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


해시(亥時)를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붓을 내려놓았다.

정갈한 글자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가슴이 뛰었다.



‘...혼자였다면 지독히 쓸쓸했을 길을 함께 걸어주시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는 싶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던 중,

볼 품 없는 솜씨라도 서신이 나을 것 같아 적어본 것이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으니

기꺼이 봐주시겠지.


내 이것 때문에 버린 종이가 몇 장인데.





“흠흠”


새침한 얼굴로 옷을 차려입곤

장옷을 손에 든 채 문 밖으로 나섰다.

하품을 하며 물러간 여리는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고

다른 식구들도 조용했다.


“.......”


며칠 사이 차가워진 밤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던 것도 잠시,

다시 한 번 소매 안에 넣어둔 서신을 확인한 뒤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뒤편에 나있는 쪽문으로 향하는 길.

행여 소리라도 날까 땅만 보며 걷는 게 전부였지만

문과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이 서신을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쩌지,

그냥 없었던 일로 할까.


수많은 생각들은 걸음과 뒤엉켜 나를 재촉했고,

답을 채근하듯 빨라진 걸음 탓에

쪽문을 넘어선 것도 몰랐던 나는


“......!”


“.......”


익숙한 발을 보자마자 숨을 들이마셨다.


“.......”


“.......”


초롱을 들고 가만히 날 쳐다보는 강 판관님.

작은 불빛에 비친 그 분의 얼굴은

매번 처음처럼 가슴을 설레게 했다.


“...괜찮으시오?”


“예...”


“.......”


“.......”


“꽤나 곤해 보이는데,”


“괜찮습니다”


“.......”


“가시지요”






초록길, 분홍잎






“대부인께선 좀 어떠시오”


“차도를 보이고 계십니다.”

 

“그것 참 다행이긴 한데,”


“예?”


자의 낯빛은 그게 아닌 것 같소”


“.......”


“.......”


“이젠 제 얼굴을 들여다봐주시네요.”


“.......”


“보이지 말라 하실 땐 언제고...”


“이제와 내외가 무슨 소용이 있겠소.

지금 모습만 우스워질 뿐이지”


나와 걸음을 맞춰 나란히 걷는 강 판관님은

이제 전보다 훨씬 유(柔)한 미소를 보이셨다.


검기만 했던 눈엔 달이 찼고

차갑던 음성엔 햇살이 묻어났다.


“왜 웃는 것이오”


“아닙니다, 아무 것도”


“기도 내용은 바뀐 게 확실하오?”


“예”


“물으면 답해줄 수 있겠소?”


“.......”


“어떤... 기도인지.”


조심스럽게 묻는 그 분이 보지 못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 밤이 끝나지 않길 빈다고 말하면 이해해주실까 해서.


“어머니께서 하루 빨리 쾌차하시길 기도하지요.”


“그것이 전부요?”


“그리고,”


“.......”


“강 판관님 또한 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나의 무강이라.”


“예”


“...고맙소”


“.......”


“헌데,”


“예?”


“소매에 든 그것은 무엇이오?"


“예????”


꽥 소릴 지른 것이 마음에 걸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이래 봬도 판관이오”


“.......”


“수상한 자들만 상대하는 내가 그것 하나 모르겠소.”


“제가 수상하단 뜻입니까?”


“그렇소만.”


“.......”


“.......”


“별 거 아닙니다, 꺅!!!”


“야-옹”


새초롬하게 대답하던 찰나

별안간 나타난 괴양이(고양이)에 놀란 난

급히 그 분의 뒤로 숨었고,


덕분에 그 분은


“흠”


소매에서 떨어진 서신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서찰이라.”


“주, 주십시요!”


“내 것이오?”


“제 것입니다”


“받은 게요?”


“.......”


“누구한테”


“.......”


“사내요?”


“.......”


“맞는가 보오.”


“아닙니다”


“.......”


“.......”


“칠보지재(七步之才)였길 바라오”


“영설지재(詠雪之才)일수도 있지요”


“사내라 하지 않았소”


“그리 답한 적 없습니다”


“허면,”


“강 판관님”


“.......”


“하나만 약조해주십시오”


“무엇을 말이오”


“.......”


“낭자,”


눈을 질끈 감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곤 더듬거리며 말했다.


