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en im Winter

겨울 베이킹


눈 없는 겨울이라고 투덜투덜 거리던차에

뉴스레터로 날아온 레씨피다.

 차곡차곡 메일함에 쌓여져만가는 레씨피들

요즘은 거의 들여다 볼 일도 없지만

오랜만에 제목에 이끌려 열어 본

 타이틀사진에는 동글동글한 빵위에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앉아있다.

그래 독일은 올해 눈풍년이라지

 눈이 잦아서 귀찮아 죽겠다는 작은 넘이 보내준 

사진과 영상들속에도

그리던 그곳의 겨울풍경이 가득했다. 




밀가루 500g, 우유 250ml, 이스트, 설탕 30g,

소금 한꼬집,계란 2, 버터 180g, 슈거파우더 조금

25cm* 15cm* 5cm 사각틀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은 각기 다른 빵

우리가 살았던 곳에서는

로어누델Rohrnudel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래는 보헤미아지방의 것으로

부흐텔른Buchteln 이라는 겨울디저트

또는 식사대용이다.

한글로 옮겨 쓰고 나니 어째 이상한데

크와 흐 사이인 센 발음으로 

L은 거의 들리지 않게 

빵맛 또한 딱 그 어감 그대로

부흐텔른스럽다.

부흐텔른은

겨울에서 으스으슬한 봄까지

 몇번이나 구워댔던 정말 겨울베이킹에 

빠져서는 안될 빵이다.

 오븐에서 꺼내 뜨거운 김만 살짝 날린뒤

역시 뜨거운 바닐라소스에 듬뿍 찍어 먹는, 

그 따끈따끈하고 폭신한것은 얼마나 맛있는지 

눈까지 내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바깥풍경을 바라보며

 사각틀의 부흐텔른 한판을 

순식간에 다 비울수도 있었다.






이번 겨울 만큼 눈타령 해댄 겨울이 있을까

누렇게 뜬 잔디를, 

미세먼지로 희뿌여한 메마른 대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하는

 재미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 양평은 여름보다 겨울이 훨씬 멋져요 "

마치 양평홍보대사라도 된것처럼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광고를 해댄것도 모자라

한번 들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꼭 겨울에 와야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으니

영감은 영감대로 

이번 겨울 단단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눈 내리는 날 

양평골짜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정원에 장작을 피우고 글뤼바인을 마시겠노라며

 잘 맞지도 않는 날씨앱을 열심히 쳐다보며

겨울내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중이었다.






기다리던 눈소식은 겨울이 끝나가도록 

감감 기별이 없었다.

눈 내리면 굽겠다고 

꼬불쳐 두었던 부흐텔른 레씨피는

하는수 없이 동생네가 오기로 한날

누렇게 뜬 잔디밭을 바라보며 구웠다.

반죽을 오븐에 넣으려는 찰나

우리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사는 

예전 독일에서 같은 도시에 살던 이들이 

잠시 들르겠노라며 기별이 왔다.

"어어...눈 오면 오지요? "

내가 일전에 손가락통증을 호소했던것을 

이이가 기억하고는 파라핀치료기를 

전해주러 오겠다는거였다.

이미 준비해서 나선 길이고 한 시간후면 도착,

커피나 한잔 얻어 마시고 가겠다니

눈타령이 소용없게 되었다. 






서둘러 바닐라소스를 두배로 만들고

겨울빵 부흐텔른으로

졸지에 겨울손님 두 팀을 시간차를 두고 맞이했다

벌써 이십년도 전에 귀국한 그이들은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독일맛이라며

바닐라소스을 듬뿍 듬뿍 발라

부흐텔른 한접시를 천천히 음미하듯 비웠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골짜기에

 모처럼 두런두런 겨울이야기가 오고 갔다.

난로에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눈이 없어도 그럭저럭 겨울정취가 나기도 했다.

이윽고 바톤터치한 동생네가족

어린 조카는 바닐라소스가 맛있는지 

남은 부흐텔른 한판을 거의 다 비우다시피했다.


쩡쩡한 양평의 겨울이

눈이 없다는게 말이 되냐며

아직도 영감은 툴툴거리고 있다

사람들과 글뤼바인을 못마셔서 

원통,애통,비통해하는 그 심정을 누가 알까나

그러다 깜짝 어제 눈이 내렸다.

좋아라 하기 바쁘게 돌아서서 사라져가는 눈

  글뤼바인은 꺼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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