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진짜는 우리만 알아보는 법




아늑한 분위기의 가정집.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거실을 밝히면

서로에게 기댄 채 잠든

소파 위 두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색색 소리를 내는 여자와

무심코 이마를 박박 긁는 남자



그리고,

그들의 뒤로 보이는 액자 속 커플사진






신혼여행 마지막날

임시완 ♥ ㅇㅇㅇ





“우움...”



“흠?”



“후우...”



“아으...”



상큼발랄한 사진 속 모습과 달리

지금 두 사람의 행색은

뭐랄까, 조금 많이 지저분해 보였다.


어디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온 것 같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 잠든 것 같은.



“아...”



몇 번의 앓는 소리가 오고가던 중,

먼저 눈을 뜬 남자가 살짝 고갤 드니

여자도 덩달아 몸을 움직였다.

그리곤,



“아 목, 아 목, 아 목 아파”



“괜찮아?”



다짜고짜 뒷목을 잡으며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왜 이러고 잔거야?”



“너무 졸려서”



“아...”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 나?”



“아니?”



“나도”



“하... 이게 얼마만에 집이냐”



“그러게”



“집을 이쁘게 꾸며놓으면 뭐하냐고.

들어오질 못하는데”



“우리 일주일 휴가 달라고 할까?”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되는 거야.

팀장님이 준다고 했어”



“언제?”



“언제지? 그... 처음에”



“그럼 오늘부터 쉬는 건가?”



“그건 아니지. 가서 보고는 해야지”



“아... 망했다”



“왜?”



남자가 말없이 손목시계를 들이 밀자

시간을 확인한 여자가 울상을 지으며 남자의 품에 기댔다.



“뭐 했다고 11시냐... 진짜 짜증난다...”



“크흐흐...”



“웃음이 나와 지금?”



“푸흐흫 응”



“풉”



투덜댈 땐 언제고 그 새 또 키득거리는 두 사람



“우리 진짜 시트콤 같아”



“맞아”



“우리 참 다이내믹 해”



“어”



“그런 의미로 오늘부터 쉬자”



“보고는”



“전화로 하지 뭐”



“참, 늦으면 전화해서 잔소리 할 팀장님이

왜 한 통화도 안 했을까”



“그러게”



남자가 입고 있던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여자도 덩달아 꼼지락거리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어? 나 두 개 다 꺼져있었어”



“나도”



“진짜?”



“난 액정도 나가 있는데? 어제 깨졌나봐”



“으으...”



총 4대의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곤

남의 것 쳐다보듯 보는 두 사람.



“전화가 안 온 게 아니라 못 온 거구만”



“크흐흐 팀장님 열 받았겠다”



“어유 잔소리 지겨워”



“확 잠수 타버릴까?”



“그럴까?”



“그러자”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여자.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더니

바닥에 있던 가방을 들고 방으로 향했다.



“일단 씻고 집 청소도 좀 하고 그래야겠어.

자기도 오랜만에 창문 좀 닦아줘”



“오케이, 알았습니다 사모님”



“점심은 뭐 먹을까?”



“글쎄. 뭐 시키지?”



“안 돼. 시키면”



“왜”



“우리 출근한 줄 알고 있을 텐데”



여자가 거실로 고갤 빠끔히 내밀며

현관 쪽을 눈짓하며 말하자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병가 냈다고 하면 되지”



“둘 다?”



“어. 식중독 때문에”



“거창하기도 하다. 식중독씩이나...”



“아니면 뭐, 감기? 정도?”



여자를 따라 방으로 향한 남자.

가방 속 짐을 꺼내는 여자 옆에 서더니

정리정돈을 돕기 시작했다.



“감기 걸렸다고 병가 내는 직원도 있나?”



“열이 펄펄 끓었다고 하면 되지”



“음... 봐서. 

더 좋은 핑계거리 찾다가 정 안 되겠으면.”



“이게 최선이라니까”



여자가 여권 다섯 개를 꺼내 건네자

남자가 받아들며 말했다.



“체코 여권은 왜 들고 간 거야?”



“모르고.”



“요즘 실수가 좀 는다?”



“너만 하겠니”



. 남자가 입을 삐죽이며

옷장 서랍 속 금고에 여권을 넣었다.





