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리와 일단

 

...”

 

빨리 앉아. 경기 시작하는 건 봐야 될 거 아냐

 

지나가 나와 코트를 번갈아 보더니

급히 뛰어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숨기는 거 없다더니

 

숨긴 거 아니야

 

“.......”

 

그냥 말 안 한 거야

 

죽는다

 

“.......”

 

 

우와!!!!!!!”

 

 

점프볼을 하며 시작된 경기.

먼저 공을 잡아낸 진운오빠가 선배에게 패스하곤

골대 밑으로 들어가 슛을 던지는 이 멋진 플레이를 보면서,

 

말해라 이제

 

우리의 진실게임 또한 시작됐다.

 

“.......”

 

분명히 봤어

 

, 뭐를

 

너의 그 걸그룹 애교 영상 같은 표정을

 

?”

 

너 완전 1 더하기 1은 귀요미였어.

그러니까 빨리 말해.

내 눈은 못 속여

 

“.......”

 

스읍-”

 

아 맞아. 핸드크림 선배가 줬어

 

“.......”

 

근데 그게 다야. 다른 의미는 없어

 

정말 없다고 생각해?”

 

“...

 

정말로?”

 

“.......”

 

동네 친구라 핸드크림 줬다 이거야?”

 

아마도

 

너 나한테 핸드크림 사준 적 있어?”

 

아니?”

 

내가 너한테 사준 적은

 

없어

 

근데 동네 친구가 사줬다고?”

 

“.......”

 

절친끼리도 안 사주는 핸드크림을 동네 친구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냥 아는 선배가?”

 

자기 거 사는 김에 샀다고 했어

 

? 자기 것만 사면 누가 뭐라 한대?”

 

“.......”

 

모른다고 하지마. 너 사실 알잖아

 

 

!!!!!!!!”

 

 

!!!!!!!!!!!!!”

 

 

때마침 관중석에서 터진 환호.

점수판을 보니 5:2, 우리가 이기고 있었다.

 

그린라이트야 이거

 

“.......”

 

인정해. 백퍼야 백퍼

 

“.......”

 

만약 이게 썸도 아니고 그린라이트도 아니다 그러면

저 선배는 나쁜 놈인 거야

 

?”

 

사람 헷갈리게 한 나쁜 놈

 

“.......”

 

솔직히 너 설렜지

 

“.......”

 

대답 안 해?”

 

, 쪼금?”

 

거봐. 사람은 함부로 다른 사람 설레게 하는 거 아니야

 

“.......”

 

설렘은 강력한 감정이라고.

그거 한번 느끼면 세상이 달라져.

작은 설렘에도 이유없이 웃음 나고

콧노래 흥얼거리고 왠지 자신감도 생기고...

아까 너처럼 귀여워지고

 

내가?”

 

그러다 심쿵 몇 번 하면 좋아하게 되는 거야.

그럼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돼.

감정의 소용돌이에 초대된 느낌이랄까

 

“.......”

 

설렘은 그 초대장인 거야.

그래서 함부로 남발하면 안 되는 거라고

이 미련 곰탱아

 

내가 남발했냐? 저 선배가 그랬지

 

인정 하는 거야?”

 

“.........”

 

아 말렸어

 

, 저 사람 아주... 그렇게 안 봤는데 당돌하네

 

“.......”

 

핸드크림을 사줘? .

독특한 방법을 썼어 아주~?”

 

선배가 원래 엄청 친절한 스타일이면?

그래서 그냥 사준 거면?”

 

“...끝까지 내 말을 안 믿겠다 이거냐?”

 

그게 아니라, 이해가 안 된다고

 

얼마나 더 쉽게 설명해줘야 이해할래

 

아니,”

 

“.......”

 

왜 나인지

 

“.......”

 

그게 이해가 안 돼

 

말끝을 흐리며 코트에 있는 선배를 쳐다봤다.

 


찰랑거리는 머리, 소년의 얼굴, 가벼운 몸짓

하지만 훤칠한 키, 눈에 띄는 잔근육들

 

내가 남자를 이렇게 변태처럼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세히 훑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생각했다.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는 저 사람이

왜 나를, 정말 나를?

 

왜 하필 나를...

 

너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네 멋대로 재단하지마

 

“.......”

