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집을 비운 사이 금자씨가

다녀가셨다 

 하얀 불두화송이들이 한창일때였다.

봄에  한번 다녀가신다는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중 혼자 있는 딸을 걱정해

서둘러 왕림하시게 되었던것인데 

남편도 겁많은 마눌이 걱정되던차에 

금자씨 방문소식에 적잖이 

안심이 된 모양이었다 

"와 계실때는 아마 꽃들이 절정일거야 "

잔디도 바특하게 자르고  

꽃밭에도 더 정성을 쏟아붓고 떠났다.





잡초 뽑다가 똑 떨어진 메리골드송이 하나를

정원구슬위에 얹어 놓으신 엄마

내가 구슬위 노란꽃을 쳐다보자 

지레 놀라심  

"이거 저절로 떨어졌다 

내가 부러뜨린거 아니데이 "

이럴때 엄마는 귀엽다.


엄마는 생애 가장 긴 외출을 위해 

오시기 직전까지 정신없이 바빴다고 했다.

오일간 삼시세끼, 

총 열다섯끼니의 준비였다.

여러 종류의 국을 끓여 냉동고에 넣어놓고 

아침 점심 저녁 종류별의 반찬들하며

간식꺼리까지 

한끼 외식도 싫어하는 영감님이니 오죽할까 

처음에는 아버지와 같이 

오고 싶어하신 마음도 커서  

 내게 여러번 청을 넣어보라고까지 하시더만 

아버지의 완강한 고집도 고집이고 

엄마의 해방기대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 내둬라 혼자 훌훌 갈거다 "

"엄마 우리 이번에는 

한끼도 집에서 해먹지 말자!! "

집 떠나오기 직전까지 

삼시세끼에 시달리는 

엄마와 같은 처지였던 딸은  

 즐거운 작당계획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삼식영감님들로부터 

두 여자의  동시해방이라

얼마나 신이 나냐 



인사동 초입에 있는 솥밥집

" 여기 엄마 식당이다  "

<조금 > 금자씨의 성은 조씨

언젠가 금자씨와 꼭 한번 와보리라 

마음먹었던 곳인데 

제일 비싼 전복솥밥에도 

크게 맛있어하시지는 않았다.


       나들이 온 어느 중년아줌마보다 

더 날렵한, 

 가벼운 핸드백차림의 금자씨가 

KTX에서 내렸다.

밝은 표정의 엄마얼굴에 

두고온 영감님걱정은 

털끗만큼도 보이지 않는다.ㅋ 

우리 두 모녀는 발걸음도 가볍게 

일차행선지인 맥도날드로 향했다.

무인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는 금자씨의 표정에 

 놀라움과 흐뭇함이 가득하다 

하이고 우리 딸 똑똑하네 뭐 이런 ㅋ 

똑똑한 딸이 주문한 

버거와 커피를 마시고 

  우리 모녀는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여름 옷장만 투어에 나선것! 

아예 작정하고 나선 편한 신발차림이다. 

이 날 미션은  

금자씨를 백발의 패셔니스타로 

만들어 드리는 일이었다.     

금자씨는 화사한 색이 잘 어울렸다.

챙이 있는 모자에 

 노란색, 핑크색의 하늘거리는 

쉬폰블라우스를 

좋아라 입어보는 금자씨  

"오 우리 엄마 영국여왕할매같은데 " 

양손의 쇼핑백은 점점 무거워지면서  

 내 지갑과 엄마지갑 둘 다  

 탈탈 털렸음은 물론이다. 

엄마손에 이끌려 옷을 얻어입게 된게

한 삼십년은 족히 되지 않을까 

리넨바지와 옅은 베이지색의 

아마로 된 셔츠가 생겼다. 





금자씨도 이번 양평방문에 

이를테면  버킷리스트를 준비해오신게 있었다.

생전처음으로 TV에 나온 맛집을 가보는것인데 

오기 얼마전  양평맛집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두군데를 알아보고 오셨다. 

두곳 다 처음 들어보는 곳으로 한곳은 

  우리가 사는 면소재지에 위치한 국수집이고

또 다른곳은 강하면에 위치한 한우집이었다.

