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유유상종




(4년 전)




“여어 임시완-”



“.......”



“ㅇㅇㅇ 어디다 두고 혼자 있냐”



“.......”



“저기요, 임시완 씨?”



“아 왜”



“ㅇㅇ이 어딨냐고”



“ㅇㅇ이를 왜 찾아 네가”



시완이 자주 가는 동네 카페.

여느 날처럼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책을 보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그-냥”



같은 동네에 사는 동기 서준이 서있었다.



“이유 없이 찾지 말고 가라”



“커피 마시러 왔는데 가래. 

여기 네 거냐? 이 카페 네 거야?”



“.......”



“까칠하긴”



피식 웃으며 시완 앞에 마주앉는 서준.

진동벨을 내려놓더니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급히 찾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여행은 잘 갔다 왔냐?”



“뭐?”



“겁나 재밌어 보이던데”



“뭐가”



“너랑 ㅇㅇ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페북에서 봤지”



“페북?”



“응. ㅇㅇ이 거”



“.......”



“댓글도 달았는데~”



서준이 내미는 휴대폰을 거칠게 빼앗아 드는 시완.

그의 말대로 ㅇㅇ의 피드에는 

겨울 휴가 때 함께한 여행 사진으로 가득했다.






  ㅇㅇㅇ



샨: ㅇㅇ아 티켓 줘봐 내가 확인할게

    야 이거 칸 번호가 이게,

    이게... 그러니까 이게...

    이거 뭐라는 거냐

    기차표 어렵다

나: 멍충아





  ㅇㅇㅇ




샨: 배고플 땐 햄버거지

    맥날도 나라마다 다르걸랑

    아 참 너 햄버거 안 좋아하지?

    그럼 내가 다 먹을게 고마워

나: 너만 입이냐





  ㅇㅇㅇ




샨: ㅇㅇ아 오리 봐봐

    나 그만 찍고 오리 봐

    보라면 좀 봐

    검은색 오리야 처음 보지?

    아 쫌 보라고

나: 건방진 임샨





  ㅇㅇㅇ




샨: ㅇㅇ아 나 이거 사도 돼?

나: 안 돼





  ㅇㅇㅇ




샨: 우리 ㅇㅇ이 좋아하는 과자 좀 사볼까

나: 기특한 샤니





  ㅇㅇㅇ




샨: 당근 맛있다 너도 먹어봐

    이런 거 먹어야 키 크지

    편식하지 말랬지

나: 너나 커





  ㅇㅇㅇ



샨: ㅇㅇ이랑 천년만년 사랑하게 해주세요.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나:






“.......”



“체코로 신혼여행 간 줄”



“신혼여행은 여기로 안 갈 거야.”



“오- 가긴 갈 건가 보다?”



“당연하지”



“크흐흐”



시완이 다시 휴대폰을 건네자 서준이 받아들며 말했다.



“근데 얘는 SNS 금지인 거 모르고 이러는 건가?”



“알아”



“안다고? 알면서 하는 거야?”



“어”



“왜?”



“내가 공개적으로 좋아서”



“공개적으로 좋은 건 뭐냐?”



“그런 거 있어.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



“휴가는 어떻게 받았어?”



“꺼지라고”



“어떻게 둘이 같이 받았냐고.

요원 둘이나 빠진다는 게 말이 돼?”



“조용히 말해. 동네방네 소문 낼 일 있냐?”



“아무도 안 보는데 뭐”



“.......”



“어? 어??”



“달라고 했으니까 받았지”



“어떻게?”



“...우리 팀장님이 보내주셨어. 수고 했다고”



“와, 너네 팀장님 완전 천사네”



“.......”



“좋겠다 씨... 난 언제 휴가 가보냐”



“가. 뭐가 문제야”



“너만 아니었어도 ㅇㅇ이랑 같이 가는 거였는데”



“뭐 이 새끼야?”




“푸흐흐... 농담이야 농담”



“농담도 정도가 있지”



“아 흥분하지 말라고. 마음 접은 지 오래됐다고”



“그냥 너는, ㅇㅇ이한테 집적거렸다는 사실 만으로도

거슬리고 찝찝하고 불쾌하고 그래. 알았어?”



“집적거렸다고? 야 넌 말을 해도 참,”



“ㅇㅇ이 주변에서 얼쩡거린 거 다 안다”



“그땐 어렸으니까”



“1년 전인데?”



