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작은 텃밭에 올해도

 루꼴라가 지천으로 돋아났다.

독일서 가져온 와일드루꼴라씨앗들이

와일드하게도 퍼진것이다.

 첫해에는 가두리 텃밭안에 

얌전하게 자라던것들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가

안성 묘목농원에서 사온 커런트나무 아랫쪽으로

특히나 많이 번져 있다.

잡초들이었다면 골머리 깨나 앓았겠지만

수식어처럼 고마운 식물이다.

독일에서는 루꼴라에게  

고마운 식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데

한 번만 씨를 뿌리면 심지어 옆집 마당에까지 

매년 번져준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와일드루꼴라는

일반 루꼴라보다 향이 알싸하게 얼마나 강한지

살짝 분지르기만해도

온 텃밭이 루꼴라향으로 가득하다.





열흘전 사진으로

지금은 더 울창하다.

차이브 주신 님 감사합니다

올해는 더욱 실하게 올라왔어요


올해 봄날씨처럼  들쑥날쑥 

널뛰는 기온차를 보였던적이 있을까

(그래봤자 겨우 세번째 봄을 맞이하는거지만)

초여름같은 더위를 보이다가

밤은 또 급 강하 영하로 뚝 떨어지곤했다.

 꽃샘추위치곤 요란한 날들이었다

꽃모종이고 먹을 푸성귀 모종이고 

삼월에만 들어서면

마음은 사정없이 급해지기 일쑤인데

양평은 오월초나 되어서야 심을수 있다고 한다

승질 급한 영감과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모종시장이

 열렸다는 소식이 들리자 말자

양평읍내로 달려갔더랬다.

매서운 꽃샘추위는 아니나 다를까 

어김없이 찾아왔고

남들 말 귀담아듣지않은 벌로

우리는 밤마다 어린 모종들에게 일일히

이불을 덮어주느라 여러날을 생고생을 해야했다.

 







무스카리와 은쑥,매발톱




루꼴라 샐러드는 만들기도 무척 간단하다.

루꼴라, 대추방울토마토, 잣, 파마산치즈,

올리브유, 발사믹식초,소금, 후추만 있으면 된다.

드레싱도 미리 만들어 놓을 필요없이

채소를 접시에 섞어 담은뒤 

올리브유, 발사믹식초를 조로록 흘려 넣고

소금, 후추를 갈아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파메산치즈를 

슬라이스해서 뿌려주면 된다.


텃밭 야채로 만든 1호 음식이어서인지

아니면 알싸한 루꼴라향이 입에 맞아서인지

연이은 샐러드밥상에 

왠일로 영감이 별 군말이 없다.

심지어 사진 찍는다고 

근처 얼씬을 못하게 하는데도

 너그러운 기색이다.

꽃들이 오종오종 올라오는 계절엔

고약한 승질머리도 유순해지는 모양이지

늦은 점심으로 차려놓은 

샐러드와 스파게티가 봄햇살로 화사하다.

식탁에 앉아 보는 풍경들은 이제 완연히 달라졌다.

누렇게 메말라 있던 삭막한 

겨울풍경이 사라진 자리에

노오란 어린 메리골드들, 새로 심은  공작단풍,

하얀 꽃들이 자잘이 달린 알프스오토메,

그리고 싱그러운 푸르른 녹음이 들어섰다.





간단한 루꼴라샐러드라고 하였지만

부재료의 품질이  조금 따라줘야 한다.

품질 좋은 잣, 파마산치즈, 발사믹식초,

올리브유, 심지어 소금까지

가평이 가까운 탓에 잣은 드디어 

오리지널 가평잣으로 쉽게 먹을수 있게 되었다.

우리집 뒷산에도 잣나무가 지천이어서 

운 좋으면 가을숲속 길가에 떨어져있는 

잣알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큼직한 잣송이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마산치즈는 아덜놈들이 가져다준 덩어리로

아직도 조금씩 뜯어먹는 형편이고

 발사믹식초도 독일을 떠나올때

처음으로 거금을 들여 산 귀하고 비싼것, 

방울방울 아껴먹고 있으니

잘하면 한해 더 버틸수 있다

그리스산 유기농올리브유야 말할것도 없고

막 햇것으로 올라온 연한 루꼴라에 

이 귀한 부재료들이 들어갔으니 

맛이 없으면 그게 신기한 노릇 아니겠는가

루꼴라 샐러드는 스파게티와 가장 궁합이 맞다.





내 밥상의 팔할은 스파게티가 차지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파게티사랑은 조금 과한듯 한데

혼자 먹는 밥상일때도

반가운 친구들이 온다할때도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식사대접을 해야할때도 

시도 때도 없이 스파게티를 삶아냈다.

나의 18번, 나의 소울푸드

특히 스파게티 볼로네제를 

볼로네제 소스가  폭닥폭닥 익어가고 있으면

부엌은 또 얼마나 평화로운지

하지만 평화로운 부엌은 귀국이래로 

겨우 손에 꼽을 정도

"우리 오늘 점심으로 스파게티 먹을까? "

" 됐어 그냥 라면이나 먹자 "

한살림 두밥상이 어찌나 난리법석 힘이 들던지

언제나  라면이 완봉승이었다.

 스파게티를 먹지 못하는 날이 쌓여갈수록

헛헛한 마음과 함께 편치 않은 마음들도 쌓여갔다.

그러던중 오랜만에 루꼴라 핑계를 대고  

요 며칠 아주 한풀이를 하고 있었더랬다






어린이날 전날이었나

 스파게티를 막 삶을려는 찰나에

금자씨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봉지봉지 얼린 국이며 산나물무침이며 두릅,

각종 밑반찬이며

구우면 되겠끔 깔끔하게 정돈된 생선까지

그 날도 볼로네제 소스가 들어있는 

점심냄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영감이 

환한 얼굴로 반색을 했다.

"이야아  어린이날 선물 왔다 "

늙은 노모가 중늙은이 사위 딸에게 보내주는 

푸짐한 어린이날선물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염치없이 좋아라 받아먹는 이 늙은 어린이들을

어쩌면 좋아 





어린이날  

서로 다른 시차거리에 사는 

우리집 어린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린이날인데 까까는 먹고 있냐?" 

 큰 놈이 있는 도시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공연히 짜증이 이는 날이라고 투덜투덜이다.

"차 없는게 이렇게 불편할수가 없어 엄마 "

일요일 연구소 가야할 일이 생긴데다

버스는 한시간에 한 대 

그것도 일찍 와서 일찍 가버리고

비바람에 우산도 소용없이 홀딱 다 젖고 툴툴

폭풍 포크질을 끝내면서 

기분이 차차 안정이 되었던지

집 떠난 뜨내기생활이 오래이어서 

좀 지쳤나보다고 

스스로 진단을 내린다.

작은 넘은 작은 넘대로 풀이 죽어 있었다.

녀석도 집이 그리운 모양이었다.

늘 방방 대던 놈이

언제나 간단하게 문자로만 대답하던 놈이

엄마 우리 영상통화할까 애처롭게 묻는다.

친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허전한 주말

홈리스인 불쌍한 내 시키들은 갈 곳이 없다.

조금만 참아...

엄마가 맛있는 스파게티 해줄께...

녀석이  안 보는 틈을 타 얼른 눈물을 닦고는

 약을 올렸다.

스파게티는 내가 한 음식중 

녀석들이 제일 맛 없어하고 싫어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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