“서신에 쓰여있는 대로 해주시겠다고.”


“그게 무슨,”


“약조... 해주세요”


“.......”


“.......”



“나에게 주는 서신이 맞단 말이오?”


대답 대신 찬찬히 고갤 끄덕였다.

너무 부끄러워 두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서신...”


“.......”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강 판관님.

괜한 짓을 한 것 같은 염려에 땅만 쳐다보던 것도 잠시,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어 살짝 올려보자


“강 판관님!!”


벌써 서신을 펼쳐 읽고 있는 그 분이 눈에 들어왔다.


“뭐하시는 겁니까!!!”


“받은 서신을 읽고 있는 중이오만,”


“어찌 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것을, 이리,

여기, 이 길바닥에서... 제 앞에서... 어찌...”


“이보시오, 낭자”


“어렵게 쓴 서신인데, 어찌 이리 쉽게,

여기서, 바로 앞에서, 어찌...”


“알겠으니 그만 하시오. 그러다 숨넘어가겠소.”


“하...”


강 판관님이 너무 놀라 어버버거리는 날 보곤

다시 서신을 고이 접으며 말했다.


“부러 읽은 것이오. 

낭자가 거짓을 말하는 게 눈에 보여서”


“예?”


“어디 무서워서 놀릴 수나 있겠소?

그리 숨넘어갈 듯하니...”


“...헌데 판관님께선,”


“.......”


“남을 놀리는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흠흠”


“그런 분의 농을 어찌 농으로 들을 수 있겠습니까”


“미안하오. 내가 잘못했소”


“.......”


“서신은 다 읽지 못했으니 염려마시오”


“...금일은 서낭당에 가지 않겠습니다”


“아니 어찌,”


“그럼.”


“낭자!”


꾸벅 인사를 하곤 걸음을 옮겼다.

몇 번이고 부르는 그 분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금일 기도를 드리지 않은 것은

절대, 절대로

서신 때문에 부끄러워 그런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






*






“후...”


“아기 씨 한숨에 하늘이 꺼질 지경입니다”


“땅이겠지”


“치-”


입을 주욱 내밀며 내 눈치를 보는 여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볕 좋은 날, 방에만 박혀 있어야 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는 한숨처럼 들렸을 터.


“후...”


“그리 답답하시면 쇤네랑 요 앞에라도 잠깐 나가보시든지요”


“그거 아니야”


“예?”


“아니라고...”


돌이켜보니 서신에 쓴 문장이 너무 간지러워 그런 것이다.   

마치 연서마냥... 


“맞다, 아기 씨!”


“왜”


“쇤네가 어제 이현응 대감 댁에 심부름을 갔었는데요”


“우의정 대감 말하는 게야?”


“네! 근데 제가 누굴 봤는지 아세요?”


“...대감을 뵈러 갔으니 대감을 뵈었겠지”


“그렇긴 한데, 대감만 뵙고 온 게 아니니 하는 소리지요”


“허면?”


“이준기 도련님이요!”


“누구?”


“예조참의 이준기 도련님 말입니다!”


“아...”


“소문보다 훨씬 출중하셔서 얼마나 놀랬던지...”


“소문도 있어?”


“예! 눈은 강만큼 깊고, 코는 산만큼 높으며

입시울은 앵두같이 붉어서는

경국지색이라는 기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요.”


“남색이란 말이냐?”


“예?? 아기 씨!!!”


“하하. 기녀보다 예쁘다길래.”


“여인네만큼의 미색이긴 하나 남색은 아니실 겁니다!”


“너의 바람은 아니고?”


“아니에요!!!”


버럭하는 여리를 보며 얄밉게 웃다가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대감마님께서 나오셨나 봅니다”


“글쎄...”



“대감마님! 한성부 판관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한성부 판관?”


“.......”


“판관 나리라 하면... 혹시 저번에 그,”


여리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아기 씨!!”


그리곤 사랑채를 향해 뛰었다.


그 분이 맞다면, 

밝은 날에도 그 분을 볼 수 있는 거라면.


“강 판관 아니신가. 어서 오시게나”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하고 말고. 자네는 어떠한가”


“어려운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허허. 그럼. 그래야지”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사랑채 기둥 옆에 기대어 섰다.

