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했던 12월이 되었다.

며칠전 옛 동네의 크리스마스시장이

카톡을 타고 날아왔다.

S가 보낸 그리움이 담뿍 묻어있는 사진들이다.

늦은 저녁시간 

동네 중심가에 있는 와이너리가게에서 글뤼바인을

마시면서 내 생각을 했다는 그녀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던 날이었던 모양이다.

S 언니는 누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시장을 갔을까

친하게 지내던 이웃도 실버홈으로 들어가버리고

우리도 떠나버리고... 

 빨려들어갈듯이 한동안 바라본 

사진속 옛 동네의 정취들!

12월의 독일은 분주하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분주한 날들이다.

세상 모든 걱정 근심이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그런 12월의 분위기다

동네마다 크리스마스가로등이 켜지고

집집마다 크리스마스비스켓을 굽는 냄새로 고소하다.

건너편집 비르깃의 예쁜 앞치마는 부지런히 

발코니로 과자를 식히러 드나들고 있을테고

부지런한 벤트케스부인은 누구보다도 먼저

크리스마스등을 달아두었을테이다.

우리가 살았던 거리의 오른쪽 첫번째 집의 

그 큰 전나무(가문비나무)는 

 밤거리를 또 얼마나 아름답게 밝혀줄까

그리고 동네 중심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시장을 가득 채우는 

크리스마스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글뤼바인 향기들...





들고온 이삿짐상자중에는 

크리스마스장식품만으로 몇 박스가 된다.

작년에는 겨우 몇개 꺼내 시늉만 해보았을뿐

제대로 펼쳐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전 다락방에 주루룩 펼쳐놓으니

이십여년간의 겨울기억들이 가득 쏟아져 나온다.

천조각으로 만든것들, 사 모은것들 중에

아드벤트 달력과 니콜라우스 주머니가 들어있다.

올해는 꼭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하는것 중에

아덜놈들 니콜라우스날 과 아드벤트 달력을 

챙기는것이었는데

게으른 엄마는 또 놓치고 말았다.

지나간 12월 6일은 니콜라우스 날이다.

아이들이 장화나  장화모양의 주머니를

현관밖에다 두면 니콜라우스가 선물을 한다는

산타클로스와는 다른 독일의 풍습인데

우리 아덜놈들한테는

마지막 몇해동안에는 

이케아에서 산 빨간 장화주머니에

클레멘티넨이라는 작은 귤, 

호도, 땅콩, 초콜릿,스페셜선물등을 

주머니가 불룩 하도록 

가득히 담아 침대나 책상위에 두곤 했었다.

학교에 돌아오자 마자

작은 넘은 앉은 자리에서 아작을 내는 반면

큰 넘은 아끼는지 어쩐지 책상위에 두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 먹다가

결국 지 동생한테 다 털려버려 

투덜투덜 댔던 그 빨간 장화주머니들이

몇년째 제 할 일을 못한채 

상자속에 쳐박혀 있었던것이다.




근처 도시에 있는  구시가 중심가

 거동이 불편해진 남편을 잠시 혼자 둔

S언니와 내가 후다닥 크리스마스시장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데코용품재료상 가게 앞의 분수대주변으로

올해는 목각제품들을 파는 모양이다.

몇해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모양의 

목각품이 유행이다. 

별 모양도 크기별로 사거나 만들어서

리본을 묶어 늘어뜨려두던지, 전나무가지를 깔고는

현관문앞에 조로록 세워두면 얼마나 이쁜지

독일은 자연소재로 된 크리스마스용품들이

언제나 인기이다.





아드벤트 달력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기간이다

라틴어 아드벤투스, 도착에서 기인한 말로

크리스마스전 4주간을 말한다

이때 아이들은 아드벤트 달력이라는것을 받는데

 그 안에는 매일 매일 <작은 놀라움>이 들어있다.

