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횟집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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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어서와 횟집은 처음이지

빈티지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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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려서 글 올리기도 처음일쎄  

보고 계신가요? ㅋ


양양에 갔다온 이야기

그러니까 지난번 봄방학때 아덜놈들을 십겁 시킨 죄로

 여름방학에는 그냥 놀다가만 가거라

 이번엔 우리 다 같이 쉬어보자

집에 있으면 자꾸 일이 눈에 보이니

어디론가 다 같이 떠나보자 라면서

영감은 방학이 다가오자 아덜놈들을 살살 꼬시고는

틈만 나면 홈쇼핑 여행상품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홋카이도를 비롯 중국,태국, 베트남, 동남아나라들을 

두루두루 눈이 아프도록 순방한 끝에

기껏 가게된곳은 양양!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일거리가 자꾸 생겨나

며칠 집비우는게 쉽지 않아지자

 아마도 면피용으로 찾아낸곳이 양양 아니었나 싶다.

 서울 양양간 새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양평에서 양양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당일치기로도 다녀올수 있는곳이 되어있었다.

양양은 속초가 고향이신 이웃 듬직씨께서 

특별히 소개해준 곳으로

양양의 어느 조그마한 항구가 있는 마을로

 이름이 특이해서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아덜놈들이 좋아할 만한 액티비티가 있다는게 

가야할 이유중 한가지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아덜놈들을 뒤에 싣고 떠난 

여행이라 말하기도 뭣한 짧은 나들이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우리가 사는 면소재지도 떠나기전

이 넘들은 금새 잠이 드고만다.

차에만 타면 어디를 가든 두 넘들은 

각자 창문하나씩 차지하고서

 머리를 박고 자는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우리 아덜놈들은 다른건 몰라도 아기때부터 여행, 

그것도 장거리여행에 

사랑스럽고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곤했는데

칭얼대다가도 차만 탔다하면 천사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뮌헨에서 이태리 장화뒷축끝까지 1500킬로미터 거리를

왠만한 어른도 생몸살이 날 거리를

베이비시트에 꼼짝도 않고 앉아

자다 깨다 방긋방긋 웃기만을 무려 15시간도 넘게 해서

" 세상에 무슨 이런 아이들이 다 있나요?" 하고

같이 놀러갔던 L네를 경악케 한 적도 있었다

 징징댔다하면 차에 태워 어디론가 떠나곤했던

그런 아련한 시절도 있었다니... 아 그리워라 

다 큰 놈들이지만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 보노라면 아직도 아기때 표정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메밀전병, 감자전, 고깃국수

도착하자 마자 

항구의 간이 휴게소 같은곳에서 먹은 점심

이때까지만해도 저녁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으로

 맛배기정도로만  입을 댔다.

아덜놈들은 대단한 식성을 자랑하고 있지만

먹는데 있어서 준비성도 철저해서

본선을 앞두고 예선에서 힘을 빼는 일따윈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간 양양 기사문항은 서핑의 메카로 알려진곳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 안쪽 바다는

대부분 서핑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렸다.

아덜놈들을 서핑유치원에 맡기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하필이면 파도가 거의 없다시피한 날이라 

물속에서 동동 떠있으며

언제 파도가 오려나 하염없이 목만 뒤로 빼고 있었다고 했다.




두둥 

대망의 저녁식사이자 영감에게는 평생숙원인

아덜놈들에게 회 먹이기 미션이 

배고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부지는 회를 엄청 좋아할것 같지만

불과 몇해전까지만도 

횟집에 가면 츠게다시로 나오는 

꽁치구이에만 젓가락을 대는, 

비록 아부지는 짧은 입을 타고 났지만

앞으로 (먹고)살아야 할 날이 창창한 아덜놈들은 

아비의 전철을 부디 밟지 말기를 바라는 간곡한 부정으로

작정하고 데려간 곳이 바로 이 횟집이었다.


첫번째 상차림부터 보기좋게 대실패였다.

