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시들어가고 있다.

냉장고로 막바로 직행 했어야 되는것들을

봉지째 부엌 바닥에 방치해두었던게 생각나

부랴부랴 들쳐보자

벌써 땡땡이 까만 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소백산자락아래 사과산지로 유명한 곳이 있다.

벌초 다녀오던 날

초가을 볕이 좋던 날

 사과 장수들이 주욱 줄 지어서있는 국도변을

천천히 달리다 한가해 보이는 집을 골라 들렀다.

손님이 없어 무료해하던 주인이

맛보라며 얼른 한쪽 잘라 내민다.

올해 작황이 안 좋아 망했다는 주인의 말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작은걸로 한 상자 주세요" 하고 말았다.

 살짝 흠집이 난것들은 싸게 팔았다

케이크용으로는 싱겁고 육질이 물렀던것인데

집에 와서 먹어본것은 

다행히 더 시고 육질이 단단했다.

홍로라는, 독일의 엘스타 비슷한 종이었다

뭐라도 만들어야 되는데

케이크 구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때마다 늘어나는 땡땡이점에

내 고민도 자꾸 늘어났다.




오랜만에 뒷산을 올랐다.

 발동이 걸리면

하루에 두번이라도 오를것 같던 뒷산도

한번 띄엄해지기 시작하면

마치 한라산 등정하듯 

굉장한 작정을 해야하는 곳이 되어버린다.

날씨탓에,마음탓에, 아픈 탓에

이래 저래 뜸하게 되었다.

등산로 초입부터

 단체로 극성을 부리던 모기떼들이 

한 두마리 엥엥거리다 지쳐 

끝까지 따라오지 못하는걸 보니

가을은 가을

영감이 지갑을 주웠던 근처에는

벌써 작은 알밤들이 떨어져 있었다.




트래킹화끈을 단단히 조이라는 영감의 잔소리에

이번엔 단단히 동여맸다.

 꼭대기정상 헬기장을 찍고 내려오는게 일정이었지만

이 날은 남아도는 힘으로 능선을 따라 계속 가보기로 했다.

 어디까지 이어질까 

조심스럽게 낯선길로 접어드는데

들어갈수록 예상밖 절경이 이어졌다

아 집에서 도보로 갈수 있는 곳에

이런 훌륭한 절경이 있다니

 좋다 멋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능선은 완만하면서도 적당히 긴장감이 있었다

사진들은 돌아올때 찍은것들로

특히 이끼 낀 암벽,  활엽수와 소나무들이

적당히 섞여  깊고 아늑한 숲처럼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푸른 하늘이 비춰지는게 

그렇게 편안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것

이제 우리들만 아는 비밀의 숲이 하나 생겼다.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조금 평평한 지대가 나오는데

자주 가던 와인언덕근처의  숲을 

 닮아 있었다.



















 용문사 자락이어서인지

불쑥 솟은 암벽, 크고 작은  돌들이 많다.

"나는 나무에, 돌에 이끼 낀게 좋아..."

몇걸음 앞장선 영감과

사이좋게 걷는 숲길, 산길

예전부터 우리는 으르릉거리다가도

산책만 하면 사이가 좋아졌다.

영감도 오랜만에 평화로운 목소리였다.

"마누라 많이 늘었네..."

내가 생각해도 많이 늘긴 했다.

정상인 헬기장근처 반도 못와서

 돌아가야겠다고 헉헉댔는데

어느새 정상을 올라 능선을 욕심 낼 정도로

종아리에 근육이 조금 올랐다는 소리다.




여기가 와인언덕 근처의 숲속을 닮았다는곳!


여기서 나는 사진찍는척하며 

조금 오래 머물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처음 와 보지만 낯익은 곳

 폭신한 낙엽들로

신발에 와 닿는 촉감이 편안했던곳

두고온 숲속과 정말 닮아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우리 가족은 

 자주 산책을 다녔더랬다.

근처 숲속으로,들판으로 

퀴즈놀이도 하며

부지런히도 걸었더랬다.

시즌 투 

남편은  두아덜놈들이 다니러 올때마다

 강원도 깊은산으로의 산행을 꿈꾸곤 한다. 

아덜놈들과의 산행과 바닷낚시는

영감의 숙원사업이다

 집일도 거의 끝났겠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산행은 해보리라

 트래킹화도 사고 야무지게 꿈을 꾸더만

역시나 꿈은 꿈으로 끝나버렸다.

