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 만에 받아본 표지 선물 ▼



from. 붉은하늘구름 님 ♥



from. 붉은하늘구름 님 ♥




감사합니다 ; )


노을 빛 드리운 하늘에 두둥실 뜬 구름처럼

가슴 뛰는 설렘 안에서 부유하시길 ♥






My Type







                                                        




"일단 이사부터 가면 안 돼요?"


"네?"


"ㅇㅇ씨 집 너무 위험해"


"괜찮아요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요"



맞잡은 손을 이끌고 길을 건넜다.
자연스레 따르는 그녀를 보니 또 물씬,
속에서 울렁임이 일었다.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울렁임, 떨림.


"문 잘 잠그고 다니면 돼요"


"동네도 어둡던데"


"맨날 데려다주는 거 아니었어요?"


"네?"


살짝 눈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다 또 다시 웃음이 터졌다.

당연하죠. 당연히 그래야지



"데려다 줄 거예요. 문 앞까지"


"거봐요. 그럼 됐잖아요"


싱긋 웃으며 앞을 쳐다보는 그녀.
햇살을 닮아서 그런지 자꾸 눈이 부시는 게,


"...예쁘다"



예뻤다.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한 말을
벌써 몇 번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예뻤다.


"네?"


"아, 아니에요"


"후... 지나가 알면 엄청 놀라겠다. 진운 오빠도"


"괜찮을 거예요"


"왜요?"


"내가 말했거든요"


"네? 언제??"


"어제"


"어제요? 어젯밤?"


"ㅇㅇ 씨 곧 남자친구 생길 거라고."


"......."


"그러니까 소개팅 해주지 말라고"


"아..."


"소개팅,"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에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곤,



"할 생각 하지 마요 앞으로."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다른 남자는 없는 거라고.


"알았어요?"


"알았어요. 어차피 하고 싶어도 못해요.
그 남자 여친 생겼다는데 뭐..."


"여친 있든 없든 안 돼요"


"네. 선배님도 마찬가지예요!"


"난 원래 관심 없었어요"


내 말에 입을 삐죽이는 그녀.
고갤 끄덕이며 바닥을 응시하던 것도 잠시,


"소개팅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다시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네"


"연애는요?"


"......."


"연애"


"......."


"왜 대답이 없어요?"


"그냥요. 옛날 얘기하기 싫어서"


"옛날이에요? 얼마나 옛날?"


"ㅇㅇ 씨는요"


"어어, 갑자기 말 돌리지 말죠?"


"......."


"......."


"누구랑 했는데요"
"언제 했는데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뱉은 질문.



우린 왜 사귄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얘길 나누고 있는 걸까.


난 왜 벌써부터 그녀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을
질투하기 시작한 걸까.



"ㅇㅇ 씨가 먼저 대답해요"


"선배님이 먼저 해요"


"......."


"......."


"스무 살 때 했어요. 군대 가기 전에"


"그 전에는요?"


"안 했어요"


"그럼 한 번 사귀어본 거예요?"


"네"


"아... 의외네"


"누구 만났었어요?"


"네?"


"전에."


"......."


기다리는 대답은 하지 않고 내 눈치만 보는 그녀가
왠지 얄미우면서도 귀여웠다.


"...말해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설명해봐요, 어떤 남자였는지. 괜찮으니까"


"......."


"......."


"그냥, 착한 남자였어요"


"또"


"....자상하고"


"또"


"목소리도 좋고"


순간 눈을 살짝 찡그렸다.
착하고 자상한 건 넘겼는데
목소리가 좋다는 말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꽤 거슬렸다.


"손도 컸어요"


손 포함


"힘도 세고"


힘 포함


"...그랬어요"


"몇 살인데요?"


"나랑 동갑"


"우리 학교 다녀요?"


"아니요. 다른 학교"


"어디"


"푸흐, 왜요. 찾아가게요?"



"경계하게"


"안 그래도 돼요. 엄청 멀리 있거든요"


"어딘데요"


"독일이요"


"......."


"멀죠?"


헤헤 웃으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
헐거워지려는 그녀의 손을 다시 꽉 잡았더니
동그란 눈을 하곤 날 쳐다봤다.


"천천히 같이 가요"





.
.
.





