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weet Talk – SAINT MOTEL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방 안 가득 음악소리가 퍼지자
점점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박자에 맞춰 스텝을 옮겼다.
옆으로 한 발, 다시 또 한 발...
신나는 리듬에 몸을 움직이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신나게 샤워하던 주인공이
가운만 걸친 채 음악에 맞춰 춤추는
그런... 어디서 본 듯한 그런 거 말이지.


비록 난 샤워를 끝냈어도 잠옷 차림이었지만.



“호우!!”



혼자 집에 있을 때
가장 본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간다 했던가.


적적함을 없애기 위해 크게 튼 음악을 배경으로
몸을 흔드는 내 모습을 보니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거지 하면서도 흥얼흥얼
발톱 깎으면서도 흥얼흥얼


청소기는 스탠딩 마이크
요가매트는 작은 라이브 무대
질끈 묶은 똥머리는 큐티섹시 컨셉
꽃무늬 잠옷은 이번 S/S 컬렉션
등등...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나에겐 익숙한 내용이었다.


단지 지금처럼 학교 갈 준비를 할 땐
조금씩 소품이 바뀌는 정도랄까.


박자에 맞춰 머리를 흔들어 말리고
빗이 마이크가 돼 립싱크를 선보이고
괜히 한 바퀴 돌면서 옷장 문을 여는 애드립까지.



“뭐 입지...”



옷장 앞에선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잠시 춤을 멈췄지만,



“봄이니까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결국 청바지를 집어들곤 다시 몸을 흔드는 나는,



“헤헤”



푼수때기 대학생, 고단한 청춘
그러나 내일은 맑음... 응?



“아 씨, 이러다 늦겠는데?”



정신 차려야지





청바지와 흰 셔츠를 입은 채 화장을 시작했다.
오늘은 어젯밤 구글링해서 찾아낸
셀리나 고메즈 느낌의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컨셉이 목적이었다.





“도도하게 가는 거야.
나는 비록 혼자 수업을 듣지만
사실은 친구도 많고, 외롭지 않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그런 멋있는 여성 느낌으로”



오해는 말자.
혼자 수업을 듣는 이유는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복수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2학기부터 신방과 복수전공을 시작해
이번 학기에도 여전히 수업을 듣고 있다.
주로 혼자. 나 혼자. 나 홀로.



“sweet talk~ 음으음~”



사실 교양 수업이었으면
혼자 듣는 게 이렇게까지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공 수업이다 보니
신방과 애들 사이에 괜히 끼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쳇. 나도 우리 국문과에선 나름 친구 많거든?”



립스틱을 바르며 말했다.
아니, 생각했다.
내가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
음.......



“괜찮아. 나쁘지 않아”



인생에 베프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거랬어.
그리고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익숙해져야 돼. 암 그렇고말고...



.......



오늘은 화장도 잘 먹었으니 신나게 출발해볼까??!?!





.
.
.








.......



“하...”


시끌벅적한 강의실 구석에 홀로 앉아있는 나.


강의 내내 조용하던 애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어쩜 저렇게
에너자이저가 되는지...


간식을 먹으며 수다 떠는 학생들 사이에서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조용히 가방에서 수필집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음...”


조용히 글귀를 음미하며 샤프로 밑줄을 그었다.
적어도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아니지, 따지고 보면 보통사람이 제일 멍청하잖아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는 게 어딨어



벌컥-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하던 것도 잠시,
때마침 교수님이 다시 강의실에 들어오시는 걸 보고
책을 덮었다.


밖에 있던 학생들도 하나둘씩 자리에 앉자
조용히 기다리시던 교수님이
씨익 웃으며 입술을 달짝이셨다.


“이제 과제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아아아아-”


아우성으로 넘실대는 강의실.
교수님도 예상하셨는지 고갤 끄덕이며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셨다.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심지어 팀플과제거든요”


“아아아아악-!!!!”


