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짜릿한 데이트




(3년 전)




“여보세요”



“ㅇㅇ아 오빠 도착했다. 빨리 와라”



“오빠는 무슨. 한 5분 걸릴 거 같으니까 먼저 마시고 있어”



“포장마차 혼술은 너무 처량 맞아 보이잖아”



“그럼 그냥 가만히 있든가”



“너무하네”



“좀만 기다려. 빨리 갈게”



“운전 조심하고”



“네가 끊어야 조심할 거 아니냐”



“아, 미안”



시완이 전화를 서둘러 끊곤 민망한 듯 주위를 둘러봤다.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연안부두 근처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였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하나랑 순대랑...

해물라면 하나 해주세요”



“어이쿠, 손님 오랜만에 뵙네요~”



“네. 일이 많다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잘 지내셨죠?”



“어유 그럼요~”



“장사는 잘 되고요?”



“그냥 그래요. 너무 후미진 데 있어서 그런지

아는 분들만 오고 그러시죠.”



“아... 잘 돼야 될 텐데”



“그러니까요. 근데 매번 같이 오시던 분은,”



“지금 오고 있대요. 아, 라면은 도착하면 그때 주세요”



“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이곳은

두 사람이 인천에 올 때마다 들르는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오늘처럼 각자 임무가 끝난 후엔

무조건 들러서 술 한잔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후...”



늦은 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보며

감상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으하하하, 시발 존나 골 때리네”



“미친놈들이라니까”



“언제 한번 조지러 가야지 안 되겠다”



한 눈에 봐도 우악스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 셋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여기 소주 좀 주쇼!!”



“아 예. 안주는 뭘로 드릴까요?”



“알아서”



“네?”



“알아서 달라고”



“네”



시완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나이 드신 분에게 반말을 하는 태도가 

영 맘에 들지 않은 터였다.



“그 새끼 언제 그렇게 컸냐?”



“맛사지 안 들어간 지 오래 돼서 그래.

분기마다 한번 씩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아... 물 관리하는 것도 지겹다 이제”



“형님한테 말해서 지부장 시켜달라 해봐.

너 정도면 시발, 하고도 남지”



“그래. 벌써 몇 년이냐? 형님 밑에 있은지”



“10년 됐지”



“오래도 했다 새끼야”



껄껄껄. 거리까지 울리는 웃음소리 사이로 사장님이 나타났다.

그리곤 시완에게 순대와 소주 한 병,

세 사람에 두 병을 주고 돌아가려는데



“아 소주잔 말고 글라스로 달라고”



한 명이 험악하게 사장님을 불러 세웠다.



“예?”



“그리고, 여기는 기본도 안 주나?

기본 안주 같은 거라도 깔아놔야 될 거 아냐 씨발”



“아 예, 금방 갖다 드리겠습니다”



“장사 더럽게 못 하네.

나이는 먹을 대로 처먹어가지고”



“하아...”



때마침 꽤 크게 새어나간 시완의 한숨.

그 소릴 무리 중 하나가 들었는지

고갤 틀어 시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저기, 형 씨”



“.......”



“형 씨”



“네? 저요?”



“어. 그쪽”



“왜요?”



“졸라 거슬려서”



“네?”



“거슬린다고”



“제가요?”



“와 근데, 되게 기집애처럼 생겼다. 존나 귀엽네”

“징그럽다 야. 징그러워”




“거슬리게 했다면 죄송한데,

저도 사실 못지않게 거슬렸거든요”



“뭐?”



“시끄러워서.”



“뭐래 이 새끼가”



“좀 조용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야 뭐라고?”



“저기, 손님...”



사장님이 시완에게 향하려는 무리 앞을 막아서자

한 명이 그를 거칠게 밀어냈다.

결국 그는 테이블에 부딪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너 뭐라고 했냐?”



“조용히 하라고”



“아 나 이 새끼가,”

“시끄러우면 네가 꺼지면 될 거 아냐”



“참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



“뭐?”




“민폐는 누가 끼쳤는데 엄한 사람보고 나가래.

요즘 양아치들은 기본적인 교육도 못 받나봐?”



“이 씹새끼가,”



시완을 둘러싼 세 사람.

그 중 정면에 있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뒤지고 싶냐?”



“...총?”