지이잉-



진운 형
[야 어떻게 됐음?]
[잘 되는 중???]



주머니 속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 확인하자마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왜요?”


“아니에요, 아무 것도”



정해인
[어]



형 미안. 형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근데요 선배님”


“네”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요?”


“네?”


“이거...”


그녀의 눈길이 손에 닿았다.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도,
고르고 나서 먹을 때도,
다 먹고 나와서 거리를 걸을 때도,
우린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



놓기 싫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불편해요?”


“땀나서요.”


“난 괜찮은데”


“잠깐이면 돼요. 잠깐만”


결국 미소에 넘어가 손을 놓아주자
그녀가 손가락을 주무르며 말했다.


“사실 좀 저리기도 했거든요”


“그랬어요? 어디 봐봐요”


“심한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말을 하지 그럼”


“좋아서...”



좋아서

고갤 숙이며 작게 뱉은 말이었지만
내 귀엔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


“선배 손 되게 따듯해요.”


“ㅇㅇ 씨 손이 차서 더 그랬나봐요”


“그러게요. 오늘따라 왜 이러지?”


“긴장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어요...”


“.......”


“참, 핸드크림 있잖아요”


“네?”


“선배님이 주신 거”


“아, 네”


“향 진짜 좋아요! 가볍고 산뜻하고...”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근데 솔직히, 왜 주신 거예요? 느닷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묻는 그녀


“.......”


“네?”


“솔직히 말하면,”


“네”


“그냥 손이 눈에 들어왔어요”


“.......”


“계산할 때, 커피 만들 때...
항상 손이 바쁘더라고요.
물에 많이 닿을 것 같고, 건조할 것 같고”


“.......”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온 거예요.
빨리 사와야지, 이 생각 밖에 안 했어요.”


“.......”


“나 찾았어요? 갑자기 사라져서?”


“네. 순간 꿈 꾼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히히...”


“그 때 눈치채지 않았어요? ㅇㅇ 씨 좋아하는 거”


“...아니요”


“그럼?”


“그냥 친절한 분인 줄 알았어요.”


“네?”


“.......”


“친절해서 사준 줄 알았다고요? 핸드크림을?”


“네”


“.......”


“.......”



“푸하,”


“...알아요. 아니까 비웃지 말아요”


“푸흐흐...”


“.......”


“그냥 친절해 보이려고 화장품 가게까지
뛰어가는 남자는 없어요.”


“.......”


“특히 나는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고.”


“.......”


“물론 ㅇㅇ 씨한텐 예외일 거지만”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살짝 웃어 보였다.


“ㅇㅇ 씨도 나한테만 친절해야 돼요.
다른 남자한텐 그럴 필요 없어”


“카페 손님들한테도요?”


“네”


“진운 오빠한테도?”


“네”


“아빠한테도?”


“...아버님은 제외”


“풉”


서로 큭큭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때맞춰 살랑거리는 봄바람도
왠지 우릴 따라 웃는 것 같았다.





자꾸 얼굴을 가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넘겨주려던 찰나,


“어? 선배님!”


여자 후배 여럿이 앞을 가리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어. 안녕”


“학교 밖에서 선배님 본 건 처음인 거 같아요!”
“맞아요!!”
“어디 가세요??”


발랄한 표정의 후배들을 쳐다보다
옆을 돌아보니


“.......”


금세 한 걸음 떨어져 선 채
주변만 둘러보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데이트 하러”


그녀의 손을 다시 붙잡으며 말했다.


“여자친구랑”


“.......”

“여자친구요?”
“대박. 선배님 여자친구 생겼어요??”
“헐...”


“어”


맞잡은 손을 잡아 당겨
내 옆에 더 가까이 세우자,


그녀가 당황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인사해. 내 여자친구”


“아, 안녕하세요”
“대박...”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가 오고간 뒤 잠깐 동안 흐른 정적.


그 사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는 후배들의 눈빛이 거슬려
한 마디 하려다,


“선배,”


손을 꽉 움켜잡는 그녀 때문에 참았다.


“....먼저 간다. 바빠서”


“아, 네.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
“학교에서 봬요”


꾸벅 인사하는 후배들을 지나치자
그제야 날 보며 싱긋 웃는 그녀


“1학년들이죠? 귀엽다 다들”


“ㅇㅇ 씨가 더 귀여워요”


“에이...”


