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잉- 지잉-



“여보세요”


“어! 나야!!”


“알아”


“어디야? 알바 중?”


“당연하지”


“그래? 야 카페에 사람 많냐?”


“지금은 별로. 저녁 쯤 많이 올 거 같아”


“그렇구나...”


“야 근데 왜 전화했어. 금방 만날 건데”


“아 그게...”


“너 설마,”


“응. 설마 맞아”


“야 이지나”


“히히 미안 베프야.
오빠가 다음 주 내내 연습하느라
당분간 못 만날 것 같다고 해서...”


“그렇다고 친구 약속까지 깨고 남친을 만나??”


“대신 내가 다음 주 내내 놀아줄게. 응?”


“필요 없거든?”


“그럼... 아, 소개팅도 시켜줄게!”


“뭔 소개팅이야 갑자기”


“오빠 군대 후임 중에 괜찮은 사람 있다고 했었거든.
너 소개시켜 줄게. 응?”


“됐거든?”


“훈훈하대. 착하기도 하고 키도 크고”


“...봐서”


“헤헷 그럼 나 봐주는 거다? 응?”


“어우 이 얌생아”


“알바 마무리 잘하고 집에서 푹 쉬어~
내 원망은 조금만 하고!!”


“됐어 기집애야. 데이트나 잘 해”


“어!!!”


끊긴 전화기를 보며 픽 웃었다.
그래, 원래 우정보다 사랑이지.
나 같아도 데이트하러 갔을 거 같아


“부럽다”


진짜 부럽다.
누군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카페 알바나 하고 있는데
누군 남친 만나 하하호호 재밌게 놀고...


“커플 천국이구만?”





그러고 보니까 여기도 온통 커플 천지네.
저 커플은 나란히 앉아 속닥속닥
저 커플은 손 마주잡고 헤헤실실...


“에효...”


“웬 한숨이야?”


“어? 사장님 오셨습니까-”


“오냐”


“일찍 나오셨네요?”


“어. 손님 많을 줄 알고 왔더니 별로 없네?”


“그러게요. 커플들만 꼬물거리고...”


“너 그래서 한숨 쉬었구나? 부러워서”


사장님이 피식 날 비웃었다.


쳇,
그래요 그랬어요.
사장님도 커플이잖아요!!!!!
다 똑같아!!!!!!


“뭐, 나도 커플이라고 째려보는 거냐?”


“헐. 이젠 생각까지 읽으시네”


“표정이 딱 그랬어 인마~”


“티 났어요?”


“엉. 많이”


“치...”



“치치거리지말고 오늘은 그만 들어가”


“네?”


“들어가시라고요 선생님”


“왜요? 갑자기?”


“그냥. 30분밖에 안 남기도 했고
나도 빨리 나왔고, 날씨도 좋고”


“수상한데?”


“뭐가 수상해 또. 야 너는 잘해줘도 뭐라 하냐”


“갑자기 잘해주니까 그렇죠.
평소엔 안 그러다가”


“평소에 내가 뭐. 나만큼 착한 사장이 어딨다고”


“.......”


“....입 내밀지 말고 가 빨리”


“저 진짜 가요?”


“가라고. 알바는 사장이 보내줄 때
재빨리 토끼는 거야 원래”


“내일 일 더 시키려고 그러죠”


“아 쫌,”


“.......”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너 저번 달 내내
오픈타임 잘 맡아줘서 고맙기도 하고
개강하고도 주말 오픈 맡아줘서 그것도 고맙고.
여러모로 고마워서 그런 거니까
알아들었으면 가. 나가 빨리”


“헤헤.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지”


“이거 알면서도 물어봤구만?
고맙단 소리 들으려고”


“그 생각까진 못 읽으셨네요 안타깝게.”


“어유 저 어린 거 저거”


“그럼 토끼는 이만 토끼겠습니다”


“그래. 잘 가 토끼”


“넵. 수고하세요 사장님!!”


“어~”


손을 훠이훠이 흔드는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하곤 카페를 나섰다.


시계를 보니 12시 35분.
원래 지나랑 1시에 만나서 밥 먹기로 했었는데...


“망했어 망했어...”


망했다. 집에나 가야지


가서 과제하고 토익책 좀 보다가...
아니다, 점심 뭐 먹지? 편의점 가야 되나?
밥이나 해놓고 나올 걸


“아 뭐 먹냐고오..!”


풀풀거리며 카페 옆을 지나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몇 발자국 더 떼자마자,


“나 지금 바쁘거든? 나중에 통화하자”
“엄!마야...”