판관께선 말끔한 차림으로 

아버지와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강만큼 깊은 눈에, 산만큼 높은 코,

앵두 같이 붉은 입시울이라-

그 주인은 여기 있는 것 같은데.


“판윤대감의 서찰을 들고 왔습니다만.”


“들어오시게.”


“예, 대감”


사랑채 안으로 들려는 그 분의 모습을 더 보기 위해

고갤 빠끔히 내밀던 순간,


“.......”


“.......”


갑자기 옆을 돌아본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


“.......”


화들짝 놀란 나와는 달리

정갈한 미소를 보이곤 사라진 그 분.


.......


가슴에서 들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조바심이 날 만큼

지금 내 심정은, 내 마음은,


마치 큰 구룸에서 떨어지는 빗줄기가

바닥을 수도 없이 때리는 것과 같았다.


“후...”


“여기서 뭐하십니까?”


“엄마야!!!”


속도 모르고 나타나 심드렁한 얼굴로 묻는 여리


“그리 급하게 나가시더니”


“서, 서있잖아!!”


“.......”


“기둥 옆에...”


“나리는 어떻게 아시는데요?”


“뭐?”


“판관 나리요.

아까 두 분이 서로 인사하시는 거 봤습니다”


“인사? 무슨 인사? 그런 거 안 했는데?”


“보고 웃으셨잖아요”


“내가?”


“나리는 웃으셨고 아기 씨는 놀라셨지요”


“아니야”


“맞습니다”


“아니라니까?”


“맞습니다”


“아니라면 아닌 거야”


“혹 그날 이후로 또 만나신 겁니까?”


“뭐, 뭐?”


“절에 다녀오신 날이요”


“.......”


“호위무사로 동행하신 분, 맞으시지요?”


“.......”


“아기 씨”


“판관께선 판관의 역할을 하신 거고

난 기도를 드리고 왔을 뿐,

아무 일도 없었고 다른 일도 없었어.

그날 이후로도... 쭉”


“흠...”


“왜 그렇게 보는 게야?”


“쇤네 눈은 못 속입니다 아기 씨”


“어?”


“분명 뭔가 있어요. 두 분”


“아니라니까?!?!”


“밖에 ㅇㅇ이 있느냐”


“헙”


아차 싶었다.

작게 말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있느냐 물었다”


“예, 예 대감마님- 아기 씨 계십니다-”


“예 아버지”


“손님이 오셨다. 다과를 내오너라”


“예...”


얼떨떨한 목소리로 답하는 날 두고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는 여리.


“여리야!”


“기다리고 계셔요! 금방 내올게요!”


여리의 댕기만 쳐다보다 방문 앞 대청마루에 걸터앉았다.

안에선 두 분의 점잖은 대화가 오가는 것 같았다.


“내 여식일세”


“알고 있습니다”


“아픈 어미에게 지극정성이지.”


“.......”


“다른 소저들과는 다르다고 내 얘기 했었나?”


“예 대감. 총명하다 하셨었지요”


“그랬지. 맞네. 천방지축이긴 하나 총명하고 영특하네.

뭇 사내들보다 나아”


“이제 말에는 잘 오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말?”


“.......”


“...글쎄.”


“.......”


“오라비를 닮아 잘 탈걸세”


“.......”


“많이 닮았어. 아주 많이”


입술을 깨물며 널뛰듯 뛰는 맥을 가라앉혔다.


“그 아이에게 승윤이가 있어.

오누이지간이니 당연하겠지만, 

유난히 그 아이가 승윤이를 닮았네.”


“.......”


“더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 일찍 갈 아이가 아닌데...”


“허나 대감”


“.......”


“따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


“하나 뿐인 여식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


“어떤 의미인가 말일세”


“아기 씨!”


“.......”


“아기 씨?”


멀찌감치 서서 불러대는 여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륵, 눈물이 흘렀다.

아무 소용도, 의미도 없는 눈물이었다


“상 봐왔는데 이 정도면 될까요?”


“.......”


“차는 아직 준비가 덜 된지라 상부터 들이는 게 나을...”


“네가 들어가”


“예?”


“난 반기지 않으실테니”


“아니, 아기 씨!”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여리를 지나쳐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그래봤자 이 담벼락 안이겠지만.






