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타나가지치기하고 남은 가지들


이번 여름 잦은 폭우로 아작이 난 우리집 꽃밭에서

유일하게 잘 자라준 꽃 란타나!

란타나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더 이쁘게 자란다는

화원주인의 말씀,

 가르켜주는대로 고대로 따라했건만

이뻤던 란타나 꼴이 말이 아니다. 흑

아덜놈들 어릴때  

영구머리로 잘라놓았을때도 들어먹지 않았던 욕을

꽃나무 가지치기 잘못했다고

영감이 두고두고 눈을 흘기고 있다.



 

첫번째

우리가 사는 면에서 양평읍으로 가는 한적한 길가에  

한여름부터  간이노점상이 한곳 들어섰다.

(일주일이면 적어도 서너번 이 길을 통과하는데

양평읍이라는 표지판위에 

태극기가 생뚱맞게 표지판크기로 붙어있어

 매번 국경 통과하는듯한 씁쓸한 기분이 드는 지점이다. )

노란 파라솔아래 멀리서봐도 옥수수껍질과 수염들이 

수북히 쌓인것이 옥수수를 삶아 파는 곳이다.

옥수수도 별로 좋아하지않기도 하거니와

솥단지를 걸어놓고 

푹푹 삶아대는 풍경이 한창 더울 무렵에는

얼마나 더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던지

차에서 내릴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더운 날씨에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 듯

몇번을 오며가며 눈여겨봐도 

차 한대 서 있는걸 본적이 없었으니

주인이 누구인지 오지랍넓게 불쌍한 생각까지 들곤하였다.

그런데 이 한적한 길이 얼마전부터 공사중이라 

차가 밀려 천천히 그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파라솔아래 옥수수할매의 

뜻밖의 실체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

허름한 몸빼바지 입은 다리를  꼬고는

옥수수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집중해서 

기타줄을 뜯고 있는 할매의 모습이었다.

기타와 허름한 시골노점상 할매!

순간 허가 찔린 풍경으로

옆자리 운전하는 남편과 나는 동시에 눈이 맞았다.

" 봤나 영감   양평클래스를 ㅋ!  "

길가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 도대체 언제 수거해가는지

봉지봉지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종량제봉투들

평상시같으면 한숨과 불평 불만이 늘어졌을텐데 

삶은 옥수수가 팔리지 않거나 말거나 

유유자적 기타치는 할매를 보는 순간 

아직도 낯선 양평땅이 

갑자기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거였다. ㅋ


두번째

이것도 양평시내 갔을때 이야기다.

 횡단보도근처 보행자가 서있길레

여느때처럼 정차를 했더니

이 신사분 내차쪽을 향하더니 목례를 하고 건너는게 아닌가

아 이 얼마만에 보는 반가운 풍경이던지

아침에 남편과 한바탕 싸웠던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기분이 막 좋아져버렸던것이다.

운전을 할때 횡단보도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정차를 하는데

그간 한번도 내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못봤었다.

내가 보행자신분일때는 물론 습관적으로 목례를 하지만은

( 차가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독일간

 가장 극렬하게 차이가 나는 교통문화가

바로 신호등없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와 운전자의 행태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차가 우선이란 사실이다.

이런것도 삼십년 몸에 배인 버릇은 버릇이어서

어쩔수없이 비교를 하곤한다. 





세번째

아 하이라이트는 세번째 이야기다.

신사와의 만남으로 기분이 좋아져 룰루 차를 몰고 

우리 동네로 돌아오던 중

보따리든 왠 할머니가  찻길을 건너려는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

얼른 차를 멈추고 보니

히치하이커 할머니였던것 

우리 골짜기에는 하루에 시내버스가 네번밖에 다니지 않은

대중교통이용하기에는 열악한 동네인데

할머니가 어쩌다 버스를 놓치셨다고 했다

" 에구구 보통 젊은 사람들은 

잘 안 태워주던데 젊은이는 복 받을꺼여"를

오분거리정도에 대여섯번쯤 들었을까

아고  이 나이에 젊은이 소리를 듣다니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히치하이커 할머니가 

저 지구끝까지 태워달래도 기꺼이 그럴판이었다.ㅎ

"젊은 색시 복 많이 받아요 " 하고 

정말 고마운듯 마지막까지 듣기좋은 인삿말을 하며

짧았던 목적지에 내리시는데

헤어짐이 아쉽기까지 했다는 후문이 ㅋ

오늘같은 날들이라면 살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가을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따사로웠고

영감의 란타나잔소리도 이 날은 눈에 띄게 준것같고

이만하면 복 받은게 분명하다.


" 에잇 기분인데 우리 오늘 막걸리한잔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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