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6시 30분,

시간에 늦지않게 잔치장소로 입성하자니 정말 바쁜 하루였다.

영감은 오전중으로 새로 덧대는 지붕일을 끝내느라

대롱대롱 지붕에 매달린채 정신이 없었고

나는 나대로 진작에 했어야 할 일들이 

뒤로뒤로 밀린 관계로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 바쁘게 쫓아다녀야했다.

(이번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정말 일들이 많았음)

당일이 되어서야 주문한 선물을 찾고

문구점에 들러 새로 포장지를 사고

축하카드를 찾느라 카드상자를 뒤엎는 소란까지

상자가득 모아둔 그 많고 많은 각종카드들속에

생일축하, 세례축하카드 한장 끼여있지 않아

직접 만들기까지 아이구 정신없어라

카드말미에 작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까지 쓰고나니

안 그래도 넋이 빠진데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탓에

요샛말로 레알 할머니가 된 느낌이었다. ㅎ




  듣던대로 만만치 않은 토요일 오후의 도심상황

목적지를 4킬로미터 채 안남겨두고 

도로에서 꼼짝도 못하기를 삼십여분

조마조마하다 겨우 시간내 도착할수 있었다.

남편은 조카결혼식때 와 봤다고 하는데

나는 이 장소는 듣기만 들어보고 와보기는 처음이었다.

독일말 <공간>이란 뜻으로

넓직하고 고급스런 공간이었다.

주차장서부터 구석구석 설치된 

 안내표지판에는 조카부부의 이름과 아기의 이름이 쓰여있고

 따라 올라가면

  테라스에 차려놓은 샴페인 리셉션쪽으로 

자동도착하겠끔 되어있었다.

 "오 요즘 돌잔치는 정원에서 왔다갔다 

샴페인도 마셔가며 파티식으로 하는 모양이지.."

피곤에 쩔어있던 내눈이 급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ㅋ





"여기는 신랑신부들이 걸어가는 곳인가봐"

" 이런 디딤석도 있었네 "

장날 끌려온 어리둥절한 촌닭처럼

옥외테라스에서 바라보이는 서울풍경 구경하랴

공간속의 공간들을 구경하랴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는데 

노가다복장에서 모처럼 해방된 영감이 터덜터덜 걸어가더니

폼나는 흔들의자에 폼 안나게 털석 앉는거였다.





이 흔들의자는 구석진 곳에 있어

눈에 안 띄게 숨어있기 좋은곳이었다.

 초저녁 가을공기는 어찌나 감미롭던지

흔들흔들 피곤이 절로 날아가버리는것 같았다.

누가 여기를 도심한가운데라 하겠나

"우리도 테라스에 이런 흔들의자 하나 갖다 놓으까

난간에는 넝쿨꽃을 심는게 좋겠다"  등등

모처럼 팔자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먼발치에 아주버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빨간 면바지에다 몸매가 드러나는 까만 셔츠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편을 할아버지로 알아볼 정도로

칠순이신 형님할아버지 조금 젊은 동생할아버지간

 뒤바뀐 의상이었다. ㅋ 

친손주의 돐을 맞이하여 축하색소폰연주용으로

신경쓰신 의상선택이었다며 겸연쩍어하시면서도

친손주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한달내내 이날을 위해

 불철주야 연습하신 보람도 없이

어려운 사돈가족들 앞에 긴장을 하셨는지

 여러번 삑사리가ㅋ

그리고는 연주가 끝난뒤 민망하신듯 

헛기침만 이어졌다. 험험




조카손주( 손주조카)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겨하는 엄마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는지

돌잡이상에서 골프공을 집어들었다.

우리 애들은 뭐 집었었지?

아무리 쌍팔년도 옛날이야기라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기억나는것이라곤

큰 넘때는 남편이 출장중이라 외손자돌이라고 오신

부모님과 내가 빽빽 울어대는 큰 넘을 번갈아가며 안고

쩔쩔대며 사진 몇장 찍은것이고

둘째넘때는 아이엠에프 당시 

남편의 회사사정이 어수선해지면서

몇개월 상간으로 귀국 출국을 반복한 일이 생겨버렸던것,

그 덕에 둘째넘은 불쌍하게도 

제대로 된 돌상한번 받아보지 못했었다.

어설픈 상자위에 멜론을  얹자

상자가 푹 찌그러지면서 돐상이 엎어졌던 기억만 

미안하다 아들들아













   결코 적지 않은 양의 코스요리에다 

돌케이크 두 접시까지 해치우고서야 만찬이 끝났다. 

 멋진 야외테라스에 차려 놓은 

샴페인리셉션 테이블 또는 칵테일 테이블은

결국 이용도 못해보고




아주버님네가 특별히 더 챙겨주신 

돌떡과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서울의 밤거리를 빠져나오는데

뒷좌석의 떡상자와 꽃다발을 쳐다보자 

뿌듯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맛있는 돌떡을 음미하던중

돌사진과 함께 

날이 좋으면 아장아장 걸음마 아기를 데리고

조만간 양평으로 놀러오겠다는 조카의 문자가 왔다.

 이제 양평(작은)할아버지댁이 되는건가

할아버지 축하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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