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들 전성시대'... 유승민 축출 앞장 선 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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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 전성시대'... 유승민 축출 앞장 선 친위대

하얀바람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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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 전성시대'... 유승민 축출 앞장 선 친위대

 

 

 

 공화당 4인체제의 10.2항명에 대한 박정희 총재의 '수습단안'을 보도한 <경향신문> 1971년 10월 4일자 1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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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뉴스 검색시장에 난데없이 '코털'과 '콧수염'이 등장했다. 그뿐이 아니다. 급기야 '콩가루당'도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 낙인찍기'와 그에 호응한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빚어낸 새누리당의 자화상이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旣視感)을 준다. 그렇다. 박근혜의 분기탱천은 44년 전 박정희가 노발대발했던 10.2 항명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정치학자도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대통령 발언을 듣고 가장 먼저 10.2 항명 파동이 떠올랐다고 했다. 10.2 항명은 71년 당시 야당(신민당)이 상정한 내무장관 오치성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여당(공화당)에서 신주류로 부상한 4인방이 반란표를 도모해 가결해 버린 것을 말한다. 장관 한 명 날린다고 해서 별일 있겠냐 싶었지만, 항명의 대가는 가혹했다.

당시 언론은 이를 '4인 체제(백남억 당의장, 김성곤 중앙위의장, 김진만 재정위원장, 길재호 정책위의장)의 항명'이라고 불렀다. 새정치연합이 주도한 국회법 개정안에 새누리당의 신주류인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가 편승한 이번 '5.29 배신'(박근혜는 이를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했다)과 비슷한 양상이다.

'항명' 용어와 '배신자' 코드의 공통점은 전근대성

▲  '나쁜X들 전성시대'를 연 박정희와 프리토리언들. 왼쪽부터 강창성 보안사령관, 김형욱-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윤필용 수경사령관, 박종규-차지철 경호실장, 신직수 중앙정보부장.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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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항명과 5.29 반란은 집단행동을 배태한 시대 배경이 다르다. 전자는 69년 박정희를 위한 3선개헌에 앞장서고 71년 대선-총선의 양대 선거를 치르며 공화당의 신주류로 부상한 '4인체제'가 자신들을 견제한 비(非)4인계의 선봉인 오치성 내무장관(의원 겸직) 해임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후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가 '비박'으로 돌아선 김무성-유승민 체제가 독자노선을 걷기 위한 '파워 테스트'를 한 것이다.

사태의 전개 양상도 다르다. 10.2 항명 때는 당일 박정희의 지시를 받은 이후락 정보부장이 마치 준비라도 한 듯이 전광석화처럼 주동자들을 끌고가 치도곤을 해서 탈당계를 받고 '상황 끝'이었다(당시는 탈당계를 내면 의원직도 사퇴하게 돼 있었다). 5.29 반란 때는 근 한 달을 기다린 박근혜의 거부권 행사와 '배신자 심판' 발언이 나왔다. 그럼에도 상황이 종료되지 않자 '여왕 홍위병' 노릇을 한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앞장서 '유승민 고사작전'을 펼쳐 왔다.

이처럼 배경과 양상은 다르지만, 이른바 통치권자의 정체성이 닮은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근대성'이다. 당시 언론이 사용한 '항명'이라는 용어와, 박근혜가 직접 규정한 '배신자' 코드의 공통점도 전근대성이다.

그 아버지의 딸임을 감안하더라도, 전근대성이 유전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전근대성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정신지체다. 박정희 시대가 끝난 지 36년이 지났음에도 박근혜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유신공주'라는 코드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항명은 군신관계나 병영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은 혐의로 처벌하는 항명죄는 군형법(44조)에만 있다. 10.2 항명 당시의 석간 <경향신문> 1면을 보면, '오(吳)내무 해임안 가결'이라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여(與) 권력구조에 파동 예상, 최소 18표 이탈…항명 처벌엔 한계'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결과적으로 '항명 처벌엔 한계'라는 진단은 틀렸다. 그때는 정부를 감시하는 의원이 '항명죄'로 의원직을 박탈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폭압적인 군정' 시절이었다.

배신(자)은 봉건-조폭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은 봉건제후 시절부터 강조된 도덕윤리의 영역이지, 민주공화국에서는 법적인 처벌이나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의리를 중시하는 조폭사회에서 배신은 조직 보전을 위한 응징의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는 저주 섞인 호소는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표현에서 보듯, '유신공주'에서 지적 생장이 멈춰버린 '여왕의 민낯'을 보여준다.