“그건 실수 아니라니까”



“맞거든?”



“그 꼴 보고 눈 안 돌아갈 애인이 어딨냐고 세상에”



“애인이 왜 나와. 동료도 아니고”



“적어도 우리 사이에 ‘동료’는 빼야 되지 않아?”



“일 안 할때만”



“아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동료 대 동료 입장으로,

내가 제일 사랑하고 아끼는 동료 요원을

그렇게 만든 그 새끼를 나는,”



“용서할 수 없었겠지”



“어”



“그래서 반 병신을 만들었고”



“어”



“그...건 실수가 아니야 사실”



“그럼?”



“역량 부족?”



“.......”



“아니면...”



“.......”



“나에 대한 사랑”



“...알고 놀리면 재밌냐?”



“응. 히히”



살랑살랑 웃는 여자를 빤히 보던 남자가

여자 허리춤에 손을 대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직도 여기 상처 남았잖아”



“영광의 상처라 괜찮아”



“난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자기도 상처 많은데?”



“너만큼 큰 상처는 없어. 수술 한 적도 없고”



“부럽다. 수술대 안 누워봐서”



가방 정리를 마친 여자가 남자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곤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말한 실수는 그 실수가 아니야”



“뭔데 그럼”



“시계”



“아...”



“얼마짜린지 알지?”



“알지”



“아직도 그 시계만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자기야”



“.......”



“...반성해”



“어”



“하는 김에 빨래도 돌리고”



“응”



“팀장님한테도 자기가 전화해”



“.......”



“대표로 혼나.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



“대답”



“어”



“옳지”









1. 시계 사건의 전말




“지금 들어가죠?”



“안 돼”



“가야 될 거 같은데”



“안 돼”



“저 혼자 먼저 들어갈게요 그럼.

팀장님은 이따가 오세요”



“가만히 있어라”



“...연결 끊긴 지 30분이나 지났으면

들어가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박 사장 오면 덮친다. 그 때까진 대기야”



“저 안에 ㅇㅇ이 혼자 있는데요?”



“알아”



“.......”



“안다고”



차창 밖을 주시하던 시완이

옆에 앉은 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게 해주세요.

사고 안 치고 잘 데리고 나올게요”



“저 안에 놈들 수만 수십이야.

혼자 들어가서 뭐 어쩌겠다고”



“ㅇㅇ이는 혼자 있잖아요”



“임시완”



“.......”



“구별하자. 공과 사는”



“지금 그게 되게 생겼어요?”



퍽 인상 쓰며 머릴 헝클이는 시완.



“미치겠네 진짜...”



“좀만 기다려. 박 사장 곧 올 거야”



늦은 밤, 검은 차 수십 대에 나눠 탄 요원들은

팀장의 큐 사인을 기다리며

허름한 건물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인천 부두 구석에 위치한 건물 안엔

필로폰 밀수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마약 밀매범와 박 사장의 수하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지난 몇 달간 중간 브로커로 위장한

ㅇㅇ 또한 그 안에 있었다.



“연결이 끊긴 것뿐이야. 걸렸을 리 없어”



“목걸이에 달린 도청장치가 끊겨요? 갑자기?”



“.......”



“ㅇㅇ이 그런 실수 안 해요. 아시잖아요”



“그래도 일단은,”



“팀장님, 박병우 왔습니다”



“어디”



유유히 모습을 드러낸 흰 색 세단에서

박 사장과 그의 수하 몇이 내렸다.

그리곤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창고 안쪽으로 향했다.



“저 씨발새끼,”



“야, 야 임시완!!!”



바로 달려 나가려는 시완을 붙잡는 팀장



“불필요한 폭력 금지. 알겠어?”



“필요하면 칩니다”



“총 조심하고”



“필요하면 써요”



“야 너,”





드르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완이 문을 열어 제치자

팀장 또한 별 수 없다는 얼굴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시작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원들 속

비장한 얼굴을 한 시완이 

주먹을 꽉 쥐며 건물로 향했다.


그의 눈엔 이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선배님, 일단 팀장님이 입구 앞에서 대기하라는데요?”



“.......”



“선배님, 선배님?”



“대기 해, 가서”



“선배님은요?”



“문 열어줄게”



“네?”



“대기하다가 내가 문 열면 들어오라고.

