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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by별유

작성일 작성자 별유









“후...”


ㅇㅇ가 옅은 한숨을 뱉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네온사인들만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12시야? 대박”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그 깊은 밤에 사무실 책상에 앉아 야근을 하고 있자니

ㅇㅇ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머리 아파”


사실 불금도 불금이지만

진정한 짜증의 원인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연락도 없다 이거지”




‘♥잭’




잭 때문이었다. 

통화기록을 보니 온통 ‘잭’뿐인데

5시간 전부턴 문자도, 카톡도, 전화도 없는 문제의 잭.


“신났네 신났어”


ㅇㅇ은 마른기침을 하며 마지막 카톡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잭

[이따 연락할게]

[무리하지 말고]




“이따 연락은 무슨.”


ㅇㅇ의 냉랭한 목소리가 작게 퍼졌다.

넓디넓은 사무실엔 세 사람 정도 남아있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기에

혼잣말이 들릴 리는 없었다.


그걸 아는 ㅇㅇ은 더욱 대담하게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무리하지 말고? 하, 어이없어”


이모티콘도 없고 느낌표도 없고

물결표시도 없고 하트도 없는

소울리스한 메시지가 ㅇㅇ은,


“밤 12시까지 야근하는 거 자체가 무리 아님?”


굉장히 맘에 들지 않는 듯했다.


“나도 친구 있거든?!?!!!?

나도 술 마실 줄 안다고!!!!!!”


결국 큰 소리를 내고 만 ㅇㅇ.

본인도 놀랐는지 주변을 둘러보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방을 챙기며

못 다한 말을 했다.


“...딱 기다려. 잡으러 간다”





.

.

.





‘일 끝나면 먼저 집으로 들어가.

애들 얼굴만 잠깐 보고 바로 갈게’


‘애들? 누구? 약속 생겼어?’


‘응. 대학 동기들이 갑자기 보재서’


‘아~ 그럼 나 신경 쓰지 말고 만나.

어차피 야근해야 돼’


‘야근? 너?’


‘응. 늦게 끝날 것 같아’


‘몇 시에’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늦게까지 할 모양새야 지금’


‘대충 마무리 하고 늦지 않게 나와’


‘봐서’


‘.......’


‘그나저나 오빠도 바쁘겠는데? 어디서 보기로 했어?’


‘나인 바? 청담동에 있다는데 벌써 피곤하네.

사람 많을 거 같아서’


‘맞다 오늘 불금이지? 대박. 고생 좀 하겠다 오빠’


‘너만큼은 아니야’




.

.






“와... 사람 너무 많다”


낮에 나눈 통화내용을 되새기며 거침없이 차를 몰던 ㅇㅇ.

붐비는 거리를 피해 차를 세우더니

옆 건물을 환히 비추는 ‘A Nine Bar’ 간판을 보곤

조수석에 던져 놓았던 휴대폰을 집어 든다.


“많이 시끄러우려나?”


입을 삐죽이며 단축번호 1번을 꾹 누르자



♥잭



곧바로 뜨는 얄미운 이름.


“못 받을 수도 있겠는데...”


처음과 달리 긴장한 얼굴의 ㅇㅇ가 

입술을 깨물며 휴대폰을 귀에 댔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통화 연결음 때문에

불안해하던 것도 잠시,


“어, ㅇㅇ아”


익숙한 목소리가 ㅇㅇ의 귓가에 닿았다.


“여보세요?”


“어어”


“내 말 들려?”


“잘 안 들려. 잠깐만”


“엄청 시끄러운가 보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사람도 엄청 많고-”


“여보세요? ㅇㅇ아”


“어”


“끊지마봐”


“안 끊어”


“후... 정신없어”


잭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옅은 미소를 보이는 ㅇㅇ.

백미러로 얼굴을 한번 확인하곤

천천히 차에서 내려 잭이 있는 건물 쪽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응”


“미안. 너무 시끄러워서 밖으로 나왔어”


“밖에?”


“응”


“밖으로?”


“응”


, ㅇㅇ가 순간 놀란 얼굴을 하곤 멈춰 섰다.

아무리 봐도 건물 입구 쪽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딘데 지금”


“지금 나가는 중”


“나가는 중이라고?”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눈치껏 옆 건물 기둥 뒤로 몸을 숨긴 ㅇㅇ.


“이제 잘 들려?”


“응. 오빠는?”


“나도”


“.......”


“바가 지하에 있거든.

갑갑해서 계단까지 나왔어. 훨씬 낫네”


“아...”


“넌 어디야. 아직도 회사야?”


“어, 뭐...”


