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들어있는 박스들이

해체된 상태로 또 며칠이 지나버렸다.

마치 사진 정리할때처럼

하나씩 들여다보다 또 옛 생각들에 빠져들며

 시간만 낭비해버렸던것인데

영감이 뒷산에 올랐다 돌아오는길에

 주워온 길가에 버려진 밑둥 잘라진 전나무도

불쌍하게 방치된지가 몇주째다

볼수록 엉성하고 썰렁해서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보여지지 않는데다

  주변풍경과 어울리지도 않겠다 싶어

꾸미고 자시고 할 마음이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탓도 있기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중이었다.

아니 구상나무 하나 심자고 노래를 불렀거만

우리 부부는 나무심는거에는 아직도

첨예한 의견대립상태

이노무 영감은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마다 사사건건

언제나 비토권을 행사한다.

 사슴모양촛대들만 

한개씩 한개씩 들고 내려와 

저녁마다 촛불을 밝히다

장식은 고양이와 오리들 목에

목도리를 감아주는것부터 시작했다

테라스공사를 벌리는 바람에 구석에 처박아 둔

아이들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주는데

태양광 배터리는 언제적부터 맛이 가버렸고

한여름내내 비바람에 녹슨 자국하며

얼마나 불쌍해보이는지

먼지를 털어내고 겨울단장 목도리를 

따시하게 감아주었다.

"이 넘들 옷들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나?"

내 대답은 항상 

"필요하면 지들 취향에 맞게 사겠지" 였다.

영감은 날씨가 추워오자

홈쇼핑 패딩선전에 유독 관심이 많아지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 못살겠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덜놈들의 대답은

언제나 단호하게 노,나도 노 

가볍게 삼대 일로

 영감의 홈쇼핑눈독을

 성공적으로 무산시켜버렸다 ㅋ





우리집 두번째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비스켓

영감을 졸라 만든 티백모양의 과자틀이다.

꼭 이모양의 과자틀이어야 되냐고

툴툴대다 뚝딱 뚝딱 만들어 준다.

조금 더 튼튼했으면 좋아겠지만

한마디 했다가는 다시는 안만들어줄것임으로

맥가이버 영감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야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우리 가족은 갈갈이 찢겨진 

이산가족이 될뻔하다가

작은 넘이 지 형이 있는 미국으로

크리스마스연말을 같이 보내게 되면서

 다행히 두팀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바쁜 큰 넘에게  엄마역할까지 떠넘기게 되어 

잠시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했지만

이 두 넘들의 브로맨스는 또 얼마나 끔찍한지

간만에 붙어 앉아 으르렁 투닥닥 

몹시 기대가 된다 ㅋ

작은 넘은 생각지도 않았던 미국행에

 좋아라 하면서도 홀로 있게될 우리가 

조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낼거야?를 

몇번이나 물어왔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  우리 없다고 울지 말고!! 싸우지 말고!! 

따랑해~싸랑해~"를 연발하며

지 형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겨울이 춥고 외롭다는 분들은

오븐에 과자 한번 구워보시라

과자 굽는 냄새가 얼마나 따스하고 평화로운지

바깥풍경은 을씨년스럽지만

오븐속 과자 익는 고소한 냄새는

정말이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데

순간이지만 세상에 더 바랄게 없겠다는 

느낌마저 든다.

테라스에서 식힌 과자에

초콜릿 커버처에 담구어 굳힌후

실을 묶어 얼 그레이나 다즐링,

겨울과일차의 딱지를 실로 묶으면 

재미있는 티백모양의 비스켓이 된다.

겨울티타임, 커피타임에 

곁들이는 과자로 훌륭하다.






새벽시간 비몽사몽간에

공항에서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형의 전화를 받았다.

"걘 또 왜 그리 늦게 나온다니?"

얼렁뚱땅 꼼꼼치 못한 성격에

온 식구들에게 띨하다는 구박을 

받고 사는 작은 넘답게

이번 미국행도 사연이 많았다.

작은 넘의 <Uups...>는 유명하다.

몇번이나 비자니 비행기표니 

기차표 확인을 해야했으니

도착해서 지 형을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와야

마음을 놓을수 있었는데...

몇 시간뒤

형제들의 먹방사진들이 줄줄이 날아들었다.

애피타이저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도저히 두 명이 먹었다고 보여지지 않은

믿기지 않은 양의 음식사진들이었다.

동생에 비해 준비성 철저한 형넘도

이런 사태를 대비해 미리 

다이어트를 해 두었던것 ㅋ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뭐 했어? 기억나?

영감에게 묻자

뭐 밥 먹고 이 시키들은 

둘이 뭉쳐 피씨방을 갔거나 

각자 스마트폰끼고  뒹굴했겠지 한다.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있는

인터넷라디오에서 마이클 부블레의

감미로운 음성이 들려온다.

렛 잇 스노우 렛 잇 스노우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는 양평에도 독일에도

아덜놈들이 가있는 곳에도 눈소식은 없다.

"너네 맛있는거 사 먹으러 가야지"

지금쯤은 먹성 좋은 동생넘

여기 저기 멕이러 다니며

구경도 시켜줘야 할것이고 

엄마노릇하느라

반 녹초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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