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위험한 곳이에요.
미련을 남기게 하거든요.


넘실대는 강물에 비친 불빛들 좀 보세요.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과
그를 비웃는 불빛들.


위험해요.
계속 돌아보는 내가 위험해요.



당신은 위험해요.


 


난 당신을 알아요

      

얼만큼?”

       

필요한 만큼

      

내가 필요한가?”

      




당신은 날 구원하러 온 사람이죠.
근데 당신을 보면 자꾸 망설이게 돼요.


내 얼굴을 봐줘요.
웃고 있나요?


행복해 보이나요?




진심으로 당신,”

      

“.......”

    

아름다워




내게 그랬죠,
슬픈 눈을 가졌다고.


당신은 처량한 눈을 가졌어요.
어쩌면 나보다 더



 

내 이름은 ㅇㅇㅇ이에요.”

      

알아” 

 

그쪽은요?”

      

“.......”

      

“.......”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럼 난 그쪽을 뭐라고 부르죠?”

      

“...당신




우린 위험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이곳에 흘러들어온 거예요.


난 당신을 한눈에 알아봤어요.
나와 같았으니까.


일렁이는 눈빛까지도




내일 비 온대요.”

      

“.......”

      

그날이 좋겠어요

      

“.......”

      

비 오는 파리,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당신 품에 안겨
저 멀리 빛나는 에펠탑을 바라봤을 때,


나도 모르게 겁이 났어요.


처음으로 에펠탑이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당신의 표정을 기억해요.


나와 같았어요.



 

안아줘요

      

“.......”

      

키스해줘요

      

“.......”

      

해줘요

      

“.......”

      

부탁이에요.”




부탁이에요.
그 어떤 감정도 남기지 마세요.


그리고 다신 여기 오지 마세요.


당신은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당신의 임무

Kill and Run








                                                              

♪ Kill and Run - Sia ♪







“어때요?”


“.......”


“오랜만에 써본 편진데.”


“.......”


그녀가 침실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밖에 비와요”


“.......”


“해 뜨기 전 새벽,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바로 지금”





아침을 사러 잠깐 나갔다 온 사이,
그녀는 모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내 품에 안겨 자던 그녀는


어느새 와인 빛 드레스에 블랙 하이힐,
화려한 보석을 휘감고
내 앞에 서있었다.


“내 평생, 오늘이 제일 예뻤으면 좋겠어요.”


“.......”


“나 괜찮아요?”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진심이요.”


“.......”


“.......”


“진심으로 당신,”


“.......”


“아름다워”


얼마 되지도 않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을 흐트러뜨렸다.


그녀는 항상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됐어요 그럼”


“.......”


“잘 부탁해요.”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삼키는 게 눈에 보였다.


“.......”


“.......”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
재빨리 코트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하아...”


그녈 향해 겨눴다.


“.......”


“.......”


그러자 숨 막히는 적막이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기 시작했다.




.
.
.




“난 당신을 알아요”


“얼만큼?”


“필요한 만큼”


“내가 필요한가?”


“네”


“왜?”


“당신도 날 필요로 하니까요”


“.......”


“...당신이 내 뒤를 쫓는 게 좋아요.
항상 날 주시하고, 예측하려 하는 것도 좋고”


“.......”


“내 삶이 간섭받는 것 같아 좋아요.”




“...정말 날 알아?”


“네”


“.......”


“마지막에 옆에 있어줄 사람이잖아.”


“.......”


“그거면 됐어요”




그날 밤 우린 한적한 세느강변을 걸었다.
멀리서 뒤쫓던 것과 달리
바로 옆에서, 나란히.


넘실대는 강물에 비친 불빛들.
그녀의 말처럼 그것들은 우릴 비웃고 있었다.
우리의 처지를.


그래, 당신은 나와 같아.




“궁금하지 않아?”


“뭐가요?”


“왜 당신이어야 하는지”


“.......”


“왜 당신이 죽어야 하는지.”


“네. 궁금하지 않아요”


“.......”


“왜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 한 적도 없으니까”


“.......”


“또 뭐 없어요?”


“뭐”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


“.......”


“내 이름은 ㅇㅇㅇ이에요.”


“알아”


“그쪽은요?”


“.......”


“.......”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럼 난 그쪽을 뭐라고 부르죠?”


“...당신”




당신, 당신...

그녀의 여린 목소리가 거슬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그녀가 날 붙잡으며 말했다.


같이 가요.





파리는, 우릴 더욱 더 위험에 몰아넣었다.
파리는 우릴 망설이게 했다.


아니 사실은,


우리로 인해 괴로웠다.





“C'est une belle nuit pour mourir!”

(What a beautiful night to die.)


“...내려와”


“여기서 떨어지면 흔적도 없이 죽을 수 있을까요?”


“.......”


“그랬으면 좋겠다”


“내려와”


“나 지금 죽어도 돼요?”


“안 돼”


“왜요?”



“...내가 죽일 거니까”


“.......”


“당신은 내 몫이야. 허튼 생각 하지마”


“.......”


“.......”


“좋다”


“.......”


“나 어때요?”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진심이요.”


“진심으로 당신,”


“.......”


“아름다워”


“...정말?”


“어”




그리고 주머니 속 총이 무겁게 느껴질 때 쯤,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


“무서워요”


“.......”


“내일 비 온대요.”


“.......”


“그날이 좋겠어요”


“.......”


“비 오는 파리,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오늘만 생각해”


“.......”



“지금 이 순간만”




그녀와 입을 맞추며 기도했다.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길.




.
.
.




“...당신이 왜 죽어야 하는진 나도 몰라.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


“당신이 잘못을 했든 안 했든, 나하곤 상관없어”


“.......”


“그러니까 살아.”


“.......”



“살자, 나랑”


흔들리는 눈으로 그녈 바라보다
서서히 총을 내려놨다.



그래, 우린 여기 흘러들어온 것뿐이야.

그 뿐이야.

 



“...나예요”


“.......”


“내 죽음을 의뢰한 사람”


“.....뭐?”


“난 내가 죽길 바라요. 살고 싶지 않아요”


“......”


“뛰어내릴 용기가 없어서 못 뛰어내린 거예요.
그날, 창문에서”


“.......”


“나 이런 사람이에요. 당신이랑 살 가치 없어”


“.......”


“내가 뭐라고 했죠?
당신은 당신 임무만 생각하라고 했죠.
내가 내린 임무”


“당신,”


“망설이지 말아요. 난 당신 몫이니까”


“하,”


“미안해요”


정말 미안한 얼굴로 말하는 그녀를 향해
다시 총구를 겨눴다.



차라리 미안해하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는데.




“내가 망설인 이유는 당신 때문이었어”


“.......”


“당신도 망설였어. 나 때문에”


“...더 살고 싶게 만들지 말아요.”


“.......”


“당신은 내 그늘을 이길 수 없어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마치 신호 같았다.
지금 당장 숨을 끊어달라는 신호.





“.......”


“.......”



“ㅇㅇㅇ”


“.......”


“마지막으로 할 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다시 맑아졌다.
총구는 정확히 심장을 겨누고 있었고,
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은



역시 나와 같았다.




“할 말.”


“.......”


“.......”


“Run, Darling”





.......





탕-







쓰러진 그녀를 보며 기도했다.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길.





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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