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레 차를 끓였다.

 비실비실 안 좋은지가 꽤 오래되었다.

몸상태가 말짱한 날이 없다.

늘 어딘가가 아프다.

아픈 구석이 다 낫기도 전에 다른곳이 

더 크게 아파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아픈곳이

덮어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목,허리,어깨, 무릎, 손가락 

얼마전부터는 하이라이트로

 오십견이란것이 왔는데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라는것을 겪고 보니

여간 불편하고 아픈것이 아니다.

우선 혼자 힘으로 옷을 벗고 입기가 힘이 드는,

일상생활자체가 흔들리는 골치아픈 병이 

오십견인것이다.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맬라치면

나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찢어지는듯한 통증을 동반한다.

겉으로는 멀쩡하니

옆에서 보면 꾀병이라고 오해받을수 있는,

억울한 병이 오십견이다.

다행이 낮동안은 그나마 견딜만 하지만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부터는  아주 끔찍하다.

어떻게 누워봐도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운 밤이 석 달째

당연히 나의 단골의원인 

양평 모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응~ 오십견이에요 

이거 시간 많~이 걸리는거 알죠?

갈 길이 멉니다. "

의사가 예의 생글거리며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본래 표정이 그런지 어떤지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되는듯

언제나 경쾌하게 진단을 내리곤 한다. )

"자 약 먹고 물리치료하고..."

이 리드미컬한 말은 갈때마다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듣는 소리다.석달째 !!

수납을 하면 처방전과 함께 물리치료실로 내려간다.

이 물리치료실이 얼마나 고마운곳인가 하면

의사가 내린 처방전의 약은

내성탓인지 서너달이 되어가면서

별반 효과를 못 느끼고 있지만

물리치료실을  갔다오면 당일 하루는

 통증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는거

그러니 시간만 된다면 

매일이라도 달려가 눕고 싶은곳이

물리치료실인것이다.

내 담당은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듯한

앳띤 여자 물리치료사이다.

뜨거운 찜질팩과 전기치료가 끝나면

치료다운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약한 손가락으로 

굳은 어깨주변을 꾹꾹 눌러 말랑하게 풀어주고 

아프도록 꽉 잡았다 놓았다 하기를 반복하고

내 팔을 조심스럽게 잡고 상하좌우 같이 움직이는,

진짜 치료를 한 삼십분간 하고나면

  굳어버려 꼼짝도 않고 있던 팔이

놀랍게도  이십오도 정도는 더 올라간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서 해야 할 연습을 

조용조용 설명해가면서

정성껏 치료에 몰두하는 모습도 참 마음에 든다.

친절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화다.

며칠전의 대화

"오늘은 안 오시는줄 알았어요

아침에 아버님 혼자 오셨던데요"

환자도 많은데다 누가 누군줄 알고

우리가 부부인줄 알았다는것도 놀라왔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대놓고 아버님 어머님

소리를 듣는것도 처음이어서

기분이 묘해졌다. 

(아 아버님 어머님, 이모님, 언니,오빠

온 국민을 가족으로 엮어버리는 이 호칭은

어떻게 달리 방법이 없나 

이 사랑스런 젊은 처자가 

나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는것은

기꺼이 듣는다고 쳐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염색방 주인여자는 

나를 줄기차게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아오 언니!! 언니가 아직 백발할 나이는 아니지...

난 이 언니가 혹시 자기가 더 동안이라고 생각해서

나보고 자꾸 언니 언니 부르나 헷갈릴때도 있다 ㅋ)

그나마 이 젊은 치료사가

 우리집 아덜놈들 나이또래라서

덜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하도 정성껏 치료를 해주어

이제는 어머님이라는 소리가 자꾸 들을수록

뭐 그다지 나쁘게 들리지는 않는다 ㅋ

어쨌든 우리집영감하고 나는

천생연분인지 삼시세끼 같이 붙어있는것도 

부족해서 누가 누가 더 아프나

배틀이라도 벌리는듯

물리치료실에도 나란히 누워 있다.

영감은 얼마전부터 목디스크가 걸려 고생중이다. 

그러니 일주일이면 두번 정도

진료실, 물리치료실, 약국 순례가 얼마전부터의 

우리부부의  일상중 하나다

거실탁자위의 수북한 약봉지풍경

아침 저녁으로 사이좋게 약도 챙겨먹고

어떨땐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약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약 성분이 거의 같음)



그나마 다행인것은

일년에 한두번 연중행사로

꼭 앓아 눕게되는 감기몸살을

햇수로 삼년째 건너뛰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간 집짓기와 양평적응기로 인한

내 몸은 여전히 긴장상태 

아직도 군기가 바짝 들려있는 모양이다.

마치 여기서 감기마저 걸리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으슬으슬 조금이라도 기미가 보이면

비타민폭탄을 퍼부어댄 효과도 아마 있을것이다.

얼마전 새로 생긴 마트의 코너에서

낯익은 독일차를 발견했다.

"어 여기 카밀렌테 있다"

허브차인 캐모마일차

독일에선 카밀렌테 라고 부르던 차다. 

우리집 부엌서랍에 

기본 생필품처럼 쟁여두고 있던  브랜드를

영감과 내가 동시에 발견했던것 같다.

삼십여년전 

난생 처음 마셔보았던 카밀레차는

참으로 이국적이었다.

독일사람들에겐 만병통치약으로

아파서 병원에 가면 진료끝에는 

주사나 별다른 약처방없이 

무조건 카밀레 차 

많이 마시라는 말만 듣고 나와야했던 기억이 있다.

카밀레 차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서 자동으로 나았는지

열심히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듯 

감기는 사라지곤 해서

기본 상비약처럼 쟁여두었던 차였다.

겨울이 오면서 감기는 큰 넘이 늘 먼저 시작해서

나머지 식구들에게 전파를 하는 식인데

그러면 카밀레차 한 곽이 

그냥 쑥 줄어들곤 했다.

연노랑의 카밀레차는 내게 늦가을, 환절기 

그리고 큰 넘이 몰고온 감기를 연상케한다.

가을 안개가 짙게 깔리던 날부터 

 카밀레 차를 끓이기 시작한다.

양평 L 마트에서도 살수 있으니

이제 아껴 마실 필요도 없다.

카밀레차에는 한 모금 들이킬때마다 

독일냄새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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