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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최승현] by별유

작성일 작성자 별유






ㅇㅇ은 볼을 스치는 찬바람도 무시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학교에서 카페까진 걸어서 10분, 뛰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꽤 가까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ㅇㅇ은 무작정 뛰었다.



[학교 앞 투썸으로 와.]

[커피 안돼. 생과일주스 콜?]



무음상태인 휴대폰을 뒤집어 놓은 게 잘못이었다.

메시지는 한 시간 전부터 답장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으악”





아슬아슬 계단을 내려가던 ㅇㅇ가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다시 머리를 헝클었다.


있어야 할 휴대폰이 없었다.


여러모로 일이 안 풀리는 ㅇㅇ이었다.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투썸 플레이스입니다~”


“하아... 하...”


ㅇㅇ은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직원을 향해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곤 간신히 침을 삼키며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구석구석 눈길을 던지며

아는 얼굴을 확인하던 ㅇㅇ은 순간,







“...하아...”


깊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걸음을 뗐다.


하얀 햇빛이 드는 창가 자리엔

꼭 낯이 익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1시간 내내 저 자리에 앉아 있었을

메시지의 발신자이자


그녀의 하나뿐인 ‘애인’이.





“후....”


“아 깜짝아,”


“죽을 거 같아...”


“뛰어왔어?”


“엉...”


“자알 한다”


“하아...”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ㅇㅇ을 보며 피식 웃는 승현



“주스?”


“물”


“무울- 오케이”


ㅇㅇ의 답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선 승현이

물을 가지러 가던 것도 잠시,

옆으로 몸을 돌려 ㅇㅇ의 머리칼을 하나하나 정리해줬다.


“격하게도 뛰었네”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알아. 안 봐도 비디오지”


“나 진짜 완전 깜짝 놀랐다고오”


“으유”


ㅇㅇ의 징징거림도 이젠 익숙하다는 듯

볼을 한번 꼬집곤 걸음을 옮기는 승현.

물 한컵을 가져다주더니 이내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뭐했어”


“뭐가”


“1시간동안”


“공부했지!!!!”


“와, 그럼 일부러 답장 안 한 거냐?”


“아니??!?!!!”


“그럼”


“무음으로 해놔서 안 들렸어. 뒤집어 놓기도 했고”


“흠”


“진짜야!!!!!!”


“잔 거 아니고?”


“누구, 나? 아니? 나 안 잤는데? 공부했어!!”


“.......”


“진짠데”


ㅇㅇ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자

고갤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 승현


“근데 오빠”


“응”


“계속 여기 있었던 거야?”


“응”


“나 안 오면 어쩌려고”



“쳐들어가려고 했지.”


“학교로?”


“응”


“어? 근데....”


승현이 ㅇㅇ의 고민하는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커피 잔을 입에 댔다.


“나한테 전화 안 했잖아”


“뭐가”


“아니, 애인이 한 시간이나 연락 안 하면

걱정되고 그러지 않나?”


“당연히 걱정 되지”


“근데 전화 한 통을 안 해?”


“음...”


“음?”


“으으음....”


“.......”


“너 공부하는 거 방해할까봐 그랬지.

도서관에 있는 거 다 아는데”


“.......”


“어차피 했어도 못 받았잖아 너”


“실망이다”



“푸하. 뭐?”


“완전 대 실망이야 최승현 씨”


“크흐흐....”


“사랑이 식었네, 식었어”


“그런 거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야”


“맞아”


“아니라고”


“맞다고오”


“맞긴 개뿔이 맞냐?”


“아니긴 개뿔.”


ㅇㅇ가 살짝 창밖으로 고갤 돌렸다.

자기도 모르게 고인 눈물을 들키기 싫어서였다.


별 거 아닌 줄 알면서도 ㅇㅇ은 왠지 서운했다.


정말 사랑이 식은 건가,

우리가 예전 같지 않은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바뀌는 게 여자들 마음이라던데

이럴 때 괜히 눈물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인건가.


이래저래 마음이 약해지는 ㅇㅇ이었다.



“후...”


“.......”



“ㅇㅇ아”


“왜”


“나 봐”


“싫어”


“나 좀 봐봐”


“아 왜”


“안 볼 거야?”


“.......”


“안 보여줄거야 얼굴?”


“그래”



“어우 저 울보”


“뭐어?”


승현은 대답도 채 듣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옆으로 가서 앉더니 ㅇㅇ을 품 안에 끌어안았다.


“왜 우는데”


“.......”