“그래 개새끼야. 시발 못 쏠 거 같지?”



“아니. 쏠 거야”



“뭐?”



“나는”



상대가 잠시 당황한 순간

시완이 그를 밀쳐내며 총을 빼앗아 겨눴다.

그러자 나머지 두 사람이 칼을 꺼내들며

시완의 주변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너 뭐야, 뭐야 이 새끼야!!!!!”

“이 씨발 새끼가,”




“뭐하냐 너네”



“뭐?”



“가지가지 한다”



해머를 뒤로 젖히며 씩 웃어 보이는 시완



“어디서 총 자랑이야. 겁도 없이”



“씨, 씨발”



“러시아 산이냐?”



“뭐, 뭐?”



“러시아에서 밀수,”





쨍-





“악!!!!”



“.......”



순간,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남자 뒤로 ㅇㅇ가 등장하자

시완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한 채 쳐다봤다.


방금 전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던 사이

멀리서 지켜보던 ㅇㅇ가 조용히 다가와

아이스박스에 담겨있던 맥주병을 꺼내들었고,

이내 남자의 뒤통수를 가격해 쓰러트린 것이었다.

그리곤,



“여보세요, 장 형사님? 네 전데요.

 여기 지금 총 가지고 있는 조폭이 있어서요.

좀 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연안부두 끝에 있는 포장마차요. 네.”



곧바로 전활 걸어 친분 있는 형사를 불러냈다.



“ㅇㅇ아”



“네 빨리 와주세요~”



전활 끊자마자 칼을 들고 서있는 남자들과 

시완을 번갈아 본 ㅇㅇ.





.......





“너 뭐야!!!!”

“씨발 덤벼!!!!!!”



찰나의 정적이 흐른 뒤,

눈치를 보던 남자들은 이내 두 사람에게 덤벼들었고

시완과 ㅇㅇ은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싸움을 벌였다.



“뭐야 너 경찰이냐??”



“일반인”



“근데 왜 형사랑 통화를 해!!!!”



“친해”



“이 썅년이,”



눈앞에서 칼을 쥐고 흔드는 남자를 빤히 보던 ㅇㅇ.

이내 복부를 발로 찬 뒤 손목을 때려 

칼을 놓치게 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 목 위에 발을 올려 힘을 주며 말했다.



“나 같은 썅년은 처음 볼 거다”



“으윽.. 윽”



“싸움 잘하는 일반인 썅년.”



“으으윽...”



“아, 형사랑 친한 거 빼고”



“그만 해”



“어?”



“그러다 죽겠다”



“어 미안”



시완의 말에 ㅇㅇ이 그제야 남자를 풀어줬다.

이미 정신을 잃은 남자는 바닥에 퍼져있을 뿐이었다.



“딴 놈은?”



“도망갔어”



“잡지”



“경찰이 잡겠지”



“근데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웬 총?”



“저 새끼가 갖고 있더라고. 러시아 밀수품 같은데...”



“이 새끼들은 왜 잡고 잡고 또 잡아도

그렇게 밀수를 해대냐. 끝도 없다 진짜”



“인천 경찰한테 맡기자 이제”



“그래... 아 맞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네, 아 괜찮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그, 그게...”



“너보고 더 놀라신 거 같은데?”



“아... 저는, 그, 경찰이에요”



“네...”



“쟤도”



“저도”



“.......”



“진짜예요”



“아, 네”



“혹시 저 놈들이 다시 찾아오면

제가 형사님 번호 가르쳐 드릴 테니까 연락하세요.

금방 달려 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후... 그나저나 사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예에...”



“푸흐”



명랑한 목소리와 쾌활한 표정으로

갑작스럽게 안부를 묻는 ㅇㅇ.

시완이 피식 웃자 순대를 집어먹으며 말했다.



“맛있다, 헤헤”








6. 또 자주 보는 사이








“왜 간첩들은 다 잘생기게 나오는 걸까?”



“그러게”



“정우성이 말이 되냐고”



“그러니까”



“국정원 직원은 맨날 띨빡으로 나오고”



“왜. 이병헌 있잖아. 주원도 있고”



“아 그거 너무 옛날이잖아”



ㅇㅇ과 시완이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시간이 날 때면 심야영화를 보는 편이었다.

