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욱이가 부르는 노래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how your garden grows
cause I just wanna fly”


부슬부슬 비 오는 날엔 오아시스가 제격이지.


“Lately did you ever feel the pain
In the morning rain
As it soaks you to the bone”


이 노래는 언제 불러도 좋단 말이야.


“Maybe I just wanna fly
I wanna live I don't wanna die
Maybe I just wanna breath
Maybe I just don't believe
Maybe you're the same as me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크흐… 좋다, 좋아



컥-



“이 선생님!!!!!!!!!”



나이스 타이밍
오늘은 왜 안 들어오나 했다.


화가 잔뜩 난 얼굴에 윙크까지 날리니
더욱 일그러지는 우리 정 선생.


“야 이진욱!!!!!!!!!!”


네가 아무리 불러봐라 내가 멈추나.


“어우 저 병신새끼”



“so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이럴 거면 개인병원 차려서 나가라고!!!!!!”


“how your garden grows
cause I just wanna fly”


“니가 이러고도 의사냐? 환자지?”


계속 기타를 연주하며
눈으로 힐끗 빈 책상을 쳐다봤다.


봐봐, 차트 없지?
나 일 다 끝났거든? 자유시간이라고.


“뭐, 일 끝났다고?
그럼 집에나 갈 것이지 왜 여기서 이러냐고”


“Lately…”


“망할 기타 좀 갖다 버려 이 또라이야!!!!!!!”


쟤는 화를 내야 그나마 좀 귀엽다.
웃지 않을 바엔 화내는 게 낫다는 뜻-


알겠냐?
환자들한테도 정색하는 얼음마녀 정 선생아?



“저 또라이 새끼.
상담은 환자들이 아니라 너부터 받아야 돼. 알아?
니가 제일 환자야 이 병원에서”


“…Maybe you're the same as me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그 놈의 노래 지겹지도 않냐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망할 비까지 오는데.”


“gonna live forever”



“이왕이면 짧게 살고 가라.
내 명줄까지 짧게 만들지 말고.
하늘 가서 오래 살아 새끼야.
이 그지 같은 놈아”



쾅!



아 왜 그렇게 싫어한대?
이만하면 노래도 꽤 하는구만.
우리 막내는 슈퍼스타K도 나가보라던데


이 좋은 노래를
이 좋은 가사를




“Maybe I will never be
All the things that I want to be
But now is not the time to cry
Now's the time to find out why
I think you're the same as me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KAP Bloody

B의 이야기






참고로 Bloody는 내가 지은 이름이다.
맨날 피 보는 일 하는데
글자 하나 쯤은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블러드.. 블러드... 하다가 블러디로 만들었다.


처음엔 유치한가? 생각했었는데
왜, 할리우드 배우 중에 아담 브로디도 있고.
브로디나 블러디나 그게 그거인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쓰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피아니스트께서는 ‘별로’라고 하셨지만
(개새끼)


어느 날은 정우 형이 그랬다.
‘블러디’ 보다 ‘발발이’가 더 어울린다고.
똑같이 B로 시작하니 그냥 ‘발발이’로 살라고.
뭐 좋은 뜻인가 해서 찾아봤는데


발발이
: '행동이 가볍고 여기저기 잘 쏘다니는 사람'을
낮잡아 일컫는 말.


행동이 가벼운 것도 서러운데
그걸 또 낮잡아 일컬어주는 말이었다.
좋은 거라곤 순우리말이라는 것 뿐.


이후 형과 수혁이는 날 발발이라 불렀고
나만 나를 블러디라 부르게 됐다.
아, 우리 토이도!


토이는 KAP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의 주 무기 공급원이기 때문.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이놈도
알고 보면 심각한 ‘또라이’다.


하버드 수재가 고작 뒷골목 무기업자의 길을 걷다니.


그러고 보면 이놈도 참 기구한 사연을 가졌다.


태어나자마자 입양 돼 팔자에도 없던
미국 생활 하게 된 녀석.

집에선 배다른 형한테 맞고
학교에선 힘센 놈들한테 맞고.
그렇게 죽어라 맞으면서도
양부모가 찾으면 해맑게 웃었댄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잖아요, 버려지면”


살아남아야 했던 녀석은
이 악물고 공부해 하버드에 입학했고
꽤 찬란한 삶을 영위했다.
남들처럼 캠퍼스 생활도 하고
여자도 만나보고. 행복하게.


근데 웬 걸?
갑자기 교도소에 수감됐다.


형의 짓이었다.
금융 사기 혐의로 몰리자 녀석에게 죄를 덮어씌운 것.


결국 토이는 1년 형을 받고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직접 걸어 나왔다.



풋풋했던 녀석이




이렇게 된 건 어쩜 운명일지도.
(참고로 사진은 본인 제공)
(굳이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기 과거를
일일이 알려준 착한 토이)


아무튼 토이는 출소하자마자 형을 찾았고
약 6개월 뒤,


그를 죽였다.


방법은 독약이랬다.
수감된 1년 내내 어떻게 하면
형을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토이는
그곳에서 친해진 천재 괴짜들에게 팁을 얻었다고 한다.


