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전에  작은 넘이 왔다.

아 시간도...벌써 갈 날이 다가 오네 

인천공항으로 아덜놈들 마중갈때마다

둥둥 거리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출구 앞쪽 벤치에 앉아 

나오는 사람들을 응시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얼마든지 더 길어져도 그 시간만큼은 

지루하지도 않고 좋다.

예정시각을 삼십분이나 넘긴후에야 

 가방을 밀고 나오는 놈의 얼굴이 보인다.

컴퓨터모니터속에, 스마트폰속에만 있던 놈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싱긋 웃는다

"어이 아줌마 " 

  내 어깨를 싸악 감싸 안는다.


반가운 내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전에  

"근데 뭐 타고 왔어?" 

설마하는 표정으로 놈이 물어왔다.

조금 미안한 마음에 말없이 

턱끝으로 지하철 타는 방향을 가르키자

Waaaaas???? 

놈의 비명소리가 공항에 울려 퍼진다 

 작은 넘이 오기 며칠전 

영감의 독일행이 결정되면서

혼자 있게 되었는데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녀석을 데리러 갈 일이 문제였다

나의 오랜 지병인 

울트라 수퍼 메가급 걱정이 또 늘어진것

영감도 없고 큰 넘도 없는 상황에서

만약 내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이 넘이 혼자 양평집을 찾아 올수나 있을까

찾아온들 열쇠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오지

그러면 독일에 간 남편이 

급하게 다시 돌아와야하고

 큰 넘의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까지 

꼬이게 될지도 모를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둘째넘을 기어이 한국땅에서 국제미아까지

만들어 놓고 나니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정도면 불안장애도 대단한 증증일텐데 쩝

그리하여  가장 안전한 지하철을 선택한 댓가로

집으로 오는 전철안에서 투덜투덜

아직도 멀었냐는 놈의 불만을 듣고 올수 밖에


품퍼니켈 Pumpernickel빵이 가방속에 들어있다.

스웩 넘치는 운전기사가 그려진 

멋진 빈티지 틴케이스에 

담긴것으로 사가지고 왔다.

품퍼니켈은 통곡호밀 빻은것으로 만든 

납작하게 생긴 투박스런 검은 빵이다

독일에 있을때 일년에 겨우 

서너번 먹어봤을까 정도로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빵인데

이제 별게 다 떠오르면서 먹고 싶어진다.

 촌득촌득 꼬득꼬득 씹히는 식감하며

그 시큼한 오래된 맛이라니...

 기특하게스리 포장케이스도 

내 마음에 쏙 드는걸로 사가지고 온것이다.




품퍼니켈은 버터만 발라도 고소하다.

치즈 종류를 얹고(바르고)

 파프리카, 래디쉬, 오이슬라이스를 곁들이면

설명할수 없는 맛과 식감이다.


마음같아선 한 삼일 내리 

품퍼니켈로 그동안의 허기를 달랬으면 했지만 

나와는 정 반대의 궁기를 달고 온 놈에게

혼밥을 먹이게 할 수 있나

이번에도 작은 넘은 알차게 리스트를 뽑아왔다.

치킨, 삼겹살, 마블링 좋은 한우, 짜장면

춘천닭갈비, 맘스 터치, 이삭 토스트....

녀석의 리스트는 지난번것이 초보자용이었다면

이번은 중급용으로 업데이트 되어있었다.

산낚지, 곱창같은 꽤 난이도 높은 음식까지 

적혀있는걸 보면

그리고는 끔찍하게 효자아들인 작은넘은

 우리집 남자들의 최애 몽실은 

아부지가 돌아온 이후로 꼬불쳐둬야 한다고 했다.






 녀석이 도착한 날부터 

가을장마니 역대급태풍예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리 비가 내렸다.

가을이라 하여도 우중충 습도까지 높은 날씨여서

할수 있는 일이란 에어컨을 틀어놓고 

방구석 1열 하는것 외에는 별로 없었다.

비바람은 몰아치고

작은 넘과 오랜만에 언터처블의 

Boogie Wonderland를 함께 듣는것도 좋긴했다

주인공 드리스의 댄스장면에 나오는

춤을 곧 잘 따라 춰 나를 웃게 만든 넘이다.

