 마음이 들어

힘들어 한다길레

맛있는 스파게티를 해주겠다며 점심초대를 한거였다.





"나한테서 할아버지 냄새가 나..."

K는 아닌게 아니라 정말 우울하고 슬픈 표정으로

우리집 거실에 힘없이 앉아 말을 이었다.

"옛날 치매걸린 우리 할아버지방에 가면

 이상한 쿰쿰한 냄새가 났었는데 

바로 그 냄새가 내 몸에서 나는거야..."

여러 감각기관들이 아직도 정상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K에게

이번엔 후각이 문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우리가 지금 할배 맞지 뭐

그러니 할배냄새나는건 당연한거야 라고 

애써 처음엔 농담으로 받다가 사태가 조금 심각한지

나름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어 그거 습기때문에 그런거야  제습기 틀면 되"

"데오드란트를 뿌려 보심이..."

이날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울해하는 K를 두고 

우리는 억지로 장난질을 쳐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제습기를 틀었는지, 데오드란트를 뿌렸는지

그 후 또 만났을때 더 이상 할배냄새 이야기는 없었다.

스파게티 또 해먹자는 이야기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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