박 대표 못 빠져 나가게 출입구 봉쇄하고”



“팀장님 사인에 들어가셔야,”



“먼저 간다고 해”



“선배님!!!”



후배의 만류에도 걸음 속도를 늦추지 않던 그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곤 문 앞에 서며 말했다.



“자리 못 잡고 헤매는 놈들 왜 이렇게 많냐. 거슬리게”



“죄송합니다”



“...간다”



“선배 진짜,”





드르륵-





입을 떡 벌린 채 쳐다보는 후배를 지나

망설임 없이 창고 문을 열자,



“.......”



“.......”



그 앞을 지키던 험상궂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퍽-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의 턱을 주먹으로 날렸다.



“뭐야!!!!”

“누구야!!!!”



쿵, 하고 떨어진 소리를 들은 수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자

시완이 어깰 으쓱거렸고, 곧이어



“동작 그만. 손 들어”



총을 가진 요원들이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섰다.



“경찰이다!!!”

“물건 챙겨!!!!!!”











요원들과 수하들이 얽혀 혼잡스러워진 창고 안.


총을 가졌지만 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시완을 비롯한 국정원 요원들은

도망가는 놈들과 덤비는 놈들을

주먹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씨발,”



이리저리 맞고 피하고 뒹굴던 중

떼로 덤비는 놈들에게 구석으로 몰린 시완은

양옆을 훑으며 틈을 노렸고,

때마침 나타난 팀장의 한 방에 벗어날 수 있었다.



“불필요한 폭력이라면서요”



“필요할 땐 치겠다며”



입술을 깨물며 주위를 살펴보던 시완.



“ㅇㅇ이가 안 보여요”



“나도 아까부터 찾고 있긴 한데...”



돌겠네 씨발. 피가 떨어지는 주먹을 몇 번 흔들곤

 바닥에 나뒹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ㅇㅇ이, 아니 조세핀 어딨어”



“으윽...”



“어딨어. 말해 빨리”



“...윽......”



“말해”



“으악!!!!!!”



말하지 않고 버티는 남자의 목 부근에

발을 대고 짓누르자



“지, 지하!!! 지하에 있다고!!!!”



“어딘데”



“저, 저기...!!”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위치를 가리켰고,



“씨발”



산처럼 쌓아놓은 박스 뒤 공간을 발견한 시완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야 너 어디 가!!!!!”



“ㅇㅇ이요!!!! 아오 씹,”



“혼자는 안 돼!! 같이 가!!!!”



그 사이 또 앞을 막아서는 수하들을 치우던 시완,



“빨리 와요, 윽!”



“시완아!!!!”



“허억...”



느닷없이 발로 차인 갈비뼈를 감싸며 앞을 보자

몸집의 두 배는 돼 보이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 씨발”



점점 다가오는 그를 보던 시완은 결국,



“손 들어”



총을 꺼내들었고,



“야!!!!”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드는가 싶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곤 시완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애들은 못 쏴도,”



“.......”



“나는 쏴”



“쏘지 말고 기다려!!!!!!

아 씨발 것들아 그만 하라고!!!!!!

아프다고!!!!!!!!”



“나 사격 일등이야. 회사 일등”



“야!!!!!!”



“진짜야”



“임시완!!!!!!!!!!!!”



순간, 시완의 귓가를 때린 익숙한 외침.

살짝 고갤 틀어 남자의 뒤를 보니



“너 뭐해!!!!!!!”



허리춤을 감싸 쥔 ㅇㅇ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ㅇㅇㅇ?”



“쏠 거면 쏴 빨리!!!!!! 나 죽는다고!!!!!!”



“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팀장이 뒤통수로 쇠파이프를 날리자

남자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사람 죽이라고 사격 가르친 줄 알아?”




“죽을 뻔 했잖아요. 정당방위”



“정당방위 뜻도 까먹었냐?”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ㅇㅇ에게 향한 시완.

피 묻은 얼굴을 한 번 쓰다듬더니

허리에 난 상처를 손으로 막아주며 조용히 물었다.



“누가 이랬어”



“박병우”



“...죽여야겠다”



“그러진 말고.

으으... 아프긴 아프다 진짜”



“어디 봐봐. 상처 깊어?”