 

그리고,”

 

“.......”

 

한번만 더 그렇게 존심 떨어지는 소리 하면 죽는다

 

지나의 으름장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가 국문과 아니랄까봐 쓰는 단어 봐라...

 

넌 어떻게 된 애가 매번 그렇게 심각하니?

좀 즐겨. 너 좋아한다잖아 저 사람이

 

그거 그렇게 기정사실화 시켜도 되는 거야?”

 

“.......”

 

“.......”

 

그럼 저 선배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려

 

“.......”

 

고백하면 기정사실화 되는 거잖아.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백하면,

아 잠깐, 너 받아줄 거야?”

 

“.......”

 

안 받아줄 거야?”

 

납득이 되면

 

무슨 납득

 

왜 내가 좋은지

 

...”

 

아니 야, 생각을 해봐.

우리 대화 시작한 지 이제 2주째야.

물론 한 달 동안 같은 수업을 듣긴 했지만

얼굴 보고 얘기한 건 2주 밖에 안 됐다고.

덜 됐지. 2주도

 

“.......”

 

근데 2주 사이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납득이 돼?”

 

첫눈에 반하는 세상이야. 납득아

 

반할 건더기가 없었다고!!!!”

 

어우 야!!!!!!!”

 

갑자기 버럭 소릴 지르는 지나

 

그럼 직접 물어보든가!!!!

네가 왜 좋은지!!!”

 

그걸 어떻게 내가 묻냐??

김칫국 마시는 거면 어쩌려고

 

“.......”

 

아 나도 머리 아파...”

 

그럼 내가 물어봐줘?”

 

아니?”

 

오빠보고 물어보라고 시킬까?”

 

아니

 

“....어쩔 건데

 

가만히 있을 거야 그냥

 

“.......”

 

그래도 되잖아.

내가 꼭 뭔가를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뭔가를 해야 돼 넌

 

 

이해. 그리고 인정

 

“.......”

 

용기

 

용기는 왜

 

저 존잘남을 차지할 용기

 

...”

 

네 마음은 어때?”

 

“.......”

 

좋아? 저 선배?”

 

지나의 질문에 차마 답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

 

좋아해도 되나 싶었다.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나 혼자 상처받는 건 아닌가 싶었다.

 

ㅇㅇ

 

 

겁 먹지마

 

?”

 

마음 가는 대로 해

 

 

와아- 몇 번이고 터지는 환호성.

때마침 골을 넣고 기뻐하던 선배와 눈이 마주쳐 살짝 웃어보이자

선배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

 

머릿속에 복잡해 시원하게 응원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던 순간,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 둘

 

죄송합니다

 

좁은 통로를 어렵게 뚫어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시발 농구 볼 줄도 모르는데 데려오고 지랄이야

 

욕하지마 새끼야

 

욕 안 하게 생겼냐? 축구 보러 가자며!!!!”

 

스읍, 야 저기 보라고. 저 쪽

 

아 왜

 

쟤 이쁘지 않냐?”

 

“.......”

 

나 쟤랑 썸 탈거야

 

저 치어리더?”

 

 

“.......”

 

, 여기도 썸 바람이 부는 구나.

봄은 봄인가 보네...

 

귀여워. 내 스타일이야

 

너 저 여자 보러 여기 온 거야?”

 

 

여기까지? 젤리대까지?”

 

 

“.......”

 

젤리대?

뭐야, 천하대 애들인가?

이런 천한대...

 

흐흐

 

미친놈...”

 

흐흐흐

 

어떻게 알게 됐는데

 

? 학교에서 봤지

 

젤리대에서? 언제

 

뭔 소리야. 우리 학교에서 봤다고

 

저 사람이 왜 우리 학교를 와

 

아 왜 이래. 우리 학교 다니니까 우리 학교에서 보지

 

“.......”

 

븅신이냐?”

 

근데 왜 저기서 응원해?”

 

아 뭐가!!!”

 

여기 천하대 응원....”

 

?”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나에게,

 

혹시 제일대 다니세요?”

 

뻔한 질문을 했다.

 

 

여기 제일대 응원석이에요?”

 

 

... , 감사합니다

 

.......

 

 

-

 

 

!!!!!! 아 왜 때려!!!! 미쳤냐??”