동네 근처에 영화관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동네를 벗어나 데이트를 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돼”





ㅇㅇ가 손에 쥔 영화 ‘강철비’ 포스터를 흔들며 말했다.



“여보도 알다시피 실제로 간첩들 보면 다 별로잖아.

정우성 봤어? 공유 봤어? 강동원이 웬 말이냐고”



“그렇긴 한데... 왜 갑자기 화난 거야?”



“생각할수록 화나잖아.

잘 생기고 몸 좋고, 어? 성격은 또 어때.

투박하지만 츤데레 느낌 나게 해가지고 막 

측은지심 들게 하고. 안 그래?”



“.......”



“국정원 직원은 맨날 능력없는 아저씨처럼 표현하질 않나.”



“그건 나도 인정. 너무 무능력해”



“우리 능력 많거든??!?!?!”



“쉿. 사람들 쳐다본다”



“목숨 바쳐가며 일하고 있구만... 씨...”



“화내지마. 피자 사줄게”



“응. 내일”



“알았어. 내일”



"......."



"......."



“...안 그래도 국정원 욕먹어서 짜증나 죽겠는데”



“그건 우리 잘못이니까”



“난 아니거든?? 너도 아니잖아!!!”



“그래도. 조직 잘못이니까 우리 책임도 있지”



“우리는 씨, 산업스파이 잡겠다고 그 생고생을 다 했는데...”



“안녕하세요.”



“엄!마야,”



“아, 안녕”



투덜거리며 걷는 ㅇㅇ 옆에 불쑥 나타난 동윤.

화들짝 놀란 두 사람과 달리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안녕 동윤아,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다”



“.......”



“지금 끝난 거야?”



“네”



“2시가 넘었는데?”



“원래 그래요”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그러다 몸 상해”



“괜찮아요”



“그 나이 땐 좀 뛰어 놀고 그래야 되는데. 그치 여보?”



“응”



“.......”



“뭐 먹을 거 사줄까? 아이스크림? 과자?”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ㅇㅇ이 입을 삐죽이며 쳐다보자

시완이 빙긋 웃으며 손을 꼭 잡아줬다.



“근데요,”



“응?”



“영화 볼 시간이 있어요?”



ㅇㅇ의 손에 들린 포스터를 보며 묻는 동윤



“어?”



“바쁘지 않나?”



“아, 어... 오늘은 시간이 있었어. 둘 다 일찍 퇴근해서”



“.......”



“.......”



“.......”



“재밌어요?”



“어?”



“영화요”



“이, 이거? 강철비? 어, 뭐. 나쁘지 않았어”



“.......”



“너도 보게?”



“그냥요”



“시간 되면 봐. 액션영화라 너도 좋아할 거야”



“....비슷해요?”



“뭐가?”



“영화요”



“영화가 비슷하냐니?”



“진짜 같냐고요”



ㅇㅇ이 어버버거리는 사이 

말귀를 알아 들은 시완이 대신 대답했다.



“우리야 모르지. 국정원이 하는 일을 어떻게 알아.

더군다나 북한 1호가 넘어온 상황인데”



“.......”



“여, 여보?”



“계엄령 뜰 수도 있고, 영화처럼 잘 해결될 수도 있고”



“여보!”



“왜”



“(조요이애)”

조용히해



“.......”



“난 정우성 나와서 봤어. 잘 생겼잖아”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리는 ㅇㅇ



“.......”



“엄청 멋있게 나오더라고. 하하하...”



“간첩으로 나오잖아요”



“응”



“정확히 말하면 공작원.”



“아,



“(조용이 아라오)”

조용히 하라고



“.......”



“공작원들은 다 그렇게 생겼어요?”



“어?”



“.......”



“.......”



“그, 글쎄? 모르겠는데?”



“.......”



“.......”



“하하하... 하하...”



“...알면서”



“응? 뭐라고?”



“저 부탁이 있는데요”



“뭐, 뭔데?”



“혹시 전쟁 나게 되면”



“.......”



“하루만 먼저 알려주세요”



“.......”



“마음의 준비 좀 하게”



동윤이 살짝 미소를 짓곤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정면에서 본 ㅇㅇ과 시완은



“.......”



“.......”



그가 있었던 빈자리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



“.......”



