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으로 또 떠났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바다를 좋아하는 영감에게

양평이 좋은 점이 한가지가 있는데

속초 양양 강릉을 끼고 있는

동해바다가 무척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서 속초나 강릉같은 동해를 가려면

여름휴가기간 아니 왠만한 주말인 경우

양평까지 오는데 이미 녹초가 되어있을터인데

우리는 새로 생긴 고속도로를 탈 필요도 없이

여유자적 국도로 달려도 두어시간이면

속초 양양이다.

바다가 좋아 칠백여킬로미터 떨어져있는

가장 가깝다는 네델란드  바닷가로 

장거리운전을 마다않던 영감에게는 

마음 먹으면 왕복 한나절거리도 안 되는 

바다가 지척인 곳에 살게 된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도 된다는듯 

틈날때마다 양양 바다타령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  홈쇼핑에서 낚시대세트를 구비한 이후론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증세가 

부쩍 심해지던터에

때 맞추어 아주버님네서 연락이 왔던것이다.

 일초의 고민도 없이 콜!

이미 동해안을 아래쪽에서 부터 훑으며 

여행중이신 아주버님네와

즉흥적으로 양양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몹시 더운 날씨였지만 어디론가 떠난다는것은 

역시 즐거운 기분이어서

영감도 나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애지중지 보물단지처럼 여기는새 낚시대가방이

제일 먼저 차트렁크에 실렸다.

이 나이에 한국 가서 수영복 입을 일 있을까

미련없이 싹 버리고 온 덕분에 

마트 문열기를 기다렸다 수영복도 급하게 구비했다

이슬람여자들이 입는듯한 래쉬가드인가 뭔가도


양평을 벗어나자 

도로위의 차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들 고속도로로 몰린게지

주중 텅 빈 국도를 천천히 달려

홍천을 지나자  풍광이 확실히 달라진다.

우선 흉물스런 길거리 입간판들, 

덕지덕지 너덜거리는 현수막들 

산만한 전봇대와 전기줄들이  보이지 않자

안구정화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만큼

시야가 깨끗해진다. 

좌우 펼쳐지는 풍경들이라곤 

짙은 녹음뿐이다.

이래서 강원도 강원도 하는 모양이지

마치 독일 오스트리아 국경 어디를 넘어가는듯한,

 깊고 푸른 숲들이 이어졌다.

감탄을 하며 알프스 같다는 혼자생각을 

들리도록 했는 모양인지

운전을 하던 영감이 

거기가 이름이 뭐였어? 물어왔다.

"Warth...."

아덜놈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이런 숲으로 난 도로를 지나 휴가를 떠났던

그 해 여름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런데 차 뒷좌석에 앉아있어야 할 넘들,

투닥닥 난리를 치다가 조용해서 뒤돌아보면

 어김없이 입을 헤벌리고 잠이 들었을 넘들,

뒷좌석의 허전함은 언제쯤 적응이 되나




호텔방 테라스에서 보이는 붉은 기와지붕은 또

크로아티아 크르크섬 Krk을 연상케한다.

지붕 너머로는 바다가 펼쳐질것 같지만 산이다 .

크륵섬을 바라보며 아드리아해에서 

아덜놈들과 L네와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즐거워했던 어느 여름


리조트 주차장에서 만난 아주버님네와

한 차로 속초로 이동했다.

국내외 안 가본데없이 여행을 즐기시는

아주버님네는 뜻밖으로 

속초 양양쪽은 처음이라고 했다.

겨우 세번째 방문인 우리는 속초사람인것 처럼

가이드를 자처하며 점심으로 향한곳은 

아바이 마을의 생선구이집이었다.

아주버님이 신기한듯 

갯배에 고리를 걸고 당겨가며

도착한 아바이마을 생선구이집은

이미 먼저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

다들 벌겋게 익은 화로 하나씩을 껴안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이 고장 특유의 생선구이를 먹고들 있는데

에어컨 넉대가 빵빵히 돌아가도 바로 앞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는 

어찌할수 없었다.






리조트벽지

스트라이프무늬의 벽지였다.

여전히 집 일에 매여 꼼짝달짝도 못하는

동생부부를 긍휼히 여기신 형님네가 

깜짝 선사하신 벽지교체! 고맙습니다


독일에서는 휴가(또는 이사)를 

벽지교체 Tapetenwechsel 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에다 옷가지들을 던져두고 

근처 해수욕장을 찾아 나섰다.

래쉬가드인지 뭔지 본전을 찾을 요량으로!

처음으로 사 본 래쉬가드란것이 

이렇게 몸에 꽉 끼는건줄 어떻게 알았으랴

리조트에서 한 십오분 떨어진

조용한 바닷가에 도착후 

옷을 갈아입고 온 남편의 민망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윽 나는 절대 입으면 안되겠어



해풍이 불어서인지 바닷가는 뜻밖으로 선선했다.

조금 덥다 싶으면 

바다에 풍덩 들어갔다 나오길 두어번 

 총 오십여미터는 수영을 했을까

아주버님과 남편은 수영을 하다가는

가슴팍까지 오는 바다 한가운데 가만 서서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알고보니 발을 더듬어가며 조개를 잡는거였다.

 제법 큰 하얀 조개를 두 형제가 꽤나 많이 잡아올렸다.  




속초에서 윗쪽으로  삼십여분 가면 

고성군에 있는 가진항이라는

조그마한 항구, 어촌이 있다.

속초가 고향인 이웃 1호께서 

특별히 추천해주신 물회집은

가진항에서 제일 큰 건물인 회센터에서

어촌계 사람들이 모여  장사를 하는곳으로  

물회는 소문대로 정말  맛있었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촌스런 입맛이 그릇바닥을 

박박 긁을 지경이었으니 

여름 밤바다를 따라

양양에 있는 호텔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가져간 스파클링와인과 안주꺼리들을 

차려놓고 에어컨을 세게 켜 놓자

스트라이프벽지교환의 효과가 

스윽 어디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시 집은 한번씩은 떠나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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