“네. 곧 죽을 것 같아요”



“말하는 거 보니 그럴 일은 없겠는데”



“씨. 아 병원이나 데려다주면서 그런 말 하시든가요!!!”




“이거 봐. 너 절대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구급차 곧 올 거야”



“하여튼 다 늦어, 맘에 안 들게...

넌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해. 빨리 온다고 왔는데”



둘의 물기 어린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ㅇㅇ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았고

시완은 살짝 웃음기를 보이며 ㅇㅇ을 안심시켰다.



“...반가워 죽겠다 임시완”



“나도”



“후... 넌 어디 다친 데 없어?”



“없어. 너만 괜찮으면 돼”



“너도 피나. 여기”



시완의 상처난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는 ㅇㅇ



“그냥 확 총 쏴버리지 그랬어”



“팀장님 잔소리 알잖아. 대기할 때부터 장난 아니었어”



“이것들이. 나 여기 같이 있거든요?

호박씨는 뒤에서 까라”



“근데 팀장님 여기 있어도 돼요?

박 사장 잡아야죠”



“애들 보냈으니까 잡겠지. 잡을 거야”



“놈들이 저 마카오 쪽 스파이인 줄 알고 잡았더라고요.

그 쪽에 제 이름이랑 같은 여자가 있었나 봐요”



“거기도 조세핀이 있다고?

그 이름 원래 이렇게 흔해? 나만 모르는 거야?”



“이쪽 세계에선 니키타가 짱인가 보죠.

후... 아 나 이제 말할 힘도 없어...”



ㅇㅇ가 힘없이 머릴 젖히자

시완이 품에 넣어 받치며 다독였다.



“좀만 더 버텨. 응?”



“그러고 있어...”



“이번 일 끝나면 우리 놀러가자”



“어디로”



“음... 북극”



“미친...”



푸흐흐. ㅇㅇ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자

시완도 따라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북극곰 보고 싶다며”



“그렇다고 거기까지 가냐...”



“사실 북극곰은 핑계고, 그냥 어디든 가자. 어디든”



“응...”





구급차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결혼해 우리”



“뭐?”



“결혼하자 ㅇㅇ아”



“너, 너...”



버벅거리는 ㅇㅇ 뒤로 구급대원이 나타나자

시완이 ㅇㅇ의 손을 급히 잡으며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술 잘 받고 있어.

금방 따라갈게”



“...야 임시완,”



“울지 말고”







사랑해.







.

.

.







“선배님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돼. 정당방위야”



“팀장님 아시면,”



“괜찮아”



“선배님,”




“이거 ㅇㅇ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시곈데”



“네?”



“엄청 비싼 건데. 나 많이 혼나려나?”



“.......”



“혼날 때 혼나더라도 딱 다섯 대만 때리자.

남의 여자 칼빵 냈으면 그 정도는 맞아도 되잖아”



“.......”





시완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후배를 지나쳐

몇 걸음 앞으로 향했다.

눈앞엔 포박당한 박 사장이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안 죽여. 걱정하지마”



“제발,”




“개새끼야”



시계를 두른 주먹이 얼굴을 강타하자

박 사장이 비명을 지르며 반항했다.



“넌 ㅇㅇ이 허리에 상처 남겼으니까 난 네 얼굴에 남길 거야.

그래도 되지?”



“으악!!!!!!”




“시끄러워”



“컥, 컥... 컥...!”



“천만 원짜린데 씨발. 좆됐네”



“선배님 이제 그만,”



“너도 시끄럽다”



“.......”



이내 의식을 잃은 박 사장.

그럼에도 시완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ㅇㅇ이만 안 건드렸어도 괜찮았는데”



“.......”



“...씨발놈아”









1-1. 시계 사건 그 후




똑똑똑-





“네~”





벌컥-





“나야”



“...너 아니면 화날 뻔 했어”



“기다렸어?”



“당연하지”



입을 삐죽 내미는 ㅇㅇ을 보며 시완이 활짝 웃었다.

환자복을 입은 ㅇㅇ은 꽤 넓은 1인실에 혼자 누워있었다.



“병실에 혼자 있기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어머니는”



“말 못 했지. 뭐라고 말해”



“어머니 정도는 아셔도 되지 않을까?”