 

병신아 나 진짜 너 싫어질라 해

 

나도 너 별로거든?”

 

아 여기 제일대 응원석이래잖아!!!!!!!”

 

?”

 

다 제일대 사람들이라고

 

진짜?”

 

치어리더 보러 온 놈이 자리도 하나 못 찾고...

... 김우빈 이 똥멍청이 같은 새끼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어

 

“.......”

 

저기로 가자

 

집에 갈래

 

아 야~ 윤두야~”

 

꺼져

 

두두야~~”

 

꺼지라고!!!!!!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친구의 손길을 뿌리치며 황급히 지나치는 남자.

그 뒷모습을 보며 풉, 하고 웃자

지나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아니야. 아무 것도

 

아 우리 오빠 너무 섹시해

 

?”

 

저거 봐. 섹시해 섹시해

 

 


, ...

너도 여전히 봄인가 보다 지나야

하하

 

 

 

 

 

My Type

 

 

 

 

 

으악!!! 동점 됐어!!!!!”

 

우와 천하대도 되게 잘한다

 

짜증나

 

40:40, 동점이 되면서 2쿼터가 끝나자

하프타임이 시작됐다.

지나는 15분짜리 휴식시간이라며

지금이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

 

말없이 코트를 가리키는 지나.

손끝을 따라가 보니,

 

 

오빠 진짜 멋있어요!!!!”

완전 잘해요!!!!”

오빠 이거 드세요!!!!”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저 미니스커트 기집애 아까부터 거슬렸어

 

라고 또 미니스커트를 입은 지나가 말했다.

난 무난한 청바지를 입고 있어 다행이었다.

 

?

 

야 저 선배 봐봐

 

어디

 

이번엔 해인 선배를 가리키는 지나.



관중석 난간에 매달려

이것저것 뭔가를 건네는 여자들에게

싱긋 미소 짓는 선배가 눈에 들어오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이돌 저리가라네

 

 

어어-? 뭐냐 그 ?”

 

저 선배가 뭐 그리 좋다고

 

“.......”

 

그냥 좀 생겼을 뿐이지

, 다른 거 있나?”

 

“.......”

 

옷 입은 꼬라지 봐라.

저게 건전한 체육관에 입고 올 옷이냐 저게?”

 

“.......”

 

여자들이 더 무섭다니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래퍼토린데

 

?”

 

“...

 

아 씨... 이놈의 입방정

 

젠장...”

 

나 오빠한테 가볼 건데, 너도 갈래?”

 

아니

 

. 너의 님 관리하러 가야지

 

내 님 아니거든?”

 

내가 봤을 땐,”

 

“.......”

 

고지가 코앞이다 친구야

 

뭐래

 

갔다 올게!!!!”

 

. 야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응원 할 테니까 열심히 하라고 전해줘

 

오케이

 

콩콩 뛰어가던 지나가

굳이 여자들이 모여 있는 사이를 비집고 섰다.

그리곤 몸을 베베 꼬며

오빠에게만 먹히는 초강력 애교를 선보였다.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푸흐흐...”

 

저래서 사랑받나?

귀엽네 내가 봐도

 

 

지이잉-

 

 

뭐냐 또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져 확인해보니,

 

 

정해인 선배님

[ㅇㅇ ]

 

 

 

선배다.

뭐야, 지금 휴대폰 하고 있는 거야?

이 사람 아주 정신 나갔구만?

 

.......

 

헤헤

 

 

ㅇㅇㅇ

[!]

 

 

정해인 선배님

[저녁 안 먹고 왔죠]

 

 

갑자기 웬 저녁?

 

 

ㅇㅇㅇ

[?]

 

 

정해인 선배님

[저거 먹어요]

 

 

ㅇㅇㅇ

[?]

 

 

정해인 선배님

[]

 

 

뭐라는 거야... 뭘 먹으라는 거야

 

고갤 갸우뚱거리며 화면만 쳐다보다 앞을 봤다.

그러자

 

유후~”

 

과자와 빵, 음료수를 한아름 안고 오는

지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다 뭐야?”

 

너의 님이 받은 정성

 

?”

 

여자애들한테 받은 거 다 주더라?

가져가서 먹으래

 

진짜?”

 

 

지나가 활짝 웃으며 옆에 앉았다.