“지금 몇 신지 알지”


“으응”


“빨리 들어가. 그만 하고”


“알았어”


“차는 두고 택시 타고 가.

막차 시간 되면 버스타고”


“응”


“말 들어”


“...오빠는?”


“나도 가야지”


“언제 갈 건데?”


“글쎄. 애들이 오늘따라 말이 많네”


“거기 재밌어?”


“어디. 여기?”


“응”


“그냥. 정신없어”


“여자들 많아?”


“푸하, 뭐?”


“여자들 많냐고”


“많으면”


“그냥 물어본 거야”


“많아, 여자들”


“.......”


“향수 냄새 너무 나서 피곤했어”


“그 냄새는 언제 맡았는데?”


대답 없이 쿡쿡거리며 웃는 그가 얄미웠는지

괜히 바닥에 있던 껌 종이를 밟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내가 맡은 게 아니라, 사방에서 냄새가 났어”


“치-”


“싫었다니까?”


“.......”


“질투하지마. 속상하게”


“질투 안 했거든?”


“그래. 하지마”



빵-



순간, 골목을 지나던 흰색 세단이

우렁찬 클랙슨 소리를 내자

놀란 ㅇㅇ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더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여보세요?”


“어, 어”


“ㅇㅇ아”


“...오빠 잠깐만”


불현 듯 전화기 너머에서도 클랙슨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아

슬슬 밖으로 나가본 ㅇㅇ.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길목에 몇몇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입구 앞엔,


“헐”



웬 기다란 사람 하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서있었다.



“헐헐”


“...너 어디야”


“어?”


“회사 나왔어? 밖이야?”


“어, 응”


“.......”


“밖이야”


“근데 왜 이렇게 조용히 말해”


“내가 언제”


“지금”


“나 원래 작게 말하잖아”


“.......”


“근데 오빠,”


“.......”


“담배 좀 그만 피우지?”


“.......”


“죽어도 안 끊지, 어?”


“너”


“앞으로 두 발짝만 나와봐”


“.......”


“응?”


천천히 두 발짝 앞으로 나오더니

골목 양옆을 돌아보는 잭.


“푸흐흐...”


“너,”


“응. 나”


“...너야?”


그제야 ㅇㅇ을 발견했는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뭐해 여기서”


“안녕!”


담배를 바닥에 던지곤 급하게 품에 안으며 말했다.


“겁도 없이 혼자 여기 있었어?”


“겁은 안 났고, 혼자 있었고”


“얼마나”


“도착해서 오빠한테 전화한 거야”


“말을 하지 그럼”


“놀래켜 주려고”


“충분히 놀랐으니까 앞으론 하지마”


“봐서”


재욱이 ㅇㅇ의 볼을 부여잡고

이마와 코, 입술에 연신 입을 맞추며 조용히 속삭였다.


“말 듣자 ㅇㅇㅇ”


“싫어”


“나 걱정시키는 게 취미야?”


“응”


“아... 잔인하다”


“푸히”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네”


“진짜야?”


“당연하지. 왜”


“나 보고 싶었던 거 맞아?”


“응”


“근데 전화 한 번을 안 해?”


“.......”


“다섯 시간이 넘도록?”


“너 일 방해될까봐 그랬지”


“오빠가 방해될까봐는 아니고?”


“아니야”


“쳇”


“다 끝나고 전화하려고 했어.

시간이 이렇게 된 줄은 몰랐고”


“그래도 실망이야. 

난 새벽이 되도록 회사에 박혀서 일만 하고 있는데

명색이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전화도 안 하고 카톡도 안 하고...”


“.......”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


“향수 엄청 뿌린 여자가 꼬시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긴 알아? 잘못한 거?”


“응”


“.......”


“카톡이라도 보낼 걸. 생각이 짧았어”


“...치.....”


“앞으론 안 그럴게”


“진짜지?”


“응”


입술만 깨무는 재욱을 쳐다보던 ㅇㅇ가

그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


“오케이 접수”


“미안해”


“알았으니까 그만해”


“진짜 미안해서 그래”


숨이 막힐 듯 ㅇㅇ을 안더니 살짝 풀어주는 재욱


“한참 부족해 내가”


“어어? 왜 이래 갑자기?”


“화나고 서운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는데,

난 그래도 네가 엄청 반갑고 이쁘고 그래.”


“근데?”


“그게 미안해”


“그게 왜”


“네 마음 몰라주는 거 같아서”


“.......”


“.......”


“오빠 취했니?”


“어 조금”


“풉”


“.......”


“봐봐”


품에서 나온 ㅇㅇ가 재욱의 얼굴을

이곳저곳 훑어보며 말했다.


