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안 중정

돌무더기에 둘러쌓여있는 나무는

교토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수 있었는데

이름은 끝내 알수가 없었다.


무슨 대화끝에 여름휴가도 못 떠날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던 L네가 

겨울 일본 여행계획을 

잡는다는 이야기를 흘렸더랬다.

귀가 번쩍 일초의 고민없이 덥석 물었다.

"우리도 같이 갑시다!!!" 

우리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어야 하지않을까는

나중에 든 생각이었고

 이미 행동은 잽싸게 숟가락 두개를 얹고 말았다.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L네에게 

비행기표니 호텔이니 일정이니 하는

모든걸 맡겼다.

이렇게 편할수가 있나 

편안함과 안락함, 홀가분함같은 기분이

여행내내 따라다녔다.

우리 두 늙은이가 어슬렁 어슬렁 뒷짐을 지며

속 편하게  산천구경을 하는 동안 

젊은 L네 부부는 동분서주 앞장서서

바쁘게 쫒아다녔는데

엄마아버지를 모시고 

이태리 오스트리아 여행을 할때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십년전 내가 떠올랐다.

나도 처음 가본 낯선 로마거리에, 

잘츠부르크 구석진 골목에

공중화장실이 어디 붙어있는지

내가 알 턱이 있나 ㅋ




스마트폰속 사진들을 뒤졌다. 

뒤로 뒤로 넘기니 벌써 한달여전 일이 되어버린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겨놓고

다시금 감상에 빠져들었다.

사진들이 없었다면 내 형편없는 기억력으로는

꿈도 못 꿀 장면장면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알맞은 접시를 찾아냈다.

얼핏 타원형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역시 타원형이었다. 

먹는것에 관해서는 기억력이 아직 쓸만하구나 ㅋ

양평 롯데마트에 어쩌다가 들여놓는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 브로콜리,

고기만큼 비싼 토마토를 사왔다.




 짧은 여행기간동안

우리는 한끼 한끼를

장고를 거듭해서 결정을 내렸었다.

짧았으니 더더욱 한끼라도 허투로 

먹어버릴수는 없는법 

남은 끼니수가 얼마 남아있지 않을때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도 쌀쌀한데

그 골목만 왕복으로 

두번이나 왔다갔다 훑고 다니자

시작부터 식당투어를 귀찮아하는 영감이

노골적으로 지친 티를 드러내자

여행 내내 육중한 책임감을 느끼던 

L의 발걸음이 더욱 더  빨라졌다. 

"그럼 여기 들어가서 간단히 떼우고 

이차로 다른데 갈까요? "

L이 다다다다 골목끝까지 뛰어갔다 되돌아온 후

 입구에 있던 식당을 가리켰다.

오호 한 끼라고 한번에 끝낼게 아니라

 두번에 나누어 먹을수도 있구나 

실패할 경우의 아쉬움도 덜해지겠다싶자

 즐거운 기분이 슬 올라오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별실 같은데로 안내를 받았고

따뜻한 담요한장씩을 걸치고 앉아

각자 먹고 싶은대로 주문했다

또다시 기대치를 넘어선 음식들이 나오자

다같이 흥분모드

물론 소주칵테일 음료가 우리의 흥을 

돋운 탓이 컸겠지만 





L이 바쁜 와중에 신경 써 구했다는 호텔은

마음에 든다는 말로는 이백프로 부족한,

진짜로 마음에 쏙 드는 호텔이었다.

문을 연지 몇달이 안 된 호텔로

모든게 깔끔하고 조용하고 세련된

시티호텔이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들 의상처럼

약간 통이 넓은 팔부바지의 유니폼이 인상적인 

남녀종업원들의 몸에 밴 친절함이란!!!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만

그간 식당이건 어디건

친절이 몹시도 고팠기에

잔소리를 해야한다.

진짜 친절했다

(우리는 왜 친절하지 않을까?

할 말은 무척 많지만 꿀꺽 삼키기로 하고) 






그리고 너무나도 훌륭했던 조식

일본호텔조식이 원래 이런지는 알수 없지만

오픈주방에서 두 명의 조리사가 

정성껏 준비를 해주는 곳이었다.

어떤것들은 마르지 않게 어떤것들은 또 식지 않게

많지 않는 조식손님들을 위해

조용조용 조리해 비치했다.

