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찍은 사진들


옛 우리동네 은행이었다.

은행볼일 이라는것은 대개 

창구직원에게 서서 간단히 볼 일을 보거나 

ATM 기계에서 입출금내역을 뽑는 일이 전부인데

이 날은 상담이 예약되어있던 날로 

 프라이빗룸으로 안내되어 직원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동네 주민 만명이 채 안되는 옛 우리 마을에는 

은행이 두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은행을 중심으로

 빵집,수퍼,꽃집,약국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걸어다니거나 차를 타고 지나노라면 

아는사람 서너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

아이들 학교 다닐때 친했던 엄마들서부터 건너건너이웃까지

독일 사람들 길거리수다는 아주 유명한데

늙은 사람이고 젊은 사람이고 다리힘들이 얼마나 좋은지

길바닥에 서서 한두시간 수다는 기본이어서

볼 일을 보러 갈때면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고 여차하면 수다에 낑길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던 기억이 난다.

 은행직원들은 대개 얼굴들이 익고

또 내 담당 직원도 있어서 

작은 동네에 사는 장단점을 고스란히 겪고있다고 해야하나

(잘 알고 지내는 은행직원이 

우리집 재산상태 은행잔고를 꽤 뚫어보면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 ㅎ)

내가 가는 은행에는 늘 상냥한 미소에다 옷을 잘 입는걸로

눈에 띄는, 나이가 있는 직원이 있다.

60이 훨씬 넘은 곧 은퇴할 나이의 그녀는

볼때마다 멋진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

항상 어울리는  목걸이와 반지를 끼고 있다는것, 

 내가 목걸이가 참 이쁘다고 말을 건넨 이후로

 항상 목걸이를 보며 눈을 찡긋 인사를 시작하곤 했다.

이 날 창구에 서있던 그녀가  우리가 은행으로 들어서자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다는듯

몹시 안 됬어하는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 그래도 여기 다니러는 올거지요? "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은행에서 비치해둔 잡지들을  꺼내 펼쳐들었다.

지난 겨울호 잡지였나보다.

오래된 실패로 대림절초 장식을 꾸미는 DIY 팁

아드벤트시즌이 되면 잡지들마다 경쟁적으로 아드벤트장식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지난 계절 독일에 있었다면 이런 장식도 해 봤을텐데...

물끄러미 책장을 넘겼다.





귀국을 결정하고 컨테이너를 싸면서도 

제일 큰 집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남아있었다.

부동산에서 사람이 왔다 가는 날은 몹시 심란해져서

기분상태가 며칠이고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을 비워둘수는 없는 노릇

세를 주면 어떨까 의논을 했더니

 주변의 만류가 또 심했다.

아덜놈들이 조금만 더 나이가 들었더라도 

다른 결정을 내렸을텐데...

집주인이 집을 세놓는 적정거리가 있다고한다.

 30km 이내여야 효과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데

한국 독일간은? 

 일단은 집을 비워두고 귀국해 버렸던것이다.





우리집을 사고 싶다는 사람은 젊은 엔지니어부부였다.

우리가 없는 사이  빈집 우체통에 쪽지도 여러번 남기고

이웃들에게도 집요하게 우리 행방을 물어왔다고 했다.

결국 그 쪽지로 인해 

귀국한지 삼개월만에 정든 집과의 

작별을 위한 해후를 하게된 사연인데

약간의 우여곡절끝에

준베리나무가 보이는 식탁에 젊은 부부와 마주앉게 되었다.

이 집에 관해 이야기 해줄게 있나요 라고 묻는 말에

자작나무 좋아하나요 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이 동네에서 제일 크고 잘 생긴 자작나무일꺼에요."

 젊은 부부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로

결혼식장 장식에 쓸 자작나무를 구하러

오스트리아까지 갔더라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정원에 큰 자작나무가 서 있어서 

자기들도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

젊은 남자는 마치 집을 빼앗아 미안하다는듯

이 동네에 오면 언제든지 집에 와도 좋다는

제의를 해왔다.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집을 저희가 갖게 되어서... 

남자는 연신 고마와했다.

평소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척 한다고 남편한테 

 잔소리를 듣는 나는 예외적으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예 정말 좋은 집입니다...." 


 


잡지에는 정원 가진 사람들의 겨울나기가 소개 되어있었다.

가을장식용 호박들 속을 파내고 각종 씨앗들을 넣어

겨울철 새 먹이 준비하기 등

준베리나무와 자작나무근처 또 펠스영감님 울타리옆에 서있던

미라벨나무에 겨울마다 새모이를 달아 놓곤 하였는데

양평에선 새모이자루를 파는 곳이 있는지 어떤지

그때까진 그런걸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새집이 든 이삿짐박스도 못 풀고 있을때였으니까




어제 통장을 개설하러 은행엘 갔었다.

여기는 은행직원들이 다 앉아 일들을 보고 있고

사람들은 번호표를 뽑아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직원앞에 가서 얌전히 앉아야 한다 

(앉아서 고객상대하는 은행직원들은 여전히 신기해 보이는 ㅎ)

내 번호표가 안내한곳은 화장을 예쁘게 한 앳띤 신입직원

막 일을 배우는 중이니 고객님이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돌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뭐가 제대로 안되는지 일은 지연되고

착한 고객인 나는 넓은 아량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특이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아 이름이 참 예쁘네요."

다와 

정다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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