“어쨌든”



“아무튼 너 별로야. 신경 쓰여”



“ㅇㅇ이는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더 난리냐”



“애인이니까”





지이잉-





서준이 진동벨을 들고 일어서자 시완이 째려보며 말했다.



“커피 가지고 나가라. 얼쩡거리지 말고”



“싫어”




“...시발놈아”



“ㅇㅇ이랑 얘기 좀 하다 가야지”



“안 오거든?”



“저기 오네”



서준이 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ㅇㅇ을 가리키자

시완이 퍽 인상을 찌푸렸다.



"......."



“기다려”



그리곤 커피를 가지러 가는 서준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어? 왜 나와?”



“다른 데 가자”



“왜!”



“배고프지 않아? 밥 먹어야지”



“배 안 고픈데?”



“고플 거야”



“야 왜- 오랜만에 서준이랑 얘기 좀 할까 했는데”



“어?”



“안에 서준이 있는 거 봤어”



“언제”



“오면서. 들어가자”



“아니야 굳이 그러지 말자”



“...야”



“어”



“너 솔직히 말해. 은근히 서준이 싫어하지”



“은근히? 대놓고.”



“대놓고야?”



“나 공식적으로 쟤 싫어해”



“왜?”



“재수없어”



“재수 많던데?”



“없어, 나한텐”



“.......”



“가자”



“야 그새를 못 참고 가냐?? 안녕 ㅇㅇㅇ~”



그 사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서준.

시완이 ㅇㅇ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경계하자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하냐 지금?”



“그러니까. 너 뭐해?”



“거리 두기”



“경계하냐?”



“어”



“왜?”



“싫으니까”



“와, 아주 대놓고 싫어하는구만?”



“어”



“너네 싸웠어?”



“아니?”



“.......”



“근데 얘 왜 이래?”



“몰라”



“알잖아”



“아, 내가 옛날에 너 좋아한 거 때문에 싫대.

신경 쓰이고 별로랜다”



“야 언제적 얘기를,”



“1년 밖에 안 됐는데?”



“1년이나 됐네”



“내 말이”



“.......”



“얘 이제 나 안 좋아해. 걸그룹이 이상형이라는데 뭐”



“하니”



“맞다, 하니”



“.......”



“내가 하니한테 가당키나 하냐?”



“너도 나쁘진 않지”



“네가 더 낫지”



“.......”



“.......”



“.......”



“이 새끼가,”



“아아!!!!”



결국 서준의 멱살을 잡는 시완.

깜짝 놀란 ㅇㅇ이 말리자 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10미터는 떨어져 다녀라. ㅇㅇ이한테서”



“장난이라고 장난!!! 켁...”



“장난 그만해 너도”



“넌 얘랑 말 섞지마”



“뭘 또 그렇게까지,”



“.......”



“알았어”



시완이 인상 쓴 채 쳐다보자 알았다며 고갤 끄덕이는 ㅇㅇ



“뭐야, 둘이 닮아가는 거? 

ㅇㅇㅇ이 이렇게 쉽게 수긍할 애가 아닌데...”



“시완아”



“.......”



“마지막으로 한번만 말 섞을게. 마지막이야”



“.......”



시완에게 허락 받은 ㅇㅇ이 씩 웃으며 쳐다보자

서준이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무섭게...”



“야”



“어?”



“너 내 남친한테 한번만 더 장난치면 죽여버린다”



“어, 어?”



“나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1년 전에 차였으면 됐지 또 차이고 싶냐??”



“뭐...어?”



“이번엔 말로 안 차고 발로 차버릴 거니까 각오해라”



“.......”



“100미터 밖으로 날려버리기 전에”



“.......”



“.......”



“가자 시완아!”



“어어..”



벙 찐 얼굴로 서있는 서준을 뒤로한 채

ㅇㅇ이 시완의 팔짱을 끼며 걸음을 옮겼다.



“나 잘했지?”



“응”



“히히”



“근데 ㅇㅇ아”



“응?”



“너 페북에 내 사진 올렸더라”



“응. 우리 여행 갔다 온 거”



“못 생기게 나온 것만 올렸던데”



“아니야. 실물이랑 똑같이 나왔어”



“...실물도 못생겼단 소리는 아니지?”



“우리 자기는,”



“.......”



“착하게 생겼어”



“못 생겼다고?”



“착하게”



“.......”