그리곤 바나나우유를 뜯어 마시며 말했다.

 

그 선배 인기 진짜 많아. 장난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선물 받은 건데...

좀 그렇지 않나?”

 

안 받으려고 해도 자꾸 놓고 간다는데 어떡하냐?

어떤 애는 봉지 채 던지더라

 

그래도...”

 

 

ㅇㅇㅇ

[이거 선배님이 선물 받으신 건데..]

[ㅠㅠ괜찮을까요?]

 

 

정해인 선배님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고 먹어요]

 

 

허어...”

 

너 뭐 먹을래? 우유? ? 초코렛?”

 

됐어. 안 먹을래

 

!! 먹어!!! 되게 많아

 

아니야...”

 

이러니까 납득이 안 된다는 거야.

 

아 거리감 느껴져...

 

 

 

.

.

.

 

 

      

야 역전 당했어!!!! 어떡해!!!!!”

 

대박 대박

 

시간 얼마나 남았어?”

 

“10!!!!!!”

 

아 어떡해!!!!”

 

4쿼터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역전 당한 우리 팀.

기세를 몰아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하는데,

 

오오오오오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줄어가는 카운트 숫자에

선수도 우리도 발만 동동 구르던 순간,

 

얼마 안 남았다고!!!!”

 

아 골 하나면 되는데!!!!”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마지막!!!!!!!”

 

버저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슛을 쏜 해인 선배

 

제발...”

 

그 슛은 결국,

 

!!!!!!!!!!!”

 

버저비터!!!!!!!!!!!!!!”

 

버저비터를 만들어냈고,



우린 87:85로 깔끔하고 짜릿하게 이길 수 있었다.

 

대박!!!!!!!!!!”

 

우리 이겼어!!!!!!”

 

!!!!!!!”

 

대박이야 미쳤어

 

완전 대박

 

... 아 심장 떨려

 

어쩜 그게 마지막에 딱 들어가냐?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줄.”

 

내 말이

 

짱이야 짱. 너네 선배 짱

 

농구까지 잘해!!!!!”

 

활짝 웃으며 말하자

갑자기 게슴츠레한 표정을 짓는 지나


   반했냐?”

 

, ?”

 

반했네

 

아니... 잘하는 걸 잘 한다고 얘기하는데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내 눈은 못 속여

 

속일 마음 없거든?”

 

“.......”

 

아 왜 자꾸 그렇게 쳐다보는데

 

조용히 지켜보겠어

 

“...그 눈으로?”

 

 

“.......”

 

아무튼 이겼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방방 뛰는 지나를 보며 생각했다.

 

왠지 미친개에게 물린 것 같다고.

 

 

 

 

 

My Type

 

 

 

 

 

벌써 푸르스름해진 하늘.

체육관 밖에서 선수들이 나오길 기다리던 중,

저 멀리 흐물흐물 뛰어오는 진운 오빠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오빠 축하해!! 진짜 잘했어!!!”

 

고맙다. 내 응원 많이 했지?”

 

당연하지~”


   나 좀 멋있지 않았어?”

 

... 그렇다더라

 

 

당연히 우리 오빠가 최고였지~”

 

그랬어 지나얌?”

 

!!”

 

?

 

나 잘해또??”

 

!! 울 오빠 짱!!!”

 

.......

 

얼만큼 잘해또??”

 

우리 오빵 하눌망쿰 땅망쿰 잘해떠여!!!!!”

 

그만해

 

우리 지나, 오빠 응원 많이 해또요?”

 

네네!!! 엄청 많이 해서 목 아파떠영

 

그래써영~?”

 

제발 그만...

 

히잉.. 호 해주세여

 

이리와봐여

 

우웩


헛구역질을 하며 고갤 돌렸다.

오랫동안 봐온 모습이었지만 매번 속이 좋지 않았다.

 

그만해 제발...”

 

ㅇㅇㅇ 너 실망이야.

이젠 좀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맞아

 

뭐가 실망이야?”

 

여어 정해인-”

 

해맑게 뛰어와 내 옆에 서는 해인 선배.

오빠는 기분 좋게 반기는 반면,

지나의 표정은 뭔가 심오했다.

 

게슴츠레한 눈빛은 덤으로.

 

오늘의 MVP!!!”

 

“MVP는 무슨...”