제조법은 계속 안 알려주고 있다.
나쁜 새끼


무튼 형의 죽음은
삶을 비관한 ‘자살’로 잘 마무리 됐고
곧바로 토이는 미국을 떠나 러시아로 향했다.


러시아에서는,



‘카톡’



응?



♥천사소녀 내꺼♥ 
[오빠 어디얌?]



닥터 욱
[출발했어?]



♥천사소녀 내꺼♥ 
[지금 하려고]
[수혁오빠 차 타고 간당]
[얼른 와 늦으면 안됨]
[혼남]



닥터 욱
[빨리 갈게요]



러시아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






“결국 왔네”


“그러게”


“지금이라도 튈까?”


“ㅇㅇ이 혼자 두고 어디”


“그치?”


영화관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간 ㅇㅇ.


얼떨결에 화장실 앞
여가남(여자 가방 든 남자)이 된 우리 처지가 참 웃프다.


“하아.......”


“난 잘 거야”


“뭐?”


“잘 거라고. 이럴 줄 알고 어제 안 잤어”


“헐”


“내 몫까지 열심히 봐”


“치밀한 새끼”


대망의 ‘와일드 타겟’ 보는 날


정우 형만 아니었어도
모든 고난은 이수혁 몫이었을텐데.
가만 보면 형은 나만 싫어해-


“하아… 야 팝콘 사와.
콜라도 사와, 이왕이면 나쵸도”



“나 잘 거라니까?”


“나 먹을 거 사라고 나. 누가 너 먹으래?”


“그럼 형이 사야지”


아 이 싸가지.......
그지같은 놈은 내가 아니라 이 새끼라고 이 새끼.


“돈 줄게 사와”


“나 돈 많은데”


“그럼 그 돈으로 좀 사와”


“싫어”



“사다줘. 제발”


“.......”


“나 지금 ㅇㅇ이 가방 들고 있잖아.
이거 들고 어떻게 팝콘이랑 콜라를 사오겠냐.
어? 손이 부족하잖아”


“나 주고 형이 갔다 와”


“야!!!!!!!!!!!!!!!”


“왜 또 싸워!!!!”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은 눈에 뵈지도 않는지
ㅇㅇ이의 물 묻은 손만 조물딱거리는
개새끼


“다 닦고 나오지. 뭐가 급하다고”


“오빠들 기다리니까…”


“ㅇㅇ아 이 새끼 완전 내 말 안 들어.
내가 팝콘이랑 콜라 좀 사다달라니까...”



“가자. 팝콘사러”


“응?”


.......


개새끼가 ㅇㅇ이를 끌고 가버렸다.
그것도 팝콘 사러.



얼른 토이에게 독약 타는 방법 좀 배워야겠다.
저 새끼 죽이게.




.
.




“유후!”


“좋아?”


“응!”


“너 알바 관둔다고 하니까 같이 보러 온 거야. 알아?”


“쳇. 어차피 같이 볼 거였으면서”


“아니거든?”


“삼촌이 그랬거든?”


“…….”


“팝콘 먹어”


“응!”


상영관 안에 들어온 우리.
나와 수혁이 가운데 앉은 ㅇㅇ이가
실실 웃으며 팝콘을 집어 든다.
휴. 나도 마음의 준비할 겸 콜라를 입에 대는데


“오빠들 총 쏴본 적 있어?”


“켁!!!!”


“(딸꾹)”


충격적인 질문이 귀를 강타한다.
덕분에 나는 콜라를 뿜었고 수혁이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켁, 뭐라고?”


“총 말이야 총. 쏴본 적 있냐고”


“총? 총...”



“본 적도 없는데 나는, (딸꾹)”


“진짜?”


“나돈데?”


“오빠들 군대 안 갔나?”


“어?”


아 맞다 군대. 나 갔다 왔지 거기


“오빠 안 갔어?”


“어, 가긴 갔었지”


“(딸꾹) 난 안 갔어”


“아... 오빤 미국 시민권자니까”


나, 나만 갔구나?


“어땠어? 총 쏠 때?”


“어....... 그냥. 그냥 그래”


“몇 발 쏘는데? 열 발? 스무 발?”


“몰라 기억 안 나. 엄청 오래 돼서”


“에이, 얼마나 됐다고”


“10년도 넘었지. 스무살에 갔는데”


“남자들은 절대 못 잊는다던데.
꼭 만나면 군대 얘기하잖아”


“내가 기억력이 안 좋잖아”


“그래도 어떻게 사격한 게 생각이 안 나지?”


“나는, 그... 사단장 온다고 산 깎은 기억밖에 안 나”


사실 다 기억 나.
사격 잘 못해서 선임한테 혼났던 기억...
정우 형한테도 더럽게 많이 혼났었지.
네 눈깔은 병신이냐고


“크흐. 언제 오빠한테 군대 얘기 들어야겠다”


“기억 안 난다니까”


당분간 피해 다녀야 할 것 같다.
안 그럼 밤새 고문당할 사이즈야.