“보기엔 괜찮은데”


“괜찮은 척 하는 거야”


“얼마나 마셨어?”


“여섯 병”


“몇 명이? 뭐 마셨는데”


“넷이. 양주”


“뭐??”


“.......”


“오늘 많이 안 마실 거라며!!”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됐어”


“왜”


“형욱이 이혼한대”


“허어...”


“처음엔 속 시원하다더니 술 좀 들어가니까 울더라고.

그래서 같이 마셔줬어”


“...잘했어”


“잘했어?”


“응”


“.......”


“그래서 전화 못했구나?”


“응?”


“이혼하는 친구 앞에서 나한테 어떻게 전화를 해”


“그건 내 탓이야”


ㅇㅇ의 볼을 쓰다듬곤 입을 맞추는 재욱


“...사랑해”


“.......”


“.......”


“와... 오빠 많이 취했네”


“그 정돈 아닌데...”


ㅇㅇ가 재욱의 양손을 붙잡고 

위아래로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취했어, 우리 잭”


“주사 아니야. 진짜 너 사랑해

사랑해서 그래”


“알아~”


“알아?”


“응”


“그럼 다행이고”


서로 마주보며 피식거리는 두 사람.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며 쳐다보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다가 

ㅇㅇ 뒤로 차가 등장하자 

재욱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건물 입구로 향하며 말했다.


“안 되겠다. 가자”


“응? 어딜?”


“집에”


“지금?”


“응. 애들한테 인사하고 갈래?”


“엄... 분위기가 좀...”


“아닌 거 같지”


“응”


“그럼 여기 있어. 금방 나올게”


“친구 분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갑자기 간다고 하면?”


“2시까지 술 마시고 싶진 않아 나도”


ㅇㅇ가 재욱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보곤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벌써 1시 넘었어!!”


“금방 갔다 올게”


“그래. 그럼 나 차 빼고 있을까봐”


“어디 있는데”


“저어기”


“...아니야. 여기 있어 그냥”


“왜?”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차 빼다가?”


“어둡잖아. 여기 차도 많고 취한 사람도 많은데”


“나 차 뺄 줄 알아”


“그 말이 아니라, 아 그냥 가자”


“어??”


“전화로 하면 돼”


“아니야 잠깐만”


차로 데려가려는 재욱을 급히 말리는 ㅇㅇ


“여기 있을게. 가서 인사하고 와”


“.......”


“나중에 욕먹지 말고 빨리 인사하고 오세요 김재욱 씨”


“여기 있을 거야?”


“응”


“말 안 듣고 차 빼면 혼난다”


“풉,”


재욱의 으름장에

ㅇㅇ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운전 내가 할 거거든요?”


“대리 부를 건데?”


“멀쩡한 사람 있는데 뭐하러 대리를 불러”


“이 밤에 어떻게 운전을 시켜”


“어우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내가 괜찮아”


“.......”


“암만 그렇게 쳐다봐라. 하나도 안 무섭거든?”


“.......”


“원래도 안 무서웠지만 지금은 더 안 무섭다고”


“날이 갈수록 말을 안 들어...”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야”


고갤 저으며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재욱


“얼른 갔다 와~”


귀엽게 손 흔드는 ㅇㅇ을 보곤

씩 웃으며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하여튼 못 말려”


ㅇㅇ가 완전히 사라진 재욱을 확인한 뒤 차로 향했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귀엽단 말야...”


피식 웃으며 걷던 것도 잠시,

분에 못 이겨 여기까지 찾아왔던 게 생각났는지

ㅇㅇ가 고갤 저으며 말했다.


“너도 못 말린다 ㅇㅇㅇ”


목소리 듣자마자 풀릴 거 큰소리는 왜 쳤냐? 

조용한 골목 안으로 퍼지는 목소리.


“너도 차아아암 쉬운 여자야”


한탄하다 못해 쯧쯧거리며 운전석에 올라

조수석에 있던 핸드백을 뒷좌석으로 던졌다.

그리곤 백미러를 쳐다보며 시동을 켰다.


“아 피곤해”


대리 부르자고 할 때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ㅇㅇ의 머리를 스쳤다.

피곤한 건 사실인데 괜히 센 척했나 싶기도 하고.


“뭐가 이쁘다고 태워줘, 태워주긴”


아니지. 이쁘긴 이쁘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여러모로 피곤한 ㅇㅇ이었다.



벌컥-



“엄마야!!”


“어 미안. 놀랐어?”


“뭐야!!! 언제 왔어!!!!”