“착해”



“.......”



“...뭘 꼬나봐”



“...미안...”







9. 아주 평범한 해프닝







“하-암... 졸려”



“좀만 참아”



카트를 밀며 크게 하품하는 ㅇㅇ과

개의치 않고 라면을 고르는 시완



“라면 뭐 먹을래?”



“안 짜고 안 맵고 맛있는 거.

후레시해서 먹으면 상쾌해지는 거”



“.......”



“아침에 얼굴 안 붇는 거”




“없어 그런 거”



“그럼 안 먹을래”



“얼큰한 거 먹고 싶다며”



“얼큰하면 다 라면이냐?”



“얼큰한 면 먹고 싶다며”



“얼큰한 면이면 다 라면이냐?”



“얼큰한 면인데 봉지에 들어있어서 

5분이면 먹을 수 있는 거 먹고 싶다며”



“봉지에 들어있어서 5분이면 먹을 수 있는

얼큰한 면이 다 라면이냐?”



“...그럼 칼국수?”



“흠”



“짬뽕?”



“흠”



“.......”



“안 먹을래”



“하아...”



“김치찌개 끓여줘!!!”



“.......”



“어? 어??”



“알았어”



“헤헤”



“너 근데,”



“응?”




“한 시간 전에 라면 먹고 싶다고 펑펑 운 거 기억하지?”



“아니?”



“.......”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너 눈 아직도 빨개”



“하품해서 그런 거야”



“.......”



“.......”



“.......”



서로 말없이 쳐다보던 중, ㅇㅇ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매우 썩은 얼굴로.



“생리하는 여자 건드리지 마라.

여기서 네 바짓가랑이 붙잡고 실연당한 여자처럼 울 수 있다”



“.......”



“지금 내 상태가 거지같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란 소리야”



“너 생리 끝물이잖아”



“그래서”




“...안 아프다며”



“아프진 않은데 짜증은 나. 기분이 안 좋아”



“방금은 웃었잖아”



“그냥 웃은 거야. 기분은 안 좋아”



“.......”



“이해 안 돼도 그냥 넘어 가. 나도 설명 못해”



“알았어”



“라면은 너구리지”



쿨하게 라면을 카트에 던져 넣곤 자리를 옮기는 ㅇㅇ.

시완은 말없이 뒤따를 뿐이었다.



“온 김에 과자 왕창 사자”



“잘 먹지도 않으면서,”



“.......”



“알았어”



“나 저거 살래”



“어떤 거?”



“다시마”



“왜?”



“그냥”



“.......”



“집에 있나? 다시마?”



“응”



“그럼 말자”



“.......”



“미역 살까?”



“.......”



“김?”



“.......”



“.......”




“...이리와”



난데없이 ㅇㅇ을 끌어안는 시완



“뭐야 갑자기”



“너 집에 두고 올 걸 그랬나 해서”



“내가 따라 나선 건데?”



“아프다고 퍼져있는 거 싫어하니까”



“안 아파”



“기분이 안 좋은 것도 아픈 거야”



“.......”



“나한테만 징징대는 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징징댄 적 없거든?”



“아까 울었잖아”



“.......”



“펑-펑”



“놀리지 마라”



“.......”



“감정 컨트롤 안 되는 게 제일 짜증나...”




“난 컨트롤 안 해줘서 좋은데”



“내 짜증이 너한테 전염되는 기분이야”



“전염 안 됐어. 아무렇지 않아”



“.......”



“또 전염되면 어때. 남편인데”



“너 이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왜?”



“나 지금까지 되게 열심히 참은 거야”



“.......”



“빗장 풀리면, 너, 막, 뛰쳐나갈 걸?”



“그런 거야?”



“응. 참은 게 이 정도야”



“.......”



“그러니까 말 함부로 하지마”



“으응...”





“엄마!!!!!”

“나 이거 사줘!!!!!”





“어지간하면,”

“......!”



순간 서로를 안은 채 반대편을 보던 두 사람이

동시에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곤 시완은 

신나게 달리다 넘어지려는 아이를 낚아챘고,

ㅇㅇ은 흔들리는 진열대 밑에 서있는 아이를 붙잡아 안았다.



“후,”



“꺅!!!!!!!!!”



한숨을 내쉬는 시완 뒤로 와르르 무너진 진열대.

소릴 듣고 돌아보자

떨어진 통조림 캔과 함께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ㅇㅇ가 눈에 들어왔다.




