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덜놈들이 왔다.

" Ist das diesmal  WIRKLICH alles? "

출발 당일날오전시간까지도 

미련이 남아 다급하게 보낸 엄마의 부탁에 

큰 놈이 공항으로 떠나기 마지막 몇시간전까지

수퍼 이곳저곳을 헤매던 중에 보내온 문자, 

생전 사 볼일 없던 품목들은 선반대위치도 잘 몰랐을텐데

넓고 넓은 수퍼에서 

그래도 참을성있게 장을 봐 왔다. 

가을에 심으면 좋을 구근류에서부터 

독일에서는 흔해 빠진것들이지만

여기서는 구하기 힘든 식료품까지

종류도 다양한 물건들을 바리 바리 싸가지고 

아덜놈들은 집으로 왔다.



 


이번엔 다행히 입국장에 늦게 나오는 바람에

오십년 넘게 헤어진 이산가족마냥 눈물의 상봉같은

주책떠는 일은 삼가할수 있었는데

내가 부탁한 치즈니 살라미같은것들이 문제가 되었나,

걱정이 될 정도로  늦게 나타났던것이다.

양손에 가방들을 밀고 어깨에 매고 나오는 폼이 

지친꼴이 역력하다.

여태껏 날씨가 좋다가 하필 아덜놈들이 온다는 날은

미세먼지가 자욱히 낀 날이었다.

희뿌연 남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차속에서

피곤하다는 녀석들은 슬슬 기운이 되살아나는듯

재잘재잘 번갈아가며 

지난 며칠간의 이야기를 전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프라이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구간

철도선로공사가 있어 무거운 짐들을 이고지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버스, 기차를 몇번이나 갈아타는

생고생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오기 이틀전에는 큰 놈 기숙사이사까지 겹쳤으니






이번에 사가지고 온 인터넷라디오  

늘 듣던 독일방송을

이제 여기서도 간단한 동작으로 들을수 있게 되었다.


집을 본  아들들의 첫반응은 

" 아이구 아빠 고생했네 "였다.

남편은 그간의 고생이 이 한마디로 다  보상받는다 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듣고있고

(아 그러고 보니 이넘들 엄마이야기는 쏙... )

지난번 아덜놈들이 일주일도 넘게 죽을 고생을 해가며 

땅을 파고 돌을 깨내고 디딤석을 깔아놓은 정원에는

잦은 폭우로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살아남은 꽃들과 잔디가 그래도 파릇파릇했으니

지난 사월의 집모습과 지금의 집과는 내가 봐도 

엄청나게 바뀌긴 했다.

녀석들이 온다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부부는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우리집은 여전히 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남아있는

미완성상태 그러니 마음이 급해질수밖에

" 아아  좋다 집에 오니 ..."

공항에서 터지지 않은 눈물이 아들의 이 한마디로

 핑그르 눈물이 돌았다.

고맙고 미안해서

 




아덜놈들은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날의 만찬계획부터 

먹을 계획들을 단단히 세워가지고 왔다.

 식성이 서로 달라 매번 투닥닥 거리던 놈들이

합심하여 마음이 맞은곳은 

놈들이 꿈에도 그리던 몽실 식당이었다.

지난번 와 있으면서 수없이 가본 식당중에 

 압도적으로 아들놈들의  사랑을 받은곳은 바로 이 몽실식당!

고기가 여느 식당보다  맛있는데다 

시끌벅적한 분위기하며 적당하게 친절한 주인아줌마,

연통같은것에 빙 둘러앉아 무엇보다도 직접 굽고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게 자유롭고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늘 앉는 자리대신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좌식테이블은 영 불편해 

다리를 어찌할바를 몰라 엉거주춤 구부리고 앉아있는데

작은 넘이 자리에 앉는가 했더니

벌떡 일어나 바닥에 즐비한 슬리퍼중 하나를 지꺼마냥 신고는

어디론가 보무도 당당하게 향하는게 아닌가

" 쟤 어디가냐? "





작은 넘은 몇달을 오로지 이 날만 기다렸노라듯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수북수북 반찬접시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이 날 일어섰다 앉았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반찬을 퍼날랐다.

"아빠 우리 소주도 한잔 해야지"

 꿀꺽꿀꺽 세 남자의 신나는 소주건배가 이어졌다.

여기가 얼마나 그리웠냐하면.... 

이야기도 이어졌다.

엄마의 집밥이 그리웠다 뭐 이래야 되는것 아니냐 쩝


어두운 밤 집에 도착할 무렵

후둑후둑 가을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 뛰자 라는 아부지의 말과 동시에 모두 뛰었다

"아 힐링되는것 같아"

 비를 맞으며

돌계단을 뛰어 올라가던중 

큰 넘이 소나무옆에 멈춰서서 밝고 큰소리로 말을 했다.

녀석에게서 이런 종류의 말을 듣는것이 처음이어서인가 

 이곳에서 비가 따뜻하게 느껴진건 

나도 처음이 아닌가 싶게

이날 가을밤공기는 따뜻했다.


 새벽 화장실을 몇번이나 드나들던 

작은 넘의 혼잣말 신음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으윽 내 몸이 그사이 한국음식을 잊어나봐...

몽실과의 재회가 너무 격렬했나보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