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층 계단구석에 어느때부터 두고 보던 

 하얀 석고닭과 토끼들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독일말로 부활절 오스턴 Ostern은 

고대게르만의 봄의 여신, 

풍요와 다산의 여신,오로라의 여신

오스타라에서 유래한다.

그러니 종교적인 행사라기보다

길고 어두운 북유럽의 겨울이 끝난뒤의 

화려한 봄맞이 행사라고 할까

집집마다 부활절장식으로 온 동네가 들썩인다.

삶은 계란에 형형색색 색깔을 입히고

손재주가 좋은 이들은 

날계란에 구멍을 뚫어 속을 불어내고는

별의별 장식을 하는데 나도 한때

계란장식놀이에 푹 빠져

온 집을 알록달록 아니면 어떤 해에는 트랜디한

무채색 계란으로 도배를 하곤 했었다.

그러고보니 

앞집 벤트케스부인의 오르막 계단옆 

나지막한 정원수에  

노란 부활절계란들이 

벌써 달렸고도 남을 시기이다.

옛 우리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했던 벤트케스부인

크리스마스 장식이고 부활절장식이고

심지어 계절꽃들도

 이 댁 꽃들이 가장 먼저 피어나곤 했었다.

늘 고정되어있는 인터넷라디오 주파수에서는

연신 부활절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부활절은 무슨 그냥 넘어 갈까 하다가 

데코계란들을 들고 내려왔다.

버드나무 가지가 있을리 만무

때마침 창문너머 벚나무 큰가지하나가

비바람에 꺽여 땅에 떨어져 있는게 눈에 띄였다.




지난 토요일은 손님들이 대거 오기로 한 날 

공교롭게도 그날은 부활절토요일이기도 해서

분주히 준비를 하다보니 

마치 부활절브런치같은 느낌이 들었다.

 헤페쪼프 Hefezopf를 구워볼까

독일 부활절 브런치에 빠지지 않는 빵이다.

이스트반죽으로 만드는 빵으로

남독일에서는 땋은 머리 모양이어서

 쪼프라고 부르지만

부활절날은 특별히 양, 토끼,새집형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예전에는 기분에 따라

양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 어렸을때는 

토끼를 만들기도 했는데 

오븐에서 굽혀 나온것은

귀여운 토끼가 아니라 

뚱뚱한 괴물토끼가 나오곤했다. 

 잘 된 이스트반죽은

아기궁둥이처럼 말랑말랑 얼마나 촉감이 좋은지

손바닥으로 감싸며 굴릴때 기분도 참 좋다.






밀가루 500g, 우유 250ml, 설탕 90g, 

버터 70g, 계란 1, 소금 약간, 생이스트 15g,

 (드라이이스트 7g),럼에 불린 건포도




독일사람들의 부활절맞이만큼 

유별난 사랑도  없었을텐데

해마다 봄철 부활절이 다가오면 

 나는 늘 남의 옷을 입은듯한 

어색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아마도 보고 자란 부활절이 아니어서였을테지

들썩이는 동네분위기에 

아무짓도 안하고 있기도 뭣하고 

어설픈 흉내를 냈던 기억이 난다.

어줍잖은 흉내도 긴세월 반복되다 보면

희미한 버릇처럼  남아 있는걸까

"너네 부활절인데 뭐 하니?"

떠들썩한 명절분위기에 홀로 있게 될 아덜놈들

미안한 마음에 각자에게 물어봐도

놈들의 대답은 심드렁하다.

" 상관없어 "

선물이라도 미리 보낼껄 그랬지....

어설픈 부활절토끼 역할도 

귀국이래로 까마득한 일이 되고 말았다.







 조카의 두살배기 아들부터

 일흔 넘으신 아주버님네부부까지 

  우리집에서 벚꽃놀이 단체모임을 갖게 되었다 . 

형님을 아주 좋아하는 남편은 흥분모드돌입이다.

말하지 않아도 청소도 알아서 척척

장보기심부름도 척척

평상시에도 이래 나긋하면 좀 좋아

양평은 서울보다 벚꽃이 

일주일 열흘 정도 더 늦은편인데

행여나 심술궂은 봄날씨에 꽃이파리 다 떨어질라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안절부절

근심이 늘어졌다. 

" 저 꽃들 토요일까지 무사하겠제? "

남편의 간절한 바램이 통했던지

우리집 근처 벚꽃들은 절정까지는 아니어도

꽃놀이 즐기기에 충분하였다.







헤페쪼프로 커피타임을 한 후

 우리집 앞 벚꽃길을 산책하는데

와 탄성이 나올만큼 봄바람에

분홍색 꽃비가 날리고 있었다.

길가풀섶은 떨어진 꽃잎들로 

이미 분홍양탄자였다.

조카의 두살배기 어린 아들의 손을 쥐고

산책을 하는데 아이의 작은 손은 얼마나

보드랍고 촉촉한지 말 그대로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아이는 할무니라고 부르며 내게 착 안기곤 했다.





버터를 바르고 꿀을 발라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우리 말에

단체로 버터를 바르고 꿀도 발라서

아기 베개 만한 헤페쪼프 하나를 

거진 다 해치웠다.

두살 ,네살 어린 아기들과 젊은 조카부부들 

아주버님네, 우리부부 시끌벅적 유쾌한

벚꽃놀이 뒷풀이가 이어졌다.

벚꽃놀이차 방문인데도 부활절토요일인데다

헤페쪼프탓에 독일의 부활절이 연상,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덜놈들이 자꾸 생각났다.

부활절월요일은 공휴일이라

거의 삼일동안 가게문을 닫는데...

이 시키들  먹을거는 제대로 사 놓았을까

큰 넘은 큰 넘대로 

여전히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작은 넘은 작은 넘대로 

크고 작은 산을 넘어 가고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저 지켜볼뿐

시간은 흘러

이제 여기도 며칠전부터 분홍벚꽃들은 다 지고 

완연한 초록으로 변해버렸다.














6월 4주 이 블로그 인기글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