“ㅇㅇ야!”



“아으...”



“으허엉... 엄마아!!!”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꽥 소릴 지르며 울자

ㅇㅇ가 천천히 아이를 놓아주며 얼굴 이곳저곳을 살폈다.



“아가야 괜찮아? 다친 데 없어?”



“흐엉... 엄마!! 엄마!!!!”



“그래. 얼른 엄마 찾아 가”



“엄마아아아아!!!”



다른 곳을 향해 뛰어가는 아이를 보다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ㅇㅇ



“괜찮아?”



“등뼈 잘 붙어있어?”



“어?”



“내 척추 괜찮아 보이냐고”



“...어느 정도는”



“와... 진짜 아프다. 참치캔”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파스 붙여야 될 정도?”



“많이 아프네”



“뒤통수도 맞았어. 피 안 나?”



“조금”



“뭐????”



“뻥이야”



“....죽을래?”



“미안”



“어머, 손님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거 다 어떡하죠? 통조림?”



“저희가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좀 부탁드립니다. 우리 애도 좀 아파서요”



“네?”

“어?”



시완이 당황해 하는 ㅇㅇ을 품에 안은 채 자리를 떴다.

시완의 미소를 확인한 ㅇㅇ가 옆구리를 살짝 때리자

쿨럭거리며 입을 열었다.



“맞잖아. 너 아프잖아”



“우리 애?”



“우리 애기라고 하려다 참은 거야”



“그랬으면 턱 돌아갔다 너”



“풉”



“웃어?”



“오늘만 우리 애기 해~”



“스읍-”



“다른 애 지키려다 우리 애기만 다쳤네. 속상하게”



“야”



“배 아프다며 그렇게 빨리 뛰냐”



“아 몰라. 직업병이야”



“보디가드가 우리 직업이었나?”



“토 달지마라. 다시 예민해졌다”




“응”



“.......”



“.......”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응”



“걔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한 거 같아. 그치”



“네가 보냈잖아. 엄마한테”



“.......”



“.......”



“짜증나”



“어유 짜증났어요? 우리 애기?”



.......



“...왼쪽이 낫나? 오른쪽?”



“어?”



“턱. 어디로 쳐야 예쁘게 돌아갈까 계산 중”



“.......”



“앞에서 뒤로 넣는 게 낫나?”



“잘못했어. 미안해”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진짜로, 어디로 돌려줄까.

왼쪽 오른쪽 중에 골라”



“ㅇㅇ아,”



“난 왼쪽이 편하니까 거기로 하자”



“자기야, 여보야”



“딱 대”




“여기 급소야. 맞으면 나 죽어”



“알아”



“알아?”



“당연하지”



“.......”



“.......”



“......!”



“야!!!!!!!”



시완이 ㅇㅇ의 눈치를 보다 급히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 오래 오래 같이 살자 ㅇㅇ아!!!”



“이리 안 와??!?!?!”



“사랑해!!!!!”



“...저 미친,”







10. 도시 낭만




(2년 전)






“와... 장난 아니네”



“나 이렇게 사람 많은 거

뉴욕에서 플래시몹 구경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야”



“그거보다 많을 걸?”



“그럴 지도”



저녁 7시, 여의도 한강공원.

시완과 ㅇㅇ은 불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 인파에 섞여

커플 데이트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느낌만.




“일 때려치우고 불꽃이나 구경할까?”



“난 좋아”



“맥주 마시면서”



“더 좋아”



“나도 좀 껴줄래?”



낯익은 음성이 들리자

동시에 귀로 손을 가져가는 두 사람.

무전기 인이어를 제대로 끼곤

서롤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엿듣기 있습니까?”



“나도 듣기 싫어 인마”



“팀장님 지금 데이트 방해하시는 거거든요?”



“너넨 수사 방해하는 거거든요?”



“저희 같은 애들이 어딨다고”



ㅇㅇ가 바람에 날리는 시완의 재킷을 여미자

시완이 폭 안아주며 말했다.



“ㅇㅇ 감기 기운 있는데도 나왔단 말이에요”



“티 났어?”



“콧물 훌쩍거리는데 어떻게 몰라”



“하여튼 디테일하다니까”



“연애질 그만해라”



“네에~”

“넵”



“어?”



“네네~”

“옙”



“...안 떨어져?”



“어우 뭐야, 보고 있었어요?”



