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베리 익는 계절 

돌계단사이사이 잡초방지를 위해 

심어둔 딸기부터 시작해서 

준베리, 커런트 ,구즈베리들이 순서대로 익어갔다.

부지런한 바깥주인이 잠시 집을 비운사이  

게으른 안주인이 물주기를 소홀해도  

딸기들은 얼마나 제철에 충실한지 

 아침 저녁으로 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못 다먹을 충분한 양의 

잘 익은 딸기들을 내주었다.

딸기가 겨울과일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집 돌계단사이사이에 

 빨갛게 익어가는 유월의 딸기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때는  

  얼마나 흐뭇하던지

딸기가 사실 요즘이 제철이지요 

잘난척하며 한줌 따서 건네곤 했다 . 


금자씨가 깔끔하게 정리해준 커런트밭은 

(밭이라고 해봤자 겨우 여섯그루의 커런트이지만 )

옛 독일집에서보다 더 탐스럽게 익어갔다.

이년전 막 텃밭이라고 흙동산을  정리할때

가장 먼저 심고 싶었던것이 이 커런트였던것 

옛집 정원 가장 아래쪽,

뒷집과의 경계에 울타리처럼 서있던 커런트,

  유월이면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달리던 

빨간 커런트를 꼭 심고 싶었다.

커런트는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알려지긴했지만  

대부분 블랙커런트로  내가 찾던 

 빨간 커런트묘목은  드물었다.

수소문해서 찾아간곳은  

안성에 있는 어느 베리묘목농원

"빨간 커런트 찾는 사람은 처음 보는데 

이걸 어떻게 아세요? " 

우리를 신기하게 보던 농원주인 

커런트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안다해도 블랙커런트를 선호한단다.

예의 그  항산화성분때문에 

튼튼한 레드커런트묘목을 

이리저리 들쳐보고 있던중 

아까부터 우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건장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상주에서 삼(십)만평 블루베리 농장을 하는 사람이며

최근에 블루베리를 다 뽑아버리고 

대체작물을 찾던중 

커런트라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베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성농원에 왔다가

우리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고 한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의 블루베리농장주는

초창기 잘나가던 블루베리에 늦게 뛰어들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처음 본 우리에게 토로했다. 

커런트가 대체 어떤 베리인지 맛은 어떤건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를 선생님, 사모님이라 

극진히 부르며 명함을 건넸다.

상주에 꼭 한번 들러돌라는거였다. 

남들에게 덜 알려진 뭔가를  빨리 심어 

말아먹은 블루베리투자금을 건져야하는 

속타는 심정이 내게도 막 전달이 될 정도로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블루베리체험농장이라고 쓰여진  명함에는

작은 글씨로 특이하게도  그가 다녔던 

모든 학교들이 나열되어있었다.

그리고 해병대출신이라는 이력까지...

물론 상주까지 가지 않았지만

빨갛게 익은 커런트를 볼때마다

그리고 어쩌다 고속도로표지판에 상주가 보이면

그 해병대아저씨가 생각이 나곤 하였다.





안성베리농원에서 함께 사온 준베리나무

허리춤에도 못 미치던 불쌍할 정도로 작은 

준베리나무도 그 사이 엉성하지만 

벌써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안성묘목농원 구석에 몇그루 심겨져 있던걸 보고 

 깜짝 놀라 이거 준베리나무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나무를 어떻게 아냐며 

묘목농원사장님이 더 반가워했다.

함부르크에서 공부하는 딸이 독일사람들 

정원수로 많이 키운다며 육종을 권해서 

심게 되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그간 아무도 몰라주는데 

이제서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여간 기뻐하지 않는것이다.

나도  마치 옛 친구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것처럼

반가움에 가슴 한켠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겨우 허리께 오는 준베리나무는 

비싸기도 하였지만 

육년 키워 이정도면  하 어느 세월에

 옛 집을 떠올리자 조바심이 더 커졌다.

하지만 첫해에 비실거리다 안착이 되었는지 

이제  새집과 빨간나무새를 장식으로 

 달아 놓을 정도로 커졌다.

봄에 하얗게 핀 꽃들이 떨어진 자리마다  

 알알히 맺힌 준베리들은  이름대로 유월이 되자 

거뭇거뭇 익어갔다 

그리고 동네 산비둘기들이 기가 막히게 알고는 

 날아들기 시작했다.





구즈베리는 생과일로 먹을려면

칠월중순에서 팔월초 사이

충분히 익혀야 한다.

일주일전 사진을 찍었을때와 지금은 

또 색깔이 달라져있다.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퇴비박스위에 심은 해바라기들이 

무척 실하다. 

저녁 어스럼할때는 마치 전구 여러개를 

켜 놓은것처럼 환하게 빛난다.

유월이 끝나가는 지금 우리집 꽃들가운데

해바라기가 당연 압권이다.



준베리에 정신이 팔린 산비둘기들이

다행히 커런트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커런트맛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텐데

그물을 씌워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이틀전 이른 아침 

잠옷바람차림으로 나갔다가 다 따버렸다.

커런트는 수확하기가 무척 불편한 베리

과육이 연한편이라 조심 조심 따야하며

딴 송이는 일일히 낱알들을 

떼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여섯그루중 두 그루에만 

열매가 달린 커런트의  올해 수확량이다.

씨와 껍질을 걸르고 난 쨈은  

겨우 작은 병으로 하나,

  두어번 발라 먹을 정도의 작은 종지로 하나다.





 쨈 만들때 나는 냄새는 참 좋다.

나무 주걱으로 폭닥폭닥 끓고 있는 

냄비바닥을 저을때는 

 엄청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고 

설탕과 과일이 녹으면서 

온집안에 퍼지는 달달하니 새콤한 향기도 좋다.

유월 막바지에 라스트미닛으로 만들어본 

커런트쨈 한병 

 요새 유행하는 소확행 하나 건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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