옆 테이블을 슬쩍 넘겨다 본 후

잔뜩 긴장한채 결연하기 조차한 자세로 

식탁에 앉아있던 작은 넘의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재수없게도 번데기접시였는데




어릴적 누군가가 선물한 번데기통조림을 보고

기겁을 한 작은 넘이

그걸 또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엄마를 보고는

급기야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뜨린 사건이 있었다.

(팔십년대초 미국드라마 브이를 기억하시는지 

지 엄마가  그 다이아나처럼 보였던 모양이다.ㅋ)

순간 사태를 짐작하고 잽싸게 서빙쟁반으로 되물렸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동생의 서서히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고

장난끼가 도진 형넘이 해삼이니 멍게니 개불같은

보기에도 조금 거시기한것들을 지는 안 먹으면서 

작은넘 앞접시에다 자꾸 밀어넣고 있었다.




이 횟집은 새벽마다 속초 앞바다에서 잡아온

왼갖 자연산 잡어들을 푸짐하게 식탁에 내 놓는것으로 

식도락가사이에는 꽤 이름이 알려져있다고 하는데

우리집 식구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짜장면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있었으니

회맛 좀 가르쳐야겠다고 데리고 온

엄마 아부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내가 할 일은 정신없이 바쁜 주방아지매의 눈치를 살피며

튀김 한 접시만 더 주시면 안 되겠냐고 사정사정하는것

사진속의 저 큰 회접시와 사진에는 없는

고등어회, 이름 모를 폼나는 회접시가 메인으로 

연거푸 나오자

작은 넘은  잠깐만 하더니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갔다 왔는데

비린내가 횟집화장실까지도 골고루 번져있더라며

절망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의 서비스

"닭새우가 지금 막 들어왔어요"

바다에서 갖 건져 올린듯한 어여쁜 닭새우 네 마리가 

접시에서 꿈틀꿈틀 거리고 있었다.

아덜놈들이 놀란 눈으로 

이 예상치 못했던 장면을 바라보고만 있자 

 아부지가 비장한 각오로 닭새우의 모가지를 비틀었다.

나도 억지로 한마리 집어들고 

단단하게 붙어있는 껍질을 뜯어내는데

아닌게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을 이렇게까지 먹어야하나

 손가락은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따꼼따꼼 핏방울이 맺히질 않나

닭새우인지 새우닭인지를 먹으며

비감이 들기 시작했다.


터덜터덜 패잔병의 꼴을 하고 횟집을 걸어나오는 

동생넘 뒷꼭지에다 대고

지 동생보다는 몇 젓가락 겨우 더 시도해봤다는

 형이 깍깍깍  또 놀려댔다. 

"어떡하냐 이 동네는 배달치킨집도 읎네 읎어"





화해의 아침밥상

아침식사는 다행히 익힌것들로 나와주었다.


 아덜놈들이 오기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방송을 처음 보게되었는데

그것도 반갑게 독일편이었다.

(아마 독일편이라 부러 봤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이야기 나왔으니 여담하나

다니엘 친구 페터였나 산 낚지를 조심스레 먹어보다가

 뜬금없이 발가락 맛이 난다는 자막이 떠올라

산 낚지와 발가락맛과의 연관성에 

고개를 갸우뚱한적이 있는데

엊그제 그 의문이 풀렸다.

뒤늦게 그 방송을 봐야 할 일이 생긴 큰 넘이

 Zeh( 발가락)으로 잘못 번역 되있는거 엄마 알아챘어? 물어왔다

leicht zäh (약간 질기다 )였던것

어쨌거나 날생선 싫어하기로 유명한 독일사람들도

발가락맛이던 질긴 맛이던 산낚지까지 

기특하게 잘도 시도해보더라만

우리집 놈들 특히 작은 넘은 완벽하게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 회 먹을 일 없을거라는 

트라우마만 가득 안은채

 남은 기간 촌스럽게

고깃집만 고집하다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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