느닷없이 조수석 문을 연 재욱에게 꽥 소릴 지르는 ㅇㅇ


“지금 막”


“놀랐잖아!!!!”


“...나 오는 거 안 보였어?”


“거기 안 보고 있었어”


“거봐. 무섭다고 했지 내가.

가만히 기다리라니까 왜 말을 안 듣고,”


“그런 거 아니거든?”


“.......”


가만히 ㅇㅇ을 쳐다보던 재욱이 

다시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대뜸 문을 열어 ㅇㅇ에게 말했다.


“내려”


“왜?”


“뒤로 타”


“왜!”


“대리 불렀어”


“진짜?”


“응. 빨리”


“언제?”


“방금. 오면서”


“.......”


“얼른”


ㅇㅇ가 진지한 얼굴로 버티고 서있는 재욱을 보더니

결국 뒷좌석으로 옮겨 탔다.


“.......”


재욱이 반대편으로 돌아와 뒷좌석 문을 열 때까지

입만 삐죽거리며 가만히 있던 ㅇㅇ.

옆에 타자마자 얼굴을 들이밀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빨라?”


“뭐가”


“그냥. 다”


“가자마자 애들한테 가봐야겠다고 하니까

잘 가라고 해서 알겠다고.”


“그냥 보내줬어?”


“시간 보더니 이해하던데”


“.......”


“...계단 올라가는데 생각해보니까

너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대리 부르는 게 좋겠다 싶어서”


“.......”


“대리 번호 아니까 바로 전화해서

빨리 보내달라고. 끝”


“.......”


“됐어?”


“응”


이리와, 멍 때리고 있는 ㅇㅇ을 

가까이 잡아 당겨 품에 넣으며 말했다.


“졸리지”


“아니”


“난 졸린데”


“그럼 나도”


“푸흐흐...”


재욱의 가슴에 귀를 대고 있던 ㅇㅇ가

웃음소리를 듣곤 따라 웃으며 말했다.


“오빠 우리 내일 뭐할까?”


“자자”


“응”


“우리 집으로 가”


“안 돼”


“왜”


“노트북으로 작업해야 돼”


“집에서 일하게?”


“응”


퍽 인상 쓰며 ㅇㅇ을 쳐다보는 재욱


“토요일인데?”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지”


“.......”


“금방 끝나. 오후엔 풀로 놀 수 있어”


“그 회사는 직원이 너밖에 없대?”


“크흐흐흐...”


“너만 일해?”


“다른 사람들도 다 일해”


“아닌 거 같은데”


“맞는 거 같은데”


“.......”


“.......”


“.......”


“풉. 오빠 지금 토라진 거야?”


“아니?”


“맞는데~”


ㅇㅇ가 재욱의 품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오빠 엄청 귀엽다”


“내가?”


“응. 그동안 오빠 주사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어. 강력한 거”


“.......”


“나랑 마실 땐 취하질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잘 안 취하는데 오늘 좀...”


“무리했어?”


“응”


“양주 한 병 이상은 마셔야 취하는구만?”


“원래 그것도 잘 안 취하는데.”


“그래?”


“늙었나봐”


“에이~”


“술 그만 마셔야겠어”


“담배부터 끊지?”


“그건 아무리 해도 안 돼”


“안 되는 게 어딨어!! 해보지도 않고”


“해봤어”


“삼일?”


“전자담배 중독되기 전에 관뒀잖아”


“...못 살아 내가”


살자, 나랑... 

재욱이 ㅇㅇ의 이마에 입 맞추며 속삭였다.

그러자 다시 어깨에 고개를 묻는 ㅇㅇ.


“.......”


“.......”


“...좋다”


“뭐가?”


“네 냄새”


“오늘 향수 안 뿌렸는데.”


“그래서 좋아”


“.......”


“다 좋아”


토닥토닥-

등을 토닥이는 재욱의 손길에 잠자코 있던 ㅇㅇ가

그의 오른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도 오빠 다 좋아”


“.......”


“큰일났어”


“.......”


“화나다가도 오빠 목소리만 들으면 막 웃어. 어떡해?”


“.......”


“오빠 보면 심장이 막 뛰어. 감당 안 될 정도로”


“.......”


“나 어떡해. 망했어”


“그게 왜 망한 거야”


“심장이 막 뛴다니까? 쿵쾅쿵쾅?

컨트롤이 안 돼!”


“.......”


대뜸 품에서 나와 코를 찡긋거리며 쳐다보는 ㅇㅇ.

그런 그녀를 한참 쳐다보던 재욱이

그녀의 손을 직접 자신의 가슴에 대곤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망한 건가?”