*






                      






“아기 씨!”


“.......”


“여기 계셨어요?”


“.......”


“밖에 나가신 줄 알고 찾았는데...”


쪽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여리.


“판관님께선,”


“아까 가셨지요. 아기 씨 찾으셨는데...”


“나를?”


“예”


“....아버지는?”


“.......”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여리를 힐끔 쳐다보다

다시 땅으로 고갤 떨궜다.


“됐다”


“...들어가시지요”


“바람 좀 쐬다 갈게”


“그치만,”


“.......”


“예...”


나보다 더 풀죽은 얼굴로 돌아가는 여리.


여기 이렇게, 날 찾지도 원하지도 않는 집에서

매일을 억지로 숨 쉬어야 하는 나보다 더 슬픈 얼굴로.


“후...”


하늘도 야속하시지.

그나마 삶을 갈구했던 어제가 원망스럽네.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내 눈 꼭 감고 몸을 맡길 수 있으련만.


“두렵지 않은 죽음이 될 수 있으련만.”


“두려워하시오.”


“.......”


“죽음을 두려워하시오. 그만큼 삶을 소원하시오.”


“강 판관님...”


“그게 어렵소? 그럼 남을 위해서라도 사시오”


“.......”


“.......”


“누굴 위해 살면 좋겠습니까”


“.......”


“제게 누가 있지요? 누구라도 있습니까? 제게?”


“있지. 그대 앞에”


“.......”


“보고있지 않소”


“.......”


하늘 꼭대기에 닿을 듯 높이 서있는 그 분을

목이 빠져라 올려봤다.

담벼락 그림자에 가려 보일 듯 말듯 했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눈망울. 그 하얀 눈.


“낭자”


“.......”


이내 내 앞에 쭈그려 앉는 그 분.

나와 눈을 맞추던 것도 잠시,

얼굴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말했다.


“우셨소”


“...아닙니다”


“물은 것이 아니오.”


“.......”


“울었소 낭자. 낯빛이 그러하오”


“.......”


“울지 마시오”


“울지 않습니다”


“.......”


“.......”


“손이 더러워졌소”


“.......”


“그리 오랫동안 흙만 만지고 있으니 이런 것 아니오.”


흙먼지가 묻은 내 손을 도포자락으로 닦아주는 그 분


“낭자”


“.......”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


“해도 되겠소?”


“무엇인지 들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


살짝 미소짓는 그 분을 따라 나도 입꼬리를 올렸다.


“낭자”


“예”


“햇빛 아래 낭자를 보니 참 좋소.”


“.......”


“더 잘 보여서 좋소. 

초롱불은 비추고 싶은 것만 비추거든”


“.......”


“반갑다는 뜻이오”


“소인 또한 그러합니다.”


“알고 있소. 그러니 내가 왔단 얘길 듣고

그리 빨리 뛰어온 것 아니오”


“예??”


“내 말이 틀렸소?”


“아니, 예!!!”


“틀렸소?”


“....예”


“진정 틀렸소?”


“.......”


“낭자는 내가 반갑지 않은가 보오.

서신에 거짓을 쓴 것이오?”


“서, 서신이요?”


“내 오늘 서신에 쓰인 낭자와의 약조를 지키려 했건만”


“약조 말씀이십니까??”


“되었소. 반가워하지도 않는 사람과 내 뭘 하겠소.

이만 가볼 테니 혼자 흙을 만지든 돌을 던지든 

마음대로 하시오”


“강 판관님!!!!”


무심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 분께서

몇 걸음 멀어지다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나 또한 금일은 서낭당에 가지 않을 것이니

낭자도 나오지 마시오”


“.......”


“아시겠소?”


“...소인은 갈 겁니다”


“.......”


“판관께선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괜찮습니다”


“.......”


“허나 약조는,”


“말 안 듣기로는 낭자가 한양 바닥에서 최고일 게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릴 저으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 분.


“예?”


이내 내 손을 잡곤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뒷골목으로 향했다.


“어쩌겠소. 이러나저러나 우린 한 배를 탔는데.”


“.......”


“그대가 밤길 무서운 줄 모르고 나온다 하면 

잔말 말고 따라야지”


“강 판관님,”


“나 없이 갈 수 없소”


“.......”