“하하하하. 반응을 보니 더 재밌네요”


“교수님 그냥 개인 과제로 내주시면 안 돼요?”
“맞아요!!!”


“그래도 여러분의 고충을 덜기 위해
손수 팀을 짜왔어요. 랜덤으로”


“교수님 그게 더 어려워요!!!”
“몇 명이 하는 건데요??”
“그냥 저희끼리 짜게 해주시면 안 돼요?”


“팀은 두 명으로 이뤄져있고요.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프린트로 뽑아왔으니까
확인 다 되면 표 끝 칸에 사인해주세요.
앞에서부터 돌리겠습니다”


팀이 짜여있다고?
하, 이렇게 감사할 수가...


나 같은 복전생들은 팀을 꾸리는 것부터가
고난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누군가 팀을 짜주는 게 편했다.


“과제의 주제는 브랜드 마케팅입니다.
회사 하나를 선정해서 우리가 배운 브랜드 연상,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자산,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시면 됩니다”


“형식은요?”
“언제까지요?”


“기한은 한 달 드릴게요.
PPT로 만들어서 발표하시고
완성본만 저한테 제출하시면 되겠습니다.”



교수님은 과제 공지를 마친 뒤
이어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강의실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교수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오...”


프린트가 나에게 도착했다.


“헐?”



8조
신문방송학과 201540141 정해인
국문학과 201637502 ㅇㅇㅇ



정해인? 여잔가 보네
학번 보니 선배인 것 같고...
음.......
좋아. 여자 둘이 짝짜꿍해서 잘해보지 뭐.


 입술을 꽉 깨물며 이름 옆에 사인을 한 뒤
뒷사람에게 넘겼다.





My Type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질문 있는 분들만 남으시면 되겠습니다”


교수님의 수업 종료 사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나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나려는데,


“저... 혹시 국문과 ㅇㅇㅇ 님이신가요?”


“네? 아, 네”


어떤 여학생이 느닷없이 내 앞에 섰다.


“아, 저 팀플 과제 때문에 그러는데요.”


“혹시 정해인 님?”


“아니요. 전 신방과 17학번 차율이라고 합니다”


“아... 네”


“괜찮으시면.. 저랑 팀을 바꿔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팀을요?”


“네”


“왜, 왜요?”


“그건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
제 팀원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제가 쫌...”


“.......”


“진짜 죄송한데 그냥 바꿔주시면 안 돼요?”


다짜고짜 팀을 바꿔달라니.
이유도 설명 안 해주고


“그건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제 팀원한테 실례가 될 수도 있고...”


“아 그럼 제 얘기는 하지 마시고
그냥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바꾸게 됐다고 해주세요. 네?”


“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대?


“부탁드릴게요”


“아니 그래도,”



“저기 후배님”



한 마디 하려는 날 막는
어느 단정하고도 낮은 목소리


“네? 어? 서, 선배님 안녕하세요!!”


방금까지도 낭랑하던 그녀를
90도로 인사하게 만드는 그는


“팀은 안 바꿨으면 좋겠는데.”


.......
진짜 말도 안 되게 잘생긴 사람이었다.
뭐지? 나 왜 이 사람 처음 보지?


아, 이게 아니지 참


“아... 저 그게, 제가 아니라
이 분이 바꾸고 싶다고 해서요”


“내가요?”


“네. 아까 그러셨잖아요”


뭐 이런


“아니 저기요,”


“후배님이 다짜고짜 이 분한테 말 건 걸로 봤는데 난”


“네?”


“아닙니까?”


“..맞긴 맞는데....”


“.......”


남자는 후배를 향해 말없이 씽긋 웃었고,


“....죄송합니다”


그 미소를 본 후배는 하얘진 얼굴로
꾸벅 인사하곤 어디론가 잽싸게 뛰어갔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팀은 계속 하실 거죠?”