건물 밖으로 나오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어,”
“어?”



“ㅇㅇ 씨?”


“선배님,”


“왜 벌써 나와요? 1시에 끝,”


“네?”


“아니, 아니에요 아무 것도”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눈알만 굴리니
선배가 갑자기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또 보네요. 하하”


“네에...”


“오늘 알바 한다고 하지 않았나?”


“네. 끝내고 나오는 길이에요.
선배님은 여기 어쩐 일로...”


“나, 나 여기 살거든요”


“정말요?”


“네. 저번 달부터 자취 시작했어요.
집이 학교랑 좀 멀어서요”


“저돈데. 저도 이 근처에서 자취해요”


“아... 동네 주민이었네요 우리”


“그러게요. 왜 몰랐지? 한번쯤 봤을 법 한데”


“동선이 안 맞았나보죠.”


“학교 근처라 다른 학생들은 많이 보거든요.
우리 카페도 오신 적 없죠?
아, 저 저쪽 코너에 있는 커피스트에서 일해요”


“아... 네. 저희 집 1층이 카페라...”


“그렇구나...”


“그, 저기,”


“네?”


“점심... 먹었어요?”


“점심이요? 아니요, 아직”


“그럼 나랑 먹을래요?”


“네?”


갑자기 점심?
이 남잔 왜 이렇게 다 갑작스러운지 모르겠네.
강의실에서도 갑작, 도서관에서도 갑작,
이렇게 길바닥에서도 갑작
거기다 점심까지


“내가 너무 먹고 싶은 칼국수가 있는데
그게 2인분부터 된다고 해서요.
혼자 가면 남기니까 아깝기도 하고...
거, 거기가 또 맛집이거든요! 되게 유명한...”


“그래요? 이 동네에 그런 데가 있었나?”


“생겼어요. 얼마 전에”


“아...”


“.......”


“그래요. 가죠 뭐. 저도 마침 배고팠거든요”


“정말요?”


“네”


“.......”


“근데 아까 바쁘다고 하지 않으셨나?”


“누구요. 저요?”


“네. 통화하면서 그러셨던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아무 것도”


“.......”


“이 쪽으로 가시죠”


“네!”






My Type






“생각해 보니까 저도 그런 거 같아요”


“뭐가요?”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거요.
양이 너무 많아서”


“그렇죠. 혼자 사니까”


칼국수 집으로 가는 길.
거리는 벌써 점심을 해결하고
슬슬 이동하는 사람들로 메워지기 시작했지만,
우린 개의치 않고 천천히 보폭에 맞춰 걷고 있었다.


“혼자 살면 그런 게 참 어려워요. 그쵸?”


“네”


“그거 빼곤 괜찮은데...”


“안전이 안 괜찮잖아요”


“에이, 우리 집은 괜찮아요”


“어째서요?”


“CCTV도 있고, 건물 현관도 잘 되어 있고”


“옆집에 누구 사는지 알아요?”


“아니요?”


“아랫집은요. 윗집은?”


“모르죠”


“근데 괜찮아요?”


“.......”


“방음은 잘 돼요?”


“아니요. 별로”


“거봐요. 안 괜찮잖아요”


“그런가... 하긴, 저 예전에 기가 막힌 일 있었어요”


“뭔데요”


“잠깐 편의점 갔다 오는 길이었거든요?
코앞이니까 문은 안 잠그고.
아, 우리 건물은 열쇠로 돼 있어요 참.
도어락 말고”


“.......”


“갔다 와서 문을 열려는데 안 열리는 거예요”


“왜요?”


“근데 느낌이, 안에서 누가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네?”


“저도 깜짝 놀라서 잠깐 손잡이를 놨다가 다시 열려는데,”


“근데”


“안에서 웬 남자가 나오는 거예요”


“뭐라고요?!?!!!”


“아 깜짝아,”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는 선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쳐다보는 눈빛이
사뭇 무섭게 느껴졌다.


“누군데요. 아는 사람이었어요?”


“아니요. 처음 보는 사람이요”


“그,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너무 놀라서 한 마디도 못하고 얼어 있는데,
그 남자가 죄송하다고,
자긴 603호 사는데 술 취해서 헷갈렸다면서
꾸벅 인사하고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저 306호 살거든요”


“그걸 그냥 놔뒀어요???
아, 아니다. 더 위험해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 순간 진짜 입도 안 떨어지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진짜 603호 사는 건 맞는지,
뭐 훔쳐간 건 없는지 확인했었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하고...”