"고 시키는 어떻게 맨날 좋은건만 사 "

듣보잡 신발인줄 알았더니

지 동생이 집어든 신발은

언더 아머라고 꽤 이름있는 메이커라고 했다.

(여담인데 우리나라 창고형 매장 클래스는 

정말 대단하다.

리모와 리모바 Rimowa 라고 독일의 비싼 

여행용가방브랜드 아시는지들

창고형 매장에 가면 

독일의 디스카운터 알디나 리들에 

싸구려물건 쟁여 놓듯이 

그 비싼 가방이 바닥에 즐비하다.

또 르쿠르제, 스타우브 같은 고가냄비들도 

 양은냄비처럼 별 디스플레이없이 쟁여놓고 판다 

언더 아머라는 신발도 그 창고형 매장에서

집어든것이다. ) 





작은 넘의 비싼 언더 아머는

결국 동네 뒷산도 한번 구경 못해보고 

 신발장에 얌전히 놓인 신세가 되었다.

무엇 하느라 그리 시간을 못 냈을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그렇치만 늘상  일상에 쫓기며

더운 날들은 하루 하루  흘러갔다.

 주구장창 에어컨만 붙들고 있는 날들 가운데

두번이나 늙은 아부지를 대신해

 잔디를 깍아주고

끝내 녹아내린 양잔디밭을 뒤엎고

새로 잔디를 까는데 놈이 또 큰 힘을 썼다.

  잔디깍기가 옛 독일집보다 훨씬 힘이 든다며

진심으로 아부지 걱정을 하는 아덜놈

나로서는 약간 질투가 나는 대목이다.

아덜놈들은 대놓고 아빠편을 들때가 많다.



 능선은 대부분 이런 돌길로 이어졌다.

가만히 귀를 열고 들으면 

옆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도 들려온다.

세시간째 산을 오르고 내리다보니

영감과 나는 말이 없어졌다.

작은 넘이 떠난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었다

새로 생긴 인천공항 2청사로 갈때 까지만도

무척 즐거운 일이라도 있는듯

스마트폰으로  지 형까지 불러내

 낄낄 거리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급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늘 장난만 주고 받던 아부지로부터 

교육적으로 지당한 말씀을 

조금 단호한 톤으로 들었던게 

어색한 모양이다.

이륙전에 늘 보내 주던 문자도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직후 

여기 시간으로 새벽에 연락이 왔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친구가 데리러 나올거라는것과

반바지 입고 와도 충분한 날씨라는 간단한 통보를

 돌아갈때를 대비해서라도

 긴 바지 하나 정도는 넣어왔어야지

너는 미리 미리 날씨 생각도 안하니?

떠나기 전날 옷을 사러가면서

기어이 잔소리 한 바가지 들은것에 대한 반박말씀 ㅎ

아덜놈들이 다시 돌아갈 날짜가 다가오면

늘 마음이 불안해지곤 한다.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린듯 허둥대다

 결국은 짜증섞인 잔소리만 늘어놓게 되는데

특히 작은 넘에게는 더 심해진다.






홍로로는 애플타르트를 만들어 볼것!

언제부터인가는 왠만한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케이크 하나 굽기도 쉽지가 않다. 휴우

산을 내려오자 말자 반죽을 하고 사과껍질을 깍았다.

사과증류주인 칼바도스가 없는 관계로

45도짜리 브랜디로 대체를 했다.

불장난이 예상되자 영감의 만류로

테라스로 쫓겨나서 플람베를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플람베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는중이다. 





재료:   중간 사이즈 사과 4개,칼바도스(또는 브랜디) 2큰술

버터 1큰술, 설탕 4큰술, , 계란 2개,생크림 250ml

반죽재료 : 밀가루 250g, 파우더슈거 60g, 

버터 125g, 계란 1, 냉수 1큰술




160도에서 40분 







애플타르트는 오븐에서 꺼내 

따뜻할때 먹어도 맛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어도 좋다.

매일이다 시피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편의점 들러 아이스크림을 퍼날라댔던게

 지난 한달내내의 리추얼

두 부자지간이  날마다 먹어댔으니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을리가 없다.

도착해서 일주일이 지난 어젯밤에서야

 녀석에게서 달달한 문자가 날라왔다.

" Gute Nacht  Mama

문 꼭 닫고 자

아빠 코고는 소리 독일까지도 들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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