“네. 팀원이 거절만 안 한다면”


“거절 안 해요”


“네?”



“잘 해봐요, 우리”






My Type






이름이 정해인이라고 했다.
제대하고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며
아직도 학교생활에 적응중이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ㅇㅇㅇ인 건
자기 앞에 앉아있던 후배가
말하는 걸 듣고 알았다고 했다.
(그 후배가 팀을 바꾸고 싶어 했던 낭랑소녀였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내 번호를 가져갔다.



그날 밤 그는 나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오늘 반가웠어요.’





.
.
.





터벅 터벅, 터벅...



금요일 오후 2시.
도서관이 가장 조용할 시간에
다 읽은 수필집과 소설책을 반납하러 갔다.


이상하게 금요일 오후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책장 앞에 오래 서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없어 없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몇몇 사람을 빼곤
텅텅 비어있는 도서관


1층 데스크에 책을 반납하고 4층에 오르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오래된 책 냄새가 날 반겼다.


그래서 왠지 들뜬 발걸음으로
하나, 둘 책장을 지나치는데


“310... 320... 330, 어?”



“.......”


그와 마주쳤다.


“.......”


눈이 부셨다.
그의 뒤로 비친 햇살 때문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를 따라 인사한 뒤
바로 다음 책장으로 가버렸다.
.......
아니, 아예 다른 층으로 갔다.


당황스러웠다.
거기 떡하니 그가 있을 줄이야


“뭐지...”


아니 뭐, 우리 학교 학생이 도서관에 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필이면 내가 찾던 책 라인에
그렇게 서있었다는 게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잘 생겼고”


그렇지. 잘 생기기도 했고... 응?


“아 뭐래”


머릴 세차게 저으며 다시 책장을 살폈다.
5층은 문학작품이 분류되어 있는 곳이었다.


“뭐 보지? 뭐가 좋을까...”


두 번째 책장 앞에 서서 여기저기 훑어보다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곤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둘 하나 둘 – 어반자카파




“히...”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가지런히 꽂힌 책






책장을 손으로 쓸다
유난히 툭 튀어나온 큰 책을 꺼내
이유 없이 훑어보고,


예쁜 제목은 두세 번 속삭여보고
유난히 푸른 표지는 창가에 서서
하늘색과 비교해보고


제일 위에 꽂힌 책은 허둥대며 꺼냈다가
제일 밑에 꽂힌 책은 쭈그린 채 꽂아 넣고


어쩌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발견하면
괜히 빙그레 웃으며 친한 척 하고


무협소설은 인상 쓰며,
로맨스소설은 입꼬리를 주욱 올리며 보고
그러다 수위 높은 장면이 나오면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음악에 맞춰 고갤 끄덕이다 뒤를 돌면



“.......”



책 틈 사이로 익숙한 모습이 보이고




“헙”


뒤돌아 서있는 그를
한 눈에 알아봤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책으로 입을 가리면,


기가 막히게 불어드는 바람
흩날리는 머릿결


귀에 닿은 멜로디가
눈앞에 펼치지는 순간.




“후...”


한숨과 함께 돌아서서
 저 사람 언제 여기 왔지, 하면서도
뒷모습도 잘 생겼네, 그러다가
근데 난 왜 저 사람을 한 번에 알아봤지, 하다보면


또 고갤 내젓는 나


“.......”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책장을 훑어보다
제일 위 칸 끝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이 보여
생각 없이 손을 뻗어보는데,


“흠”


너무 안에 꽂혀 있어서 그런지 닿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있는 힘껏 까치발을 서서 끙끙대던 찰나,


“.......”


정말 영화처럼 혹은 드라마처럼 나타나
대신 책을 꺼내 건네는



“이거 맞아요?”



이 남자



“네?”


“이거,”


“아...”


“.......”


“그 옆에 건데...”


“에? 아...”


