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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박서준] by별유

작성일 작성자 별유




하얀색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ㅇㅇ가
불쑥 고갤 내민다.


아직 눈은 뜨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한 모양이다.


이른 아침이 풍기는 신기한 냄새가 있었다.


깨기 싫은데 그냥 눈이 떠졌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콧속까지 전해지는 한기를 느낀다.


시렸다. 얼굴이. 무척.


다시 이불을 덮으려다 멈칫하는 ㅇㅇ.
침대 밖으로 손을 내밀어 또 다른 손을 맞잡는다.
그리곤 그 손바닥을 자신의 눈에 퍽- 얹는다.


그 손은 무척 컸다.
그리고 차가웠다.
역시, 찬바람이 불긴 했나보다.





♪ 내 연애의 모든 것 OST - Sweet Enemy





“음.......”


비스듬히 누워있던 ㅇㅇ의 옆엔
서준이 누워있었다.
정확히, ㅇㅇ을 뒤에서 꼭 안고 있었다.


다정하게 팔베개도 해주고
나머지 팔은 ㅇㅇ의 가슴에 얹고.


눈에 올려둔 서준의 손을 만지던 ㅇㅇ가
살짝 떼어내며 장난을 친다.


두눈 깜빡거리며 속눈썹으로 간질이기.


손바닥에 닿은 ㅇㅇ의 속눈썹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간질이자 “크흐..” 소리를 낸다.


따라 웃는 ㅇㅇ.
한참을 그러더니 이내 팔을 내린다.
무거웠겠지.


더 나아가 ㅇㅇ은 자신의 목 뒤를 지탱하던
서준의 팔도 빼냈다.
좌우로 목을 움직이는 걸 보니
뒷목도 꽤 뻐근했나보다.


여러모로 몸이 아픈 ㅇㅇ이었다.


“자기야”


정자세로 고쳐 누운 ㅇㅇ가 드디어 입을 연다.


“응”


아직 눈도 못 뜬 서준도.


“안녕”


“응”


“나 목 아파”


“어디”


“목 뒤가 아파. 자기 때문이야”


“이렇게 해봐. 주물러 줄게”


“아아-”


“주물러 줄게. 뒤돌아”


“싫어. 귀찮아”


“그래라 그럼”


일자로 누워있는 둘.
ㅇㅇ가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말을 잇는다.


“자기야”


“응”


“안 추워?”


“안 추워”


“난 추운데”


“추워?”


“응”


“이리와”



ㅇㅇ을 바싹 당겨 품안에 넣는다.
서준의 오른쪽 어깨에 얼굴을 댄 ㅇㅇ.
고갤 더 내려 가슴팍에 귀를 댄다.
피식 웃던 서준이 다시 이불을 덮어주자
포근히 안기는 ㅇㅇ이다.


“심장 소리 들려”


“잘 들리지”


“응”


“잘 살고있단 소리야”


“나쁘지 않네”


손을 뻗어 ㅇㅇ의 머리칼을 매만지는 서준


“몇 시야?”


“몰라”


“8시 안 됐겠지?”


“6시도 안 됐을 걸?”


“흠.......”


“오늘 일요일이잖아”


“아...”


“나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거야”


“안 돼”


“왜”



“데이트해야지”


“이게 데이트지 뭐야”


“영화 보고 싶다며”


“집에서 보면 돼”


“단풍도 보고 싶다 했잖아”


“아.......”


“단풍놀이 해야지”


“귀찮아”


“또 일주일동안 조를거면서”


“다음 주에 가자”


“다음 주엔 단풍 없어”


“아 싫어어어어어어”


서준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꽉 안는 ㅇㅇ.
그 또한 ㅇㅇ을 뭉개질 듯 껴안는다.


“왜애애애애애”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도 가자”


“싫어어어어 싫어 싫어”


“진짜?”


“응”


“흐음...”


“그리고 추워. 추워 죽겠어”


“아직도 추워?”


“응. 나 소름 돋았어 추워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감기?”


“아니야 그건”



“봐봐”


ㅇㅇ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다시 껴안는다.


“열은 없는데”


“안 아프다니까”


“언제 감기 걸릴지 모르니까 옷 좀 단단하게 입고 다녀”


“응...”