ㅇㅇ이는 하나에 꽂히면 밤까지 새우는 스타일이었다.
작년 겨울에는 뜨개질에 꽂혀 며칠 밤을 새웠었고
최근에는 빅뱅에 빠져 한달 내내 빅뱅 노래만 듣고 다녔다.
그놈의 ‘뱅뱅뱅’
들을 때마다 소름 돋아 미치는 줄.


음식도 예외는 없었다.
떡볶이에 빠진 날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떡볶이만 먹었고
하루에 탄산수만 세통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니 피해 다니는 수밖에.


“(딸꾹)”


“오빠 괜찮아?”



“어, (딸꾹)"


“콜라 마셔”


“응...”


“어우.더워.......”


“더워? 에어컨 잘 나오는데?”


“내 자리는 안 나와. 더워”


손 부채질도 소용없다. 흐르는 식은땀에게는


“히히 광고도 재밌네”


영원히 광고만 해라.......





탕- 탕탕-



“Killer, that's my job. and also, I like it”


영화 속 킬러가 사람 죽여 놓곤 자신을 소개한다.


“38구경”


“어?”


“아, 아니야”


저 총은 38구경이다.
권총의 표준이라 할 수 있지.


크으. 그 때 생각난다.
형한테 처음 사격 배울 때.
난 그 때 처음으로 38구경을 잡아봤다.
그리고 형이 쏘는 걸 보는데
너무 멋있어서 입이 안 다물어졌었다.


형은 총 쏠 때 가장 섹시했다.


그래서 형을 더 따랐던 것 같다.
왜, 동네 멋진 형 보면 따라하고 싶은 것처럼-


사실 난 체질적으로 총질이 맞지 않았다.
탕- 탕- 거릴 때마다 내 몸도 같이 들썩였으니 원,
한창 배울 땐 그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려
밥상에 밥그릇만 탁- 내려놔도
귀신 본 듯 놀라곤 했다.


정우 형은 태생적으로 겁많은 놈에게
결국 극한 처방을 내렸다.


임무 현장마다 데려가
마지막 순간 내게 총을 쥐어주는 것.


나는 구석에 숨어 형의 가벼운 몸짓을 구경했고
형은 놈을 죽지 않을 만큼 팬 뒤
무릎을 꿇리게 한 후 날 불렀다.


“니가 처리해. 한 번에”


처음엔 울었고 두번째엔 엉엉 울었다.
세 번째엔 벌벌 떨었으며
네 번째엔 놈의 머리카락을 쐈다.


아… 한심한 내 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날 버리지 않았다.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져 물었더니


“그럼 진짜 미친놈 될까봐”



무튼 난 서서히 성장했다.
울지도, 벌벌 떨지도 않았고
총질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가장 뿌듯했던 건 뺑소니범 잡았을 때.
어린 아이를 치고 도망간 놈을 찾아
아예 차를 폭파시켰을 때 가장 뿌듯하고 기뻤다.


알다시피 난 뺑소니범을 살인범보다 싫어하니까.




“엄!마야…….”


“무서워?”


“아, 아니. 그냥 놀란 거야”


“아니긴”


계속 움찔거리는 ㅇㅇ이 손을 잡았다.
안 무섭긴. 손에 땀난 건 어떡할 건데


“그러니까 내가 보지 말쟀잖아”


“무서운 거 아니라고. 그냥 좀 징그러운 거야”


“그게 그거지”


“아니거든?”


입을 삐죽거리는 ㅇㅇ이
그 모습이 귀여워 볼을 꼬집으니 날 째려본다.



“오늘 밤에 잠은 잘 수 있으려나. 우리 막둥이”



우리 막둥이,
우리 막둥이.






*






ㅇㅇ이가 한국 오던 날


정우 형이 ‘집으로 출발’이라는 문자를 보낸 순간,
난 흰 가운을 벗어던지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때도 정 선생은
“이 또라이 새끼야!!!!”라며
내 뒤통수에 대고 소릴 질렀었다.


내 기억 속 ㅇㅇ이는 귀여운 소녀였다.
비록 사진으로만 봤지만
(그것도 어렸을 적 사진이었지만)
왠지 커서도 귀여울 것 같았다.
똘망똘망한 눈에 가지런한 미소.
그 모습이 그대로 얼굴에 박혀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날 급히 집으로 들어가
평소 하지도 않던 청소를 하고 있으니
수혁이가 물었었다.
왜 이러냐고, 무섭게.


그러는 지는?
쳐다도 안 보던 피아노 반짝반짝 닦아놨으면서.


그렇게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ㅇㅇ이를 기다렸다.
집안에 온기가 돌길 기대하며-


“뭐하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ㅇㅇ이는 우리의 상상과 많이 달랐다.
사진 속 똘망했던 눈도, 가지런한 미소도 없었다.
그저 많이 야위고 창백한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정신과의 소견으로 봤을 때 ㅇㅇ이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해 ㅇㅇ이 손목을 확인했었다.
커피잔을 들 때 잠깐, 어렴풋,
희미한 선을 하나 발견했다.