“금일은 더더욱.”


“.......”


“죽음도 두렵지 않다하지 않았소. 

혹여 하늘이 낭자의 기도를 들어주기라도 한다면,”


“.......”


“낭자는 막을 수 없어도

하늘의 뜻은 막아봐야 하지 않겠소”


“무슨 수로 하늘의 뜻을...”


“낭자보단 쉬울 듯한데”


피- 나의 한숨 섞인 웃음에 옅은 미소를 보이시는 그 분


“그댄 참 별난 사람이오. 아시오?”


“판관님도요.”


“낭자만큼은 아니오”


“글쎄요”


“...오늘도 나의 무강을 기도해주시오. 다른 거 말고”


“.......”


“그 전에,”


한참을 어디론가 향하던 판관께서

날 어느 민가 앞에 세우며 말씀하셨다.


“약조부터 지켜드리리다”


“예?”


“들어가면 침선가가 있을 것이오.

그이가 주는 옷으로 환복하고 나오시오”


“환복이요?”


“누구의 간섭 없이 도성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이 소원이라 하지 않았소.

그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나의 약조고”


“그랬지요”


“낭자와 내가 저자거리라도 나서면 모든 이의 환심을 살 것이오.

허나 양반 사내 둘이면,”


“.......”


“기방에 가나 하겠지.”


“해서,”


“해서,”


판관께서 말없이 고갯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당황한 마음에 뭐든 여쭤보려 했지만

판관께서 날 안으로 밀어 넣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한 시가 급하오. 말도 준비하라 일렀으니”





.

.

.





“.......”


“어떻습니까?”


“그게,”


“갓끈은 이리 묶는 것이 맞습니까?”


“퍽 잘 어울리는구려.”


따듯한 손으로 갓끈을 다시 매주시는 강 판관님


“얼추 사내 같아 보이긴 하나요?”


“영락없는 낭자이오만, 글쎄, 

남들이 보기엔 어떨까 모르겠소”


“히히”


“맘에 드시오?”


“예. 장옷을 두르지 않으니 갑갑하지도 않고...

고갤 빳빳이 드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도 하고.”


“내가 보는 그대는 같소”


천진하게 웃으며 그 분을 쳐다보다

살짝 얼굴을 굳혔다.


“제 오라버니를 기억한다 하셨지요”


“.......”


“이 차림으로 어머니 앞에 서면,”


“.......”


“금방 일어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실지도 모르지”


“.......”


“그러곤 또 낭자를 찾으실 것이오.”


“.......”


“하루 종일 어머니 몰래 환복하며 

시간을 축낼 작정이 아니라면

어리석은 말은 그만 두시오.”


“.......”


“그리고 낭자는,”


그 분께서 내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알아볼 것이오.”


내가 어느 곳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날 알아봐주실 것만 같은 눈이

나의 붉어진 볼을 스쳤다.


괜시리 코끝이 찡해져 고갤 떨구려는 순간

그 분께서 볼을 감싸며 작게 속삭이셨다.


“알아본다 하지 않았소.”



나는 그 눈이, 그 손이, 그 말이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







“이름은 뭐가 좋겠소”


“음... 글쎄요?”


“뭐 떠오르는 것 없소?”


“음...”


뭇 사내들처럼 뒷짐을 진 채 저자 한 가운데를 걸었다.

내 본새를 본 그 분께서 

쿡쿡거리며 웃으셨지만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지.


“이... 준기?”


“이준기?”


“네. 그 이름이 좋겠습니다”


“...뭘 알고 하는 말이오?”


“강 판관님도 아십니까? 예조참의를 지내고 계신,”


“모를 리가 있겠소. 우상대감 댁 장남 아니시오”


“오늘 여리가 그 분을 보고 와선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


“소문까지 얘기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무슨 소문 말이오”


“뭐, 그런 거 있습니다”


“뭔데 그러시오”


“있습니다. 그런 게”


씩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펼쳤다.



차악-



“이것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히히”


“그리 웃지 마시오”


“네...”


입을 삐죽이며 부채를 접자 날 붙잡아 세우는 강 판관님


“자네 부채가 영 아니구만”


“예?”