황급히 옆에 있던 책을 꺼내서
다시 건네는 그를 쳐다보다


살짝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멋쩍었는지 뒷목을 만지는 남자


“...바쁘세요?”


“네?”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입모양을 쳐다봤다.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도 까먹은 듯했다.
바보같이



“시간... 되시나 해서”


“시간이요?”


“네”


“네, 뭐...”


“그럼 회의할까요?”


“회의?”


“네”


“과제 회의요? 지금?”


“네”


갑자기? 뜬금없이?


“...네”


“.......”


“.......”



“가죠 그럼”


“네”






My Type






앞장 서는 그를 따라 도서관을 나섰다.


쪼르르 옆에 서서 발짝을 맞추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로 갈까요? 카페?”


“네. 주변에 아무데나 가면 될 거 같아요”


“밥은... 먹었죠?”


“네”


“.......”


“.......”


“.......”


“말씀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이신데”


“그럴까? ...요? 하하, 어렵네...”


살짝 고갤 숙이며 웃는 남자


그 웃음을 보다가
햇빛이 눈부셔 질끈 눈을 감았다.
아 근데 이놈의 햇살은 왜 자꾸
이 남자 뒤에서만 비추는 거야


“왜요. 눈 부셔요?”


“네에??!!!”


“아니, 햇빛이 센 거 같아서...”


난 또. 본인이 눈부시다는 줄...


“아... 그러게요. 오늘따라 눈이 부시네요”


“그럼 이쪽으로,”


남자가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입술을 깨물며 또 웃는 남자.
원래 웃는 상인가?
엄청 자주 웃네


“원래 국문학 전공이죠?”


“네”


“언론 쪽에서 일하려고 신방과 복전하는 거예요?”


“네. 기자가 꿈이거든요.”


“아, 우와”


“여행기자요”


“여행을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네. 늘 새롭고 신나고 그러더라고요”


“멋있는 것 같아요”


“꿈을 이루면 더 멋있을 거예요”


“이루면 되죠”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뭔가 확신에 찬 그의 단호한 말투가 좋았다.


“선배님은,”



“야 정해인!!!”



“어? 형!”


그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남자와 날 번갈아봤다.
내가 미소를 보이자
그도 미소를 띤 채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


근데 저 사람 낯이 익는데...


“저 사람,”


“너 연습 안 하고 어디 가!!”


“오늘 없는 거 알거든??”


“그래도 인마, 경기가 코앞인데 어디서 농땡이를...”


“진운 오빠?”



“뭐야 ㅇㅇ도 있었네?”


어쩐지 키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했다.
멀리 있을 때도 컸는데
가까이서 보니 새삼 또 커보이네


“너네 뭐야? 왜 같이 있어?”


“우리 지금,”


“형은 어떻게 아는데”


“ㅇㅇ? 지나 절친이잖아.
지나 절친은 또 내 절친이기도 하고”


“지나?”


“너 형 여친 이름도 모르냐?
어? 형수님 안 챙겨?”


“오빠, 지나는 어쩌고 혼자 다녀?
오늘 데이트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저녁에 보기로 했지롱~”


“푸흐...”



“그러는 너넨 왜 같이 있냐고
뭐야. 둘이 뭐 있는 거야? 썸 타는 거야?”


“.......”


“팀플 과제 하러 가는 거거든?”


“아 맞다, 너 신방과 복전하지”


“오빠는 무슨 사인데. 어떻게 알아?”


“우리 농구하는 사이. 팀 TOB!!!! 예!!!!!”


“농구? 농구하세요?”


“네. 그렇긴 한데...”


“우리 다음 주 토요일에 경기하는데
너도 보러와. 지나랑 같이”


“나 알바하잖아”


“저녁에 하거든? 오후에 끝내고 오면 될 거 아냐”


“음... 봐서”


“고기 사줄게. 와”


“나 막 고기에 환장하는 그런 애 아니거든?”


“언제 바뀌었어?”