이후 난 ㅇㅇ이의 24시간을 지켰다.
그 옛날 수혁이 곁에 있었던 것처럼


추운 겨울이 지나고 화창한 봄이 만연할 때 쯤
ㅇㅇ이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진 속 그 미소를-


그리곤 곧잘 “오빠아”라고 불러줬다.
차가운 이수혁도 ㅇㅇ이의 ‘오빠’ 한번이면
자다가도 벌떡, 피아노 치다가도 벌떡
아주 오뚝이처럼 벌떡벌떡 일어났더랬다.


아, ㅇㅇ이만 변한 건 아니었다.
수혁이도 차차 ‘활기’를 되찾아갔다.
ㅇㅇ이가 오기 전엔
내가 피아노 좀 쳐달라고 일주일을 사정해야
짧은 ‘흑건’ 정도 쳐줬었는데,
이젠 매일매일 기가 막힌 연주를 뽑아낸다.


아마 이 한 마디 때문이겠지.


“오빠 피아노 연주 진짜 좋다”


내가 그렇게 말할 땐 귓등으로 듣더니…


실제로 ㅇㅇ이는 수혁이의 피아노 연주를 정말 사랑했다.
옆에서 계속 “들려줘 들려줘” 이러니
수혁이도 멈출 수 없을 밖에.


걔 말로는 콩쿨 준비할 때보다 더 빡셌다고…




그래도 가끔 ㅇㅇ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종종 새벽 2시의 고요함을 깨는
TV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형도 수혁이도 모두 나와 TV를 봤다.
 ㅇㅇ이와 함께.

쏟아지는 하품도 피곤도 불사했다.
오로지 녀석을 위해서.


ㅇㅇ이가 꾸는 꿈의 래퍼토리는 다양했다.
대부분은 엄마가 등장했고
가끔 아빠가 나온다고도 했다.
또는 전에 키우던 강아지, 동네 고양이...


특히 녀석은 엄마가 나오는 꿈을 꾼 후 꼭 눈물을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서계신다는 그분 때문에 밤새 울었다.


우리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힘들게 잠든 ㅇㅇ이를 보면


“가여워”


가여웠다.




ㅇㅇ이가 가여웠던 적은 꽤 많았다.
특히 고등학교 다닐 때.
체육대회, 입시설명회, 상담 등
보호자는 계속 불러대는데
거기 가 줄 ‘엄마’도 ‘아빠’도 없는 ㅇㅇ이는


“시간되는 사람 아무나 와. 안 와도 되고”


나름 쿨한 척 하곤 했다.


그래서 결국 체육대회는 발빠른 정우 형이
입시설명회는 말없는 수혁이가,
상담 자리에는 내가 갔다.


대망의 졸업식엔 우리 셋이 다 가서
남부럽지 않게 축하해줬다.
꽃다발은 시시한 것 같아 화환 20개를 놔줬더니
ㅇㅇ이가 엄청 좋아했다.
정우 형한테 두들겨 맞았지만-


대학 신입생 OT 때는
셋이 수트도 맞춰 입고 데리러 갔더랬다.
등빨 좋은 남자들이 뒤에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도였으나,
뜻하지 않게 소개팅 쇄도를 받아 힘들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나였다고)
(역시 인기남)


후... 말하다보니 우리 막둥이가 너무 좋다.
이 녀석 집에 없음 무슨 재미로 살까 싶어.


아마 나뿐만 아니라 형도 수혁이도 그럴 거다.


이런 ♥천사소녀 내꺼♥
귀염둥이 막둥...



“오빠!!!!!!!!!!!!”



잉?



“정신차려!!!!!!”


“어?”


“안 가???!?!?!?”


.......
뭐야, 벌써 끝났어? 언제?


“저 형 눈뜨고 잤구만”


스크린을 보니 정말 엔딩크레딧이 흐르고 있다.
벌써 2시간이 지났다고?


“헐”


“오빠 진짜 잔 거야? 눈 뜨고?”


“아니? 나 안 잤는데”


“근데 왜 정신이 나가있어”


“....... 2시간 내내 니 생각만 해서 그래”


“뭐래”


“그러게”


“흠흠, 가자 이제”


민망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ㅇㅇ이의 볼멘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한 명은 눈 감고 자고 한 명은 눈 뜨고 자고.
이럴 바엔 혼자 오는 게 나았어.”


“이수혁 진짜 잤어?”


“.......”


“잤잖아!! 잤어 아주!! 푹”


“아까 말했잖아”


“진짜 잘 줄이야. 대단하다 너도”


“그러는 오빠는. 눈 뜨고 주무신 분이 뭘 놀라세요”


“안 잤다니까? 진짜 네 생각했어”


“네네”


“진짜야”


“늬예늬예”


“뭐야.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누구한테 그런 못된 거 배웠어, 어?”


“친구한테 배웠다! 왜!”


“걔랑 놀지마. 안 좋아”


“걔는 영화 볼 때 눈 뜨고 안 자거든?”


“아 아니라고!! 안 잤다고!!!!”


“쳇”


쳇- 하고 내 앞을 지나가는 ㅇㅇ.
아 억울해, 진짠데!!!