놀라움이래봤자 대개는 

조그만한 초콜릿일 경우가 많지만 

어렸을때의 추억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이 아드벤트 달력을 

받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아덜놈들도 태어나기전 

이 풍속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할때

신선한 놀라움으로 이 아드벤트달력에 대해

알게 된적이 있었는데

K 선생님의 부인 에디트여사로 부터였다.

에디트여사의 아드벤트 달력은 특별했다.

 스물네개( 두딸들이어서 마흔 여덟개)의 기억들로

여름휴가때 대서양해변에서 

주워온 조약돌이라던지

일요일 오후 산책에  주워 온 

특별한 꽃몽우리 또는 도토리들,

작고 특이한 양초들.

학교바자회에서 산 손으로 만든 목각인형들,

어찌 놀라운 탄성이 나오지 않을수 있을까

그러니까 에디트여사는 

일년 내내 이 아드벤트 달력

채울거리들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 아드벤트 달력을 만들었을때가

큰 넘이 초등학교 다녔을때인데

조각천으로 스물네개의 양말, 

마흔여덟개의 양말을 만드느라

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다.

초콜릿 이외에 그때

수학 문제 쪽지를 넣어두기도 했는데

맞히면 TV시청을 한시간 더 허락한다는 <놀라움>

아이고 지금 생각하니 영락없는 한국엄마였네 ㅋ

 학교 다녀오면 아드벤트 달력이 붙어있는 

침대위 벽으로 달려가는게 일이었던 아덜놈들

눈에 불을 키고 문제를 풀어대는 바람에

TV 시청 내지는 게임보이 놀이시간이 점점 늘어나

더 어려운 문제를 내야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했다.


김나지움 고학년들이 되면서

아드벤트 달력내용물에 대한 

아들놈들의 기대감도 시들해졌다.

어떤 놀라움거리에도 놀라지 않게 되자

없는 살림에 작은 지폐까지 넣어보기도 했는데

작은 넘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스윽 닦아 넣기도 하더라만

"엄마 나  돈 들어있는건 싫어" 하며

큰 넘은 까탈을 부리기도 해서

더욱 더 내 골머리를 앓게 만들어댔다.

하여간 큰 넘은 여러면에서 까탈스럽다 ㅋ





바닐레키펄 Vanillekipferl 굽기


바닐라포드,밀가루, 아몬드가루, 

버터, 계란노른자, 설탕이 들어가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비스켓중 하나이다.

간밤에 꺼내 두었던 버터가 말랑말랑하다.

버터와 밀가루들을 손으로 조물거리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향기와 분위기가 난다.

반죽은 레씨피에는 

삼십분 냉장고에 숙성시키라지만

하루밤을 냉장고에 두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다음날 흐릿한 오전나절

눈 예고가 있다가 사라졌다.

전등을 켤려다 촛불을 키고

동글동글 반죽을 밀며 마디마디 잘라

키펄모양을 내는데

순간 어둑해지더니 눈이 내린다.

아 얼마나 좋던지 






"퍼펙트 타이밍이네" 

눈구경을 하며 인터넷 라디오를 듣는데

작은 넘이 사는곳에도 눈소식이 있다.





오븐에서 갖구운 뜨거운 키펄은

약 삼분간 식혔다가

바닐라설탕을 섞은 슈거파우더에 돌돌 묻힌다.

따뜻한 키펄에 슈거파우더를 굴리고 있으면

순식간에 주변이 하얀 설탕눈들로

부엌에도 눈이 내린듯하다.





아드벤트 기간 동안

구운 크리스마스비스켓들을

아덜놈들은 참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때 집안에 퍼져있는

고소한 바닐라 버터향기를!

대개는 집에 오면 각자의 방들로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런 날은 주방 상판에 덜렁 올라 앉아

비스켓접시를 비우며

학교에 있었던 일들을 예외적으로 

다정히 이야기해주기도 했는데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들이었다.

그럴때는 작은 넘 시험성적이, 

우리집 지갑사정이, 

무슨 큰 걱정거리일까싶게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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