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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강동원] by별유

작성일 작성자 별유




♪흩어져(Inst.) - 또 오해영 OST





딩-동


[이번 정류장은 금화장 오거리입니다]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있던 ㅇㅇ가 가방을 챙겨들었다.
그러곤 하차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저녁 9시.
평소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지만
마을버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 서류가방을 든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선 ㅇㅇ은
뻐근한 뒷목을 어루만지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이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급히 내렸고,
ㅇㅇ은 하품을 하며 마지막으로 땅을 밟았다.


각자 가야할 곳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자리에 잠깐 멈춰 섰던 ㅇㅇ가 다시 걸음을 떼려는 순간,



“ㅇㅇ 씨”


“하-암... 어?”


낮고 단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퇴근이 늦네요. 오늘은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팀장님이 여긴 어떻게,”


“보고 싶어서. 낮에 많이 못 봤으니까”


“바로 퇴근하신 줄 알았는데...”


“그랬죠. 그랬었죠.”


동원이 ㅇㅇ의 코트 옷깃을 여며주며 말했다.



“ㅇㅇ 씨 퇴근 잘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얼굴도 못 보고 집에 가면 후회할까봐
그냥 갈 수가 있어야죠.”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니요. 전혀”


동원이 해맑게 웃자 ㅇㅇ도 따라 미소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로등 불빛을 따라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연락이라도 주시지”


“서프라이즈였어요. 이벤트”


“아...”


“근데 ㅇㅇ 씨 얼굴 보니까
그냥 회사로 데리러 갈 걸 그랬나 싶네요.”


“왜요?”


“지쳐 보여서요”


“외근 다녀온 팀장님이 더 지쳐 보이는데요?”


“아닌데.”


“저도 아닌데”



“그럼 둘 다 아닌 걸로”


“네”


“푸흐...”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동원이 먼저 ㅇㅇ의 손을 잡자
ㅇㅇ가 살짝 놀란 얼굴로 동원을 올려봤다.


“제 손 차가워요”


“그러게요”


“손 시려울텐데..”


“내 손이 따듯해서 괜찮아요”


“.......”


“ㅇㅇ 씨 장갑 사줘야겠다”


“괜찮아요”


“사줄 거예요. 맨날 확인도 할 거고”


ㅇㅇ가 쑥스러운 듯 고갤 푹 숙이자
동원이 ㅇㅇ을 자기 쪽으로 바싹 당기며 말했다.



“떨어지지 말아요. 추우니까”


“네...”


“ㅇㅇ 씨 저녁 먹었어요?”


“네, 뭐. 대충? 팀장님은요?”


“대충?”


“네?”


“박 대리랑 저녁 먹은 거 아니에요?”


“박 대리님 오늘 일찍 퇴근하셨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왜요?”


“일 많이 줬는데 내가”


“아...”


“근데 왜 야근해야 될 사람은 퇴근하고
퇴근해야 될 사람이 야근을 했지?”


“.......”


“ㅇㅇ 씨한텐 일 많이 안 줬거든요 내가”


“제가 박 대리님을 좀 도와드려서...”


“박 대리가 일을 넘겼나 보네요. ㅇㅇ 씨한테”


“아니에요!”



“맞아요”


“그게 아니라, 박 대리님이 오늘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없어요 그런 거”


“네?”


“없다고요. 급한 일”


“.......”


“그래서 저녁은 혼자 먹은 거예요?”


“...네...”


“사무실에 ㅇㅇ 씨 혼자 있었어요?”


“네”


“하아...”


동원이 한숨을 쉬며 하늘을 쳐다봤다.


“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요”


“무슨 연락을... 해요? 팀장님한테?”


“사무실에 혼자 있다고. 같이 밥 먹자고”


“에이 뭐 그런 걸로 연락해요~
밥이야 그냥 먹으면 되지”


“.......”


“그리고 박 대리님이 나중에 저 도와주기로 하셨거든요?
상부상조하기로?”


“퍽이나”


“네??”


“퍽이나 도와주겠네요. 박 대리가”


“왜 그러세요 팀장님...”


“하여튼 착한 사람만 손해 본다니까.”


“.......”