“푸흐흐...”



“야 와서 우리 팀 좀 응원해줘라. 어?
그것도 하나 못 해주냐?”


“신입생 여자애들이 해줄 거 아냐.
농구부 인기 많잖아”


“인기는 이 자식이 많지”


오빠가 남자를 턱 끝으로 가리키자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나 인기 없는데!!?”


“없기는. 맨날 얘한테 음료수 사주고
땀도 닦아주고... 아니지,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애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형”


“엉?”


“안 바빠? 안 가?”


“나? 가야지. 수업있어 나”


“가 빨리”


“어어, 나 간다!!
다음에 또 봐 ㅇㅇ야!!”


“응~ 잘 가!”


긴 다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사라지는 오빠.
그 뒷모습이 웃겨 피식거리다가 옆을 돌아보니,


“.......”


그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서있었다.


“가, 갈까요?”


“네”


다시 걸음을 뗀 우리


“.......”


“.......”


“농구를 하시는구나...”


“.......”


“진운 오빠 농구 잘하죠?”


“네, 뭐”


“엄청 자랑했었거든요.
자기가 스무 골은 넣는다고”


“.......”


“그러고 보니까 진짜 경기를 본 적이 없네 내가...”


“.......”


“정말 1학년들이 선배님 땀도 닦아주고 그래요?”


“아니요??”


아 깜짝이야.
갑자기 그렇게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버럭 할 질문은 아니었지 않나


“아니에요?”


“네. 나 인기 하나도 없는데”


“하나도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없어요 그런 거”


조심스럽게 고갤 끄덕이며 그의 눈치를 봤다.
인기 있다는 소릴 싫어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건가?
자기가 잘 생긴 건 알겠지?


“저 카페로 가죠”


“넵”






My Type






“.......”


뭐랄까, 이런 경험은 처음이랄까.
카페 안에 앉아있는
모든 여자들의 눈길을 받아보는 경험?


“자료는 내가 최대한 찾아볼게요.
ㅇㅇ 씨는 PPT에 더 신경써줘요”


“.......”


“발표는... ㅇㅇ 씨가 할래요?
아무래도 나보단 ㅇㅇ 씨 목소리가 더 좋을 것 같아서”


“.......”


“ㅇㅇ 씨”


“.......”


“ㅇㅇ 씨?”


“네?”


“....어디 맘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아니요. 없어요”


사실 눈치가 보여서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계속 주변만 둘러보게 되고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게 되고


“...괜찮아요?”


“뭐가요?”


“좀...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아서요”


“그게,”


“.......”


자세를 고쳐 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저기 오른쪽에 앉은 여자 둘이랑
계속 눈이 마주쳤거든요”


“네?”


“근데 왼쪽에 있는 여자도
계속 여길 쳐다보는 거예요”


“.......”


“지금은 선배님 뒤에 앉은 여자도
보고 있어요 나를. 아니 선배님을”


뒤돌아보려는 남자를 말리며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티 나게 보면 안 되죠”


“티 나게 봐야 안 쳐다 보죠”


“알고 있었어요? 쳐다보는 거?”


“.......”


“...익숙한 일인가?”


“불쾌한 일이에요”


“아...”


“남자가 봐도 마찬가지고”


한숨을 쉬는 그가 짠해 보였다.
잘 생기면 얼굴값 한다더니
이런 부작용도 있었구나.


“다음에는 도서관 스터디룸에서 회의할까요?”


“스터디룸이요?”


“네. 둘이서만”


“.......”


“다른 사람 눈치 볼 거 없이”


“둘이서... 네, 그래요 우리”


“그럼 그땐 제가 커피를 사가겠습니다!
오늘 얻어 마셨으니까”


“네”



뭐야, 방금까진 울상이더니 그새 또 웃는 거야?
.......



귀엽게





.
.
.



다음 편에 계속





+


트와이스 나연 양 좋아합니다

악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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