 

진짜 잘하시던데요?

마지막 그 골은 진짜 대박!”


    

그랬어요?”

 

!!”

 

하하...”

 

뭐야, 너네 아직도 존댓말 써?”

 

?

 

?”

 

그게,”

 

그렇게 됐어. 어쩌다 보니

 

뭐야, 완전 어색해

 

뻘쭘한 얼굴로 선배를 쳐다봤지만

나와 달리 선배는 꽤 당당한 얼굴로 답했다.

 

말은 나중에 놔도 되잖아

 

이상한 애들이야.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면서

 

그러게

 

“.......”

 

그러게. 왜 선배는 나한테 계속 존댓말을 쓰는 걸까

말 놓을 타이밍은 많았는데...

 

야야 회식 갈 거지?”

 

회식?”

 

내가 고기 사준다 했잖아

 

그게 회식이었어?”

 

. 게임도 이겼는데 당연히 회식 가야지, 안 가?”

 

나도?”

 

 

나는 좀...”

 

?”

 

난 여기 직접적으로 관련도 없는데...”

 

!! 내 동생인데

 

맞아!! 내 친군데!!”

 

에이...”

 

누가 뭐라 한대? 괜찮아. 내가 짱이야

 

내가 눈치 보여서 그래.

지나 데리고 가. 난 그냥 집에 갈게

 

!! 뭔 소리야!!!”

 

괜찮아. 고기는 나중에 따로 사줘 오빠

 

ㅇㅇ,”

 

형 나도 오늘은 좀...”

 

?”

 

너무 무리했나봐. 쉬어야 될 거 같아

 

야 그런 게 어딨어!!!! 너가 빠지면 어떡하냐??”

 

버럭 화를 내는 오빠를 빤히 쳐다보다가

지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다.

아까 그 호시탐탐 날 노리는 미친개의 표정 같달까

 

지나는 눈을 흘기며

나와 선배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흠흠

 

아무튼 형, 그런 줄 알고 있어

 

너네 진짜 이럴 거야?”

 

나는 좀 이해해주지? 내가 제일 난감하거든?”

 

난감이고 나발이고, 딱 기다려.

야 주혁아 이리와 봐!”

 

!!”

 

오빠의 부름에 쏜살같이 달려오는 남자

 

너 지나 알지

 

 

지나 회식 갈 거고

 

~”

 

이 자식도 가고

 

 

해인이 형은 당연히 가는 거 아니었어요?”

 

내 말이. 당연히 가야되는 놈이 자꾸 빼니까 하는 소리다

 

에이 형. MVP가 빠지면 안 되죠~”


까분다 너?”

 

헤헤

 

그리고 얘도 갈 거야

 

아 오빠!”

 

?”

 

얘 해인이 여자친구야. 갈 자격 되지?”

 

네에?!?!?”

 

미쳤어 미쳤어

 

!!!!!”

오빠!!!!!!!”

 

“....

 

원 플러스 원으로. 오케이?”

 

형 여친 있었어요? 언제부터?”

 

오빠 미쳤어??”

 

하아...”

 

얼마 안 됐어.

그런 줄 알고 해인이 여친 자리도 만들어 놔~ 알았지?”

 

, 네에...”

 

아니에요. 안 그러셔도 돼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

 

그러니까,”

 

얘가 원래 낯가림이 심해.

원래 비밀연애 하고 있었거든

 

오빠!!!!!”

 

얼른 가서 자리 만들어 주혁아

 

네에!!”

 

오빠의 특명을 받자마자

잡을 새도 없이 급히 뛰는 남자.

얼마나 빠른지 벌써 사라져 보이지도 않았다.

 

오빠 미친 거야? 그런 거야?”

 

자꾸 안 간다고 버티니까 그랬지

 

아무리 그래도, 왜 없는 말을 지어내!!!”

 

그건 아직 모를 일이지 않나...?”

 

너 조용히 안 해?”

 

-”

 

아 몰라.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따라와

 

 

어차피 쟤네들 술 진탕 마시면

누구누구 있었는지 기억 하나도 못해.

너넨 그냥 먹을 거 먹고 가면 되는 거야. 알았어?”

 

미치겠네...”

 

안 오면 혼난다

 

히히 우리 오빠 멋있당

 

구래또?”