"엄마 나 사실 대기업 아니고 국정원 다녀.

현장 나갔다가 칼에 찔렸어. 이렇게?"



"꼭 그렇게 말 안 해도 되잖아"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않는 게 좋아”



"말씀을 드려야 이럴 때 어머니 병간호도 받고 그러지”



“내 걱정 안 하고 잘 지내는 게 훨씬 나아.

여기 와서 병간호 해주는 것보다”



“...다 컸네. 우리 ㅇㅇ이”



“뭐냐 그 말투? 거슬린다?”



“다 커서 컸다고 하는데 왜”



“네가 하니까 이상하다고. 아빠마냥”



“귀여워서 그래”



“...그것도 거슬려”



“칭찬 좀 하자”



ㅇㅇ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시완이

이마에 입을 맞추곤 작게 속삭였다.



“여보”



“뭐?”



“여보!”



“뭐?”



“여-보”



“.......”



“.......”



“.......”



“.......”



“푸히”



“음?”



“어우 야~ 낯 간지러워~”



“.......”



“여보는 무슨. 아직 식도 안 올렸는데”



“.......”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는 ㅇㅇ.

시완의 당황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혼자 키득거리며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은근 닭살이야 너”



“...너도”



“응?”





벌컥-





“나 왔다!!!!”



“아 깜짝이야, 갑자기 그렇게 들어오면 어떡해요!!”



“뭐 어때. 오는 거 알았잖아”



“몰랐는데요?”



“말 안 했어?”



“막 하려던 참이었어요”



“뭐가?”



“일 끝나고 같이 오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얘가 먹을 거 사오라고 시켰걸랑.

어린놈이, 건방지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나니까 해주는 거다. 나니까”



팀장이 양손 가득 들고 온 빵과 과자를

ㅇㅇ 앞에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선물! 먹어!”



“어쩐지. 왜 빈손인가 했더니 몸종이 있었구나”



“뭔마?”



“히히”



“ㅇㅇ이 초코빵 좋아하는데 사왔어요?”



“맞아!”



“진짜 몸종 취급하냐?”



“이왕 사줄 거면 맛있는 거 사달라 이거죠.

그리고, 나만 먹나? 다같이 먹지”



“어유, 말이라도 못하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헤헤 웃는 ㅇㅇ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팀장.

시완을 스윽 훑어보더니 대뜸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흠. 시완아 지금 몇 시냐?”



“지금... 5시 반이요”



“벌써 그렇게 됐어? 어후,

시계를 잃어버렸더니 시간 개념이 말짱 꽝 됐네”



“시계 잃어버리셨어요?”



“응. 아주 불편해 죽겠어”



“그거 팀장님이 아끼시던 거잖아요”



“어어”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시완이 천천히 고갤 돌리자



"......."



“흐흐”



팀장이 흐흐 웃으며 시완과 눈을 마주했다.



“.......”



“허허허”



동그래진 눈으로 재빨리 왼팔을 뒤로 감추는 시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하세요?”



“글쎄. 작전 중에 그랬던 거 같아”



“시계를 작전 중에 뺐다고요? 그럴 리가”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



“팀장님이 그러실 분이 아닌데...”



“그러니까.”



“오, 이거 맛있겠다”



ㅇㅇ가 봉지 속 빵을 꺼내며 한눈을 판 사이,

시완이 팀장을 향해 입을 뻥끗거리기 시작했다.



“(뭐하시는 거예요)”



“(재밌는 놀이)”



“(저 죽어요)”



“(알아)”



“.......”



“하! 하하하하!”



“.......”



“그래서 말인데, 내가 시계를 하나 장만하려고 하거든”



“어떤 걸로요?”



“알아보는 중이야. 뭐가 좋을지”



“시완이한테 물어보세요. 시계 많이 알아요. 그치?”



“어? 어. 근데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참, 그랬구만. 

시완아 네가 차고 다니는 시계 어디 거냐? 얼마야?”



“저 화장실 갈 건데요?”



급히 나가려는 시완의 팔을 붙잡으며

기어코 대화를 이어가는 팀장.



“아아, 그거 ㅇㅇ이 네가 사준 거라고 했지?”



“네! 히히. 야 팀장님 보여드려~ 딱 보고 반하실 걸?”