“...많이 무서웠어요?”


“네. 펑펑 울었어요”


헤에, 웃으며 쳐다보자
선배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모님한테는요. 말씀 드렸고?”


“아니요?”


“.......”


“어떻게 말씀드려요. 걱정하실 텐데”


“ㅇㅇ 씨”


“네?”


“그런 건 말씀드려야 돼요.
그게 부모님 걱정 덜어드리는 일이에요”


“그래도...”


“무슨 일 터지고 나서야 연락하는 게 더 나쁜 거라고요.
이럴 때, 다행히 아무 일 없었을 때 알려서
미연에 방지하는 거,
그게 해결책이에요. 알았어요?”


“.......”


“다음부턴 어딜 가든 무조건 문 잠그고 다녀요”


“네...”


“그 자식 얼굴 봤어요? 이후에 또 만난 적은,”


“얼굴 못 봤어요. 모자 쓰고 있어서”


“아 이상한데...”


“.......”


“또 다른 일은 없었어요?”


“.......”


“또 있었어??”


“아, 아니... 이건 별 거 아니긴 한데,”


순간, 건너편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피해
날 안쪽으로 끌어당긴 선배.
깜짝 놀란 나와는 달리 곧바로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다.


“별 거 아닌 일이 어딨어요. 말해봐요 빨리”


“종종 누가 자꾸 문을 열려고 했었어요.”


“.......”


뭐지. 말을 하면서도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불타오르는 저 눈빛이 무섭다.


“어떤 사람은 문고리를 잡고 막 돌리기도 하고...”


“.......”


“언제는 또 문 따고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었고.
당연히 열쇠가 안 맞아서 못 들어왔지만”


“.......”


“아마 술 먹고 그랬을 거예요.
동일 인물인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ㅇㅇ 씨 이사 가요”


“네에??”


“거기 안 되겠어요. 위험해”


“옛날 일이에요. 1년 전에”


“얼마가 됐든 위험한 건 위험한 거예요.
다른 집 알아봐요.”


“.......”


이렇게 진지할 필요까지 있나 싶다.
이렇게 남을 진지하게 걱정해주는 캐릭터인가 싶기도 하다.
이 남자는 의외가 많다.


“선배님”


“네, 왜요”


“선배님 집은 어떤데요?”


“우리 집이요?”


“거긴 안전해요?”


“당연하죠”


“확실해요?”


“네. 내가 있잖아요”


“네?”


“내가 있으면 다 안전해요”


“.......”


의외로 근자감도 있다.
아무튼 이상하다.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난 최소한 내 몸 지킬 줄은 아니까.
복싱이랑 합기도를 꽤 오래 했었거든요”


“아...”


“근데 ㅇㅇ 씨는 아니잖아요.”


“.......”


“그런 거 다 떠나서 아무래도 여자들은 약하니까
더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여자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모르겠어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은 보호해주고
지켜줘야 한다고 배웠어요.
구식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다치고 사고 당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푸흐...”


“왜, 왜 웃어요?”


“구식 아니에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거”


“.......”


“누구한테 배운 건데요? 아버지?”


“네. 아빠가 전부터 그러셨어요”


“우와, 되게 멋있는 아빠다”


“.......”


“다 멋있으세요. 선배님도”


“.......”


“어? 다 온 것 같은데. 여기 맞죠?”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칼국수 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으니
맞다며 손수 문을 열어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
.
.





그런 사람이 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사람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미주알고주알 떠들며
웃길 땐 웃고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훌쩍이다가 다시 헤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헤어질 때 다 돼서
쿨하게 인사하고 가볍게 집에 들어와서는,


왠지 모를 후회감에 이불킥 하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을 몇 명 만났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처음 남자는 연락이 뜸해져 결국 남이 됐고
두 번째 친구는 종종 메시지만 보내는 사이가 됐으며
세 번째 남자는 그날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던 것만큼 후회가 깊었다.
그 얘긴 왜 했지, 뭐하러 그렇게까지 입방정을 떨었지 하며
밤새 괴로워했다.


다시 만날 사이라면 너무 내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서,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라면
굳이 스쳐갈 인연에 의미 부여한 것 같아서


그래서 괴로워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이 사람과의 인연은 조금 밖에 안 되니
깊은 얘기 할 필요 없겠다 치부해버렸을 것을.


누군들 사람과의 인연을 계산할 수 있었을까.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고
그것의 길고 짧음 또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일 텐데.


근데 나는 그게 그렇게 서러웠다.