 

!!!”

 

.......

 

또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

 

자리에 남아있던 나와 선배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던 것도 잠시,

   

미안해요 ㅇㅇ

 

선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아니에요. 선배님이 무슨...”

 

불편하면 들어가요. 내가 형한테 말 할게요

 

“.......”

 

“...더 어두워질 거 같으니까 조심해서 가요.

그 동네에 술집 많던데... 아마 주말이라

벌써부터 취한 사람들 꽤 있을 거예요.

잘 피해서 가고, 그리고...”

 

“.......”

 

골목길도 많으니까 거기도 조심하고

 

“.......”

 

꼭 가로등 있는 데로 다니고

 

“...선배님은요?”

 

나는... 형 봐서라도 가야될 거 같아요.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가면 좀...

나쁜 놈 될 거 같아서요

 

“.......”

 

그러니까 ㅇㅇ 씨는 걱정 말고 집에 가요.

, 그리고 또...”

 

“.......”

 

도착하면 나, ....친구한테 카톡 남겨요.

잘 도착했다고.”

 

선배님

 

 

저 그냥 회식 가려고요

 

, 그럴래요?”

 

 

괜찮겠어요?”

 

오빠가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안 가는 건 좀...

너무 모질어 보이잖아요

 

“.......”

 

“.......”

 

선배가 입술을 깨물며 살짝 웃음 지었다.

 

그렇겠죠?”

 

 

그럼...”

 

슬슬 가볼까요?”

 

가시죠

 

 

    

 

.

.

.

  

  

 

    



가로등에 비친 벚꽃을 보며 걷는 길.

 

선선한 바람이 불길래 혼자 몰래 웃었더니

선배가 따라 웃으며 물었다.

   

왜요?”

 

그냥요

 

“...춥진 않아요?”

 

괜찮아요. 선배님은요?”


   나도.”

 

 

이상하게 우리 주변은 조용했다.

 

그 흔한 차 소리도, 웃음소리도,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벚꽃의 속삭임만 조금 들릴 정도였다.

 

 

우리 다다음주에 중간고사 보는 거 알아요?”

 

맞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시간이 참... 빨라요

 

선배님은 아직 2학년이니까 괜찮죠.

3학년이라 체감 속도가 훨씬 빠르거든요?”

 

그래요?”

 

! 저 좀 있음 취준해야 돼요. 으으...”

 

그건 내년에 생각하면 되잖아요

 

하긴. 일단 여행부터 다녀오려고요

 

여행이요?”

 

 

언제요? 어디로?”

 

언제든. 어디든

 

“.......”

 

“.......”

 

누구랑?”

 

“...누구든


푸흐...”

 

히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런 밤이 이어진다면,

매일을 이렇게 조용하고 예쁜 길을

이 사람과 걸을 수 있다면


굳이 여행은 필요 없겠구나.

 

 

, 라떼 맛있던데요?”

 

그래요? 다행이다

 

거품도 올려주고

    

그건 서비스였어요. 다른 손님한텐 안 해줘요

 

“...고마워요

 

라떼 장인이라고 자랑해놨으니 잘해드려야죠

 

하하. 장인 맞아요 ㅇㅇ .

내가 마셔본 라떼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우와, 감사합니다

 

종종 갈게요

 

 

자주

 

 

매주

 

“...

 

 

다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도 참지 못해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던 내가

 

이 사람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다.

 

.......

 

내 우주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ㅇㅇ

 

“.......”

 

ㅇㅇ ?”

 

?”

 

이쪽으로 와요. 거기 어두워요

 

날 가로등 밑으로 잡아끄는 손길.

이끄는 대로 힘없이 끌려오자

선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피곤해요?”

 

괜찮아요

 

“.......”

 

그냥, 밤길 걷는 게 좋아서 딴 생각 좀 했어요

 

, 걷는 거 좋아한다고 했죠

 

 

나돈데

    

그래요?”

 

 

“.......”

 

“.......”

 

“...이런 길이라면 밤새도록 걸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벚꽃이랑 가로등만 있으면


“.......”

 

“.......”

 

“..나도 같이 걸어도 돼요?”

 

“.......”

 

“.......”

 

 

 

 

그래야 의미가 생기는 걸요.

    

 

 

 

.

.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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