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비행기 4시간 지연 됐어 "

이모티콘 잘 안 쓰는 놈이 

문자뒤에 해골바가지를 세개나 보낼때도

에구 공항에서 좀 지겹겠구나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4시간 지연 된 출발시각은 자정을 넘긴 12시 25분

"뭐 안개 때문이래"

"우짜냐.... "

그러고 나서 몇시간 뒤

다시 날아온 문자

"엄마 나 망했어

내일 낮 12시 25분으로 또 지연 됐어"

나는 전화로 듣는 목소리도 아니고 

 문자가 말보다 더 절절하게 와 닿을수도 있다는것을

이 날 처음 느꼈다.

 공항에서 가방보따리를 이고지고 

난감 짜증 체념 등의 느낌을 여섯자에 담아 보내는

 큰 넘의 표정이 눈에 훤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있어 호텔 체크인한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그 이후로 소식이 끊겨졌는데

나중에 이야기가 공항호텔은 와이파이이용료를 따로 내야해서 

연락을 할수 없었다했다. 





큰 넘이 도착하기로 한 날은

양평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아 이 안개때문이었구나하고 TV를 트는데

인천공항의  짙은 해무로 크리스마스 연휴여행객들이 

낭패를 겪고 있다는 뉴스가 짤막하게 흘러나왔다.

안개란것은 아무리 진하게 끼었다가도 

보통 오전나절이 되면서 걷히기 마련인데

이 날은 도무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천공항사정도 점점 악화되는듯했고

뉴스의 강도가 세지면서

인천공항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결국 1100여대의 비행기가 결항되었다 했다.

그 1100여대속에는 

큰 넘을 싣고 와야할 비행기도 포함되었던것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그 옛날 유학시절 크리스마스때만 되면 

독일학생들은 다들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외국학생들만 처량하게 기숙사에 덩그라니 남아있게 되는데

그 가슴 써늘한 기억을 어찌 잊을수 있을까

이제 삼십년이 지나 

내 시키들이 그 처지가 될지도 모를 상황이 되버렸다. 

불쌍한 아덜놈시키들에게 돌아갈 집을 없애버렸으니 

귀국을 결정할 무렵 그때 

아마 큰 넘이 물었던것 같다.

"우린 크리스마스때는 어떻게 해?"

나는 순간 아덜놈의 눈을 못 바라볼 정도로 

가슴이 턱 막혀와 말을 못잇고 있는데

남편이 무슨 말 같지 않은 이야기냐는듯 

간단명료하게 답을 했다.

"어떡하긴 집에 와야지"

그 집이 비행기를 타고 와야하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덜놈들은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집으로 와야한다.

시간이 조금 널러리한 작은 넘은

형보다 며칠 일찍,

출발하기직전까지 정신없이 바빴던 큰 넘은 

하루가 아쉬운 마당에 공항에서 일박까지해가면서 

집으로 오고 있는것이다.

덕분에 올해는 아덜놈들이 

거의 출장 수준으로 자주 비행기를 타는 일이 생겼...

우리도 망했다 비행기값 대느라 ㅋ



구운사과와 바닐라소스


사과속을 파고 럼에 절인 피스타치오, 잣, 플럼 말린것을 넣고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워 뜨거운 바닐라소스를 끼 얹고는

계피가루를 뿌려 

크리스마스때 독일에서 쉽게 해 먹는 디저트다.

럼 ,피스타치오, 플럼  다 귀찮다면

버터바른 사과만 오븐에 한번 구워보시라

빈 소년 합창단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까지 흐른다면

이 순간에나마  이런 저런 세상시름을 잊을수있는 

퍼펙트 크리스마스분위기를 맛볼수 있다.





작은 넘은 지 형이 예기치 못하게 하루 늦게 오는 바람에

크리스마스이브를 아주 끔찍하게 보내게 되었다며

방방 난리도 아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아마도 부담스러웠던것으로

형이 있었으면 관심이 분산되었을텐데  

두고두고 투덜거렸다.


먼 길 날아온 큰 넘이 선물보따리와 장 봐온 보따리를

거실 바닥에 풀어 놓는다.

마치 크리스마스날에 날아온 산타할아버지처럼

지 동생이 좋아하는 옷과

아부지가 좋아할 가드닝용품과 첨단 스마트램프를 내 놓자

동생넘은 형에게 줄 선물을 꺼내놓았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레이븐클로 목도리

"엄마 레이븐클로 모토가 뭔지 알지?"

아 이럴때 이 시키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애들아 말 나온 김에 오늘 우리 해리포터 볼까?"

"아니면 반지의 제왕 보자 응"

해리포터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은 우리집 크리스마스 클래씩

세 남자는 늙은 여자의 애원쯤이야 들은둥 만둥

가볍게 묵살하더니

올레 TV 영화에서 상영하는 

<범죄의 도시>로 낙찰을 봤다.

멋 모르고 덜컥 앉았다가  난무하는 도끼질과 칼질에

윽윽 눈을 가리며  삼분의 일도 못보다니

해리포터 나 반지의 제왕이었으면  좀 좋아...

 그렇게 크리스마스밤이 깊어갔다.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어요?

원래는 크리스마스전에 폼나게 인사드릴려고 했던것이

요샌 몸과 마음이 잘 안따라주네요. 

다들  안녕하시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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