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케익을 구웠다.

한 여름에 오븐을 돌리기가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작년 끔찍했던 폭염과 비교하자면 

아직까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둥이날씨   

 밤기운은 서늘하기까지해서

우리집은 아직도 오리털이불을 부둥켜안고 자니

이게 왠 횡재인가 싶은 여름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여름이긴 여름이어 

아침 일찍 오븐을 돌릴 요량을 하고

전날밤  재료들을 꺼내 놓았다. 

 밤새 버터가 반죽하기 좋도록 

말랑말랑 녹아 있었다. 





왠지 시나몬롤은 

겨울이나 가을에 어울릴것 같은데 

한여름에 난데없는 시나몬 롤를 굽게 되었다.

한달전 쯤 되었을까

페이스타임으로 얼굴 보기 힘든 큰 넘에게서  

모처럼 연락이 왔다. 

그쪽 시간으로 늦은 밤이었다.

녀석은 언제나 호출시켜놓고서는

지 할일을 하느라 부산한데

이 날도 설겆이며  

며칠 먹을꺼리들을 준비하는 중인지 

 얼굴은 간간히 보이는둥 마는둥 

말소리만 들려왔다.

한참을 그렇게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겨우 책상에 앉은 녀석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었다.

"엄마 이거 시나본이라는건데.... "

"독일 시나몬롤 Zimtschnecke 와는

완전 차원이 다른거야  ..."

설명과 함께 크게 한입 베문 큰 넘의  

맛있어 어쩔줄 몰라하는 행복한 표정을

지을때는 아직까지도 영락없는 어린아이같다. 

"엄마가 이거 꼭 먹어봐야 하는건데 

찜트슈네케를  상상하면 절대 안되고 ..."

녀석은 어떻게 하면 

이 환상적인 맛을 표현할수 있을까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총출동해도 

내게 시나본의 맛이 전달되지 못할듯하자   

몹시도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 안되겠다 엄마가 이거 한번 만들어봐봐 

레시피 보면 만들수도 있을꺼야 " 




재료: 이스트 1봉(생이스트경우 21g), 

우유 250ml, 설탕 120g, 바닐라슈거 1큰술, 

버터 75g, 소금 1작은술, 

계란 2, 밀가루 550g, 


필링재료: 머스커베이도설탕 200g, 

계피가루 3큰술, 버터 75g,




그렇게 시나본 이야기가 나온지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 녀석과는 서너번 통화를 하였는데  

그럴때마다 큰 넘은  

시나본을 먹고 있거나

먹을 예정인 시나본을 보여주곤 했다.

어서 빨리 만들어보라는 재촉이다.

"엄마 시나본은 절대적으로 

프로스팅이 중요한거 알지? 

 시나몬도 엄청 들어가고... "

 그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참고동영상이 날아왔다. 

아덜놈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모티베이션이 바닥이다 싶을때

유독 단것들을 찾아대는데

이 증세는 큰 넘이 조금 더 심하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한층 까칠해진 작은 넘도

얼마전 통화에 

달짝한 요구르트바닥을 박박 긁고 있더라니 

   


결정적인 프로스팅재료:

버터 115g

크림치즈 60g

파우더슈거 130g,

바닐라 익스트랙 1/2 티스푼 


사실 한달이나 시간이 걸렸던것은 

내 게으른 탓도 있었지만

재료중 딱 한가지 크림치즈때문이었다.

크림치즈는 프로스팅에 빠져서는 

 안될 백미라고 하지 않나  

작정하고 달려갔던  

대형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에서

헛걸음을 하게 될줄이야

(딸기맛 크림치즈밖에 없었다)

투덜투덜 포기하려던 차에

어이없게도 늘 가는 

양평 마트 냉장칸에서 찾아냈다.





촉촉 반죽과 크림치즈가 들어간 

프로스팅이 시나몬롤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시나본의 맛은 큰 넘 표현대로

형용할수 없는 다른 세계의 맛이었다.

아 연하고 촉촉 폭신한 결과 식감이란,

 그 달달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헤비한 프로스팅은 

정말이지 표현하기 어려운 신세계라고 할까 






일요일 오후시간 

직장에 얽매이지 않은 생활이라

주중이니 주말이니 

이제 우리에게 별 차이도 없지만

그래도 일요일 오후가 되면 

왠지 노곤함, 나른함이 몰려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는 몸이 예전생활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

장마비가 오려고 구름이 잔뜩 긴 오후시간에 

영감과 둘이서 달달하다 못해 얼얼한 

시나본 커피타임을 가졌다.

TV에서는 일요시네마  

흐르는 강물처럼 이 상영되고 있었다.

띄엄 띄엄 여러번 본 기억이 있는 영화였다.

 영화 초반 잘생긴 젊은 브래드 피트를

구경하느라 넋이 빠져있을때  

영감은 아름다운 대자연의 블랙풋강 배경영상과 

 플라잉낚시에, 

삼부자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듯했다.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끝까지 본적이

거의 드문일에다 

 그것도 좋아하는 영화장르가 완전히 다른 

남편과 함께 끝까지 본적은

정말 손에 꼽을 일인데 이 날은  

엔딩 크레딧까지 말없이 TV를 응시했었더랬다.

두 형제와 아버지의 이야기

잔잔한 영화에 어떤 파라렐도 발견되면서 

 아덜놈들 생각에

여러 마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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