ㅇㅇ의 다리가 서준의 다리를 덮친다.
턱 하고 올리니 “어억” 소리내는 서준.


“아파?”


“아니”


“아프지 마 도토 도토 잠보”


“풉”


“도오토오”


이젠 아예 그의 발에
자기 발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사사샥- 사사샥-


조용한 방에 퍼지는 발 비비는 소리


“크흐... 흣 흐흐”


“간지러워?”


“응”


“기분 좋지 않아?”


“좋아”


“나 발 비비는 거 너무 좋아”


“나도 좋아”


“소리가 귀여워”



“네가 더 귀여워”


“....... 헤헤”


헤헤 웃던 것도 잠시,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크게 입을 벌려 하암- 소리를 낸다.


“졸려...”


“자자”


“아니야”


“왜”


“더 자면 허리 아플 거 같아”


“허리도 아파?”


“응. 나 아파”


“크흐...”


딱 들어도 입 내민 소리였다.
이런 거지,
‘나 아파. 그러니까 잘해줘’


“왜 웃어?”


“귀여워서”


“아픈 게 귀여워?”


“응”


“헐... 맨날 아파야지!!”



“스읍, 안 돼 그건”


“왜. 아파야 귀엽다며”


“아파도 귀엽단 소리였어”


“그게 그거지”


“그게 그거 아니거든?”


“붸붸붸부베?”


“어어 까분다 또”


“부부붸붸뷉”



“푸흐흐흐”


몸까지 들썩이며 웃는 서준.
덩달아 기분 좋아진 ㅇㅇ도 따라 웃는다.


“자기야”


“응”


“나 언제 제일 귀여워?”


“음.......”


“아니다, 순위 정해서 알려줘. 3위까지”


“다 귀여운데 뭘 순위까지 따져”


“빨리 말해라”


“안 하면?”


“일주일 간 스킨십 금지야”


“그런 게 어딨어”


“여깄어”


“너무 가혹한데”


“몰라몰라. 대답이나 해”


“진짜 다 귀엽다니까? 세 개만 어떻게 꼽아”


“고민해”


“…….”


“신중하게 고민하고 답해라. 평생 기억할 거야”


“무섭다”


“3위부터”



“음.......”


정말 신중하게 고민하는 서준
다시 발을 비비기 시작하는 ㅇㅇ의
사사샥- 소리를 듣더니 슬쩍 입을 연다.




♪ 내 연애의 모든 것 OST - LOVE TIME




“3위”


“응”


“먹을 때. 오물오물 뭐 씹을 때 귀여워”


“그래? 개걸스럽진 않고?”


“아닌데?”


“다행이다”


“입안에 가득 넣고 먹잖아. 터질 것처럼”


“응”


“햄토리같이”


ㅇㅇ가 양볼에 바람을 잔뜩 넣는다.


“응. 그렇게”


“2위는?”


“2위는.......”


“재밌당”


“기다려봐. 2위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입 내밀 때”


“내가 언제”



“자주 내밀어. 이렇게”


이번엔 서준이 입술을 쭉 내밀며 친히 흉내내본다.


“나 안 그러는데?”


“그러거든요?”


“언제? 나 언제 그러지?”


“네 말 안 들었을 때”


“아...”


“네 말 안 들어줄 때”


“자기 잘못이네. 왜 내 말을 안 들어줘”


“비오는 날 일부러 비 맞자는 얘길 어떻게 들어줘”


“그게 뭐 어때서!”


“감기 걸리잖아”


“나 튼튼해서 그런 거 안 걸린다고”


“퍽이나”


“씨”


“크흐 지금 또 입 내미네”


“아.. 이런 식이구나?”


“어. 이때 귀여워”


“난 속 터지는데 혼자만 귀엽대”


“백번 속 터져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거야”


“아빠다 아빠. 아빠!!”


“딸자식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거구먼”


“흐흐...”


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새벽에도 죽이 척척 맞는 이들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대화일지라도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제일 사랑하는 듯.


“1위는”


“드디어 1위”


“잘 때”


“헐!!”


“왜”


“입 다물고 잠만 자야 귀엽다는 거야?”