“진짜로”


“스무 살 때만 느낄 수 있는
극강의 귀여움이란 게 있는 거예요.”


“ㅇㅇ 씨가 더 스무 살 같거든요?”


“저 이제 술집가도 민증 검사 안 하던데요?”


“.......”


“완전한 성인이 된 기분이에요”


팔을 앞으로 뻗으며 씨익 웃는 그녀를 보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럼 난 할아버지게요?”


“에이, 스물 둘이나 셋이나”


“그러니까. 스물이나 스물 둘이나”


“이병이랑 상병인데?”


“오오, 계급장까지?”


“내년이면 졸업반이에요 나~”


“그러게요”


.......
조기졸업 알아봐야겠다






My Type

 





그 날 이후, 우린 보통 연인들처럼
설렘 가득한 만남을 이어갔다.


과제도 중간고사도 우릴 방해할 순 없었다.






“선배!”


“왔어요?”


“여기로 오라고 해서 놀랐어요.
어떻게 빌렸어요?
시험 기간이라 대기자 많았을 텐데”


“내가 다 이겼어요”


“어떻게요?”


“비밀”


“네?”


스터디룸 예약 창 열리자마자 남자 셋이
손가락 부러질 정도로 클릭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고,


“비밀이에요”


비밀이라고 둘러댔다.
친구 두 녀석에게 밥 사준 것도 비밀.


“치...”


“어제 전화 끊고 바로 잤어요?”


“음...”


“안 잤구나?”


“네. 히히”


“자라니까”


“잠이 안 와서요”


“어쩐지. 목소리는 쌩쌩한데
자꾸 잔다고 해서 이상하다 했어요”


“선배님 피곤할까봐 그런 거죠”


“나도 괜찮았는데?”


“아니거든요?
목소리 완전 잠겨서는 금방 잠들 것 같았거든요?”


“.......”


“내 말이 맞죠?”


귀여운 미소와 함께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그녀


“다 꿰고 있다구요”


“푸흐”


“아... 내일이면 시험 끝이다”


“참, 내일 저녁에 진운이 형 보기로 했는데.”


“맞다, 아까 지나한테 얘기 들었어요.
넷이 보기로 했다고”


“무조건 보자고 해서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
ㅇㅇ 씨 피곤하면 굳이 안 가도 돼요”


“진짜요?”


“그럼요”


“안 가면 뭐 할 건데요?”


“네?”


“둘이 노는 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를 따라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속삭였다.


“뭐하고 놀까?”


“뭐든 좋은데”


“벚꽃 떨어지기 전에 제대로 구경할까?”


“네!”


“영화도 보고?”


“네네!!”


“그리고...”


“술 먹어요!!!!”


“에?”


“술!!!!”


“.......”


“시험 끝나고 마시는 술이 얼마나 맛있는데!!!”


“.......”


“안 그래요?”


발랄하게 묻는 그녀를 보며 황급히 고갤 끄덕였다.


“먹어요 술”


“아,”


“네?”


“방금 너무 푼수같았죠”


“아니요? 아닌데?”


“...맞네”


“아니에요. 귀여웠어요”


“.......”



“진짜 귀여웠어”


손을 잡아주자 붉어진 얼굴로 날 쳐다보는 그녀


“.......”


“.......”


“푸흐...”


“히히...”



똑똑똑-



“어?”


“뭐지?”


속삭임 너머 들린 노크 소리.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나 해서 급히 문을 열어보니,


“어이 정해인이-”
“여어-”


나한테 밥 얻어먹는 그 녀석들이 서있었다.


“뭐냐?”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 해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뭔데. 왜 와 여길”


“제수 씨도 볼 겸”


“ㅇㅇ 씨 맞죠? 전 옥택연이라고 합니다”


“아 네...”


“이이경입니다. 우리 해인이가 얘기 많이 했죠?”


“아니. 한 마디도 안 했으니까 나가”


“아 왜- 우리 덕에 여기 쓰고 있는 거면서”


“맞아”


“닥치고 나가라”



“제수 씨, 우리가 이 방 예약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모르죠!
말 안 했죠 얘가!!”


