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둣국>


 "엄마 나는 삼개월이 딱 고비인가봐"

집생각이 다시 간절해지는 때가

큰 넘은 삼개월째라고 했다.

다녀간지 삼개월이 되는 시점이 되면

마치 금단현상처럼 

집이, 집밥이 그리워져 힘들다고 한다.

큰 넘은 집으로 통칭되는

 여러 것들을 말하는듯하고

작은 넘이 힘들어하는것은  

의식주 가운데 식의 비중이 압도적인듯하다.

얼마전 외장하드에 저장된 

사진폴더에서 발견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 없었으면 

내 한심한 기억력으로 어쩔뻔했을꼬...)

큰넘은 만두를 좋아했다.

다니러 오는 주말저녁이면

시시각각 어디쯤 오고 있다는 통보를 해오곤했다.

도착하자 말자 막바로 먹을수 있도록 

밥준비를 해 놓으라는 소리다.

한때 아덜놈들과 셋이서 즐겨보던 

미국시트콤, 킹 오브 퀸즈에 나오는 

주인공 처럼  그 때 내 꼴은 

한손엔 전화기를 한손으론 분주히 음식준비로

 놈이 온다는 주말저녁이면 정신이 없었다.

카풀로 어떨땐 집앞까지 올때도 있는데

우다다다 계단 뛰어 올라오는 소리를 신호로

짠  밥상을 차려놓아야했다

그러면 현관문에 빨래가방을 내던진채

숨넘어갈듯 식탁으로 와 앉던 큰 넘이다

대개 집에 오는 날은 아침부터 굶은 상태로

 도착할 무렵이면 허기로 하늘이 노래지는 모양이었다.

오기 전날부터 메뉴가 날아오기 시작하는데

테라스에서의 그릴부터 불고기, 김치찌개,김치전

한정식같은 상차림(물론 해주지는 못했지만)

만두,짜장면,김밥 등 

왠만한 분식집 메뉴판을 능가할 지경이었다. 

이 날 사진은 만둣국이다.  

 자랑을 대놓고  하자면

내가 만든 만두는 쪼오끔 맛있다. 어흠

비계가 적당히 섞인 삼겹살을 직접 갈고

(다짐육은 절대 노 노)

통통한 배추를 다져 소금간을 한후 물기를 뺀다.

양배추를 쪄서 곱게 다지고 

다진 대파(포레)와 생강을 조금 갈아 넣은 속과

직접 반죽한 살짝 도톰한듯 민 만두피는

쪄서 먹어도 맛있고 만둣국으로 먹어도 맛있다.

큰 넘은 양지를 넣고 푹 고운 국물로 만든

만둣국을 좋아했다. 

오로지 고기파인 작은 넘은 

밀가루껍데기인 만두피를 못마땅해하면서도 

후루룩 기본 두그릇은 비웠더랬다.

이 날  아마도 

녀석의 도착예정시각을 맞추지 못했나 어쨌나

사진속 만두가 좀 불어보인다.






<아덜놈과 티타임>

집에 있던 작은 넘이

운나쁘게도  티타임에 불려 나왔을것이다.

사진을 보아하니 

영국 사는 이웃블로거의 

티타임용 오이샌드위치를 따라 만들었을때이다.

"너 오늘 엄마하고 티타임 좀 해야겠다"

재수없이 끌려나와 

식탁에 앉아 있어야하는 작은 넘의 표정은 

상상만해도 재미있다

이제 하다하다 티타임까지 해야 하는구나 

기막혀하는 인상 아니었을까


요리블로거를 키운 팔할은 당연히

우리집 남자셋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격려와 힘이 되는 칭찬, 등의 

감동적 스토리가 아니라 

구박, 설움, 눈치, 오기 뭐 이런것들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아덜놈들은 난장판부엌꼴을 가리키며

협박도 서슴치 않았는데

"아이구 사람들이 우리 빈티지매니아님 

실상도 모르고 말이야 "

 남자셋의 줄기찬 구박에도 

꿋꿋히 요리블로거의 길(?)을 걸어가자

노력이 가상하다는듯 약간의 감탄과 함께

 막판에 가서는 밥상사진찍을 시간까지 

허락해주는 아량을 베풀어주기는 했다





<쌀밥과 갈비찜>

형과 동생의 식성은

성격만큼이나 다르다.

잘 익은 김치, 싱싱한 샐러드 등

야채도 좋아하는 형에 비해

동생은 철저한 육식파다.

다 필요없고 오로지 고기다.

하얀 쌀밥과 삼겹살이든가 갈비찜같은

고기가 뭉터기로 들어가줘야지

얇게 저민 불고기는 감질난다며 마다할 정도이고

그리고 놈의 먹는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꼭꼭 씹어먹는 지 형은

 언제나 불리했고 불만이었다.

"엄마 다음부터 우리 각자 접시에 담아줘"

"얌마 넌 좀 씹어라 씹어!!! "





흠 이건 작은 넘 혼자 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양 아니었을까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한소리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고기 더 많이 해!!




<우리집 짜장면>

누가 우리집을 방앗간에 비유를 하였다.

온 식구들이 모이면 경쾌하게 

잘 돌아가는 방앗간 같다고도 했다.

짜장면을 만들때는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집부엌은 착착 분업이 잘 이루어진다.

내가 짜장을 만드는 동안

형제 둘은 국수 담당이다.

큰 넘이 이태리파스타기계를 움직이지 않도록 

부엌상판에다 단단히 고정을 시켜놓고

라자냐처럼  넓적하게 뽑아낸 다음에

스파게티 굵기로 뽑아내면

한 놈이 재빨리  펄펄 끓고 있는 냄비에 

투하를 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형은 식탁세트를 깔고

물컵을 세팅하고

먹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다시 또 자랑을 하자면

내가 만든 짜장면도 쪼오끔 맛있다.

이건 요리블로거 엄마의 요리실력을

우습게 아는 큰 넘도 인정하는건데

우리나라 중식당 짜장면보다 맛있다고했다.

(물론 우리가 간곳이 

평균이하의 중국집인 이유겠지만)

양평읍 가는 6번국도변의 손짜장집은

아덜놈들도 아는 집으로

나는 갈때마다 우리집 짜장면을 떠올린다.

우리집부엌에서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을 피웠던 

그 시간을 떠올린다.

며칠전 남편이 새로 휴대폰을 바꾸었는데

옛 휴대폰의 저장된 사진들을 옮기면서

어떤 새로운 기능들로

사진들이 여러 카테고리로 자동저장된 모양이었다.

갑자기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사진을 보여주었다.

무척 낯 익은 옛 부엌 사진들이었다.

테라스가 보이는 부엌창문과 개수대

후추, 오일,소금, 식초병이 있던 그 자리

그리고  인덕션레인지 

고기를 구워 아덜놈들을 차례로 호명하면

좀비게임을 하다가 막간을 이용해 

달려와 입만 벌려 받아먹곤 했다

그 때 다 큰 이넘들은 짹짹 아기새 같았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