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칼럼 722]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편을 온종일 가슴에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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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칼럼】

[보스톤칼럼 722]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편을 온종일 가슴에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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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편을 온종일 가슴에 담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722회




보스톤코리아  2019-12-09, 11:10:09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 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희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배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를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 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 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믈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 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 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 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 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여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壽衣)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눈이 가득쌓인 보스턴에서 온종일 유안진 님의 시편을 가슴에 담고...




[보스톤코리아 /여성칼럼 2019년 12월 06일]

 

작성자
신영의 세상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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