“망한 거 맞지”



“응”



“아이 씨,”



“처음이야. 우리 정체 알아낸 사람”



“왜 쟤 앞에선 어색한 연기만 나오냐고!!!”



“우리가 어린 애한테 약한 건가”



“.......”



“.......”



“눈이 너무 정직해서 못 속이겠어”



“.......”



“.......”



“다음엔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 봐야겠다”



“그래. 그러자”



“.......”



“.......”



“가자”



“응”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저런 애가 요원 되면 딱인데”



“내가 말 안 했나? 쟤 꿈이 국정원 직원이래”



“그걸 왜 이제 말해”



“미안. 깜빡했어”



“음... 그럼 내가 롤모델이 되는 건가?”



“...뭔 소리야”



“날 보며 국정원 요원을 꿈꿨을 거 아냐”



“왜 너라고 생각해?”



“나밖에 더 있어?”



“나는”



“아무렴 너보단 내가,”



“어어-?”



“.......”



“이게 또 슬쩍슬쩍 건드리네?”



“안 그랬는데?”



“.......”



“.......”



“이것도 물어봐. 누가 롤모델인지”



“엉”



“.......”



“.......”



“치킨도 사. 내일”



“응...”








7. ‘보류당한 고백’의 결말




“내가 일본어 번역할 테니까 너가 중국어 해”



“응”



“새로운 정보 나오면 공유해놓고”



“응”



“오늘 내로 끝내고 바로 회의 들어가자.

출장 날짜 잡아야 될지도 모르니까”



“응”



“알아들은 거 맞지?”



“응. 응응응”



“.......”



“말 다 끝났어?”



“어”



“그럼 나랑 사귀자”



“뭐?”



“사귀자고”



“뭐래...”





/





“맛있는 거 먹으라니까 왜 다들 아메리카노만 마셔~”



“선배님이 사주시는 건데 아메리카노 마셔야죠”



“야 무슨,”



“제일 싼 걸로. 흐흐”



“내가 언제 그런 걸로 눈치 준 적 있어?”



“아니요. 그냥 저희가 사회생활 하는 거예요. 눈치껏”



“그런 눈치는 없어도 돼.

나 봐봐. 팀장님이 커피사줄 때마다 

프라푸치노에 이거저거 추가해서 먹잖아.

쿠키도 먹고. 가끔 케이크도”



“그래서 저희가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거랍니다”



“아...”



“하하, 선배는 진짜 독보적인 캐릭터 같아요”



“알아. 그게 내 매력이야”



“맞아요. 인정 인정”



“후... 야 근데 임시완 어디 갔어?”



“어? 선배 어디 가셨지?”



“다섯 명 다 몰랐단 말야?



“이상하다, 분명히 뒤에 따라오고 계셨는데...”

“화장실 가신 거 아니에요?”



“그런가? 말도 안 하고?”



“급하셨나 봐요”



“그럴 애가 아닌데...”





똑똑똑-





“엥?”



“어! 선배님이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리자

ㅇㅇ과 무리들이 동시에 고갤 돌렸다.

노크의 주인공은 바로,



“내 말 들려????”



“뭐???”



“들리냐고!!!!!”



“어!!!! 너 뭐해 거기서!!!! 풍선은 또 뭐고!!!!!!!”



정체 모를 헬륨 풍선을 든 시완이었다.



“야!!!”



ㅇㅇ의 외침을 듣곤 씨익 웃으며 뒤로 물러나는 시완.

천천히 뒷걸음질치더니,



“ㅇㅇ아!!!!”



“야 너,”




“나랑 사귀자 ㅇㅇ아아아아-”



“뭐, 뭐?”



“사귀자고 ㅇㅇㅇ!!!!!!!”



느닷없이 고백을 던졌다.





.......





“풉...”

“푸흐흐...”

“선배님이 선배님보고 사귀자는데요?”



“나도 귀 있다”



“크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선배님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니에요?”



“사귀자 ㅇㅇ아!!!!! 잘 해줄게!!!!”



“....미친놈.......”





/





“.......”



“.......”



“ㅇㅇ아”



“왜”



“ㅇㅇ아”



“왜”



“ㅇㅇ아아아-”



“아 왜!”




“나랑 사귀자. 응?”