“저기, 선배님”


“네”


“이제... 집에 갈까 봐요.”


“아, 그렇죠 참. ㅇㅇ 씨 피곤하겠다”


“네, 조금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데려다 줄게요. 가요”


“아니에요. 혼자 갈 수 있어요”


“.......”


“오늘 밥이랑 커피까지 사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다음번에 제가 밥 살게요. 커피도”


“꼭 안 그래도 되는데...”


“그럴 거예요. 저 이런 거 안 까먹어요”



“그래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ㅇㅇ 씨도 조심해요”


“네에-”


얼마인지 모를 시간을
밥 먹으면서, 커피 마시면서 보내고 나니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후...”


뒤돌아서 터덜터덜 걸으니 쓸쓸함이 몰려왔다.
내가 싫어하는 이 느낌


또 집에 가서 이불킥 할 것 같은 느낌




‘저희 엄마 잔소리가 엄청나거든요?
어느 정도냐면요,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자주 놀잖아요,
그러면 꼭...’


‘저 여고 나왔어요! 그러니 여대는 죽어도 싫죠.
여고 3년 겪어봤으면 됐지 여대 4년까지? 에휴”


‘지나는 진운오빠가 잘 생겨서 좋대요.
오빠 잘 생겼나? 그래요?’


‘저 종종 하늘 나는 꿈도 꿔요. 대박이죠!!’




“미친...”


별 소릴 다 했다 이년아.
백 번을 후회하고 다짐하면 뭐하니
다음날만 되면 까맣게 잊는 걸.


그런 얘길 뭐하러 해.
그 선배 팀플 과제 끝나면,
그래 길게 봐줘서 이번 학기 끝나면
다신 못 볼 사람이야.
연락도 안 할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잖아 멍충아


“거기다 대고 울 엄마 얘긴 왜 하냐?”



지잉-



“휴...”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정말 별 의미 없었는데.
기대도 없었고


근데,




정해인 선배님
[늦게까지 나랑 놀아줘서 고마웠어요.]
[오늘도 좋은 꿈 꿔요.]
[하늘 나는 꿈이면 더 좋고]



“.......”


이게 이렇게 되면
나 진짜 잠 못잘 것 같은데.



낯설어서


처음이라.






My Type






“배수경”


“네”


“연미정”


“네~”


“유세준”


“넵”


“ㅇㅇㅇ”


“네!”


오늘도 덤덤히 출석을 부르시는 교수님.
이름이 나오자 나도 씩씩하게 답하고
허릴 꼿꼿이 세워 앉았다.


그리곤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는데,


“김태형”


“넹~”


“이세아”


“네”


“정해인”


선배의 이름이 불렸고,
대답은


“네!”


“어?”


내 옆에서 들려왔다.


“여기 앉아도 되죠?”


“어, 네”


금방 도착했는지
황급히 앉으며 가방을 내려놓는 선배


“지각할 뻔 했어요 하마터면”


“그, 그러게요...”


슬쩍 뒤를 돌아보니
수두룩한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잘 지냈어요?”


“네. 선배님은요?”



“나도”


그에게서 좋은 향이 났다.
좋은 향수를 뿌렸을 지도
아니면,


“덕분에.”


그의 미소에서 나는 향일지도


“.......”


“아, 미안한데 오늘은 회의 못할 것 같아요.
아마도 토요일까진”


“왜요?”


“농구 시합 때문에요.
천하대랑 붙는 거라 다들 이 갈고 있거든요”


“진운 오빠가 말했던 그 경기요?”


“네”


“과제는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세요.
천하대한테 지는 건 싫어요”


“하하, 네”


“그럼 오늘도 연습하시는 거예요?”


“네”


“아... 힘들겠다”


“재밌어서 괜찮아요”


출석체크가 끝나자 교수님이 몇 번 헛기침을 하셨다.
수업이 시작되니 집중하란 뜻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쉿- 순간 조용해진 강의실.


절대 지루한 수업은 아니었다.
교수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가끔 자장가 같았지만
우리 과 교수님들보단 훨씬 나았다.
그래서 이 수업을 꽤나 좋아했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수업에 집중이 안 됐다.


“.......”


그의 정갈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필통 안에 노란색 색연필을 들고 다니는 모양새가 귀여웠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하지만 어딘가 투박해 보이는 손등이 멋있었다.
가끔 턱을 괴곤 했는데
그때 그 옆모습이 참 예뻤다.


그러했다.
그래서 내가 집중을 못했다.



미쳤나 보다.





.
.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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