“쯧쯧”


“뒤진다”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혀를 차?
건방진 놈...






*






“와 비 또 오네? 아깐 그쳤었는데”


“그러게...”


“감기 걸리겠다. 타”


“오빠 집으로 갈 거지?”


“응. 따라 갈게”


ㅇㅇ이가 내 대답을 듣곤 수혁이 차에 오른다.


“잘 모셔라”


“어련히”


“졸지 말고”



“눈 뜨고 졸진 않으니까”



“확 씨”


새끼 얄밉게 웃긴.
저 놈은 진짜 자주 안 웃는데
꼭 저렇게 사람 염장 지를 때만 웃더라.



쿵-



입술을 꽉 깨문 내 옆으로
수혁이 차가 부드럽게 빠져 나간다.
그 뒷모습을 보다 나도 차에 올랐다.


“달려볼까나-”


엑셀을 밝기 전,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무시하기 위해 라디오를 켰다.
이왕이면 귀 찢어지는 락을 듣고 싶었는데


웬걸.




                                                     





오늘 같은 날 이런 노래 나오는 건 반칙이지.
너무 우울해지잖아.


씨발 망할 놈의 Parachute.
진짜 듣기 싫은데 차마 끄진 못하는
망할 새끼



“지랄같네”


2006년 어느 날, 션 레논은 이 노래를 냈다.
제목은 Parachute, 낙하산.


그 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다.
그녀의 묘지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갈 땐 화창했던 날씨가
돌아올 때 즘 굳어져 세찬 비를 쏟아냈다.


나는 그녀가 죽은 뒤로부터 한 3년 간
수도 없이 묘지를 찾았다.
처음 1년은 보고싶어서
다음 1년은 그리워서,
그 다음 1년은 익숙해져서.


그리곤 한동안 가지 않았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했고 잊어버릴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문득 서랍 속 그녀 사진을 발견한 그날


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의외로 눈물은 나지 않았다.
3년 간 펑펑 울며 그녀 이름을 부르짖었었는데
그날만큼은 울지 않았다.
너무 덤덤해 내가 다 놀랄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제 내가 널 잊어가는구나
이렇게 잊혀지는구나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강하구나.’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쏟아진 장대비가
되려 시원하게 느껴졌었다.
너의 여운마저 쓸어가 버려라,
마음속으로 빌어볼 만큼.



이 노래만 흐르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완벽할 수 있었는데.



‘Cause if I have to die tonight
I’d rather be with you
Cut the parachute before the dive’


‘오늘 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당신과 함께 있을래요
추락하기 전에 낙하산을 끊어요.’


‘Baby don’t you cry
You have to bring me down
We had some fun before we hit the ground’


‘내 사랑 울지 말아요
당신은 날 떨어지게 해야 하잖아요
추락하기 전까지 우린 즐거웠었잖아요.’



꼭 그녀가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어쩌면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아서


결국 차를 세운 채 또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빗소리보다 더 크게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해 울분을 토했다.



“그런 노래를”


그런 노래를 하필이면 오늘,
이렇게 비오는 날


“너무하네. 너무해”


오늘같이 괴로운 날.



지이잉-



얼음마녀 정닥터
[어디 가서 처울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
 
[이미 많이 했던 말이지만]
[넌 충분히 슬퍼했어]



‘충분히 슬퍼했어’



“뭐래. 짜증나게”


신경질적으로 엑셀을 밟았다.
좁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를 달리자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라디오에선 ‘Parachute’가 흐르는 오늘은,



13년 전 네가 죽은 그날이었다.




그녀는 정 선생과 친했다.
나는 그녀를 유학생 모임에서 처음 만났지만
그 둘은 한국에서부터 절친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도 함께한 소꿉친구라며
해맑게 소개하던 그녀에게 나는,


솔직히 홀렸다.
날 홀린 여자였다 그녀는.


한 때는 정 선생을, 아니 려원이를 질투하기도 했다.
난 그녀랑 단 둘이 있고 싶은데 자꾸 끼어드니까,
수석 의대생이 이쪽 머리는 안 좋은가 싶어
괜히 짓궂게 굴었었다.


그래서 려원이가 저렇게 욕쟁이가 됐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욕도 하나 못하는 순수한 애였는데
어느 순간 마녀가 됐어.
미안-


어찌됐든 난 그녀와 사랑을 싹 틔웠다.
남들과 같지만 다른, 조금은 더 뜨거운 연애를 시작했다.


우리에게 미국은

아무리 정붙이려 해도 낯선 곳이었기에
서로를 더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뭐,
굳이 그런 걸 떠나서 난 그냥 그녀가 좋았다.
매일 아침 깨워주던 전화기 속 목소리도 좋고
공부하다 힘들면 투정부리는 입술도 좋고
장난기 가득한 눈도 좋고.
어디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었던 그녀


그런 그녀도 날 꽤 많이 좋아해줬다.
고맙게도, 감사하게도 나의 전부가 되어준…




내가 그 ‘전부’를 잃고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담배였다.
생각은 자꾸 나는데 지울 길 없으니
담배라도 피워야겠다, 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밥 대신 담배를 먹고 있더라.