“뭐가 또 그렇게 서운했어, 응?”


“사랑이 식었잖아...”


금세 울먹거리는 ㅇㅇ.

귓가에 울리는 승현의 나긋나긋한 목소릴 들으니

더 울컥하는 듯 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맞아”


“아니야”


“맞아”


“하아, 하여간 말 참 안 들어요”


“.......”


“진짜 토익 공부하는 거 방해할까봐

전화 안 했다니까?”


“.......”


“뭐, 옆에 인사관리? 그런 것도 있고”


“...어?”


“회계원리 책도 봤고.

공부할 게 아주 산더미던데 ㅇㅇㅇ 씨?”


뭔가 수상함을 감지한 ㅇㅇ가 몸을 떼려 하자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귀에 속삭였다.


“근데 그렇게 세상모르고 자고 있음 어떡해.

옆에 누가 앉는 것도 모르고

침 흘리는 거 구경하는 것도 모르고”


“헐”


“뽀뽀하는 것도 모르고...”


“.......”


“푹 잘 자길래 못 깨우고 나왔어 그냥.”


“진짜?”


“그래”


간신히 품에서 벗어난 ㅇㅇ가

동그란 눈으로 승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고갤 비틀며 살짝 째려보는 승현


"사랑 안 식은 거 맞지?”


“.......”


“대답 안 해?”


“.......”


“해”


“으응...”


“크게”


“응...”


“더”


“......”


“......”


“씨이...”


“어어?”


“나한테 왜 그래!!!!”



“....어?”


“흐어어엉....”


“어어...!!! 미안 미안. 울지마”


“다 너 때문이야!!!!”


“어 맞아. 다 나 때문이야

미안해 ㅇㅇ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ㅇㅇ이를 다독이는 승현.


쉴 새 없이 훌쩍거리는 ㅇㅇ의 어깨를 꽉 안은 채

미안하단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

.

.





“이제 좀 괜찮아?”


“응”


“와... 오늘 왜 이렇게 다이나믹하지?”


“.......”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미안”


“미안하면 그런 말 하지마.

사랑이 식었다느니 어쨌다느니...”


“응”


“사랑이 호빵도 아니고”


“.......”



.......



“이따 사줄게”


“응”



“크흐”


“헤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서로 마주보며 빙그레 웃는 두 사람


싸우고 울다가 다시 웃는 이런 과정이

이들에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오빠 근데 왜 여기 있어? 회사 간다 그랬잖아”


“일 빨리 끝내고 튀어나왔지.

너랑 점심 먹으려고”


“토요일에도 회사 가는 불쌍한 내 남친”


“그러게 말이다. 울고 싶은 건 난데”


“울어”


“그럴까”


“응. 내가 위로해줄게”


“크흐. 됐어”


“진짜야! 이리와 봐. 누나 품에서 울어”


양팔을 옆으로 활짝 펴는 ㅇㅇ을 

가만히 보던 승현이 씨익 웃으며 입을 뗐다.



“누나”


“엉”


“퉁퉁 부은 눈이나 좀 어떻게 하고 위로해주시죠.”


“아 씨...”


“코맹맹이 소리도 해결하고”


“스읍, 누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ㅇㅇ가 승현을 째려보며 입술을 살짝 물었다.

하지만 승현은 상관없다는 듯 턱에 손을 괸 채

ㅇㅇ을 빤히 쳐다봤다.


“ㅇㅇ아


“뭐”


“어디 가서 울지마


“어?”


“함부로 울지 말라고”


“안 울어!!!”


“남들이 보면 놀라”


“씨”



“내 눈에만 귀여우면 됐지 뭐”


“그럼 뭐, 남들 눈엔 징그럽단 얘기냐?”


“.......”


“대답 안 하지”


“.......”


“쳇”


“점심 뭐 먹을까? 메뉴 정해봐”


“말 돌리지마”


“밥 먹고 데이트 하자.

너 보고 싶어했던 영화도 보고...”


“.......”


“시간 되면 전시도 보고”


“.......”


“아, 넥타이도 사러 가야겠다. 네가 골라줘”


“흠...”


“중간에 호빵은 꼭 먹자”


“그래”


“푸흐...”


“아 잠깐”


“왜”


“나 오늘은 못 생겨서 안 돼”


“아 뭐야”


“옷도 별로고, 얼굴도 부었어.

화장도 제대로 안 했단 말야.

안돼 안돼. 오늘은 안돼”


“괜찮다니까? 예뻐 귀여워”


“아냐. 오늘은 도서관 패션이었다고.

