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남쪽지방을 다녀올 일이 생겼다.

집짓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므로 

우리에게 이틀이란 긴 시간을 내기란 

아직도 부담스러운 상황

 짜여있는 일정들을 이리저리 땡기고 미루어야했다.

장작파는 사람에게 배달날짜를 조금 당겨주었으면 했더니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소리라는 표정이다.

양평사람 다 벽난로하나쯤 기본으로 갖추고 사는지

일주일치 배달스케줄이 빼곡히 쓰인 장부를 

내 눈앞에다대고 흔들어댔다.

그래도 사장님 사장님 코맹맹이 부탁이 효과가 있어

고맙게도 예정시간보다 반나절 당겨 장작배달이 왔다.

정신없이 장작을 쟁여넣고

라면으로 점심을 때운뒤

 오후 세시쯤 집을 나설수 있었다.

잘 하면 저녁때에 맞춰 도착할수도 있는 시간이다





아주버님댁 정원의 감나무들


 홍시로 유명한 고장에 사시는 아주버님네댁으로

몇해째 시월말만 되면 남편은 

감을 따러 형님댁으로 주말나들이를 다녀왔었다고 했다.

이번엔 갑작스레  상의할 일에다 간 김에 

감 따기, 나무 캐오기까지

 일명 패키지나들이였다

어쨌거나 나들이는 기분 들뜨는 일

고속도로변을 따라 보이는 울긋불긋한 가을산 구경과

노오란 들녁 구경에 마음이 편안해져왔다.

우리가 사는곳엔 거의가 다 빈 들판인데 비해

남쪽은 그때까지만해도 들판에 벼들이 그대로 서 있었다.

어스럼한 저녁무렵 

아주버님댁으로 가는 길어귀에는 

마치 불을 밝힌듯

주홍색 감들로 환하게 빛이 났다. 




술을 즐기지 않는 아주버님이 어쩐일로

 단지모양의 사케를 꺼내시고

수도꼭지같은것을 꼽고는 그날밤 

꽤 많은 잔이 오고갔다.

술기운탓이었을까

아니면 나이들어 이제 아주버님네 대하기도 편안해진탓일까

나이순서상으로는 가장 발언권이 없는 

내가 겁도없이 주절주절거리고

밤은 깊어가고





다음날 아침

밝은 날에 바라본 주변은 온통 주홍색이었다.

나무란 나무는 다 감나무인것처럼 보였다.

두 형제는 벌써 장대를 들고 감따기에 열중하고 있었고

나무아래에는 따 놓은 감들로 수북했다.

내가 할 일은 전지가위로 꼭지를 자르는 일

손가락이 아프도록 가위질을 해야했다.

정년퇴직후 나무 심기에 열중이셨던 아주버님은

그 너른 정원에 종류별 나무들을 다 심어놓고 계셨는데

양수리 농원에서 봤던 비싸서 엄두를 못낸 배롱나무부터

독일에서 자주 보던 미산딸나무까지

없는게 없는 정원이었다.

감따기가 끝나자

형제가 삽자루를 쥐고 너른 정원의 나무들을 살피고 있었다.

남편과 아주버님은 어떨때는 형제간이라기 보다는

부자지간이라 보일 정도로

남편은 형을 어려워 할때가 많고

 아주버님이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버지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울때가 많다

이 날도 말수 적으신 아주버님은

갖고 싶은 나무 있으면 얼마든지 뽑아가라며

아끼던 좋은 나무들을 고르고 계셨다.

나무들가운데에는 품종이 다른 작은 소나무들도 있었는데

찾고 있던 딱 좋은 크기의 솔방울들이 

방울방울 떨어져 있었다.




홍시 디저트재료

잘 익은 홍시, 생크림, 요구르트, 판젤라틴, 레몬, 설탕조금





  나무 세그루와 들기도 무거운 감박스들을 

차바퀴가 내려 앉도록 실으며 말했다

"아주버님 동생 하나 더 있었으면 큰 일났겠어요."

지난 밤 아주버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약간 돈독한 사이가 되었는데

농담같은거 잘 못하시는 아주버님이 크게 웃는다.

감나무가 많은 남쪽지방은 

가을햇살이 여기보다 확실히 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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