기겁한 려원이 아니었으면
이미 폐암으로 저 세상 가있었을지도.



‘전부’를 잃은 느낌은 어떨까?
다들 그런다.
삶의 의미가 없다고. 죽고 싶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을 뿐


예전에 술 마시며 얘기했었는데
그때 려원이가 딱 이렇게 말했었다.


“맞아. 너 ‘미친놈’으로 다시 태어났어”



그 때부터인 것 같다.
난 되는대로 인생을 살고 있다.
운좋게 ‘의사’ 타이틀은 달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가장 심각한 환자라는 걸.


그래서 난,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live forever’를
시도 때도 없이 부르고
그녀가 가장 싫어하던 카키색 카고바지도 자주 입는다.



지이이잉-



♥천사소녀 내꺼♥
[오빠 왜 안와?]
[어디 갔어!!!!!!!!]



그러니까 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지.
‘발발이’이자 ‘미친놈’ 이진욱으로 돌아가야지.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

서서히 사라질 바엔 한꺼번에 불타버리는 게 낫다
-Kurt Cobain-






*






“짜잔!!!!”


“어디 갔다 와”


“이거 사왔지롱”


형 눈앞에 치킨을 스윽 들이댔다.
이래봬도 양념 하나 후라이드 하나에
무 많~~~~~~이야.
우리 ㅇㅇ이가 좋아하는 무 많이


“두 마리나 사왔어?”


“응 배고파서. ㅇㅇ이는?”


“씻어”


“수혁이는”


“걔도”


“그럼 형이랑 나랑 둘이 먼저 먹자”


“난 됐어”


“에이”


이거 안 보여? 이 실한 맥주캔들?


“안 마실거야?”


“....꺼내놔. 갈테니까”


“나이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 위에

치킨과 맥주를 올려놨다.
역시, 치맥은 항상 옳아.


“형 빨리 와! 아 이거 식으면 안 되는데”


얘네는 샤워를 왜 이렇게 오래 해.
둘이 같이 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하나?


“야 밖에 비 많이 와?”


“형”


“어”


“얘네 왜 이렇게 샤워를 오래 하지?”


“원래 오래 씻잖아 둘 다”


“둘이 혹시.......”


“뭐”


“같이 하는 거 아니야?”


“같이? 뭐를”


뭐긴 뭐야. 알면서


“샤워를?”



“흐흐”



퍽-



“아!!!!!”



“미친놈아 맥주나 뜯어”


“늬예늬예”


“뭐야 그건 또”


“ㅇㅇ이한테 배운 거. 늬예늬예~”


“뭔가 되게 기분 나쁜데”


“그래서 나도 하지 말라고 했어. 막둥이한테”


“너는 왜 하는데”


“재밌잖아. 늬예늬예”


“이상해”


“헤헤 짠-”


헤헤 웃음이 나온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가-
거실에 솔솔 퍼지는 치킨 냄새도 좋고.
그냥, 이 집이 비어있지 않아서 좋고.


“야”


“어”


“괜찮냐?”


“뭐가”


닭다리 좀 뜯으려는데 진지하게 쳐다보는 형.
뭔 소리야 갑자기



“너 괜찮냐고”


“내가 왜, 안 괜찮아 보여?”


“.......”


“괜찮은데? 괜찮잖아 나. 누가 봐도”


“... 미친놈”


“스읍, 듣는 미친놈 서럽게 맨날 미쳤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난
그저 행복한 얼굴로 닭다리를 뜯었다.

“역시 이 집 닭 맛있어. 그치 형?”

형의 썩은 얼굴이 신경 쓰였지만-


“오늘은 기타를 치든 음악을 틀든
술을 마시든 아무 말도 안 할테니까 네 마음대로 해”


“헐. 왜? 갑자기 왜 이래 이 형 부담스럽게”


“쫌, 알면서 모른 척 하지마 인마”


“뭐를”


“말 돌리지 말라고. 일부러”


알아 형.
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좀 봐줘.




맥주를 털어 넘기는 형을 보고 나도 따라 마셨다.
크으- 맥주가 뭐 술이겠냐마는
오늘은 딱 이 정도 가지고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쿵-



“어? 뭐야, 오빠 왔어?”



“오냐~ 막둥이 이리 온나”


“아 뭐야! 금방 온다더니!!”



쿵쾅쿵쾅쿵쾅쿵쾅-



“야 무너져 무너져”


“치킨 사왔네? 우와!!!!!”


“나보다 치킨이 더 좋지?”


“당연하지!”


“헐.......”


“이거 먹어”


망설임도 없었어 너.
실망이야 ㅇㅇㅇ
오빠는 너 생각해서 비도 뚫고 치킨 사왔는데


“나는 오빠가 안 보이길래
뭔 사고라도 난 줄 알았어”


“그럼 전화하지 왜 카톡했어”


“혹시 운전중일까봐”


“바로 전화해서 아주 그냥 정신 확!! 들게 하지”


“귀찮기도 했고...”



“이야, 너 점점 오빠에 대한 사랑이 식어간다?”