“하나 골라보시게. 내 큰 맘 먹고 사주려 하니”


“저요? 부채요?”


퍽 인상 쓰는 그 분의 눈짓을 따라 고갤 돌리니

부채를 잔뜩 펼쳐놓은 좌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으리, 이것 좀 보고 가십시오~”


“아, 아... 부채...”


“뭐가 맘에 드는가”


“소인은, 아니, 나는...”


“.......”


“이, 이 색이 마음에 드네만.”


“맑고 깨끗한 흰색이라. 자넬 닮았구만”


“.......”


“내 이 부채에 시 한 수 남겨도 괜찮겠는가”


“자네가 사는 것이니 마음대로 하시게나.”


쏠쏠한 재미가 느껴져 조그맣게 웃어보이자

판관께서도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씀하셨다.


“알겠네. 기대하시게”


“좋을 대로”


“얼만가”


값을 치르는 그 분을 쳐다보다 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장이 선 저자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좌판을 펼쳐놓은 상인들과 

그 사이를 정신없이 뛰노는 아이들.

수염을 만지며 점잖게 걷는 선비들 뒤로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선 기녀들까지.


내가 지내는 작은 담벼락 안 세상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가세”


“.......”


“이보게”


“.......”


“...낭자”


“예?”


“갑시다”


“예”


앞서 걷는 그 분의 널따란 등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판관께선 몸집이 큰 사내가 반대편에서 걸어올 때면

꼭 내 앞을 가로막으며 나지막이 물으셨다.


“괜찮소?”


“아무렇지 않습니다만.”


“조심하시오”


“조심할 일이 있어야 조심하지...”


“뭐라 하였소?”


“예? 아닙니다, 아무 것도...”


수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강 판관님.

괜히 옆으로 고갤 돌렸다가

다시 그 분을 쳐다보며 물었다.


“흠흠. 말은 어디 있는가?”


“.......”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준비는 했지”


“.......”


“자네가 오를 수는 있으려나 심히 염려되지만.”


“나 대장부일세!!!”


“.......”


“나 같은 사내가 그깟 말에도 못 오를 거라 생각하는 겐가?”


“그렇네만”


“어, 어찌!!!”


“푸흐...”


“웃지 마시게!!!!”


“웃긴 걸 어떡하나”


“.......”


“마음 같아선 기방에 데려가 네 발로 기어나오게 만들고 싶네만,”


“.......”


“벗을 울릴 순 없어서 말이야.”


“날 울릴 작정이었는가?”


“놀래킬 작정이었네. 타시게”


“예?”


멈칫하며 판관께서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두 필을 준비할 걸 그랬나”


거리 끝 말뚝에 묶여있는 말이 보였다.


“저, 정녕 말을...”


“같이 달려야 맛인데. 아니 그런가”


“준비하신 것입니까?”


“.......”


“.......”


“이제 벗 놀이는 그만 하는 것이오?”


“.......”


“...오를 수 있겠소?”


천천히 고갤 저었다.

벌써 오래 전 일인 걸요.


“자,”


“.......”


그가 무릎을 굽히며 날 쳐다봤다.


“어서”


“.......”


“다른 이들 눈에 띄기 전에 어서 오르시오.

사내에게 무릎을 내주는 것만큼

이상한 모양새도 없으니”


미소짓는 그 분을 보며 망설이다

살짝 무릎을 밟아 말 위로 올라탔다.


“어어!!!”


“발을 여기에, 그렇지.”


“어? 어!!!”


“허리는 세우고”


“으악!!!”


“괜찮소, 괜찮소”


“갑자기 말이 튀어오르거나 그러면!!!”


“그럴 일 없소”


“앞으로 뛰어나가기라도 하면!!”


“염려 말고 숨을 크게 쉬어보시오”


“.......”


“어서”


“후.......”


그 분께서 시키신 대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작은 손길로 말을 토닥이니

나도, 말도 모두 진정되는 것 같았다.


“보시오. 아무 일도 없지 않소”


“.......”


“이럴 땐 겁이 많구려, 낭자”


“흠흠...”


푸흐, 하며 웃는 그 분을 살짝 흘겨보다

고갤 빳빳이 세우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뭐가 말이오”


“소인의 자태 말입니다”


“자태라...”


“.......”


“나비 같소”


“예?”