내가 미리 계획했던 식당까지 합해 

삼시세끼 까지는 무리였어도  

하루두끼 외식의 꿈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사진은 양평 꽃국수집으로 

송이갈비국수에 보라색 제비꽃이 얹어져 있다 

그래서 꽃국수라고 부르는지 

식당마당에 꽃이 많은 집이라서  꽃국수인지,  

붉은 줄장미가 우거진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국수집은 TV에서 보던 그대로라며 반색하신다.  

꽃과 금자씨 

여기저기 인증샷을 남기셨다. 






우리집 병꽃나무 

양평산에 야생으로 많이 피어있다는 

붉은 병꽃나무도 한창이었다.

저 흐드러진 꽃들도 삼일째가 되어서야

구경다운 구경을 하실수가 있었는데 

 이틀간은 집안청소로 

또다시 눈 돌릴 틈이 없었다는 소리다.

이번에는 정말 편안한 휴가처럼 

 놀다 가시게하고 싶었지만 

금자씨의 예봉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냉장고, 냉동고, 욕실, 옷장들이

차례 차례 순서대로 다 엎어졌다.  





맛있게 드신 양평 꽃국수도, 

비싼 한우집도, 샤브샤브집도,솥밥집도 

딸이 해드린 샐러드만  

훨 못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엄마로부터 들은 몇 안되는 칭찬

신이 나서  내용물을 달리해 세번이나 

샐러드밥상을 차려드렸다.

세수대야(금자씨표현)만한 육중한 샐러드그릇에 

기함을 하시는 금자씨  

"하이고 야야 이쁘긴 하다만 

이리 무거워서 손목이 남아나나 "




커런트 아래 산발을 하고 있던 루꼴라 정글이 

금자씨 손을 거치자 

거실 안방처럼 깔끔해졌다.

커런트에게도 루꼴라에게도 미안해지는 순간인데 

엄마의 손이 지나간곳은 그곳이 냉장고이던

옷장이던, 텃밭이던 마법의 손이 따로 없었다.

  모든것들이 반듯해지고 질서가 생겨나고

 반질반질 윤이 난다. 

"나는 아무래도 어디서 주워왔지 엄마 그지?!"

 



잡초를 뽑아내고 달려간 곳은 

 자주 가는 강상면 꽃농원

꽃집 주인 사모님이 

금자씨 한번 쳐다보고 딸 한번 쳐다보고

모녀지간이 맞느냐는듯 몇번을 번갈아본다.

봐봐 여왕할매 맞다니까 쿡쿡 내가 웃자 

딸도 좀 꾸며봐요  한다.

비비크림이  풀메이크업인데 어쩔 ㅋ 

예쁘게 차려입고 간 금자씨는 

하얀 바구니에 든 분홍꽃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잡초가 사라진곳을 메울 

수국과의 말발도리라는 꽃나무와 

키 작은 접시꽃들을 사왔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 선 어느날  오후에 

엄마와 꽃을 심고,

그 꽃밭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엄마와 단둘이서 식당을 가고,

그때는 왜 그랬을까로 시작되는 

아버지 흉을 끝없이 보면서  

금자씨의 꿈같은 휴가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위가 없어 좋은것은 딱 하나 

옛날 이야기를 마음껏 할수 있으시다는거였다.

저녁을 먹고나면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마다시고

이야기삼매경이었다. 

어떤 이야기들은 이미 수십번 들은 이야기도 있고

어떤 이야기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었다.

엄마의 서너살때 기억과 내 어릴적 외갓집 기억이

뒤엉키고 있었다.

어린시절의 금자씨, 젊은 금자씨 , 

지금 내 나이때의 금자씨 이야기를 들을때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임에도

가엽고 불쌍해  눈물이 났다. 





"너거 아부지 내내  귀 간지러웠겠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약간 양심의 가책을 느끼신 모양이다  ㅋ

너거 아부지 니가 만든 빵 좋아하는데...

구우라는 말씀이다.

빵보따리를 한 아름 들고 

새로 산 옷을 입은 금자씨는  

발걸음도 "가볍게" 

기다리고 계신 영감님에게로 돌아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삼십분이나 일찍 

기차역에 나와 계신 아버지와

 뭉클한 재회를 하셨다고 한다.

(예전 무심하고 불같은 성격의 아버지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가지만)

금자씨에게 휴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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