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흠뻑 젖어

 생쥐꼴을 한 남편이 이른 아침

해바라기 서너송이를 들고 현관문앞에 서 있다.

생전 안 하던짓에 뻘쭘했는지 

" 이봐... "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노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봐는 여보시오 의 경상도 하대버전이다 

툭 던지는 시비조로 들리기도 하는

 뽄대없는 호칭이어서 들을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인데 

그 날 내 귀에는 " Guck mal 이거 봐봐

어린 아이들이 말하는듯한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독일말로 들려왔다.

영감은 더위를 먹었는지 어쨌는지

어쩌다 한번씩 이렇게 이쁜짓을 할때가 있다.

  장대비에 쓰러진 해바라기들이었다.


드디어 여름이 시작됬다.

지난번에 횡재 만났것 같다고 까불어댄 직후

오냐 너 참 말 잘했다며 본때를 보여주듯

엄청난 습도와 함께 몰아닥쳤다.

끔찍했던 작년 폭염의 기억으로

 유월부터 미리 전전긍긍 

걱정을 당겨 하고 있던터에 

뜻밖으로  순한 여름날씨가 이어지니

호들갑에 오두방정을 안 떨수가 있나

" 내 생각에 올 여름은 하나아아도 안 더울것 같아 

아 무엇보다 밤이 선선해서 너무 좋아...

양평은 춥기까지 하다니까 "

아닌게 아니라 새벽이면 두텁고 폭닥한 

 오리털이불을 끌어당겨야할 정도로 

순한 날씨들이었다. 불과 요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러다 갑자기 돌변 뜨거워진 온도와 함께 

엄청난 습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높아진 기온이야 계절이라 어쩔수 없다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을 흠뻑 적시게 만드는

가공할 습도는 이건 어찌할 방도가 없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번이나 옷을 갈아입는다.

진공포장된 식품처럼 

얼마나 몸에 척 달아붙어 있는지

심지어 혼자서 갈아입지도 못한다.

 정원에 풀이라도 뽑고 들어오는 날이면

우리는 금슬 좋은 부부처럼

단추를 끌러주며 서로 옷을 벗겨줘야 한다. 

아 쓰고 보니 왠 19금 ㅋ




비오는 날 헤페쪼프를 구웠더랬다.

 오븐열기를 감당할수 있을때였으니

그래도 본격적인 무더위는 아니었던 날,

아침부터 습습한 날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빵을 구웠다.

예전 에어컨이 없던 시절 

엄마는 장마철이면 

보일러를 한번씩 돌렸던 기억이 난다 

 더워 죽겠는데 왠 보일러일까 했더니

비슷한 이치이다.

 오븐의 뜨겁고 건조한 열기로

실내온도는 올라갔지만 

조금 뽀송해진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빵굽는 냄새는 언제나 진리다.




독일은 지금 

들딸기,블랙베리 Brombeeren들이

 거뭇하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자주 가던 산책길인 옛 동네 포도밭 언덕위 

모퉁이를 돌면 블랙베리넝쿨들이 

탐스럽게 우거진 곳이 있다.

어떤해에는 운 좋게 내게까지 순서가 돌아와

바구니로 가득 따와 몇 병의 쨈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나보다 동작 빠른 이들에게

선수를 뺏기기도 한다.

잘 익은 블랙베리들은 얼마나 연한지

조심하지 않으면 손이고 옷이고

진한 자주색으로 물들곤 하였다.

브롬베렌접시를 꺼내들고는 

잠시 또 유체이탈 옛 집을 다녀왔다.





 블랙베리접시위에 빵을 담아놓고 

냉장고의 버터와 꿀을 꺼내 놓자

버터는 금새 곤죽이 되고

꿀병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갖 구워 낸 헤페쪼프에 붙은

크리스피한 우박설탕도 아몬드조각도

금새 눅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무자비한 습도라니

그러니 남편은 집안으로 들어오자 말자 

언제나 허겁지겁 리모콘부터  찾아댄다.