“작작 해라”



“작작 안 돼. 못해”



“어우 진짜,”



“그만 보류하고 빨리 대답해줘.”



“너 자꾸 이러면 평생 대답 안 하는 수가 있어”



“나보고 죽으란 얘기야?”



“.......”




“죽기 전에 사귀자 ㅇㅇ아”



“야!!!!!!!!!!”



“.......”



“확 씨, 패버리기 전에 꺼져”




“...헷....”



“꺼져!!!!!!”



“넵”





/





카톡-





임샨






“뭐야 이건 또...”



퇴근하는 길, 카톡을 확인한 ㅇㅇ이가

고갤 갸웃거리며 파일을 열었다.


38초짜리 짧은 동영상이었다.



“안녕 ㅇㅇㅇ!!”



“뭐야”



“나야, 시완이. 흠흠.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영상을 찍게 됐어.

너가 내 말 잘 안 들어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설마,”



“일단 첫 번째, 나랑 사귀자”



“또...”



“두 번째, 목숨 걸고 지켜줄, 아니, 잘 해줄게”



“.......”



“세 번째, 절대 너 배신 안 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



“네 번째, 사랑해”



“.......”




“사랑해 ㅇㅇ아”



“하, 참...”



어이없는 얼굴로 피식 웃는 ㅇㅇ



“진짜야. 진심이야”



“...하여튼 임시완,”



“사랑해”



“못 산다 내가”





/





“어서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ㅇㅇ이 반갑게 인사하는 

장어집 사장님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벌건 대낮이라 그런지 홀은 무척 조용했다.

한 테이블만 빼고.



“야”



“어 왔어?”



“너 뭐해 혼자”



“술 마시잖아”



“야, 너,”



핏기 없는 얼굴로 조용히 술을 따르는 시완



“술이라도 마셔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뭔데. 무슨 일인데”



“.......”



“그만 마시고 말해봐”



“.......”



“나 때문이면 말하지 말고”



“.......”



“.......”




“너 때문이야”



“하아... 소주 내놔”



“어, 어?”



“달라고 소주. 나도 마시게”



“야, ㅇㅇ아”



ㅇㅇ이 거칠게 소주를 빼앗자

시완이 당황한 얼굴로 말리기 시작했다.



“진짜 마시게? 어?”



“너도 마셨는데 난 왜 못 마셔”



“피곤하다며. 그럴 땐 술 마시는 거 아냐”



“너 때문에 피곤해. 너 때문에”



“.......”



“꿈에서도 너 나온 거 아냐? 잠도 못 자게”



“어떻게 나왔는데? 잘 나왔어?”



“...번지점프 하면서 소리지르더라. 사귀자고”



입술을 깨물며 고갤 끄덕이는 시완



“잘했네”



“뭘 잘해 이씨.”



“.......”



“너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게 생겼어 이 자식아!!!!!”



“그러니까 대답하면 되잖아.

한 마디면 되는데 왜 안 해?”



“하, 이 답답아...”



“.......”



“야”



“어”



“하나만 묻자”



“어”



“갑자기 왜 이래? 너 이런 성격 아니잖아.

막 조용하고 차분하고 과묵하고... 너 그런 애잖아

갑자기 왜 이러냐고. 왜 변했어 갑자기!!!!”



“.......”



“대답해”



“몰라 나도”



“뭐?”



“모른다고.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 것뿐이야”



“...미친 걸로 밖엔 설명이 안 돼”




“미쳤다고 했잖아 저번에. 미쳤어 나. 맞아”



“.......”



“고백은 던져놨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대답은 안 해주지

계속 얼굴은 봐야 되지, 넌 더 좋아지지.

미치지 않고 배기냐?”



“.......”



“계속 담아두면 병 될 거 같아서

너 볼 때마다 표현해야겠다 싶었어. 내 마음을”



“너 되게 직설적이고 적극적이다”



“사랑의 힘이야”



“얼씨구?”



“소주의 힘인가?”



시완이 한숨을 푹 쉬며 소주를 털어마셨다.

그리곤 ㅇㅇ이 들고 있던 소주를 다시 빼앗아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야 임시완”



“왜”



“너 나랑 헤어지면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냐?”



“뭐?”