“착한 ㅇㅇ 씨만 맨날 손해 본다고요. 속상하게”


“.......”



“안 되겠다. 내일부터 박 대리 갈궈야지”


“팀장님?”


“앞으로 ㅇㅇ 씨 못 살게 구는 사람 다 갈굴 거예요.”


ㅇㅇ가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자
동원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내 여자는 내가 지켜야지 안 되겠어”


“저 못 살게 구는 사람 없는데...”


“내 눈엔 다 보여요.
일 넘기는 박 대리,  심부름만 시키는 최 대리,
일일이 간섭하는 승희 씨”


“그거야 제가 팀 막내니까 그렇죠”


“ㅇㅇ 씨는 그렇게 해요 그럼.
난 팀장이니까 내 맘대로 할 거예요”


“.......”


“내일부턴 우리 칼퇴합시다”


“눈치 보이는데...”


“팀장이 칼퇴하자는데 누구 눈치를 봐요 지금?”


자리에 멈춰 선 동원.
살짝 인상 쓰며 ㅇㅇ을 보던 것도 잠시,
이내 ㅇㅇ의 차가워진 볼을 어루만지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 남자친구 좀 이용해요. 혼자 그러지 말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야죠”


“.......”


“팀장님은 팀장님 일로도 바쁜데”


“ㅇㅇ 씨가 첫 번째예요 나한텐”


“.......”


“ㅇㅇ 씨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ㅇㅇ 씨 일이고 그런 거지”


“.......”


“그래요. 다 ㅇㅇ 씨 뜻대로 한다 치고, 하나만 부탁합시다”


“무슨 부탁이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기”


“.......”


“참지 말고, 견디지 말고. 네?”


“.......”


“네?”


“네”



“됐어요 그럼”


동원이 다시 ㅇㅇ의 손을 붙잡고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저기, 팀장님”


“네”


“저희요...”


“네?”


“왠지 최 대리님이 눈치 채신 것 같아요”


“우리요? 우리 만나는 거?”


“네”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생각해 보니까 ㅇㅇ 씨가 티를 많이 내는 거 같아요”


“제가요? 무슨, 팀장님이 훨씬 티 많이 내시죠!”


“풉... 뭐라고요?”


“팀장님이 맨날 저 뚫어지게 쳐다보고
막 이유없이 부르고 그러시잖아요”


“그러는 ㅇㅇ 씨는요.
내가 쳐다보면 얼굴 빨개지고
나한테만 엄청 밝게 웃어주고 그러면서”


“팀장님한테만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또 누구한테 그러는데요”


“다른 사람들한테요”


“흠...”


“전 하나도 티 안 나요!”


“글쎄요. 저번에 사무실에서 몰래
뽀뽀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 그건 팀장님이 먼저,”


“회식 끝나고 나한테 안긴 사람은 누구였지?”


“그 때는 너무 취해서...”


“휴대폰에 내 이름 하트로 저장해 놓은 건
맨정신에 그런 거 맞죠?”


“.......”



“그래요- 안 그래요-?”


“.......”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ㅇㅇ을 보며 피식 웃는 동원.
이내 ㅇㅇ을 끌어당겨 품에 넣는다.


“대답해요 빨리. 그래요- 안 그래요-”


“안 해요”


“안 해요 대답?”


“네”


“푸흐..”


“...못 됐어”


“나 못 됐어요?”


“네”


“미안해요”


“.......”


“ㅇㅇ 씨 귀여워서 그랬어”


“.......”


“진짜로”


가만히 품에 안겨 있던 ㅇㅇ가
살짝 고갤 들어 동원을 쳐다봤다.


“이제 티내지 말까봐요”



“왜요. 난 좋은데”


“소문나면 안 되잖아요”


“뭐 어때”


“어우, 안 돼요 안 돼”


“난 소문나도 아무 상관없어요.
오히려 좋을 것 같아.
우리 ㅇㅇ 씨 아무도 못 건들 거 아냐”


“사내연애 하는 거 들통 나면
다른 직원들 안줏거리 돼서 안 돼요”


“누가 그래요?”


“제가요”


“안줏거리... 되죠 뭐.”


“네에?”


