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별유의 페이지

집 앞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류준열] by별유

작성일 작성자 별유





♪사르르 - 와블






“들어가”


“응”


“잘 자고”


“음... 응”


“전화 안 할테니까 빨리 자.
또 눈 빨개져서 나오지 말고”


“잠 안 오면?”


“양 세”


어김없이 돌아오는 헤어짐의 시간.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했지만
이 순간만 되면 왠지 아쉬워지는 ㅇㅇ이었다.
물론 준열도.


“전화하면 안 돼?”


“안 돼”


“왜!!”


“못 자잖아 너”


“전화 안 해도 못자. 그럴 바엔 하는 게 낫지”


“아니야. 그냥 눈 딱 감고 누워있는 게 나아”


“나랑 통화하기 싫어? 어?”


ㅇㅇ가 준열을 힐끗 째려본다.
그만 튕기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준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밤에는 안 해”


“.......”


“너 위해서야”


“맘대로 해 그럼”


참다못한 ㅇㅇ가 홱 돌아섰다.
그리곤 대문을 대충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풀고 가”


준열의 단호한 목소리가 ㅇㅇ을 가로막는다.
최대한 무시하려 했지만 그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풀고 가랬다”


“어우 됐어! 가기나 해 빨리”


ㅇㅇ가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손을 흔들자,
언제 들어온 건지 바로 ㅇㅇ의 손을 낚아채
밖으로 끌어내는 준열이다.


“아, 야!!”


“쫌,”


“풀 거 없다니까? 가 그냥. 잘 준비 하려면 바빠. 엄청”


“그렇게 통화하고 싶어?”


“아니? 귀찮아졌어 이제”


“내일 또 볼 거잖아 우리”


“그래!! 알아!! 그래서 통화 안 하겠다고!
바로 잘 거야 나!!”



“인상 펴고 말해. 자국 생겨”


준열이 ㅇㅇ의 미간을 꾸욱 누르며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한 준열과 달리 ㅇㅇ의 얼굴은 꽤 볼만했다.
붉으락푸르락-


“후.......”


“네가 잠을 자야 내 맘이 편하지”


“알았어”


“너 오늘 하루종일 눈 충혈됐던 거 알아?”


“알아”


“그거 보는 내 맘도 이해해주라”


“어”


“맨날 초롱초롱한 눈 보다가
시뻘건 거 보면 얼마나 속상한데, 어?”


“어 잘가”


“스읍”


다시 뒤돌아서는 ㅇㅇ을 돌아 세워 품안에 넣는 준열



“청개구리지 너”


“.......”


“말 엄청 안 듣네. 내 새끼 아니랄까봐”


“....... 잘 거야 진짜. 진심이야 이거”


조물조물 말하는 ㅇㅇ가 귀여웠던지 더 꽉 안는다.


“잠이 그렇게 안 와?”


“응”


“왜 그럴까..”


“몰라”


“이상한 꿈 꿀까봐 그러나?”


“몰라아...”


ㅇㅇ가 준열의 허리에 팔을 두르자
품안의 향이 풍겨져 나왔다.


“오빠 냄새 맡으면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


입가에 미소가 서리는 준열


“포근해서 좋아. 따듯하고...”


“나 안고 자면 되는 건가?”


“응. 오빠 안으면 푹 잘 거 같아”


“그럼 더 못 잘걸?”


“왜?”


“안 재우지 내가”


“.......”


“밤 꼬박 새우지? 아마?”


“변태”


“크흐. 변태 소리 들어도 좋다”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ㅇㅇ을 더 꽉 안으며 말했다.



“어디가”


“변태 피하러”


“안 놔주면?”


“잡혀있어야지 뭐”


“그럼 계속 잡혀있어. 인질처럼”


“응”


“응”


“응”


“푸흐”


준열의 웃음이 품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지자 같이 따라웃는 ㅇㅇ이다.


“근데 오빠”


“응”


“우리 이러다 아빠 만나면 어떡해?”


“퇴근하셨겠지 벌써”


“야근이면?”


“엄.......”


잠깐 손목시계를 확인한 준열이
다시 ㅇㅇ의 등을 토닥이며 말을 잇는다.


“10시 넘었어. 괜찮아”


“진짜?”


“응”


“우리 그냥 확,”


“확?”


“확.......”



“안 돼”


“.......”


“확 안돼”


“뭔 줄 알고”


“외박 안 된다고”


“씨.......”


“어디 겁도 없이 외박이야”


“외박은 뭐, 나 혼자 하냐?
오빠랑 같이 하겠단 소리 아냐!!”


“난 외박 안 해. 너랑은 더더욱 안 해”


“헐”


ㅇㅇ가 황급히 품에서 벗어나
준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남자 아니야?”



“엉?”


“남자 아니냐고”


“왜 이래 갑자기”


“아니 어떻게 남자가 이래?”


“남자라고 다 외박에 환장하는 거 아니다”


“환장까진 아니더라도..”


“아무리 네가 나랑 있다 쳐도”


“.......”


“안전한 어느 곳에 있다 쳐도”


“.......”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왜!!!!”


“걱정하시잖아. 부모님”


“허얼.......”


“귀한 딸 외박시키는 남자친구는
또 얼마나 밉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황한 ㅇㅇ과 달리 준열은 여전히 침착했다.
씨익, 여유있는 미소 또한 잊지 않은 채



“그렇게 나랑 외박하고 싶어?”


“뭐, 뭐래...”


“밤새 속닥속닥 그런 거 하고 싶은가봐? 엄청?”


“아니거든?”


“맞잖아”


“아니야”


“맞네”


“아니라고”


“풉”


“.......”


“푸흐”


“웃지마라”


“흠흠”


“.......”


순간 흐르는 적막.