띠리리 신호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 제습운전을 시작합니다아 " 또는

" 냉방운전을 시작합니다아 "

낭낭하고도 친절한 목소리

땀으로 범벅이 되어 폭발 직전인 영감은

이 여자의 목소리만  듣기만 하면

 세상 편안한 얼굴로 온화하게 변신한다.

더위와 습도를 1도 못 견뎌하는 영감에게

에어컨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내사랑에어컨을 외쳐대며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퉁명스런 마눌과는 달리

목소리까지 나근나근하니

어찌 남편이 사랑하지 않을수 있으리

마눌 열트럭을 갖다 받쳐도 

절대 안 바꿀 상냥한 그녀

에어컨을 거의 포옹할듯 바싹 다가가 서있는

영감을 바라보다가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근데 저 여자 말이야 

말이 너무 많은것 같지 않아

음성삭제기능 없나 한번 봐봐 "




무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계속되자

씩씩하고 예쁘게 자라던 식물들이 시들시들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이다.

 사람뿐 아니라 식물들,

꽃과 채소들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우리집 유월의 꽃밭이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랑질을 해댔더랬는데

최근 하루 이틀사이에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

참담하게 녹아내렸던 

작년 독일잔디들꼴과 흡사하다.

냉장고에 오래 두어 

물컹해진 부추를 보신적 있는가

바로 그 모양으로 잔디들이 뭉터기 뭉터기 

녹아내리는걸 속수무책으로 목도했더랬는데

올해는 꽃들이 먼저 그 증세를 보인다

메리골드, 다알리아, 은쑥, 우단동자꽃,라벤더, 

모두 전멸상태이다.

(다른집들은 어떠신지 장마철에 꽃밭지키기

비법 있으신 분들 좀 알려주세요 흑)



이른 아침  텃밭에 서성이다

턱턱 갈라져가는 토마토들이 눈에 띄어

 급했던 나머지 그대로 짧은 잠옷바람으로

토마토밭으로 돌진했던게 화근이다.

한소쿠리 따는데 오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텐데

무려 이십방도 넘게  모기떼들의 공격을 받았다.

습도 못지 않게 여름나기를 힘들게 만드는것이

이 모기떼들이다.

별 짓을 해봐도 거의 소용이 없다.

몸에 하얀줄을 두르고 있어서 

 아덜놈들이 이름을 붙힌 아디다스모기 

이름에 걸맞게 몹시도 날렵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독일모기들이 엥엥 주저거리다 

조심스럽게 목표물을 공격하는거에 비해

 아디다스모기들은 무척 저돌적이다.

망설임이 없다

일초의 주거거림없이 직진으로 날아와 꼽히는데

별의별 방법을 써봐도 나갔다하면 기본 수십방

쏘이고 들어오게 되어있다.

왠갖 첨단무기로 전원생활에 철저하게 무장을 한 

옆집도 모기는 어쩔수가 없는지

 온 몸이 울퉁불퉁해졌다며 하소연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샤워만해도 

금방 가려움기가 사라진다는 점 

독일모기들은 이에 비해 뒷끝이 있는 편이라

며칠이고 계속 가렵다.(아디다스모기 만세 ㅋ)

남편은 어제는 잠시 꽃밭에 서있다 

입술에 쏘였다며 

보톡스맞은 꼴로 들어오기도했다.


우리집 꽃밭을 아작을 낸 

장마가 드디어  끝이 난듯 하다.

이제 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달려드는 모기떼들과도 어떻게든 

잘 지내볼일이다.




덥고 습한 여름날에 맛있게 먹을수 있는

 맛있는 샐러드 하나 소개해드릴까요

토마토 오이 샐러드입니다.

재료도 간단해요 

잘 익은 토마토 세알, 오이 한개,

양파 반개, 마늘한쪽 , 

납작한 이태리 파슬리 한스푼,

소금, 후추, 올리브유 3큰술, 레몬즙 3큰술, 

토마토와 오이, 양파는 깍둑썰기하고 

마늘은 다져서 드레싱에 넣고 섞으면 끝

냉장고에 넣고 차게 해서 드시면 맛있습니다.

저는 벌써 세번이나 만들어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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