“하하”


“.......”


“무리가 아니라면 절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하는데 괜찮겠소?”


“예?”


“여기서 벗어나면 내 제대로 가르쳐 드리리다”


“...좋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비는 그럴 것 같았다.





.

.

.






절로 향하는 길에 나타난 넓은 들판.

묵묵히 말을 끌며 걸음을 옮기는 그 분의 옆모습을 쳐다보다

뉘엿뉘엿 저무는 해의 속삭임에 눈을 감았다.


“후...”


“.......”


“.......”


“그리 좋소?”


“예?”


“눈까지 감을 만큼”


“아...”


“그렇다고 혼자 나오진 마시오. 위험하니”


“.......”


“.......”


“사내들이 부럽습니다”


“.......”


“.......”


“사내라 하여 다 말을 타는 것은 아니오.

다 잘 타는 것도 아니고.”


“판관께서는요?”


“내 직책을 잊은 것이오?”


“.......”


“말만 잘 타는 것이 아니라,

말 위에서 검과 활까지 다뤄야하오. 나는”


“.......”


“그러니 이렇게 좋은 스승 만난 걸 복으로 생각하시오”


“예?”


“흠흠”


순식간에 말에 오르신 판관님.

내 허리춤을 팔로 감으시곤 고삐를 잡으며 말씀하셨다.


“헙,”


“아무 말 않고 달릴 테니 눈을 감든 소릴 지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


“내가 뒤에 있소.”


으랴, 

그 분의 천둥 같은 외침과 함께 

조신하던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햇빛 쏟아지는 넒은 들을

차가운 바람과 따듯한 입김으로 달렸다.


속이 뻥 뚫릴 것처럼 소릴 지를까 했지만 

그저 눈을 감는 것이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좋은 방도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붉은 노을의 그림자에 숨어 살포시 눈을 감았다.


“.......”


말발굽 소리 너머 들리는 그 분의 숨소리가

그 어떤 것보다 포근했다면, 이해해주실까?

할 수만 있다면 내 모든 힘을 다해 기대고 싶은 이 마음을

그 분께선 이해해주실까.


“.......”


붙잡고 있던 고삐를 놓고 그 분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나를 더 꽉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기대시오, 편히.”






*






“벌써 가시렵니까?”


“소녀랑 좀 더 있다 가시지요~”


해가 저물자 저자는 긴긴 밤을 술로 채우려는

선비들과 상인들, 기생들로 넘쳐났다.


“기방에 드나드는 이가 이렇게 많았습니까?”


귀를 때리는 기생들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자

판관께서 작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가보고 싶어 그러오?”


“아니요?”


“원한다면 내 데려가주지.”


“아닙니다!!”


입을 삐죽이며 앞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기생 여럿이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리~ 어딜 가십니까?”


“이리 와서 제 술 한잔 받으셔요~”


“왜, 왜 이러시오!”


“나리~”


“어어!”


하필이면 힘이 센 기생에게 잡혀

기방 코앞까지 끌려가려던 찰나,


“.......”


판관께서 단호히 내 손을 끌어 옆에 세우시며 말씀하셨다.


“재미를 모르는 사내니 힘 빼지 말고 돌아가거라”


“에?”


“재미는 저희들이 봐드릴 테니 걱정 말고 오셔요~”


“가라 하지 않았느냐”


그 분의 낮은 음성을 듣곤 우물쭈물하던 것도 잠시,

기생들은 반대편에서 오는 선비들에게 다가가

다시 콧소리를 내며 꾀어냈다.


“재미를 모른다 하셨습니까?”


“아시오?”


“.......”


“원하면 데려가 준다니까”


“됐습니다”


기방을 가리키는 그 분을 흘깃 쳐다보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얄미운 마음에 급히 걷다보니 

미처 앞을 보지 못했었는데,


“아야!”


“.......”


“아, 저, 송구합니다”


누군가와 부딪힌 후 고갤 들어보니


“...괜찮으십니까?”


묘한 인상의 사내가 서있었다.


“.......”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시고...”


“.......”


“.......”


“괘, 괜찮습니다.”


“저 또한 괜찮습니다”


“.......”



천천히 올라가는 사내의 입꼬리를 쳐다보다

뒤를 돌아 강 판관님을 찾았다.