“네?”


“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고”


“시험 기간에 피씨방까지 가서 예약이나 시키고!!!”
“맞아”


“야!!!”


“고기 사달라니까 치킨으로 때우고!!!”
“맞아”


“.......”


“나가 빨리. 나가”


아예 자리 잡고 앉으려는 녀석들을
복도로 힘겹게 끌고 나왔다.
그러자 씨익 웃으며 내 어깰 두드리는
이이경 옥택연.


...이 또라이 자식들


“미쳤냐? 미친 거야?”


“살다살다 정해인 당황하는 것도 다 보고...
인생 참 아름답다. 알록달록 해 아주”



“큭큭큭...”


“하... 미친놈들”


“야, 너 연애한다고 얼굴 코빼기도 안 보여주니까
우리가 찾아온 거 아냐 인마”


“뭘 안 보여줘. 어제도 봤잖아”


“그건 수업이니까 본 거고.
술도 안 먹고 도망갔잖아”


“시험 기간에 술 마시는 미친놈이 어딨냐?”


“여기”
“여기”


“.......”


“아무튼 너 변했어. 실망이야 정해인”


“.......”


“제수 씨랑 같이 보자니까 그것도 싫다 그러고”


“왜 굳이 ㅇㅇ이랑 같이 봐야 되는 건데?”


“내 친구 여친이니까”


“그래”


“너네 여친은 나 보여준 적 있냐?”


“아니?”


“근데”



“너가 보여 달라 한 적 없잖아”


“.......”


“우린 보고 싶고. 헤헤”


“맞아”


“.......”


“으유, 야, 너 저번에 학회 회식 안 나와서 말 많았어 인마”


“남몰래 너 짝사랑하던 후배들 대거 이탈해서
학회장 빡치고...”


“회식 한 번 빠졌다고,”


“넌 튀잖아. 없으면 금방 티나”


“.......”


“연애 사업 바쁜 건 알겠는데
가끔 얼굴 좀 비춰줘라.
너 궁금해 하는 사람들 되게 많으니까”


“연락도 좀 하고”


“고기도 사고”


“.......”


“큭큭 간다!!! 열공해!!!!”


“서로 얼굴 보느라 공부가 되나 몰라”


“한 문장 읽고 얼굴 보고 그러는 거지”


“대단해 참”


“감정 없는 식물인 줄 알았더니 해바라기였어.
개반전”


“조용히 가라. 다 들린다”


“귀도 밝아졌어”
“대단해 대단해”



점점 멀어지는 녀석들을 보다 돌아섰다.


학회 회식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진 적 없었고,
남몰래 짝사랑 했다던 후배들은
요즘 날 봐도 인사 없이 지나가는데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어이가 없, 어? 왜 나와 있어요?”


“그냥요”


생각에 잠겨 걷다가 문 앞에서 마주친 그녀.


“미안해요. 시끄러웠죠”


“.......”


“쟤들이 원래 저래요. 술 마시면 더 하고.
그래서 웬만하면 쟤네랑....”


“.......”


다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안심시키려는데,
갑자기 날 끌어안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


“감동 받았어”


“.......”


“난 맨날 선배한테 감동만 받는 것 같아요.
해주는 것도 없이...”


“.......”


“미안해요. 고맙고.
또 미안하고 또 고맙고...”


“해주는 게 왜 없어요. 나도 맨날 많이 받는데”


“.......”


“매번 손 먼저 잡아주는 것도 알고
헤어질 때 끝까지 내 뒷모습 봐주는 것도 알고...”


“.......”


“저번에 버스에서 깜빡 잠 들었을 때
어깨 빌려준 것도 아는데”


“어? 잔 거 아니었어요?”


“자다 깼죠. 향기가 좋아서”


“.......”


“내 어깨도 토닥여줬잖아. 잘 자라고”


“.......”


“귀엽게”


가만히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더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사랑해”



두 번째도 역시 예상에서 빗나갔다.
그녀에게 처음 전하는 ‘사랑해’는 적어도
햇살 가득한 공원,
비 내리는 뒷골목,
별빛 쏟아지는 창가 같은
로맨틱한 곳에서 이뤄지겠지 했었는데


도서관 구석이라니.



