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묵은 이야기다.

한 계절이 훅 지나갔으니 

그야말로 철이 지난 이야기인데

남편은 석달전 독일을 다녀올 일이 있었더랬다.

23킬로 가방 두개를 들고 갈수 있는 항공권덕에

큼직한 여행가방 두개가 떠나기 며칠전부터 

거실바닥에 펼쳐졌다.

생각 나는것들, 부탁 받은것들로 하나하나 

채워가기 시작하자

떠나기 전날에는 이러다 다 못들고 가는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미어터지게  빵빵해졌다.

죄다 먹을것들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열악한 오지마을의 수퍼마켓을 차려도 될 

정도의 양과 가짓수였다. 

바퀴 네개가 돌돌 잘 굴러가는 가방이어 망정이지

출발도 전에 짜부러질 빵빵한 가방들 

몇번을 저울에 달아보며 

뺐다 넣었다를 반복했더랬다.

그리하여 양손에 묵직해진 가방을 끙끙 밀며 

남편은 조금 흥분된듯한 표정으로 떠났다.

작은 넘이 있는곳 그리고 

그리운 옛사람들이 있는곳으로 



 


일정이 잡힌 후 필요한것들 말씀하시라는, 

이른 시각에 보낸 내 문자에

" 우린 자다가 로또 맞았네요"

언제나 사람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그녀의 답글이 포로롱 날아왔다.

김, 멸치, 취나물, 곰취나물...

아니 이렇게 겸손하실수가 있나

무거울까봐 부러 가벼운것들로만 

부탁하신게 틀림없다.

그녀의 표현처럼 로또까진 아니어도

우린 모여 앉기만 앉으면 먹는 즐거움,

 그리운 음식이야기들로 지칠줄 몰라하며

밤을 지새우곤 하였었다

어디 어디에 가면 뭐가 있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는가하면 식의 

대부분 삼사십년전의 과거형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한국을 다녀왔다거나

친척이 왔다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득해진 그들의 냉장고를 부러워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초대전화에 얼마나 기뻐했던지

이제 처지가 바뀌어 

내가 그들을 먹여살려야(?) 할 입장

 밥반찬꺼리로 가방을 채울 생각에 

골똘히 수퍼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신이 나서 수퍼를 누비고 다녔다.

물론 안주꺼리를 찾아서이다.





이분들 감각이 놀랍지 않은가

여름날 야외바베큐에 주변 이끼와 들꽃들을 꺽어

장식해 놓은것 보시라

여느 플로리스트 못지 않다.

날씨 좋은 유월의 여유로운 독일주말이 

불현듯 떠올라 순간 가슴이 찡해왔다





 반갑게 조우를 하게된  

S선생님내외가 남편을

데리고 간 곳은 인근에서는 유명한 빗자루술집

예전 블로그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와인 농가에서 일년에 제한적으로

날짜를 정해놓고 간이음식과 직접 생산한

와인들을 팔도록 허락한 곳이다.

마녀들이 타고 날아 다닐것 같은

빗자루가 걸려 있으면  영업중이라는 신호여서

빗자루술집으로 불리는 식당이다.

독일 남부지방, 와인 생산지역에만 

이 재미난 술집들이 있는것으로 안다.

S선생님내외분이 유독 이런 지리에 밝으신데

몇번이나 같이 와보자고 약속을 했으나

결국은 못가보고 떠나버렸던 차에

드디어 남편만 유명한 이 빗자루술집을 

가보게 된듯하다.


오늘의 메뉴가 쓰여진 

 오크통 와인뚜껑이 입구쪽에 있다.

감자샐러드를 곁들인 

버거 처럼 생긴 다진고기요리가

7유로 50센트이다.

<플라이쉬퀴흘레> 라고 읽는 순간

맛이, 냄새가 막 느껴진다.

감자샐러드는 또 어떻고...

빗자루술집에서 먹는 촉촉한 감자샐러드

와인식초가 들어간 그 맛을 어찌 잊을까

와인맛이 훌륭함은 물론이다.






카톡으로 보내주신 사진들

독일말로 urig 한 분위기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다.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독일 농가의 분위기다.




빗자루술집에서는 와인을 

피어텔레 Viertele ,사분의 일이라고 부르는 

사진속의 작은 항아리같은 

전형적인 와인잔에 담아준다.

사진속 저 레드와인은 트롤링어Trollinger였을까

아니면 렘베르거였을까?

빨간 냅킨으로 돌돌 감은 

나이프와 포크도 셋,

피어텔레 와인잔도 셋 뿐이다.

셋이란 숫자는 어딘가 불완전하다

네 개의 잔이 놓여질 그 날을 위해

Zum Wohl







남편은 소문난 이 빗자루술집뿐 아니라

독일을 떠나기 얼마전 

우리에게 맛을 들리기 해주신

기가 막힌  와이너리도 방문한데다

이어 한번씩 장보러 가신다는

국경 근처 프랑스지방에 까지 

따라갔다왔다고 했다.

독일국경을 벗어나서 

불과 몇 킬로 떨어지지 않은데도

프랑스쪽에는 새우니 굴같은 해산물들을

쉽게 살수 있어

한번씩 먼 길을 갔다오는 그들인데

거기 다녀오셨다는 소식이 들리면

옹기종기 또 작은 파티가 열리곤 했었다.

말로만 듣던 그 수퍼의 사진들이 날아왔다.

즐비한 치즈코너, 해산물코너, 와인매대

처음 가는 곳의 수퍼구경은 얼마나 재미진지

그것도 다른 나라라면 

여행지의 필수코스였지 않나

사진으로만 봐도 즐겁다.



그리고 열흘뒤 떠날때보다 

더 빵빵해진 가방들을

양손에 밀며 남편이 돌아왔다.

이번엔 내가 로또를 맞았다.

나의 최애 프랑스대서양소금, 

크로아티아 올리브유,

프랑스 치즈들, 일일히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마음씀씀이란...

홀룬더향이 나는 치즈와 화이트와인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남편은 가방 가득 담아온

이야기 보따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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