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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더 이상 축구에 낭만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작성일 작성자 JOHN CENA

  오늘 "이란 대 일본"의 준결승을 본 축구 팬들 대다수가 앞서가는 일본”, “한국 축구의 암담한 현실에만 주목하는 것 같지만, 저는 관중석에 있던 이란 축구 팬들의 표정을 보면서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불안한 정치 상황과 경제 제재로 인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로지 타고난 신체 조건과 운동신경만을 믿고 우승을 향해 달려온 선수들과 그 선수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했던 관중들의 좌절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 기간중 일본 대 오만경기 이후로 일본의 심판 매수, 막강한 자금력과 스폰서를 활용한 로비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오늘 이란전 승리 이후에는 갑자기 그런 얘기들은 쏙 들어가고 일본의 실력을 칭송하는 목소리만 힘을 얻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오만전 심판매수를 성토해 왔던 사람들은 공연히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생트집을 잡은 것에 불과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일본이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은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이 된 상태에서 심판의 도움까지 얻어서 날개를 달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애초에 실력도 없는 팀이 어쩌다가 한번 심판매수로 이긴다고 해도 그건 별로 무서울 게 없습니다. 조금 지나고 나면 다시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탄탄한 실력이 밑바탕에 깔린 팀이 심판매수까지 더해서 날개를 단다면? 그건 그냥 천하무적일 수밖에 없죠.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일본 vs 오만경기를 보면 그러한 성격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이 오만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두 나라가 축구 시합을 하면 열 번 중에 아홉 번 정도는 일본이 이기고 어쩌다가 한 번 오만에게 승리의 기회가 간신히 올까 말까입니다. 그리고 그 열 번 중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가 바로 이번 아시안컵 조별예선 경기였던 거죠. 그런데 그 단 한 번뿐인 기회가 오심, 정확하게 말하면 심판매수에 의한 편파판정으로 날아가버린 거죠.

 

   항상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나 아시안컵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일본의 경기를 보면 뭔가 아슬아슬, 비틀비틀하면서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은 꾸역꾸역 이기면서 어떻게든 최종 결과는 대부분 1위를 차지합니다. 그 과정에서 심판매수’, ‘오심’, ‘편파판정등에 대한 잡음도 유난히 많고 합리적 의심도 꾸준히 제기되는데 그게 실제로 적발이 돼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이번 대회였던 거죠. 하지만 또 일본이 최종 결과에서 우승 또는 최소한 준우승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그간의 심판매수 이야기는 그냥 묻혀버리고 모든 게 정당화돼버리는 거죠.

 

   ‘일본 대 오만경기의 심판매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일본의 실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선수들의 기본기, 국가의 경제력, 축구협회의 행정력, 시스템, 인프라 등등 모든 면에서 오만은 일본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만을 열심히 응원했던 건 언더독의 반란을 기대하는 마음, 축구의 묘미, 축구의 낭만이런 것을 기대했던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오만은 일본을 1 0으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판매수로 인해서 그러한 최소한의 이변의 가능성조차도 완전히 차단이 돼버린 것이고 언더독의 반란같은 낭만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되는 냉엄한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패배한 팀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한들 다시 붙으면 일본이 이길 가능성이 99.9%. 애초에 평소실력이나 시스템, 인프라 이런 데서 상대가 안 되니까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일본이 승승장구하면서 타이틀이 하나씩 추가가 되면 그간의 지저분하고 추악했던 과정은 모두 묻히게 되고 모두들 앞서가는 일본’, ‘체계적이고 치밀한 일본을 그저 칭송하기에 바빠집니다.

 

   오늘 이란 선수들의 경우에도 심판이 좀 짜증나게 하니까 한순간에 멘탈이 붕괴되면서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론 진정한 강팀이라면 그런 데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란이 정말로 일본에게 3 0으로 개박살이 나야 될 정도로 허접한 팀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이란의 모습은 평소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이란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란은 국가의 경제력이라든지 축구협회의 행정 운영능력, 축구에 대한 투자나 시스템, 인프라 이런 걸로 치면 우리나라보다도 더 막장이지만 그럼에도 이란의 승리를 기대했던 건 그저 탁월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 선수들의 재능, 딱 그것뿐이었습니다. 만약 벨기에나 나이지리아 선수들 정도의 천부적인 운동신경과 재능이라면 그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월등한 실력으로 압도해 버렸겠죠. 하지만 이란 선수들이 그 정도까지의 급은 아니다 보니까, 서로 고만고만하게 비등비등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변수나 심판의 장난질 이런 거에도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아시아 축구에서 심판매수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80년대에도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 등의 심판매수가 있었고 90년대에도 일본의 심판매수가 있었지만 그때는 우리가 실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넘어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더티플레이나 편파판정 등에 말려들어서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하면 비겁한 변명으로 치부돼서 욕을 더 심하게 얻어먹곤 했었죠.