“지금처럼 친구로 지낼 자신 있냐고”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



“너 잃기 싫어서 그래”




“..내가 그렇게 좋은 친구였나?”



“유일한 친구지”



“.......”



“회사 들어오고 나서 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기들 

 번도 만난 적 없어.

만나면 거짓말해야 되고, 어색할까봐 연기해야 되고...

걔네들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장이 어쨌느니, 팀원이 어쨌느니 하며 신나게 웃고 떠드는데

난 못하잖아. 그런 얘기”



“.......”



“대북정보 수집하고, 보이스피싱 추적하느라 씨름하고 있다고...

피곤하다고 껄껄 웃으면서 말할 수 없잖아.”



“.......”



“근데 너한텐 가능하니까.

넌 날 잘 알고, 이해하고 있으니까...

세상에 혼자 고립된 것 같다가도 너 보면 힘나고 그래서...”



“우리 사귀어도 여전히 친구야. 친구 역할 다 할 거야”



“헤어지면”



“왜 헤어져”



“쉽게 생각하지마”



“쉽게 생각 안 해.

너랑 헤어지면 목 날아갈 각오로 말하는 건데”



“뭐?”



“네 성격에 나 가만히 두겠냐?”



“이게 씨,”



“네 성격 받아줄 사람 나밖에 없어”



“야”



“내 성격 받아줄 사람도 너뿐이고”



“.......”



“그리고, 네가 다른 남자를 어떻게 만나겠어.

그 남자조차도 속여야 되는데”



“.......”



“너한텐 내가 딱이야. 나한테도 그렇고”



“뭔가...”



“응”



“확신에 찬 그 말투 맘에 안 들어”



“그럼 어떡할까. 매달릴까?”



“아니”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봐”



“그래”



“.......”



“.......”



“.......”



“언제까지?”



“아 쫌!”



“미안”



시완이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장어를 구웠다.

종종 ㅇㅇ의 눈치를 봤지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



“.......”



“...바람 피우면 죽는다”



“그럴 시간 없어”



“기념일 챙기고 이런 거 안 할 거야”



“넌 하지마. 내가 할게”



“남자친구랍시고 또 나 지켜준다느니 그런 말 하지마라”



“노력해볼게”



“... 나 외롭게 하지 말고”



“절대. 절대 너 외롭게 안 해”



“.......”



“.......”



“콜”



“콜!!!!!!!!!!!!!!!!!!!”



“어우 야, 조용히 해!!!”



“오 예!!!! 드디어 받아줬다!!!!!!”



“조용히 하라고”



“ㅇㅇㅇ 내 거다!!!!!!!!!!!!”



“야!!!!!!”



“흐흐, 이거 너 다 먹어. 먹고 힘내”



불판에 있던 장어를 ㅇㅇ의 앞접시로 옮기는 시완



“너는?”




“난 안 먹어도 힘 나. 지금 최고야”



“.......”



“말도 못해 지금. 와 대박”



“...풉.....”



“와... 와... 진짜... ㅇㅇㅇ 진짜 철벽 와...”



“아, 한 가지 더 있어”



“뭐. 뭐든 말해”



“회사엔 당분간 비밀”



“티 날 텐데?”



“티내지 말라고”



“음... 그것도 노력해볼게”



“좋아”



“좋았어”



“잘 해보자 우리”



ㅇㅇ이 선뜻 악수를 청하자 시완이 씩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리곤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나도 사랑해.”






.

.

.






(다음날 아침)




“우리 사귑니다!!!!!”



“.......”



“우와 진짜요? 축하드려요 선배님!!!”

“드디어 성공하셨네요!!!!”

“대박. 진짜 사귀시는 거예요??”



“드디어? 오래도 걸렸다 이 놈들아”



“감사합니다 팀장님. 고마워 후배들”



“잘 됐으니까 앞으론 꼴값 떨지마라 임시완.

한번만 더 ‘나랑 사귀자~’ 이러고 다니면 죽는다 나한테”



“이제 안 해요 그 말은”



“약속했어 너”



“사랑해~ 이럴 거예요”





.......





“와!!!!!!”

“꺅!!!!!!!!!!!!!”

“아 닭살!!!!!!!!!!”



“미친놈”



“하, 씨...”







.

.

.




다음 편에 계속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