“사랑해...”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 열병이라도 앓을 것 같아서.



“사랑해요.”






My Type

 





“아주 얼굴 폈네 폈어”


“뭐가”


“너 제대 할 때도 이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뭔 소리야”


“뭐긴 인마, 요즘 네 인생이 아주 꽃 같다고.
꽃길 걷는다고 너랑 ㅇㅇ이랑”


결국 술집에 모이게 된 우리 넷.


일찌감치 마지막 시험을 치른 나와 그녀는
오후 내내 벚꽃 구경을 하다가
저녁 쯤 형 연락을 받고 이곳까지 오게 됐다.


사실 올까 말까 고민 많이 했더랬지만.


“나 너 프사보고 깜짝 놀랐다”


“.......”


“천하의 정해인이, 와...”


“프사 왜. 뭐”


“이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예쁘네”


“.......”


“.......”


“너 며칠 전만 해도 농구 골대였던 거 기억하지?”


“어”


“그 전엔 마이클 조던이었던 것도 기억하고?”


“어”


“...고맙다. 기억해줘서”


“어”


손을 씻던 형이 거울 너머로 째려보며 말했다.


“얌전한 고양이가 나보다 심해”


“아 빨리 나가자. ㅇㅇ이 기다려”


“야 우리 지나도 기다리거든??”


“그러니까 가자고. 화장실에서 이러지 말고”


“쳇”


어이없어하는 형을 두고 먼저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테이블로 향하자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이 보였다.


“이게 나아”


“아니야 이게 나아”


“이게 낫다니까? 이걸로 해”


“아닌데...”


“뭔데 그래요?”


“아, 그...”


“선배 사진이요.
뭐가 더 나은지 고르고 있었어요”


“제 사진이요?”


“네. 얘가 프사 할 거라고 해서”


“아 야! 조용히 해...”


“선배는 뭐가 더 나은 것 같아요?”


불쑥 휴대폰을 들이미는 지나 씨.
화면을 보니,









정말 내 사진뿐이었다.


“야 하지마!!”


그것도 금방 그녀가 뺏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못 봤지만.


“넌 뭐 이런 걸 부끄러워 하냐?
이제 다 알만큼 아는 사이면서”


“...아 몰라”



“치, 귀엽네 귀여워”


“뭐가 귀여워?”


“어 오빵-”


형이 오자 금세 달라진 지나 씨 목소리.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자
옆에 있던 그녀가 피식 웃으며 속삭였다.


“저게 지나 매력이에요”


“그런가 봐요”


“푸흐..”


“야 너네끼리 속삭이지 말아줄래?”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왜~ 놔둬. 좋을 때잖아”


“무슨 얘기 하는지 궁금해서 안 돼”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다 궁금해.
저 목석같은 정해인이 얼마나 잘 해주는지,
쿨하디 쿨한 ㅇㅇㅇ이 얼마나 내숭 떠는지”


“내가 무슨 목석이야”
“내가 언제 내숭을 떨었다고”


“하, 쌍으로 덤비시겠다?”


“오빠, 처음부터 힘 빼지 말고 술이나 시키자.
안주 뭐 먹을래? 뭐 드실래요?”


“뭐 먹고 싶어요?”


“음... 선배는요?”


“나는 그냥, ㅇㅇ 씨 먹는 거”


“저도요. 히히”


“.......”


“......”


“아, 아까 선배 매운 거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주꾸미 볶음 어때요?”


“좋아요”


“나는...”


“바지락술찜? 이거 맛있겠다”


“오오-”


"푸흐"


“.......”


“.......”


“지나야 너는?”


“...밥맛이 떨어졌어”


“엉?”


“오빠 우리는 술이나 마시자”


“내가 그랬지. 쟤네들 장난 아니라고”


눈을 찡긋거리며 인상 쓰는 형을 보다 피식 웃었다.
형 말대로 얌전한 고양이가 더 심한 것 같아서.


어느 정도냐면,


“음?”


테이블 위에 있던 그녀의 손을 끌어내려
깍지까지 끼고 잡을 만큼



그 손을 어루만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볼 만큼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그녀에게 취할 수 있을 만큼





.
.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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