“있기는 했어?”


“잘 모르겠어”


“얼씨구?”


“히히 오빠 난 콜라”


“콜라? 안 사왔는데”


“헐? 콜라를 안 사왔다고? 제정신이야?”


“다 큰 성인이 치킨에 콜라를 먹는다고? 제정신이냐?”


“센스없는 자식”


“오빠 지금 콜라 무시해?
코카콜라랑 펩시콜라 무시하냐고!!”


“그러는 너는, 한국사람 맞아?
어떻게 치맥을 두고 치콜을 할 수가 있어?”


“어우 너네 또 왜 이래... 머리 아프게”


“삼촌 저 오빠 좀 혼내줘”


“적당히 해라 진욱아”


“형은 나만 싫어해!!!!”


“ㅇㅇ아 너도 그만...”


“씨”


“쳇”


“내가 가서 사올게. 싸우지마”


순간 2층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
너겠지 이수혁.


“내려와, 너도 먹어”


“슈퍼부터 갔다가”


“아니야. 내가 갈게”


“스읍. 넌 가만히 있고”


“어유 어유 저 애물단지 저거”


“다음부턴 콜라 명심해라”


“애도 아니고 콜라 타령이야. 이나 썩어라”



퍽-



“하.......”


살다살다 새파랗게 어린 애한테 뒤통수 맞긴 처음이네.


“내 뒤통수는 형건데”


“그게 왜 내 거야”


“형만 때릴 수 있어”


“이젠 내 차지야”


“.......”


“우하하하하!!” 웃는 ㅇㅇ이 뒤로 보이는 수혁이.
정말 나갈 참인지 현관에서 우산을 찾고 있다.


“야 진짜 가게?”



“쟤도 뭔가를 마셔야 될 거 아냐”


“오빠 됐어 괜찮아! 주스 마시면 돼”


“그래 인마, 치킨 다 식는데 어디가. 얼른 와”


“안 먹을 건데”


“진짜? 이거 완전 대박 맛있는데?
오빠 주려고 다리도 남겨놨어!”


매몰차게 뒤돌아서던 녀석.
ㅇㅇ이 한 마디에 방향을 튼다.


저, 저... 소름끼치는 ㅇㅇㅇ바라기


“이거 봐! 그치?”


“너 먹어”


“에이, 난 아까 먹었지”


“알다시피 우리 막둥이는 말보다 손이 빨라서”


“맞아”


씨익 웃는 ㅇㅇ이 입가에 묻은 양념이
심히 눈에 거슬리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뻘겋게 묻힌 채 재잘대는 게 귀여워서겠지.
으유, 어쩜 다 똑같냐.


“참, 토이가 누구야?”



.......?



“푸에에엑!!!!”


“딸꾹”


“.......”


“뭐야. 왜 이래 다들?”


너 같으면 안 이러겠니.
네 입에서 ‘토이’가 나올 거란 상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지금 마음 같아선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네 옆을 떠나고 싶은데.


“켁켁!!.... 토, 토이라니?”


“토이가 누구야 (딸꾹)”


“뭔데”


“삼촌 몰라? 아까 문자 왔던데?”


“문자? 나한테?”


“어. 나 샤워하러 가기 전에 잠깐 소파 앉았었거든.
거기 있던 삼촌 휴대폰에서 불빛 나더라고.
토이한테 온 문자던데.......
‘형님 준비 됐습니다’ 이렇게”


.......


나와 수혁이가 동시에 형을 째려봤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깟 휴대폰 하나 관리 못하고..!!!!!!!!


“아, 어.... 토이는 그........”


“무슨 조직인 줄 알았어. 형님! 그래가지고. 큭큭큭”


“조직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딸꾹)”


“아 깜짝이야..! 왜 소릴 질러!”


“그냥 아는 후배야. 동생”


“이름이 토이야? 되게 특이한 거 같아”


“걔 원래 이름은 따로 있어. 별명이 토이야”


“왜?”


“피규어 모으거든”

“토를 많이 해서”

“유희열 광팬이야 (딸꾹)”



.......?



“엥?”


셋의 눈빛이 재빨리 교차된다.
눈빛으로 주고받은 수많은 욕들…
결국 형의 인상에 압도당한 나와 수혁이는
꾹 입을 다물고 치킨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걔가 피규어 콜렉터야.
건담, 어벤져스 할 거 없이 닥치는대로 모아.
그래서 토이야. 장난감”


“아....... 재밌으시다”


“어. 재밌는 애야”


“근데 오빠들도 다 아나봐?”


“어?”


“나 모르는데 (딸꾹)”


“나도 몰라”


“방금 다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내가 언제? 나 아닌데? 그치 수혁아”


“응. 나도 아니야 (딸꾹)”


“뭐야... 이상해 둘이”


“아무튼 내가 걔한테
아이언맨 피규어 부탁했었는데 이제 도착했나봐.
그래서 문자 보냈나보네”


“아... 그런가보다. 우와! 아이언맨!”


후우.......
다시 신나서 치킨을 뜯는 ㅇㅇ이를 보고
한숨부터 내쉬는 우리 셋.
토이까지 알게 되다니... 점점 위험해지는데?


