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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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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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궁금한 어스름 저녁이면 가끔 어메는

밀가루 반죽을 내 키만한 홍두깨로 밀어

구수한 들깨칼국수를 한솥끔 끓였다

오빠야 저녁 무라 국시 불는다

쪽마루 난간에 서서 개골짝을 향해 냅다 소리치면

똑같이 되받아치는 메아리소리

오빠야 저녁 무라 국시 불는다

엄마 오빠야 술랜갑따 답도 없다

굴뚝 연기 깃발처럼 바람에 나부끼고

부엉이 고단한 날개 둥지위로 접으면

첩첩산중 초가에 호롱불 하나 둘 눈을 뜬다

동무들과 술래잡기가 밥보다 더 좋던 어느날

까까머리 오빠야는 서울로 유학가고

앉은뱅이 나무책상만 오빠야 대신 남았다

오얏나무에 올라보면 하루 두번 오가던 버스

흙먼지 풀풀 날리며 저혼자 사라지는 산골

어쩌다 명절이면 사촌이랑 함께 오던 오빠야는

키도 훌쩍 커버리고 얼굴도 하얀 서울내기가 다 되어서

반가운데 왠지 쑥스럽고 어색해 우리오빠야 맞나?

오빠야가 이상해졌다 봐라 하면서

괜히 엄마 치맛자락만 잡고 딴청을 부렸다

엄마 내 머리삔침은 사왔나 어메가 물어봐라 하려는데

오빠야가 먼저 꽃핀을 손에 쥐어줬다

서울 가시나는 이런거 꽂아서 다 이뿌나?

어데? 우리 향이가 젤 이뿌지 라며

꽃삔침 머리에 꽂아주고 기 세워주던 오빠야

왁자지껄 정답던 명절밤은 깊어가고

허허세도 좋아라 허허 웃던 짧은밤

오빠야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어메 내도 오빠야 따라 서울 갈끼다

그렇게 철부지 꼬마는

오빠야가 그리워 헛헛한 저녁이면

개골짝을 향해 메아리를 불렀다

오빠야 보고싶다 빨리 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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