“결혼까지 하면 되잖아요. 찍소리들 못 하게”


“결혼이요?”


“네”


“결혼?”


“응”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 ㅇㅇ.
다시 동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만다.


“..우리 결혼해요?”



“푸흐흐...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결혼해요 우리?”


“네”


“진짜요?”


“네 진짜요”


“정말로?”


“정말로”


“말도 안 돼...”


“뭐가 말이 안 돼요.”


동원이 ㅇㅇ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ㅇㅇ 씨는 그럼 나하곤 연애만 하고
결혼은 다른 남자랑 하려고 했어요?”


“아니요?”


“거봐요. 말 돼. 너무 돼”


“히히...”


“우리 연애 진하게 하고 결혼은 더 찐하게 합시다.”


“참, 당장은 안 돼요!”


“왜요?”


“저 아직 유부녀 되기 싫거든요”


“알았어요.”


“제가 팀장 되면 그 때 결혼해요”


“.......”


“알았죠?”


“일단 대리부터 달아야 될 텐데...”


“그러니까요”



“....알았어요”


“열심히 할게요!”


“.......”


“빨리 빨리 승진해야지~”


ㅇㅇ가 동원의 품에서 나와 먼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제가 팀장 될 때 쯤엔 팀장님은 임원 됐겠네요? 우와-”


“아저씨가 돼 있겠죠”


“네?”


“하... 올해 해야되는데..


“팀장님 뭐라고요?”


“아니에요 아무 것도. 같이 가요! 혼자 가지 말고”


“빨리 와요 빨리!”


ㅇㅇ을 따라 큰 보폭으로 걷는 동원.
풀 죽어있던 아까완 달리 다시 방긋 미소 짓는 그다.


“빨리 걸으면 빨리 헤어져야 돼서 싫은데”


“내일 또 보는데요 뭐”


“오늘은 더 이상 못 보는 거잖아요”


“아...”


“항상 지금이 제일 중요한데”


“듣고 보니 그러네요.”


“천천히 갑시다.
어차피 저기만 지나면 도착하니까”


“네!”


이번엔 ㅇㅇ가 먼저 동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팀장님이랑 걷는 거 좋아요”


“나도”


“든든해요”


“난 행복해요”


“저도 행복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난 ㅇㅇ 씨만 보면 행복해요”


“.......”


“처음부터 그랬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땐 저 쳐다보지도 않으셨잖아요.”


“내가요?”


“네! 쳐다보지도 않고 결재해줬으면서”


“그거는... 쑥스러워서 그랬을 걸요?”


“왜요?”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왠지 그렇잖아요”


“.......”


“그래서 그랬던 건데.”


“일 못한다고 화냈던 것도  다 그래서 그랬던 거예요?”


“일 못한다고 화낸 게 아니라,”


“.......”


“처음이라 잘 모르는 ㅇㅇ 씨 일부러 일 시킨
ㅇㅇ 씨 선배들한테 화낸 거예요. 반성하라고”


“아...”


“먹힌 거 같진 않지만”


“네. 안 먹혔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도 여직원들은 팀장님 좋아해요. 잘 생겼다고”


“나 잘 생겼어요?”


“네”


말없이 고갤 끄덕이는 동원.
ㅇㅇ가 “풉” 웃자 어깰 으쓱거린다.


“뭐예요 그 반응?”


“ㅇㅇ 씨 눈에 잘 생겨 보인다니 다행이다, 그런 뜻?”


“팀장님은 어떤 여자가 봐도 잘 생겨 보일 거예요.”



“필요 없어요. ㅇㅇ 씨한테만 잘 보이면 돼”


“그건 그렇죠”




둘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어둠이 내린 골목을 걷는 두 사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손을 놓았다가 품에 안았다가,
폴짝폴짝 뛰다 성큼성큼 걷다,


다시 손을 잡아 빤히 쳐다보고
이내 품에 안겨 못다 한 얘길 나누고
씩 웃으며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주고 나면
어느새,


“다 왔다!”


“아쉽네”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유난히 밝은 가로등 밑이다.


“팀장님 차는 어디 두셨어요?”


“저 밑에요”


“그럼 또 혼자 걸어가야 되네요?”