ㅇㅇ가 빵 한쪽을 입에 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자

시완이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나중에.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팀장님.

지금은 화장실이 급해서...”



“그럴래?”



“아니 왜? 지금 보여드려- 차고 있잖아”



“그...렇긴 한데”



“이 새끼 내가 훔쳐갈까봐 그러나?”



“에이 설마요. 아무리 비싸도 

팀장님한테까지 그러진 않을 거예요”



“얼만데?”



“.......”



“무려 공이 일곱 개나 된답니다”



“일곱 개면 가만 있어봐... 천? 천만 원?”



“십년 치 생일 선물 몰아서 준 거예요.

보너스 받은 거 탈탈 털어서”



“우와, 대단하네?

어디 그 십년 치 선물 좀 보자”



“저기, 팀장님?”



“왜”



“...그만 좀... 하시죠”



“뭘 그만해?”



“아시잖아요”



“뭐 인마”



“아 쫌,”



“뭔데?”



살짝 한숨을 쉬는 시완.

조용히 왼팔을 내밀자 ㅇㅇ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어? 없네? 어디 갔어?”



“.......”




“글쎄. 어디 갔을까”



“응?”



“...부서졌어”



“뭐?”



“그냥 부서졌으면 말을 안 하지.”



“.......”



“이게 무슨,”



“네 남친이 네가 사준 천만 원짜리 시계를

박병우 얼굴 조지는 데 사용해서

시계도 날리고, 6개월 감봉으로 월급도 날렸다”





.......





“팩트를 전한 나는 바빠서 이만.

수고해라 임시완, 넌 빨리 낫고 ㅇㅇㅇ”



“.......”



“가, 가시게요?



“그럼 여기서 너 깨지는 거 구경할까?”



“.......”



“살살해라. 꿰맨 데 터진다 ㅇㅇ아”



얄밉게 웃으며 병실을 나선 팀장.

그리곤,





“이 개새끼야!!!!!!!!!!!!!!”





문 밖까지 흘러나오는 ㅇㅇ의 분노를 듣고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2. 자주 보는 사이






“거 일찍일찍 좀 다닙시다”



“사돈 남말 하시네”



“운전 좀 조심히 하고”



“나 이제 운전 잘해!!”



“잘하긴.”





 쾅- 

쾅-





시완이 운전석에서 내리자

그 옆에 나란히 차를 세운 ㅇㅇ도 운전석에서 내리며 말했다.



“잘한다고”



“여기 옆에 다 까졌잖아”



“어디”



“여기”



ㅇㅇ의 차 조수석 문을 가리키는 시완.

손끝을 따라가니 꽤 많은 흠집이 보였다.



“어? 뭐야 이거”



“기스 나는 건 괜찮은데 몸 다치는 건 안 돼.

천천히, 조심히 운전해”



“어떤 자식이 이 지랄을,”



“예쁜 말 씁시다”



“아 놔봐. 놔보라고”



“가자 가자”



시완이 한창 열이 오른 ㅇㅇ을 끌어당겨 품에 넣고 이끌었다.

그러자 ㅇㅇ가 입술을 꽉 깨물며 못다한 욕을 읊조렸다.



“어떤 새끼들인지 블랙박스 뒤져서 찾아내고야 만다...”



“찾아내서 어쩌게. 복수하게?”



“어. 똑같이”



“네가 부수면 부쉈지 기스만 낼 성격은 아닌데”



“...그건 그래”



“괜히 일 벌이지 말고 넘어가자”



“자식들이 양심이 없어. 긁어 놓고 도망가고.

완전 뺑소니야 뺑소니”





띵- 

지하 2층입니다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 두 사람.

하품을 하는 ㅇㅇ을 본 시완이 씩 웃으며 물었다.



“그놈에 조선족 잡느라 고생하네 ㅇㅇㅇ”



“미행 그만하고 잡아서 족쳤으면 좋겠어. 지겨워”



“푸흐”



“자기는 어때. 작업 다 끝냈어?”



“응. 대충 마무리 되면 칠 거 같아. 조만간”



“언제? 어디로?”



“부산항, 다음주?”



“오 드디어 그 야쿠자 새끼들,”





띵-

1층입니다





느닷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입을 꾹 다무는 두 사람.