호빗복장의 종업원들은

눈이 마주칠때마다 또 친절한 인사를 건네고

아침식사동안만 최소 열번은 인사를

받고 건네고 했을것이다





연말에 따라해보고 싶었던 핑거푸드들

시간과 재료와 열정이 없어서 결국 통과






꽉 채운 알찬 이박 삼일을 

걷고 또 걸어다녔다.

나중엔 발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걸어다녔는데 그래도 하나도 안 피곤했던게

얼마나 걷기 좋은 거리들이던지

독일의 중소도시의 구시가지를 

걷는듯한 느낌이 들기도해

더욱 편안한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타코야키

심지어 타코야키도 실내에서 먹는다하니

도자기그릇에 담아준다.









뭐 눈에 뭣만 보인다고 어딜가나

내 눈에는 그릇과 음식들이 먼저 보였다.

우리가 대단한 맛집을 찾아 다닌것도 아니고

그냥 저냥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도 

식당들은 깨끗했고 인테리어는 대부분 훌륭했으며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들은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릇들!!!

단 한 곳에서도 

플라스틱재질의 그릇들을 못봤다는거

당연히 비닐식탁보같은거도 깔려있지 않았다.

그러면 음식값이 비싸냐

절대 그렇지 않았으니







내가 그릇과 음식들에 눈이 돌아갔다면

남편은 소나무에 눈이 돌아갔다.

우리가 사찰안을 구경하는 동안

남편은 사찰정원에서 

우연히도 소나무 전지 하는 장면을 

감명깊게 목도하게 되었는데

돌아와서도 두고 두고 그 이야기를 하는거였다.

큰 소나무위에서 두 명이서 한조를 이루어

성스럽게 전지하는 장면을!

  한오라기 한오라기 마치 의식을 행하듯

골라내는데 놀라 입을 못 다물겠더라는것이다.

그리고 떨어진 소나무잎들을 또 한 올 한올

안방청소하듯 줍는 장면에선 혀를 내둘렀다는데

일본사람들 세심한게 그 정도인지 남편에겐 

꽤나 충격으로 와 닿았는 모양이었다.




일차로 먹은 저녁식사중 내가 시킨 스테이크

남편은 탄탄멘을 시켰다.

L네는 굴튀김과 면종류였던가?

스테이크는 요리랄껏도 없이 

너무나도 간단한것인데 

이게 또 얼마나  훌륭한 맛이던지

간단해서 따라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차로 간 선술집

이 곳은 L이 소원했던곳으로

일렬좌석에 나란히 앉아 납죽 납죽 

술과 안주를 받아 먹었다.

 도쿄에서 일본작가들과

여러번 이런 술집엘 왔다는데 

꼭 우리를 데려오고 싶었단다.

사랑스런 L 과 L

내가 그릇들과 음식들 쳐다보느라 넋이 나갔고

남편이 소나무전지하는 풍경에 

넋이 빠져있었다면

L은  교토의 골목을 걷고 걸으면서

  작은 갤러리들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끌려들어가 

난데없는 작품감상까지하게 되었다.

" 이거리엔  아까부터 

왠 땡땡이 호박이 이렇게 많아요"

내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듯 질문을 하자

아따 엄청 무식하십니다요라는 말과 함께 

쿠사마 아요이라는 작가에 대한 

일장연설이 이어졌다.

작가하고 여행하면 이런 예술강의까지

덤으로 들을수도 있다.ㅋ




떠나는 날 아침이 되어서야

라운지 구경을 제대로 할수 있었다.

그것도 L네에게 

갑자기 그 분이 찾아오는 바람에 ㅋ

미리 내려와 삼십분 정도 기다리느라

 머물렀던 라운지로

 서가에는 건축 디자인 관련

 비싼 양장본 독일책들로 가득했다.

아 진즉에 밤에라도 내려와 좀 이용해볼껄

디자인강국 일본의 면모를 보는듯했다.





호텔 입구사진


좁고 길다란  짜투리땅을

이렇듯 완벽한 작은 정원으로 

꾸며 놓을수가 있나 

그릇과 음식 다음으로 눈여겨 본것들이

주택가 집앞 깔끔하니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미니정원들이었다.

말 그대로 한뼘정원엔

초록과 꽃들이 가득했으니

겨울엔 초록이라곤 볼수 없는

누렇게 뜬 양평 우리집 잔디밭과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불쌍한 꽃들 나무들

눈도 없는 겨울나기라

사진속 초록들이 더욱 부럽기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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