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해.."

" 아이고 나도 인제 늙는다아아 엄마아아 "

큰 넘 생일날 통화는 대략 이렇게 시작됬다.

한 살 더 먹은 넘 어디 얼굴 함 보자며

스마트폰속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파릇파릇 젊은 놈이 늙어간다고 

늙은 엄마앞에서 방방 푸념을 늘어놓는것이다

양평과 시차 열한시간 거리에 사는 큰 넘과 

대화하는 시각은 주로 오전 열한시경

그쪽 시간으로는  밤 열시다.

그 늦은 시간이 대개는 녀석의 저녁식사시간인데

어떨때는 우리를 호출시켜놓고 

 며칠분의 끼니꺼리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히 왔다갔다 부엌벽만 보여주곤한다.

특히 먹을거리 준비하는 날이나 

빨래거리가 밀린 날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간중간

한숨 섞인 말소리만 들려온다.

"애고고 먹고 사는게 이래 힘들어 가지고

못살겠다아아 " 

못살겠다고 투덜거리는 큰 넘의 살림실력은 

사실 엄마보다 훨씬 낫다. 

요리실력도 모르긴해도 

또래의 평균은 넘지 않을까싶다

예전 큰 넘 다이어트 할때  

옆에서 얻어먹던 요리들은 얼마나 맛있었던지

블로그에 아마 자랑질사진들도

 여러번 올렸을것이다.

(주부들은 남이 해준 음식은 라면이라도 

 훨 맛있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부엌저울에다 그램단위로 철두철미 무게를 재고

탄수화물이니 단백질이니 따져대는

맛과는 거리가 한참 멀것 같은  음식들이

지는 질린다했지만 내입에는 얼마나 맛있었던지 

다이어트기간이 끝나가는게 

그렇게 애석할수가 없었던 기억들

그리고 자주 안해서 그렇치

청소도 구석구석  깔끔하게 잘도 한다.

( 음 이건 나를 안 닮은게 확실하다 ㅋ) 

잘하는것과 좋아하는것과는 다른 일이겠지만

어쨌든 스마트폰속으로 보이는 놈은

늦은 시간 볼때마다 밥하랴 빨래하랴 

늘 바빠보인다.


지난 크리스마스 녀석이 선물을 보내왔다.

그리고 한참 지난 어느날 

흘리듯 전하는 말에 의하면

사실 선물과 함께 보낼 카드를 썼었는데 

도저히 오골거려서 못 보내겠더라는거였다.

아주 오랜만에 아덜놈에게 받아볼수있는 

카드인데 이 기회를 놓칠소냐

사정사정해서 톡으로 보내오게 만들었다.

<허밍버드 >

카드 뒷면에는 

삐뚤삐뚤하지만  또박또박

 한글로 써진 번역글


전설에 의하면 허밍버드는

....

삶은 풍요롭고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찾을수 있고

.......


아 우리 큰 놈 이렇게 달콤할수가 있나

사랑, 행복, 축복... 

우리가 일상에서는 주고 받기 어려운 

달달한 단어들이 화면속에 

작고 귀여운 벌새처럼 날아다녔다. 

예전 고등학생일때 친구네 가족이 여름마다 가는

스페인섬으로 같이 따라갔을때 보내왔던 

파란 지중해바다가 보이는 그림엽서뒷면에 

홀로 있을 나와 지 동생에게 보내는 안부글은

아직도 내가 한번씩 꺼내보곤 하는데 

그때도 어설프게 한글로 써보낸 편지글에

얼마나 가슴이 찌릿해했던가

그때 그 느낌이 되살아나는것 같았다.

독일에서는 삼월에 태어난 아기들은

봄햇살처럼 따스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참 따뜻한 놈이다.


벌새는 아니었어도 옛집 준베리나무에

부엌창문턱에 자주 날라들던

작은 새들과의 인연으로

나는 작은 새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얼마전부터는  박새 한마리가

다시 우리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펜트하우스창문으로 포슬포슬 지푸라기가

보이는걸 보니 집짓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허밍버드, 벌새, 독일말로는 콜리브리

셋 다 어감이 참 좋지 않나 

큰 넘 앞으로의 가는 길에

작고 어여쁜 허밍버드, 벌새가 늘 함께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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