“가, 가세. 내 많이 취한 것 같으니...”


“.......”


“입도 안 댄 것 같은데...”


“뭐요?”


“.......”


“흠흠”


왠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황급히 자릴 피했다.

차림새를 보니 보통 선비는 아닌 것 같았는데,

그 요상한 인상이 자꾸 거슬렸다.


“그 쪽이 아니오. 이리 오시오”


생각에 빠져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던 날

어느 새 뒤따라온 그 분께서 붙잡아 주셨다.


“판관님도 보셨습니까?”


“무얼 말이오”


“방금 그 선비 말입니다”


“.......”


“이상하고 별난...”


“그대와 동명이인이오만”


“예?”


“아까 그 선비 말이오. 

낭자와 같은 이름을 가졌소”


“그게 무슨,”


“이가 준기라고 하던데.”


“.......”


“오늘 낭자가 지은 낭자 이름과 같잖소.”


“허면 아까 그 분이,”


“.......”


“예조참의를 지내...”


“우상 댁 장남”


“.......”


“.......”


“소문이 그게... 그 소문이...”


“무슨 소문”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이 말이오”


“.......”


“낭자”


“.......”


“낭자?”


“에이, 아닙니다”


“뭐가 맞고 뭐가 아니란 건지,”


“판관님이 훨씬 낫습니다”


“...뭐요?”


“헙”


“뭐라 하셨소?”


잽싸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말은 튀어나온 후였다.

판관님은 미간을 찌푸리시며 내게 되물으셨고

난 머릴 세차게 흔들며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가, 가시지요. 너무 늦었습니다”


“왜 말은 하다 말고,”


“저 먼저 갑니다!!”


“낭자!!!”





.

.

.






기어코 나의 빠른 걸음을 따라잡은 그 분께선

가는 길 내내 농을 던지며 날 약 올리셨다.


허나 종종 취기 오른 사내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굳이 내 앞을 가로막아 경계하셨고,

갓끈이 풀어지려 할 때쯤이면

어찌 아셨는지 거듭 고쳐 매주곤 하셨다.


환복 해야 하지 않겠냐 물으니

금일은 늦었으니 그냥 들어가라 하셨다.

실은 미리 내 옷가지들을 여리를 통해 보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리곤 앞으로 혼자 울지 말라 하셨다.

정 울고 싶으면 소리 내 울라고.


아버지 말씀은 귀담아 듣지 말라고.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위로도 해주셨다.



쪽문에 가까워지자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던 여리가

내게 팔을 흔들었고,

그 모습을 본 그 분께선 자리에 멈춰서 내게 인사를 건네셨다.


“금일은 서낭당에 가지 않겠다 약조하시오.”


“.......”


“말까지 태워줬는데 그 정도 약조는 해줄 수 있지 않소”


“...네”


“.......”


“.......”


“밤이 깊었소. 어서 주무시오”


“판관께서도,”


“그리고, 참,”


“.......”


“영설지재 맞더이다”


“.......”


“좋은 문장을 가졌소, 낭자”


부끄러운 마음에 고갤 푹 숙이자

판관께서 피식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명일 봅시다”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그 분.

괜히 야속한 마음에 입을 삐죽이다 돌아서자

여리가 부리나케 쫓아 나와 잔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기 씨!!! 쇤네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세요??”


“응. 알 것 같아”


“복장은 이게 또 뭐고... 어유, 아기 씨 때문에 정말!!”


“별 다른 일은 없었고?”


“예, 뭐. 다행히도요. 아 참,”


갓을 벗으며 급히 안으로 들어가자

여리가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우상대감 댁에서 사람을 보냈더라고요.”


“아버지께?”


“네”


“두 분께서 나누실 말씀이 많으신가 보네”


“그럼요. 얼마나 큰일인데요 이게”


“무슨 일?”


“아기 씨, 잘 들으셔요”


“뭔데 그래”


“.......”


“여리야”


“혼담을 주고받으셨답니다”


“어?”


“혼담이요! 아기 씨랑 그 댁 도련님이랑!!”


“...뭐?”


“경사났습니다 아기 씨!!!

세상에, 아기 씨 짝이 준기 도련님이시라니!!”



.......





.

.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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