“삼촌 근데 셜록 피규어는 없나?”


“셜록?”


“응. 나 셜록 완전 사랑하잖아”


“한때 책 쌓아놓고 봤었지”


“지금도 다시 읽고 있는데 너무 좋아! 드라마도 좋고...”


“알아보라고 할게”


“헤헤. 아 나도 셜록처럼 탐정되고 싶어.”


“탐정은 무슨...”


“나 나름 추리 잘하는데”


“네가? 추리를? 어떻게”


“뭐 이런 거지.
며칠 전 오빠는 새벽 3시 반 쯤 들어왔어. 맞지?”


“.......어”


“그때 오빠는 논문 정리하다가 늦었다고 했는데,
내가 봤을 땐 아니야”


“그, 그럼”


“우선 오빠가 병원에서 맨날 먹는 박하사탕 향이 안 났어.
담배 안 피우려고 일부러 먹잖아”


“…….”


“그날따라 담배 향이 많이 났다고.
어디선가 담배를 엄청 피웠다는 거지. 병원 밖에서”


“나, 나 병원에서도 담배 피우는데?”


“흠. 아닐 걸? 그럼 벌써 쫓겨났을 텐데.
김 과장이 담배 피우는 의사 경멸한다 했잖아.”


“…….”


ㅇㅇ아 나 점점 손에 땀나..


“그리고 오빠가 내 얼굴 만졌을 때 손 촉감이 이상했어.
손바닥 한 가운데에 줄 자국이 있었지.
분명 무슨 질긴 성질의 끈 같은데.......”


“켁!...”


그날은 도구가 여의치 않아
눈에 보이는 전선으로 그놈을 목 졸라 죽였었다.


“흠... 그 뒤는 미스터리야.
오빠가 뭐하다 들어왔는지 모르겠어.”


“…….”


“(딸꾹)”


“일단 이거부터 먹어. 식겠다”


황급히 ㅇㅇ이 입에 치킨을 넣어주는 형.
형 어떡해?



우리 진짜 위험해진 것 같은데.





.
.
.





못다한 이야기




<그래서 토이는>



아 토이. 토이 얘기 하다 말았지.
러시아 가기 전까지 했나?


흠흠. 아무튼 그래서 토이는 형이 죽은 뒤
바로 러시아로 향했다.
그곳에서 토이는 수많은 마피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 죽이는 걸 밥 먹듯 하는 러시안 ‘갱’들을.


사실 그들은 되게 무식했다.
무식하게 사람을 패고 죽이고,
죽인 시체도 또 죽이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었다.
바로 ‘신무기 개발’이었다.


이제 총과 칼로 싸우는 시대는 갔다며
현지 갱들은 최첨단 무기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토이는 그것에 매료 돼 한동안
무기 개발을 도왔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새로 태어난 거죠.
‘데이빗’에서 ‘토이’로.
걔들이 그렇게 불렀거든요. 토이라고”


토이는 거기서 나름 성과를 냈다.
거기 보스가 러브콜까지 보낼 수준이었으니
인기가 꽤 있었던 것.
애가 은근 손재주가 좋아서 이것저것
뚝딱 만드니 그랬나본데,
의외로 토이는 한국으로 넘어와 정착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추워요 러시아”



꽤 많은 돈을 번 토이는
한국에 오자마자 대한민국 상위 1% 사람들이
드나드는 클럽, 파티에 종종 출현했다.
그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쌓다보니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
아, 우리의 직접적인 정보는 아니고 대충 이런 식


‘우리나라에도 킬러가 있다고 하더라’


토이는 우릴 찾아 방방곡곡 수소문 했고
처음으로 날 찾아왔다.
내 진료실로.


그때 토이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천사같이 착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죽여야 마땅한 놈들도 있죠.
근데 또 이 세상이란 게 참 호락호락해요 그쵸?
벌써 죽었어야 되는 놈들이

아직까지도 숨을 붙이고 있으니 이거 원,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요 선생님, 선생님을 뵈니 참 안심이 돼요.

세상에 꼭 필요한 분이라 그런가 봐요."


"구원자, 처단자. 선생님은 어느 쪽이세요?"


"전 살인자입니다만."


순간 이 새끼는 뭐지 싶었으나 눈빛을 읽고 알아챘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미쳐버린
무서운 놈이라는 걸.



뭐, 세상엔 우리보다 더 무서운 놈들 많으니까
이 자식 정도는 약과라 생각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놈은 정말 수많은 신무기를 갖고 있었다.
수천가지 종류의 독약부터 시작해서
마시멜로우 폭탄, 휴대폰 독침 등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난 지금도 토이네 놀러가는 걸 즐긴다)
(거긴 내 세상)


다음엔 투명 망토를 부탁해볼 생각이다.
우리 토이는 똑똑하니까 다 만들겠지.



토이는 장래에 세계 정상의 무기업자가 되고 싶단다.


그럼 나도 세계 최고 킬러가 되는 건가.
흐흐




.
.
.



사연 많은 식구들 [C]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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