“아주 아까부터”



“...빌어먹을 CCTV”



“덕분에 약쟁이 놈들도 잡고 얼마나 좋냐”



“경찰보다 우리가 먼저 잡으면 뭐해주실 겁니까”



“내가 먼저 잡으면 뭐 해줄래”



“휴가 드릴게요”



인이어 너머 들리는 팀장의 웃음소리에

ㅇㅇ도 따라 웃으며 품에서 벗어났다.



“진짜예요. 이번 작전 끝나면 좀 쉬세요”



“이놈의 나라가 가만두질 않는다. 피곤하게”



“팀장님 세시 방향 검은색 스냅백 확인이요”



“가만 두질 않는 임시완 같으니...”



시완의 레이더에 잡힌 수상한 남자.

ㅇㅇ가 푸드트럭 메뉴를 확인하는 척 돌아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야 저 사람”



“어 아니야”



“냄새가 나는데...”



“일단 대기하고 있어. 

경찰 쪽에서 먼저 찾을 수도 있으니까”



“당연히 경찰이 먼저 찾겠죠.

마약전담팀 30명이 깔려있는데 못 잡으면

그게 경찰입니까?”



“왜. 우리 애들도 있잖아”

 


“5명이요? 그것도 다 신입으로?”



“그래서 너네 데리고 나온 거 아냐.

우리 팀 최고요원들. 어?”



“최고 하기 싫으니까 이럴 때 부르지 말아주십쇼”



“내 말이”



“이럴 거야 진짜?”



“팀장님도 주말 데이트 망쳐봐요. 

좋은 말 안 나오지”



“내 주말은 어쩔 건데.

나도 처자식 있는 사람이야 이거 왜 이래”



“원래 팀장님 담당이잖아요~”



“나도 주은이 대신 나와있는 거거든?”



“참, 임주은 어디 갔다 그랬지?”



“대만”



“뭘 대만까지 가?”



“대만 약쟁이 잡으려고 이 짓 하고 있잖아 지금”



“애초에 세관이랑 경찰이 공조한 사건인데

왜 우리까지 나서야 되냐고요”



“부탁이란 걸 했잖냐, 어?”



“우리가 부탁할 땐 달가워하지도 않더니...

어, 팀장님 7시 방향 회색 점퍼요”



“잠깐만-”



“으으 추워”




“콧물 나나 보자”



“싫어. 더러워. 보지마”



“눈곱도 떼주는 사인데 우리”



“눈곱은 되는데 콧물은 안 돼”



“...무슨 논리지?”



“ㅇㅇㅇ 논리. 까불지마라”



“오-케이”



“오-케이, 별 두 개짜리 등장. 따라 붙어”



“뭔데요. 공급이에요 운반이에요”



“운반”



“경찰 쪽에 위치 전달해주세요”



“어. 일단 공급책 만나기 전까진 대기다”



“보관소까지 가면 딱인데”



“여의도엔 없을 걸?”



“자 집중”



“넵”

“넵”



시완이 대답과 함께 ㅇㅇ의 손을 잡고 뒤쪽으로 이끌었다.

그러곤 길게 늘어선 커피 트럭 줄에 섰다.

ㅇㅇ은 자연스레 주변을 돌아봤고

의심 가는 사람들을 찾았다.



“저기 가죽옷 입은 남자 너무 의심스럽지 않아?”



“어디”



“11시”



11시 방향엔 가죽점퍼를 입은 어리숙한 남자가 서있었다.

하얀 얼굴에 깨끗한 운동화,

안절부절 못하는 발질까지.

온통 이상해 보이는 남자는 한 눈에 봐도



“머리 올린 지 얼마 안 됐네”



“내 말이”



신입 경찰이었다.



“경찰도 이번에 신참들 다 데리고 나온 건가”



“이번 건 크지 않아? 신입 교육용 치곤 센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긴. 우리도 신참 때 지옥이었지”



“조폭 잡겠다고 연변까지 간 거 아입니까”



“...뭐야 그거. 사투리야?”



“내가 윤계상보다 잘하지 않냐?”



“아니”

“아니”



“아 깜짝이야,”



“푸흐흐”



“아 팀장님 듣는 티라도 내시라고요.

깜짝 깜짝 놀라잖아요 자꾸”



“아까부터 들린다 했잖아 짜샤”



“자기야 뭐 마실래”



“라떼”



“그럼 난... 유자차 마셔야겠다”



“뭐야, 너네 진짜 커피 마시려고 줄 선 거야?”