“푸하, 아니야 그런 거”


“그럼”


“아기처럼 귀엽단 뜻이었어”


“음.......”


“잠 안온다고 칭얼거리더니
금세 자고 있을 때, 이럴 때 귀엽고”


“갑자기 확 졸렸던 거지”


“머리카락 때문에 간지러워서
이마 박박 긁을 때도 귀엽고”


“내가 그런다고?”



“가끔 내 위에 올라와서
안겨 잘 때도 귀엽고. 좀 무겁지만”


“안 무겁다며!!”


“하하 장난이야 장난. 하나도 안 무거워”


“거짓말 하지마. 무겁잖아”


“안 무겁다니까”


“치”


“아무튼 그럴 때 다 귀여워.
지금도 귀엽잖아.
일어나자마자 재잘대는 거 얼마나 예뻐”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니라니까.
말 좀 문자 그대로 이해해주라 엉?”


“뉘앙스라는 게 있잖아”


“사랑스러운 뉘앙스지”


“우웩...”


“이제 됐지? 만족해?”


“응.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럼 더 자자”


ㅇㅇ을 품에 안고 토닥거린다.
자장, 자장- 낮게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고


“근데 자기야”


“쉬이- 자라니까”


“아아 자기야”



“왜요”


“점심은 뭐 먹지?”


“점심? 아침은”


“아침은 안 먹을 거잖아”


“먹을 건데”


“.......”


“먹을 거야 아침”


“먹지마”


“크흐흐흐...”


“먹지마 그런 거.아침 먹는 거 아니야”


“배고파지려고 하는데”


“자. 빨리”


“그냥 지금 일어날까봐”


“싫어. 일어나지마”


“허리도 아프고...”


“안마해줄게”


필사적인 ㅇㅇ을 보고 씨익 웃더니 말을 잇는다.



“아침은 내가 해. 걱정말고 더 자”


“왜 자기가 해?”


“그냥 내가 하고 싶어”


“에이...”


“왜”


“그럼 내가 미안해지잖아”


“뭐 어때. 나도 밥 잘해”


“그래도”


“괜찮으니까 자”


“.......히히”


“좋아?”


“응. 자기 정말 좋아”


“이럴 때만”


“아니야!!!”


“크흡 알았어. 화내지마”


“진짜 좋단 말야!!!”


“알아. 나도 너 좋아”


“얼만큼?”



“많이. 엄청 많이”


“기발한 대답을 원해”


“....... 또?”


“응”



“하아........”


ㅇㅇ의 정수리에 턱을 대곤
한숨을 내쉬는 서준이다.
매번 ㅇㅇ은 가혹한 질문을 했고 기발한 답을 원했다.


“자기 자는 거 구경하다 밤 새울만큼 좋아”


“오.......”


“됐지?”


“괜찮다 그거”


“진짜야. 사실이라고”


“에이 어디서 거짓말을”


“어어~? 진짜야!”


“에이”


“어어~?”


“에잇”


“계속 그럴거지, 엉?”


“아아!!”


서준이 숨 막힐 정도로 ㅇㅇ을 껴안는다.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


“아악!!”


“대답해 빨리”


“안 그럴게!! 안해 안해!!”


“진짜지”


“그렇다니까?!”


“진작 그럴 것이지”


품에서 간신히 나온 ㅇㅇ가
고갤 들어 서준을 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쁜 미소만 보여주는 서준


“웃지마”



“헤헤”


“어우 진짜”


“재밌다”


“나 놀리는 게 재밌냐”


“자기도 나 놀리잖아”


“쳇”



쪽-





“아 뭐야”


“입 내밀길래”


쪽 하고 뽀뽀하는 서준을 다시 째려보던 ㅇㅇ가
몸을 돌려 눕는다.


“등 보여주는 거야?”


“응”


“왜~?”


“몰라”


“자기야”


“왜”


“자기는 등을 보여줘도”


“…….”



“어차피 내 품 안이야”


다시 처음 눈떴을 때 자세로 돌아간 이들


“치........”


“히히”


어느덧 날은 밝아오고
들릴 듯 들리지 않는 웃음소리만이 방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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