그렇게 뒹굴방굴하다 

재난에 가까운 엄청난 폭우를 뚫고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를 한번 갔다온게 

그나마 스펙타클한 사건이라면 사건일까

저녁이면 리스트에 있는것 중

적당한 메뉴를 골라 식당을 찾아나서는 정도였다.

지 형도, 아부지도 없는

우리 둘만 있는 양평집은 

아무래도 적적하고 허전했다.

둘이서만 찾아 다니는 맛집도 그저 그랬다.

왠만한 일에도 방방 즐거워하는 작은 넘은

심드렁하니 크게 재미가 없는듯 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얼마전 작은 넘이 일으킨 돌발사건

 띨한 동생넘이 

지 형의 예리한 레이다에 걸려들줄 모르고

일으킨 어처구니없는 사건인데

우리가 알게 되었을때는 

이미 지 형으로부터  

  엄중한 경고,가혹하고 냉정한 

충고라기 보다는 외면을

혹독하게 듣고 난뒤였다

이미 풀어 죽어 불쌍해 보이는 놈을 

더 나무라는것도 뭣해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는데

늙은 부모의 말보다 지 형의 나무람이 

더 크게 와 닿는 모양이었다

내 말은 언제나 그렇듯 영이 안 서는지 

 작은 넘은 지 형과 아부지를 더 무서워했다.

"형아 한테 전화했는데도 전화 제대로 안 받아 "

평상시와 달리 냉랭한 분위기가 길어지자

 야속하고 매정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울먹거렸다.

"이제 니가 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야

니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거겠지 "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지 형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M과도

통화를 한 모양인데 사안도 사안이고

고집이라면 한 고집하는

큰 넘이라 이번엔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동생교육에 들어간듯 하다.


아무리 풀이 죽어있다해도 해야할 일은 해야해서

작은 넘은 저녁마다 잊지않고 

리스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목록에 들어있는 식당과 음식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갔다.



숨은 그림 찾기 해보세요

부엉이가 한마리 숨어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늦은 아침시간

잠이 덜 깬 눈으로 테라스로 나가 

기지개를 켜던 놈이 급한 손짓으로

나를 불러댔다.

" 엄마 엄마 빨리 이리 와 봐

    조용 조용 소리내지 말고!!! "

극도로 흥분된, 숨죽인 목소리로

 부엉이가 근처에 와있다고 했다.

까치,까마귀, 산비둘기, 동박새, 참새 등 

온갖 새들이 날아들긴 하지만

이제 부엉이까지 날아들다니

 우리집 마당에서 드디어 부엉이를 보게 되다니

 나도 마구 흥분되기 시작했다.

작은 넘은 집 경계에 서 있는 

단풍나무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을 따라가자 

아닌게 아니라 영화에서나 보던 

하얗고 회색이 얼룩얼룩한 깃털을 가진 

 부엉이 한마리가 

나뭇가지에 걸터 

우리집 거실을 향해 앉아 있지 않은가

" 우와  너 진짜 눈 좋다 어떻게 저걸 발견했어??? "

어릴때부터 동물에 대한 관찰력과 관심이

뛰어난 놈이었다.

초등학교시절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개미떼를 보고

삼십분 넘게 길바닥에 주저 앉아있던 놈을

이웃이 재미있어하면서 내게 전해준 일도 있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때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작은 레포트를 써낸것같기도 한데...

얼른 카메라를 챙겼다.

작은 넘은 으쓱해하며 지 스마트폰을 챙겼다.

그리고 단풍나무를 향해 

최대한 몸을 낮춘 낮은 포복자세로

내가 앞장서고 작은 넘이 내뒤를 따라

살살 기어갔다.

행여나 인기척에 날아가버릴까봐

최대한 숨소리도 죽여가며 살살 기어갔다.

그런데 ....

부엉이가 원래 사람친화적인 새였던가...

어디가 아픈가....

근처까지  다가가도 미동도 않은채 

나무둥치에 그대로

그 자세 그대로 있는거였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저녁 한결같은 자세로 

우리집 거실쪽을 바라보고 있는 부엉이 

그날 이후로 

부엉이는 우리집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떠나기전에 이 넘

 안경을 하나 새걸로 맞춰줘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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