ㅇㅇ은 민망한 듯 발밑 돌멩이에
괜히 화풀이하는 중이었고
준열은 그런 ㅇㅇ을 마냥 쳐다보다가,



“안 되겠다, 가자”


“어?”


갑자기 손을 낚아채 대문 안으로 끌어 당겼다.


“뭐하는거야 갑자기!”


“허락받고 외박하자 오늘”


“뭐? 미쳤어?”


“‘까짓 거 하자고. 너도 푹 재울 겸”


“근데 왜 집엘 들어가냐고!!”


“허락부터 받고”


“허락? 엄마한테?”


“어. 이왕이면 아버님도”


“오빠 잠깐만”


ㅇㅇ가 급히 준열의 앞을 막아섰다.


“스톱!!!”


그러자 씨익 웃으며 마주보는 준열


“왜”


“씨...”



“오늘은 너무 늦었나?”


“장난해?”


“아니?”


“재밌어? 어?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고!”


“안 놀렸어- 진심이야 지금.
진짜 허락받고 나오려고 했다니까?”


“거짓말 하지마!!!
이 밤에 여자 집에 가서 외박 허락받는 남자가 어딨어!!!”


“나”


“제정신이야?”


“어”


“.......”



“말없이 외박해서 내 새끼 혼나는 것보단
내가 맞는 게 낫지”


“.......”


“부모님이 걱정도 덜 하실테고...”


준열이 또 한번 ㅇㅇ의 미간을 꾹 누르며 말했다.



“뭐가 됐든 내 책임이야. 너에 관해선”



.......

.......



“감동받았어?”


“아니 잠깐 생각 중”


“무슨 생각”


“이게 무슨 말인지”


“푸하. 뭐?”


“입력이 잘 안 됐어. 나에 관해선 다 오빠 책임...”


“그냥 이런 거야. 내가 너 엄청 사랑한다고”


“.......”



“엄청 엄청 많이 사랑한다고 ㅇㅇㅇ”


“음.......”


“그러니까, 밤에 전화하지 말랬다고 삐지지 말고
 외박하자고 조르지도 마. 알겠어?”


“.......”



“...나도 참느라 죽겠으니까...”


“뭐? 뭐라고?”


“아니야. 얼른 들어가 이제”


“뭐라고 했어 끝에? 어?”


“다리 아파 죽겠다고”


“아...”


“됐지? 들어가 빨리. 너무 늦었다”


“응”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하고”


“응... 아, 오빠!


ㅇㅇ가 멀어지는 준열을 불러 세우더니
쪼르르 달려가 바로 앞에 섰다.



“왜”


“내일 우리 뭐해?”


“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준열.


이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다.


“헤헤”



“와.... 진짜 못 당하겠네 내 새끼”


“당연하지”


“내일 뭐할진 내일 얘기해도 되는데 그치”


“지금 얘기하고 싶어”


“그래 그럼. 하자”


준열이 다시 ㅇㅇ의 손을 붙잡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이 밤에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ㅇㅇ의 손을 맞잡은 지금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 두 개가 공존하는 이상한 순간



“딱 5분만 얘기하고 들어가는 거다-?”


“군대야? 시간 맞춰 들어가게”


“아유, 눈 아파서 잘 뜨지도 못하는 게”


“쳇”


“너 보기 안쓰러워서 그래. 빨리 들어가서 쉬라고”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대답은 대충하면서 생긋생긋 웃는 이유는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다행히 그럴 수 있어서.


오늘이 가기 전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




“귀여워서 봐준다”


“오빠오빠 우리 내일 뭐할까?”


“너 하고 싶은 거”


“음....”


“전에 말했던 그 카페 갈까? 브런치 맛있다던”


“그래!”


“그리고...”


“미술관 가자! 이번 전시 진짜 좋대”


“그래”


“히히...”


“됐네. 내일 계획 끝”


“어?”


“들어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ㅇㅇ의 머리를 쓰다듬는 준열



“데리러 올게. 전화하면 나와.

미리 나와서 기다리지 말고”


“기다릴거야”


“다리 아프잖아”


“괜찮아”


“맘대로 해 그럼”


“응!”


ㅇㅇ가 준열의 손을 꼭 잡은 채 앞뒤로 흔들며 답했다.


“아 보내기 싫다...”


“.......”


“.......”



쪽-



“오빠가 돈 많이 벌게”


“응?”



“시집 와. 되도록 빨리”


쑥스러운 듯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ㅇㅇ


“히히...”


“같이 살면 안 헤어져도 되잖아”


“으응...”


“이렇게 문 앞에서 30분 동안 서있지 않아도 되고”


“응... 응?”


ㅇㅇ가 올려보자 준열이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오빠 다리 아파”


“.......”


“진짜로”


“아 뭐야...!!”


“크흐. 그니까 들어가 이제, 어?”


“되게 귀찮은 말투다?”


“스읍- 까분다 또”


“치. 알았어”


“푹 자고 내일 보는 거야. 알겠지?”


“응”


“몇 시간 뒤에 또 볼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정 그렇게 보고 싶음 내 꿈꾸든가”


“그래야겠다”



“하하. 꿈에서 봐 그럼”


“응!!”


“잘 자 내 새끼”


“오빠도 조심히 가! 밤길 조심 여자 조심”


“알았어”


“도착하면 카톡 보내고!”


“인증샷으로 보내줄게”


“히히 응!!”


조금씩 멀어지는 준열을 향해
손을 흔드는 ㅇㅇ.


준열 또한 뒷걸음질 하며
ㅇㅇ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확인한다.





터덜터덜
서로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지면
금세 찾아오는 늦은 밤의 적막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의 목소리
그녀의 웃음소리



.
.
.



집 앞에서 매일 나누는
참 의미 없지만 소중한 기억이 될 이야기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