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홍콩느와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한 '이현세'씨의 '주간만화' 연재작품. 

 

머릿말에 '이현세'씨는 '두목'을 '피카레스크'적 구성을 띄고 있는 작품이라고 기술(記述) 하고 있습니다. '피카레스크'란 건달소설(乾達小說)이라 칭하기도 하고 보통 1인칭 서술체로, 악한이나 태생이 천한

투기꾼을 뜻하기도 합니다. 스페인어로 피가로(picaro)라고도 하며 생존을 위해 무작정 떠돌아다니고

되는 대로 살아가면서 겪는 모험을 다룬 이야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건달소설'은 중세의 지루하고 산만한 기사도 로맨스에 최초의 짝을 이루며, 일화적 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기사도 로맨스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기사도 로맨스의 주인공 처럼 이상주의적 의협심이 강한

인물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명예로운 일 보다는 재치로 살아가는 냉소적이고 도덕관념이

없는 졸장부이지요.

 

피가로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모든 사회계층, 온갖 직업의 사람들 속에서 모험을

하며, 때로는 독특한 거짓말과 사기 및 도둑질로 간신히 처벌을 모면하며 전반적인 사회규범과 관습에 대해

아무런 마음의 구속을 느끼지 않고 어떠한 사회계층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될 때에만 규범

이나 관습에 따르는 척합니다. 그러므로 피가로의 이야기는 사회의 위선(僞善)

과 부패에 대한 '반어적'

이거나 '풍자적'인 표현으로, 독자에게 천하거나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겐

해악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 '두목'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진지하게 이야기가 구성돼있어 '피카레스크' 만화라기보다

오히려 지루하고 산만한 기사도 로맨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현세'씨는 암흑세계를 다룬

대부분의 작품처럼 어두운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밝음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고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2권짜리 단편 만화에서 밝음을 부각(浮刻) 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면에선 대사가 많지 않고 그림으로 설명하는 액션난투 장면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지루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페이지(page)를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내용의 고루함과 뻔한 종말이 보이는

7~80년대 신파적 내용 - 두목은 여러명과 홀로 싸워도 단숨에 적을 섬멸하는 신화적 전투능력과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하면서도 약한 여자에게는 한없이 선량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려는 모습, 또한 모든

범죄와 악행의 선두에 있으면서도 정의와 신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협객처럼 보이는 두목의

 행동 - 은 뻔한 결말로 다가가는 이현세표 비극의 종점(終點)을 미리부터 짐작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두목'에서의 그림체는 사회적 어둠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려는 듯 음양(陰陽)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무겁고 진지하게 이어집니다. 또한 극화에 걸맞게

거칠지만 깔끔한 펜선으로 기존의 다른 작품 스타일에서 탈피한 '이현세'씨의 필력은 한국 성인만화의

발전으로 맞이하는 제2의 전성기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두목의 딸이 등장하여 신파극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보여 오히려 닭살을 돋게 만드는 이벤트 정도로 끝나버리게 돼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현세'씨의 두목은 그다지 재미있지도 작품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빠른

시간안에 쉽게 독파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느와르'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머리말처럼

'피카레스크' 적 구성이 엿보이지 않아 못내 아쉽기만한 작품입니다. 

 

※ 작품성 ★★☆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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