이렇게 입고 데이트 할 순 없어”


“.......”


“밥만 먹고 헤어져”



“야”


“밥도 이 근처에서만 먹자. 뭐 먹지?”


“싫어. 오늘 무조건 데이트야.

머어어어얼리 가야지-”


“아 싫어!!!!!!!!!!!”


“나도 싫어. 너 공부한다고 맨날 나 안 만나줬잖아”


“오빠가 더 바빴잖아!!!!!”


“그러니까 오늘이 딱이지. 데이트하기 좋은 날”


“아이 씨.. 아닌데...”


“너 지금 완전 귀여워. 막... 애기 같아.”


“죽을래? 아깐 징그럽다며!!!!”


“내 눈엔 귀엽다고 했잖아. 진짜 귀엽다니까?”


“어디서 약을 팔아”



“진짜야 진짜 흐흐”


승현이 손을 내밀어 ㅇㅇ의 볼에 대자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


“나 진짜 거지같은데 오늘...”


“하나도 안 거지 같아”


“....공부도 해야 되는데”


“자고 있었잖아”


“.......”


“선택해. 나야 공부야”


“헐”


“최승현이야 토익이야”


“.......”


“대답해”


“최승현”


“다시”


“최승현”


“크게”


“너, 너라고 너”


ㅇㅇ의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이젠 양손으로 ㅇㅇ의 볼을 부비적댔다.



“잘했어 내 새끼”


“아 하지마!”


“이리와 뽀뽀하게”


“싫어!!!”


“그럼 내가 가야지”


“꺅!!!!”


헤헤 웃으며 ㅇㅇ의 옆으로 온 승현.

얼굴을 붙잡곤 이쪽저쪽 마구마구 입을 맞췄다.


“.......”



“ㅇㅇ아”


“왜”


“사랑한다”


“...가, 갑자기?”


“어”


“.......”


“비록 눈은 많이 부었지만....”


“야!!!!!!!”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꺼져!!!!!”


“스읍, 어디 하나뿐인 애인한테 꺼져야 꺼져가”


“꺼지라고오!!!!!”


“싫어 안 꺼져”


“저리 가!!”


승현은 ㅇㅇ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꽉 껴안았다.

ㅇㅇ은 주변 사람들 눈치 보기 바빴지만

그 품이 마냥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서려있었다.










“뭐 먹을래”


“글쎄”


“먹고 싶은 거 다 말해봐”


“음...”


“.......”


“.......”


“파스타?”


“싫어. 느끼해”


“그럼 한식 어때”


“매운 거 먹고 싶어”


“매운 거? 그럼 매운 갈비찜 먹자.

너 좋아하잖아”


“어제 먹었어”


“누구랑”


“엄마랑”


“아......”


“난 좀, 매우면서도 뭔가 상큼하고 양도 많고..

기분 좋은 그런 거 먹고 싶어”


“.......”


“뭐가 있지?”



“없어 그런 거”


“씨...”


단호한 승현의 답에 입꼬리를 주욱 내리는 ㅇㅇ


“오빤 뭐 먹고 싶은데”


“나는... 국물 있는 거”


“어 그래! 좋아!”


“뭔 줄 알고”


“그냥 다 좋아!”


승현이 ㅇㅇ을 따라 빙긋 웃었다.



“그럼 수제비 먹으러 갈까?”


“아니. 나 밀가루 싫어”


“.......”


“아 근데 칼국수 칼칼하게 하면 맛있지 않나?”


“.......”


“칼국수 먹을래?”



“하아...”


“아니다, 어제 친구가 그랬는데

이태원에 진짜 맛있는 태국 요리집 있대.

거기 갈래?”


“.......”


“오빠 생각은 어때?

오빠가 하자는 대로 할게”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는 승현.

ㅇㅇ의 손을 잡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자고? 지금?”



“네가 덜 배고파서 그래”


“엉?”


“많이 배고파지면 어디든 들어가게 될 거야”


“.......”


“뭐든 맛있게 먹고”


“........”


“도서관에 있는 짐부터 챙기자.

내 새끼 배고파지게”


“오빠”


“어”


“오빤 날 너무 잘 알아”



“당연하지”



딸랑- 딸랑-



두 사람이 피식피식 웃으며 밖으로 나가자

카페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

.

.



카페에서 나누는

참 의미 없지만 소중한 기억이 될 이야기

 


.

.

.








(재업로드된 글입니다)

(상풀에 연재됐던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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