'아씨와 머슴' 관계 드러낸 '여왕의 민낯'

▲  '나쁜X들 전성시대' 시즌2 열리나.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 최경환 부총리,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 유기준 해수부장관, 그리고 '여왕 홍위병'을 자처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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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석에서 드러난 '여왕의 민낯'은 이미 언론 보도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김창혁 <동아일보> 선임기자가 박근혜와 의원들의 관계를 김무성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아씨와 머슴' 코드로 풀이한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에 이어 2007년 경선 캠프 좌장까지 맡았지만 김무성은 박근혜의 '공주 의식'을 견딜 수 없었다. 기자들과 술을 마시다가도 박근혜 얘기만 나오면 "너거도 나를 박근혜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 박근혜 좋지... 옳은 사람이지. 그런데 70은 옳지만 30은 틀렸다. 그걸 고쳐야 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렇게 공주처럼 행동하고, 또 주변에서도 공주 모시듯 하고 그게 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이런 질문도 했다.

김무성="너거, 박근혜가 제일 잘 쓰는 말이 뭔지 아나?"

기자들="원칙, 신뢰, 약속 아닌가요?"

김무성="하극상이다, 하극상!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選數)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내더라.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 색출... 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가면 누가 발설했는지 색출하라는 말이다. 그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令愛)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의 '영애 의식', 그게 바로 김무성이 생각하는 박근혜의 '시(是) 7, 비(非) 3' 중 비3의 뿌리였다.
- 김창혁, 비밀해제 MB5년 <9>무대와 공주, 동아일보, 2013년 5월 25일

10.2 '항명난류'와 유승민 쫓아낸 '친박' 프리토리언

▲  10.2 '항명난류'탄 공화당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경향신문> 1971년 10월 4일자. '항명 처벌에는 한계'라는 이 신문 보도의 예상과 달리 박정희는 이미 항명 주동자를 남산(중앙정보부)으로 끌고가 콧수염이 뜯기는 고문을 당하도록 응징-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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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과 하극상은 병영-조폭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이다. 71년 10월 2일은 토요일이고 추석 전날이었다. 반란표의 후폭풍이 예상되었지만, 집권당의 핵심당직을 맡은 중진의원들을 남산으로 끌고가 치도곤을 할지는 아무도 예상 못 했다. 심지어 추석에 콧수염을 뜯기고 고문을 당하고 나온 뒤인 4일(월)에도, '항명난류(抗命亂流) 탄 공화'라는 신문 제목에서 보듯, 언론은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남산에 끌려가 수모를 받은 사실 자체를 몰랐다.

지난 6월 25일은 6.25 한국전쟁 65주년 기념일이다. 국무회의가 열린 이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재의 요구)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여당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십자포화를 퍼부으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정치부 기자들이 "박 대통령이 국회에 대한 6.25 전쟁을 선포했다"고 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13일 만에 새누리당은 의총을 열어 '사퇴 권고'를 채택했다. 5.29 반란 41일 만에 친위쿠데타를 완성한 셈이다.

항명과 하극상을 응징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아버지와 딸의 공통점은 맹목적 충성을 강요할 뿐,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로 할말을 하는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려 했던 국회 권력이 폭압적으로 깨진 10.2 항명 사건 이후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권력에 의회가 맞서는 일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 등장할 수가 없었다.

<남북한 비교정치론>을 쓴 길영환 교수(미 아이오와 주립대)는 일찍이 한국을 '프리토리언 국가'(praetorian state)라고 규정했다. 법과 제도보다 군사독재정권을 보위하는 친위세력(정치군인과 일부 법률가)들이 국정을 주무르는 '친위대 국가'를 지칭한다. 실제로 10.2 항명 사건을 계기로 정치는 사라지고 통치만 남았다. 프리토리언에게는 박정희 신임만이 절대적이고 법과 제도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박정희는 김형욱-이후락-신직수-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윤필용-김재규-강창성 보안사령관 그리고 박종규-차지철 경호실장 같은 프리토리언들을 앞세워 3선개헌과 독재(유신)의 길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친위 그룹은 국회의원과 장관을 우습게 보기 일쑤였다. 한국 정치사에 '나쁜X들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친박'이라는 프리토리언들이 다수의 지지로 선출된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장면은 '나쁜X들 전성시대'의 '시즌2'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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