“네”



“이것들이 완전 빠져가지고,”



“저희 유자차랑 라떼 주세요. 얼마예요?”



“7000원입니다”



“여기요~”



ㅇㅇ가 인이어를 빼며 주문하자

시완도 같이 빼며 물었다.



“자기야 우리 겨울 휴가 어디로 갈까?”



“시베리아”



“...극기 훈련이야?”



“북극곰 보고 싶어”



“그럼 동물원을 가야지”



“야생 북극곰 보고 싶다고”



“우리 발리 가자”



“.......”



“겨울이니까 따뜻한 곳으로”



“내 말 듣고 있냐?”



“그럼~”



“근데 발리 소리가 나와?”



“솔직히 한 겨울에 시베리아 가는 건 좀.”



“.......”



“콧물이나 닦고 말하던가”



“아 씨,”



시완의 재킷 주머니 속 휴지를 꺼내

코를 풀기 시작하는 ㅇㅇ



“가을에도 감기가 유행인가?”



“환절기 땐 항상”



“시베리아 가기 전까진 무조건 나을 거니까

그런 줄 알고 예매해”



“하와이는 어때”



“러시아”



“베트남?”



“캐나다”



“호주 좋다”



“너랑 휴가 안 가”



“커피 나왔습니다~”



“아 왜애-”



“네?”



“아닙니다”



“풉”



얼떨결에 커피를 받아든 시완이

입을 삐죽 내밀며 ㅇㅇ을 쳐다봤다.



“추울 땐 더운 나라 가는 게 상식이야”



“상식 없는 사람 취급하지마.

머리까지 아파지려고 한단 말야”



“너 진짜 감긴가 본데?”



“후...”



ㅇㅇ의 코 푼 휴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곤

유자차를 건네는 시완



“일단 마셔. 이따 약 사줄게”



“응”



“옷 좀 따듯하게 입고... 이게 뭐냐?

여름 끝난 지가 언젠데”



“오늘 왠지 많이 뛸 거 같아서 그랬지... 어?”



“왜”



“아 씨발,”



“어?”



ㅇㅇ의 눈길이 멈춘 곳을 확인한 시완이

다시 인이어를 끼며 욕을 뱉었다.



“좆됐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다시 커피트럭에 커피를 돌려주며 말했다.



“미안해요”

“잘 마셨어요”



“너네 다신 같이 일 안 시킬 줄 알아”



“아직 안 놓쳤습니다”



이미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남자를 뒤쫓는 두 사람



“접선 장소 뜬 것 같다. 영등포 시장 쪽.

방금 들어온 정보야”



“출처는요”



“경찰”



“못 믿겠는데”



“확실한 건 아니니까 혹시라도 놓치면 시장 쪽으로 가라고.

우리 쪽 정보 뜨면 다시 알려줄게”



“안 놓쳐요”



“지금 구로랑 목동 쪽에서도 움직임 잡혔다니까

그런 줄 알고”



“그럼 여기 병력이 거기로 흩어지는 겁니까?”



“어. 경찰은”



“아 영 찝찝한데”



“왜, 뭐가”



“저 새끼 꼬라지가 꼭...”



“망할 불꽃놀이는 언제 시작한대요?”



“지금”



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된 불꽃축제.






사람들은 모두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들을 쳐다봤지만

ㅇㅇ과 시완은 남자의 뒤만 쫓을 뿐이었다.



“난리 났네”



“팀장님 제 말 들리세요??”



“뭐라고??”



“안 들려요???”



“야 너네, 놓치, 잘, 조,”



“아 뭐라는 거야”



“축제 중계방송이랑 혼선된 거 같아”



“돌겠네”



앞을 겹겹이 가로막는 사람들 사이를 

힘겹게 뚫고 지나가던 두 사람.



“시완아”



“어”



ㅇㅇ가 눈짓하자 시완은 여의도역 쪽으로 먼저 방향을 틀었고

ㅇㅇ은 남자와 거리를 두며 조심히 쫓았다.



“어디, 그, 쳤”



“팀장님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다리 위에 누구 있어요?”



“뭐?”



“다리 위에 병력 있습니까?”



“왜 그러는데”



“불안해서”



“업”



“없다고요?”



“왜!!”



