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총 12연 90행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감은 국군을 본다.
푸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린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거두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고귀한 희생을
우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