문 너머엔,



“...안녕하세요”



앞집 사는 고등학생 동윤이 서있었다.



“어? 어 안녕 동윤아!”



“안녕~”



“네”



꽤 무뚝뚝해 보이는 동윤은 종종 두 사람의

출근길 또는 퇴근길 메이트가 돼 주었다.

왜냐하면,



“잘 지냈어?”



“네”



“공부는 잘 되고?”



“네”



“늦게까지 고생이네”



고2 수험생이라 이른 새벽에 등교하고

늦은 새벽에 귀가했기 때문이다.



“얼른 수능을 봐야 숨 좀 트일텐데. 그치”



“...네”



“동윤이 꿈이 뭐라고 했지? 선생님?”



“의사”



“.......”



“아닌가?”



“공무원이요”



“공무원? 아... 공무원...”



동윤이 고갤 끄덕이는 ㅇㅇ과 시완을

조심히 훑어보며 말했다.



“요즘 회사는 청바지 입고 출근해도 되나 봐요”



“어?”

“어?”



“...등산화도 신으셨네”



ㅇㅇ이가 자신의 등산화와 동윤을 번갈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아... 오늘 등산했어! 회사에서 단체로”



“.......”



“나는 사내 체육대회 있었고”



“평일인데요?”



“어. 원래 날 좋으면 많이들 해. 

주말엔 쉬어야 되니까”



“.......”



“동윤이가 눈썰미가 좋구나?”



“네”



“그래...”



적막이 흐르는 엘리베이터.

왠지 모를 텁텁함이 공간을 가득 채우던 것도 잠시,





띵-

12층입니다





“가자”



“응”



시완이 ㅇㅇ의 손을 붙잡으며 황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동윤아 잘 들어가~”



“네. 안녕히 주무세요”



“어 너도 잘 자라”



무언가에 쫓기듯 대충 인사하곤 집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

이내,



“후...”

“후...”



한숨을 쉬며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쟤 뭔가 수상하지”



“어”



“보통은 아닌 거 같지?”



“어”



“왠지 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어”



“.......”



“.......”



“망했다”



“어”







.

.

.







벌컥-





“어머,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쓰레기 버리려고요?”



“네. 주말 아니면 버릴 시간이 없어서...”



“그렇죠 참. 되게 바쁜 것 같던데”



“회사 일이 워낙 많아서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동윤 엄마를 보고

ㅇㅇ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문을 활짝 열어둔 채 현관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앞집 부부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젊고, 예쁘고, 성실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그런가 봐. 그쵸”



“예? 예... 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그렇죠 뭐”



“보니까 신랑도 되게 인상 좋던데”



“저희 신랑이요? 네, 착해요. 서글서글하고”



“아주 보기 좋더라고요. 둘이”



“감사합니다”



“근데 그 쓰레기 무겁지 않아요?

우리 동윤이 보고 도와주라고 할까?”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아요~ 동윤이도 피곤할 텐데 쉬어야죠”



“하긴. 오랜만에 쉬는 거라 

소파에 붙어서 꿈쩍도 안 해요 지금”



“동윤이가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호호호. 이제 고3 되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저번에 물어보니까 공무원이 꿈이라던데.”



“걔가 원래 꿈이 없었는데 최근에 생긴 거거든요. 

근데 꿈 치고는 너무 소박해서

뭐 더 거창한 걸로 정해보라 했더니,

자기는 그냥 그런 공무원을 말하는 게 아니래요”



“그럼요?”



“국정원 직원이 되고 싶대요”



“...네?”



“뜬금없이 무슨 국정원인지 참.

거기가 뭐하는 곳인진 아는지 모르겠어”



“.......”



“비밀 요원이 멋있다고 그랬나?

아무튼 별 이상한 소릴 하길래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고 했었죠”



“.......”



“근데 그 국정원이 간첩 잡는 데 아닌가?

으으 왠지 무서울 것 같은데”



“...네에.... 거기 무섭죠...”



“영화 보면 막 싸우고 총 쏘고... 어유”



“.......”



“영화니까 멋있어 보이지 실제로는 얼마나 힘들겠어.

안 그래요?”



ㅇㅇ가 팔뚝에 난 상처를 뒤로 숨기며 답했다.



“맞아요...”






맞습니다







.

.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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