 

   2000년대 이후 들어서는 아예 기본적인 실력 자체에서 우리가 일본을 확실히 앞선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본이 앞서간다는 얘기는 이미 그때부터 나오기 시작했죠. 만약 축구협회의 운영능력이라든지 체계적인 시스템, 인프라 이런 것만이 최고의 덕목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진작에 축구 때려쳤어야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축구를 못 끊은 건 10년에 한 번씩 로또대박을 터뜨리면서 희망고문을 했기 때문이죠.

 

   사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던 당시에도 순수하게 평소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가 일본보다 확실히 앞선다고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로지 선수들의 투혼, 정신력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혹시 심판이 살짝 장난질이라도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리고 이제 앞으로 펼쳐질 매 대회마다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손의 미묘한 장난질이 계속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아직도 많은 축구팬들은 우리나라 축구협회가 대오각성하고 풀뿌리부터 착실하게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육성을 해서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다가는 아마 화병 걸려서 제 명에 못 죽을지도 모릅니다.

 

   여태까지 한국 축구가 버텨온 건 오로지 선수들의 투혼하나만 믿고 버텨왔고, 2002 월드컵 4강신화, 2012 올림픽 동메달 신화 같은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그 낭만때문에 도저히 축구를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어서 마약처럼 빠져들고 희망고문이 지속되어 왔던 거죠. 그런데 이번 아시안컵을 쭉 지켜본 결과, 앞으로는 그러한 최소한의 낭만조차도 정말로 개나 줘버려야 되는 시대가 왔다는 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축구에서 체계적인 투자와 육성’,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과 인프라이런 것만이 최고의 덕목이라면 유럽의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맨날 짱먹어야 되고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은 당장 축구를 때려쳐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일본처럼 세계 3위의 경제 선진국에 축구 인프라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나라는 계속 승승장구하고 아프리카의 카메룬, 나이지리아, 가나, 이집트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나라들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려야 정상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축구 팬들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2의 펠레, 마라도나가 나오기를 고대하면서 천부적인 재능에 의존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축구에 매력을 느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나, 나이지리아처럼 천부적인 신체조건과 재능만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그런 팀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축구의 낭만이라는 거겠죠.

 

   실제로 20세기에는 그러한 축구의 낭만이 어느 정도 통했었는데, 21세기 들어서는 점차 그러한 낭만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하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더 이상 축구 왕국의 지위를 지키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고 아프리카의 돌풍의 팀들은 그 상승세가 꺾여가고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서도 한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처럼 선수들의 재능이나 체력,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팀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경제력으로도 세계 10위권~20위권 정도의 상위권에 들고 축구에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자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축구 팬들이 항상 혈압이 올라서 뒷목잡고 쓰러지는 이유는 우리의 비교대상이 언제나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돈 싸움으로는 일본을 당해낼 재간이 없고 축구협회가 대오각성해서 일 제대로 하는 걸 기대하다가는 아마 울화통 터져서 제 명에 못 죽을 겁니다.

 

   그나마 한국 축구가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라고는 오로지 선수들의 체력, 정신력, 투혼뿐이었습니다. 그저 악으로 깡으로근근이 버텨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심판이 살짝만 장난질 좀 쳐주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멕시코전과 아시안컵 바레인전 등에서 실제로 오심의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봤자 실력도 없는 주제에 심판 핑계나 댄다는 욕이나 쳐먹기 일쑤입니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느낀 게 한국이나 일본이나 겉보기에는 압도적으로 강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졸전 끝에 꾸역꾸역 이기면서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모습이 얼핏 비슷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은 기본 실력 자체도 간당간당한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판 판정에서도 대부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은 기본 실력 자체도 탄탄하게 뒷받침이 된 상태에서 심판의 도움까지 더해서 날개를 단 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악으로 깡으로근근이 버티는 것조차도 아예 원천봉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스포츠는 곧 이고, ‘투자만이 결실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축구를 못 끊는 이유는 축구의 낭만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월드컵에서 북한, 세네갈, 코스타리카 같은 팀들이 8강에 진출하는 언더독의 반란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언젠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개박살내고 월드컵에서 16, 8, 4강에도 진출하는 그런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정말로 그런 축구의 낭만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미 모두들 일본 축구의 성공을 칭송하면서 우리나라 축구협회를 개탄하다가 울화통 터져서 뒷목 잡고 쓰러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거기다가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친일 종자들과 일베충들이 합세해서 갓본, 조센징운운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화를 돋구고 열받게 하는 걸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 이란 선수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의 탁월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만 가지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여실히 보였습니다. 국가의 경제력이나 시스템, 인프라도 뒷받침이 돼주지 못하고 거기에 심판까지 살짝 짜증나게 하면서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중석에서 이란을 응원하던 팬들의 그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더욱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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