“네”


“아...”


“같이 가줄래요?”


“그럴까요? 밤새 여기만 왔다갔다?”


“푸흐. 아니요. 안 돼죠 그건”


“히히...”



“하아... 진짜 헤어지기 싫은데
진짜 이 악물고 보내준다 내가.”


코를 찡긋거리는 동원


“이제 알겠죠? 우리가 왜 결혼해야 하는지”


“헤어지기 싫어서?”


“키스하고 싶어서”


순간 ㅇㅇ을 담벼락으로 밀치는 동원


“밤새도록”


가로등 불빛에 의해 살짝 그늘 진

ㅇㅇ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결국,



입을 맞춘다.


손에 가방을 든 채 어쩔 줄 몰라하던 ㅇㅇ은
천천히 동원의 등을 어루만졌고,
이에 동원은 팔로 ㅇㅇ을 끌어안으며
더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숨이 가빠짐과 동시에
동원의 손이 허리에 닿는 순간,


“우우!!”


어깨를 툭툭 치며 작은 소리를 내는 ㅇㅇ


“응?”


“우우우!!!”


“하아, 왜”


“저기 사람”


“어디”


“저어기”


ㅇㅇ가 저 멀리 골목 어귀에 들어선 남자를 가리키자
동원이 돌아보곤 작은 한숨을 내쉰다.


“ㅇㅇ 씨”


“네?”


“오늘 하루만 외박하면 안 될까요?”


“안 돼요”



“.......”


“푸흐. 안 돼요 팀장님”


천천히 고갤 떨어트리는 동원.
그 모습을 보고 ㅇㅇ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다시 얄미운 눈으로 ㅇㅇ을 쳐다본다.


“내가 그래서 독립한다니까 팀장님이 일부러 말렸잖아요”


“그랬죠”


“치-”


“혼자 살면 위험하니까”


“.......”
 
“그것보단, ㅇㅇ 씨 부모님이랑 시간 많이 보내라고.
결혼하면 24시간 나만 볼 거니까”


“히히 고맙습니다 팀장님. 효도할 시간도 주시고”


“...외박과 바꾼 효도니까 잘 해야 돼요.”


“네”


“그렇게 이쁘게 웃지 마요. 더 약 올라”


“넵”


“대신 출장은 우리 둘이 가는 걸로”


“네에?”


“곧 있을 겁니다. 해외 출장”


“.......”



“홍콩에서 봅시다. 찐하게”


“허...”


“들어가요.”


ㅇㅇ을 문 앞에 세워두곤 한 발짝 떼며 인사하는 동원


“일찍 자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운전 조심”


“네”


“혹시 가는 길에 심심하면 전화해도 돼요”


“네에-”


“아니면 지금 좀 더 얘기해도 되고”


“하하”


“진짠데”


“납치하고 싶은 거 참고 있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풉”


“들어가면 바로 자요.
또 회사 일 하느라 늦게 자지 말고”


“내일 아침 회의 준비해야 되는데요?”


“내가 할게요”


“제가 해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다”


“어떻게요?”



“나 내일 지각합니다.
회의 없으니까 그런 줄 알고 푹 자요”


“뭐라고요?”


“점심 전엔 갈게요.”


“팀장님!”


“장난인 줄 알았겠지만 진짭니다.”


“.......”


“늦게 출근해서 가자마자 박 대리부터 갈궈야지”


“.......”


“어? 지금 나 째려보는 거예요?”


“네”


자신을 째려보는 ㅇㅇ을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는 동원


“무서워 죽겠네”


“내일 늦으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예요”


“기대할게요.”


“팀장님!!”



쪽-



“가능하면 내 꿈 꿔요”


순식간에 입을 맞추고 멀어진 동원을
가만히 쳐다보던 ㅇㅇ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봐서요”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 ㅇㅇ 씨”


“팀장님도요!”


“잘 자요-”


멀어지는 동원을 보며 손을 흔드는 ㅇㅇ.



그가 금방 골목을 빠져나가자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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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육성으로 백 번 해줄게요]
[오늘만 글자로 봐요]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ㅇㅇ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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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팀장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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