“병력을... 보내주셔야 될 것 같은데”



“어?”

“뭐?”



급히 걸음을 옮기던 남자가 갑자기 멈춰 서자

ㅇㅇ가 방향을 틀어 불꽃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리 반대쪽으로 경찰 좀 깔아주세요”



“야!!”



“원효대교 북단이요”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터지는 불꽃 덕에 밝아진 주변.

그 틈을 타 ㅇㅇ가 옆을 돌아본 순간



“.......”



“.......”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시발”

“시발”



그리고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ㅇㅇㅇ!!”



“저도 따라 붙습니다 팀장님”



ㅇㅇ를 시야에 두고 있던 시완도

급히 차도를 건너 남자를 쫓았다.



“저 새끼 개빨라!!!”



“기다려 기다려”



“조져 버릴 거야”



ㅇㅇ의 예상대로 원효대교에 오른 남자.






군데군데 서있는 사람들과 

꽉 막힌 차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자

ㅇㅇ가 쌍욕을 하며 뒤따랐다.



“저 개새끼”



“위험해!!!”



금방이라도 파란불로 바뀔 것 같은 불안감에 다그쳤지만

ㅇㅇ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ㅇㅇㅇ!!!”



“팀장님 경찰!!!!”



“얀마 너 지금 차도 뛰고 있는 거 알어??”



“쟤도 뛰잖아요!!!!”



“끝에 경찰 대기시켜놨어!!! 무리하지마!!!”



“여기 있는 교통경찰이라도 좀,”



“걔네 지금 너 잡잖아 인마!!!”



“그니까 나 말고 쟤 잡으라고!!!!!”



남자와 ㅇㅇ, 시완과 경찰이 한데 섞여

한참을 쫓고 쫓기던 중

뒤를 힐끔 쳐다보며 달리던 남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ㅇㅇ가 기다렸다는 듯 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하아, 하아, 하아... 이 시발, 놈아, 하아...”



남자의 옷가지를 낚아챈 ㅇㅇ.

다시 도망가려는 그를 무릎 꿇리곤

팔을 뒤로 꺾으며 말했다.



“적당히 좀 하지, 하아... 죽겠네...”



“놔 이거!!!! 놔!!!!!”



“나와. 내가 잡을게”



그 새 도착한 시완이 거칠게 반항하는 남자를 대신 붙잡자

ㅇㅇ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이 새끼 때문에 감기 확정이야!!!!!”



“북극곰 포기 하는 거다?”



“에이 씨, 이 개새끼 이거!!!!”



“어어!!!”



남자에게 발길질하려는 ㅇㅇ을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들이 간신히 막아섰다.

그리곤 이들 주변을 둘러싸며 말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저희가 인계받겠습니다”



어느새 불꽃이 아닌 체포 현장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분위기를 파악한 시완이 남자를 넘겨주며 답했다.



“그렇게 하시죠”



“놔!!!! 난 잘못 없어!!!!!”



“자, 당신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소송법 212조에 의해 영장없이 체포합니다.

변호인 선임 및 체포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변명할 말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꺼져 이 새끼들아!!!!!”



“어유 저 또라이...”



“...가자 ㅇㅇ아”



남자를 째려보며 서있는 ㅇㅇ을 끌고 나온 시완. 

무리에서 나오자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는지

ㅇㅇ가 어깰 으쓱이며 말했다.






“불꽃보다 우리가 더 재밌나봐”




“신기하겠지”



“하긴 현행범 체포하는 걸 어디서 또 보겠어”



“난 불꽃이 더 신기한데”



“맞다, 나도”



시완이 재킷을 벗어 어깨에 걸쳐주자

ㅇㅇ가 장난끼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밤하늘을 물들인 불꽃을 쳐다보며 말했다.





“뭔가 되게 낭만적이다”



“그러게”



“아깐 혈관 터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



씩 웃으며 시완의 손을 잡는 ㅇㅇ



“배고파. 뭐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은데?”



“너”



“응?”



“너어-”



“.......”



눈썹을 한껏 추켜세운 ㅇㅇ을 멍하니 쳐다보던 시완이

목소릴 가다듬곤 나직하게 말했다.



“팀장님, 들으셨죠? 저희 퇴근합니다”



“헐”



“...푸흐”



“...맛있게 먹도록.”



“아 뭐야!!!!!!!!!!”



“크하하하하핳”






.

.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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