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간격으로 한 넘씩 한 넘씩 떠나가고

이제 다시 적막한 빈 집이 되었다.

올때도 각각 따로 왔으니

보름동안 인천공항을 네번이나 다녀왔다.

보름이란 시간은 얼마나 또 빨리 지나가는지

늘 가던 지상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항청사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보름이라는 시간이

무슨 블랙홀같은 곳으로 쑥 빠져버린듯한, 

내게는 실체도 없이 사라진 시간과도 같이 

허망하게 느껴져왔다.

언제나처럼 시키들을 데리러 갈때의 공항가는 길은 

설램으로 가슴 벅찬 길이고

떠나보내고 돌아 오는 길은

어디 마음 둘데 없이 휑하니

우리 부부는 그제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버석거려오는 허전함에

삭막한 겨울풍경에다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외로 꼬고 있어

남편의 표정을 알수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난로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남편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다.

   눈에 자꾸 먼지가 들어가나 얼굴쪽으로 손이 가는 영감

그 동안 영감 영감 호칭은 썼지만 

처음으로 늙었구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내가 해주는 집밥은 가볍게 패씽을 하는 시키들

하지만 식당투어도 지난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는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와서는

있는 내내 피곤이 안 풀린다고 툴툴거렸다

형제가 서로 니 먹고 싶은대로 가자며 양보를 하지 않나

지난번처럼 흥분상태의 폴폴 날아다닐듯한 

식당방문도 없었던것 같다.

국물있는 음식을 찾아 설렁탕집 감자탕집을 찾아다닌 기억

집에서는 두세번 국을 끓였었나

콩나물 넣은 소고기무우국이

유일하게 맛있다고 먹어준 집밥이었을것이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거야 

아니면 독일수퍼가 보고 싶었던거야 "

투덜거리면서도 부탁한 리스트중 한두가지 빠뜨리고는 

아주 충실하게 장바구니를 채워왔다.

기특하게도 그 중에는 

내가 부탁하지 않은것도 들어있었는데

사진의 <마울타쉔> 독일만두다.

"아니 이걸 사 올 생각을 어떻게 했어? "

자세히 들여다보니

Frohes Fest 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크리스마스 에디션인가 보다.

아덜놈들이 고등학교를 다닐때 점심메뉴로 자주해준것이

이 마울타쉔이었지 않나 싶을정도로

냉장고에 기본으로 구비해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자주 가는 수퍼에 가서 살때도 있고

정육점에 가서 수제로 만든것을 살때도 있는데

아덜놈들은 수프식으로 먹는것 보다

후라이팬에 굽다가 계란을 넣고 지진것을 더 좋아했었다.

"우리 가고 나면 먹어!!"

맛있는 음식천국에 살면서 왜 독일식품들에 안달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불가인 엄마가 

 행여 들고 온 마울타쉔으로 한끼 떼우려 하지 않을까

경계의 눈빛으로  경고를 해왔다.




 

큰 넘은 어릴때 유치원의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지는 다음날 당장 중이염이 걸릴 정도로

아팠다하면 제대로 아파 온 식구를 고생시키는걸로 유명했다.

다 커서도 일년에 한번은 꼭 몸져 눕는 

난리부르스를 치는 반면에

작은 넘은 잘 아프지도 않거니와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해도 하루만에 툭툭 털고 일어나

지형 앞에서 자기는 면역대왕이라고 방방 큰소리치곤 했다.

다른건 몰라도 이대목에서는

형이 야코가 조금 죽는 모양새다.

면역체계는 지형보다 끝내준다는 작은 넘은 

대신 팔이 뿌러진다던지 

자다가 우리 침대에 와 부딪히는 바람에 이마가 찢어진다던지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하는 사고가 

왕왕 일어나는 편이긴 하지만 ㅎ

그런데 이번은 판세가 달랐다.

공항에서 약까지 사 먹인 큰 넘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작은 넘 상태가 심상치 않은게 아닌가.

기침하면서 고통스럽게 가슴을 부여잡는것도 그렇고

유행하는 독감증세인듯 했다.

 좋아하는 몽실식당도 마다할 정도니

녀석이 제대로 아프긴 한 모양이었다.




예외적으로 무너진 면역체계에 맥없이 누워

스무번은 외쳐댔나보다. 

" Alles wegen ....형때문이야   "

약기운으로 조금 살만해지자

가방 쌀 준비를 하며 다릴 옷들을 꺼내놓는다.

그러면서 틀어 놓는 음악

차를 타거나 집에 있으면 이 놈들은 꼭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데

당연하게도 우리취향과는 거리가 먼것들이어서

놈들이 와 있는 동안은 내 귀를 닫아놓고 사는수밖에 없다.

그런데 들려오는 음악은 뜻밖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LZQtCold8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Sound of The Shire

아 이 음악

겨울이면 내가 제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풍경은

눈덮힌 포도밭 언덕이 보이는 거실에서

하루종일 잠옷차림으로 밍그적거리며 

아덜놈들에게 같이 노올자 하며 귀찮게 꼬드기다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를 끼고 도는것인데

그러다 아덜놈들에게  구박까지 듣고 마는 장면이다.

" 이번엔 제발 끝까지 봐야 해 

어떻게 십분을 못 넘겨 "


올때는 큰 넘이 하루를 공항호텔에서 묵는 난리를 치더니

갈때는 작은 넘 비행기가  세시간 넘게 지연

독일시간으로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몸은 어때?" 독감증세는 더 심해진것 같다했다.

좋은 세상이라고 해야할지

양평에 앉아 내가 할일이라고는

감기따위로 의사한테 가는것은  아니라고 철떡같이 믿는 놈을 위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가정의 전화번호를 검색해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일

월요일 일어나자말자 의사한테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놈들곁에 있었더라면

닭죽이나 마울타쉔수프를 끓여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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