“.......”


“쿵쾅쿵쾅. 맨날 이러는데”


“.......”


“매일”


“.......”


ㅇㅇ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었다.

심장의 떨림이 그녀의 손끝으로 전해진 듯했다.


“기분 묘하다”


“너만 보면 이래”


“.......”


“덕분에 매일 사는 것 같아”


“.......”


“네 덕에 살았어, 오늘도”


오묘한 표정을 거쳐 이내 환히 웃는 ㅇㅇ.

다짜고짜 팔을 크게 벌려 재욱을 안더니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사랑해 오빠”


“어 나도”


“진짜 진짜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엄청 사랑해”


“나도, 엄청”


“.......”


“.......”


서로 마주본 사이 갑자기 찾아온 침묵.


“.......”


“.......”


ㅇㅇ은 재욱의 눈을,

재욱은 ㅇㅇ의 입술을 한참 쳐다보던 것도 잠시,

 

서로에게 허겁지겁 달려들고 만다.



.

.



ㅇㅇ의 코트를 벗기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는 재욱.

양 볼을 붙잡은 채 입 맞추더니

이내 한 손을 ㅇㅇ의 머리칼 안으로 넣어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똑같이 재욱의 재킷을 벗기는 ㅇㅇ.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 쓰다듬곤

몸을 앞으로 당겨 재욱의 목에 팔을 휘감았다.


그리곤 속삭이듯 말했다.


“오셨다”


“응?”


“오셨어”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며 재욱의 무릎에서 내려오는 ㅇㅇ.

재욱이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자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사님 오셨다구”


“아,”


“되게 빨리 오시네”


“그러게”


흠흠. 흠흠.

몇 번의 헛기침이 오고가니



똑똑똑-



“대리 부르셨죠?”


그새 나타난 대리기사가 뒷좌석 창문을 두드리며

이들에게 인사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기사가 운전석에 오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두 사람.



“푸흐...”


“크흐흫”


꽤 진지했던 방금 전 상황이 떠올랐는지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흘렸다.


“재밌을 뻔했는데”


“뭐가”


“나 정신 놓기 직전이었거든. 거의”


얄밉게 씩 웃는 ㅇㅇ을 지그시 보던 재욱이

ㅇㅇ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난 놨었는데”


“.......”


“지금도”



벌컥-



“방배동으로 모시겠습니다~”


“.......”


“.......”


“방배동 가도 되지?”


“.......”


“우리 집”


재욱이 얼굴을 들이밀며 묻자

ㅇㅇ가 입술을 깨물며 고갤 끄덕였다.


“힐탑빌리지로 가주세요”


“네!”


“...못 산다 내가”


“살자니까 나랑”


“(죽었어 오늘)”


“(응)”


“씨....”


“잘 부탁해”




.

.

.



(+)




“근데 왜 그거 안 물어봐?”


“뭐를”


“나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알려줬잖아 장소”


“흘리듯 말했는데 기억했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기억하라고 알려준 건데”


“웃기지마. 오빠 완전 대충 흘려 말했거든?”


“그렇게 말해야 기억하니까”


“.......”


“너 그러잖아. 세세한 거 기억 잘하잖아”


“.......”


“알려줄 생각 없었으면 바 이름까진 말 안 했겠지.”


“.......”


“기억하라고 알려준 거야.”


“그럼 내가 찾아올 줄도 알았다고?”


“반반?”


“반반씩이나?”


“찾아올 줄 알았다기 보단...”


“.......”


“찾아와주길 바랬달까”


“.......”



“형욱이는 심각하고 주변은 시끄럽고.

독한 술만 마셔서 어지러워 죽겠는데

네 생각만 자꾸 나는 거야.”


“.......”


“일하고 있을 텐데 전화해서 술주정하기도 그렇고.”


“.......”


“그냥 네가 눈앞에 딱 나타났으면 좋겠다... 하고 멍 때리는데”


“.......”


“너가 딱, 네가 딱...”


“.......”


“...얼마나 좋던지.”


“.......”


“.......”


“크흐흐...”


“후... 웃지마봐”


“오빠는 왜 웃는데”


“네가 웃으니까 그러지. 푸흐...”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미치겠네”


“앞으로 우리 만날 때마다 술 마셔야겠어.

귀여운 것 좀 많이 보게”


“끊을 거야”


“끊을 거예요오~?”


“...하.....”


“그럴 거예요~? 정-말??”


“.......”


“담배 말고 술 끊을 거, 읍”



.......





.......




.

.

.



아찔한 두 사람이

밤이 깊도록 쉬지 않고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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