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닥칼럼

기회의 땅 극동러시아(제25회)

작성일 작성자 오션닥

가이저 계곡의 노천온천

우존 칼데라 화산 호수

한번 가보죠


▲우존 칼데라 호수 부근




제25회


 

가이저 밸리

 

가이저밸리로 가는 헬기에 올랐다.

일행은 모두 열 명이다.

 

낯선 사람에 섞여 동행하는 것은 숭늉에 밥 말아먹듯 쉬운 절차다. 특수차량과 헬기 비용을 포함해 일회 여행비용 70만원은 결코 아깝지 않다.

 

먼저 가이저밸리를 탐방하고 우존 칼데라로 갈 예정이다. 이곳을 보지 않고는 캄차카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다.

 

“평생에 한 번의 기회일지 모르니 즐겁게 여행합시다.”

 

사공박은 일부러 홍기연의 기분을 추슬렀다. 열흘이나 비워두게 되는 집을 걱정하고 있는지 그녀는 종종 생각을 허공에 얹어 놓을 때가 있다. 며칠 사이에 얼굴이 핼쑥해진 느낌도 들고.

 

낡은 헬리콥터가 비행에 괜찮으냐는 질문에 가이드는 “프로펠러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잘 돌아간다”는 말로 대신한다. 펼쳐지는 거대한 화산지대는 흰 눈과 푸른 초목이 조화를 이뤄 화려한 풍광을 만들어 낸다. 우주 사진에서 본 장면 같다. 산에 닿을 듯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는 막 뿜어대는 활화산 속으로 빨려 들어갈까 가슴이 철렁.

 

활화산은 하루에도 여러 번 분출한다. 캄차카 활화산 20여개의 분출구는 수증기와 유황과 연기를 뿜어내 지하세계로 이어지는 비밀통로 입구 같기만 하다. 하늘에서 보는 화구는 왠지 낯설다. 백두산 천지처럼 푸른 물이 아니라 연기가 치솟기 때문일까. 아니면 흰 눈이 검은 세상으로 바뀌어서일까.

 

“가이저밸리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저기 곰이 보이네요.”

 

가이드의 안내가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헬기에서 걸어 나왔다. 한 시간을 비행한 것이다. 귀한 손님이라도 만난 듯 곰이 옆을 힐끗 보며 지나간다. 갈색 불곰이 온천 옆에서 한가하게 누워 있는 것도 보인다. 불곰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시선을 끈다.

 

“총구멍을 물어뜯은 적이 있어요. 가능하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요.”

 

가이드는 일행의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시속 60킬로미터로 뛰어들면 감당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이제르나야 강이 흐르는 가이저 계곡에는 화산 열의 압력으로 300개가 넘는 분출구에서 수증기와 물, 진흙이 함께 뿜어져 나온다. 간헐천은 12킬로미터 떨어진 화산이 터져 생겼다. 일대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특히 캄차카에는 세계 곰 20퍼센트가 모여 있다. 이 지역은 한 개 도와 맞먹는 넓이의 크로노츠키 자연보호구역에 속한다. 사람들의 발길 허용은 구소련 해체 후에야 이뤄졌고, 그것도 연간 삼천 명 이내로 방문객을 제한한다.

 

계곡 전체가 다양한 크기의 간헐천으로 밀집돼 있고, 연기와 가스가 분출하는 광경은 마치 지구가 가마솥인 양하다. 수증기는 굉음을 내고, 세차게 솟아오르는 온천수는 계곡으로 흐른다. 하나의 간헐천이 사라지면 다른 간헐천이 나타난다,

 

홍기연은 넋 나간 사람처럼 간헐천을 바라보다가 온천수에 손을 대보기도 한다. 열탕 정도로 뜨겁다. 때로는 100도 이상 되는 간헐천도 있다. 높이 30미터까지 솟을 때는 연기가 태양을 가리기도 한다.

 

지하세계의 왕성한 에너지를 느낀다.

사공박은 재작년에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본다.

 

“그때는 러시아인들이 개울에서 온천욕을 즐겼고, 멀리 곰도 한가롭게 온천욕을 즐기더군요.”

 

자연의 신비로운 땅에서 야생화가 자라고, 추운 겨울에도 청둥오리가 놀며, 뜨거운 물에서 자라는 독특한 조류(알개)도 있다. 알개로 얼굴을 씻고 마를 때까지 놓아두면 미네랄 마사지가 된다.

 

“지천으로 온천물인데, 애 아빠는 그만…….”

 

홍기연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러면 안 돼요” 사공박이 말하기 전에 그녀는 담대한 미소를 보이며 눈물을 훔쳤다. 온천수에 대한 그녀의 한은 언제 끝나려나.

 

이제 헬기는 가이저밸리를 떠나 우존 칼데라 호로 향한다.


▲가이저 밸리에 도착한 헬기



▲가이저 밸리 간헐천(여름)


▲가이저밸리 간헐천(겨울)


▲가이저벨리 숙소(재작년 가을 사공박이 묵었던 숙소)

 

 

우존 칼데라 호

 

가이저 밸리에서 10분 정도 헬기로 이동하여 우존 칼데라에 도착했다. 일행은 8명으로 줄었다. 2명은 가이저 밸리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떠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우존 칼데라 호는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화산의 분화구 주변이 함몰되면서 생긴 거대한 웅덩이로서 지름이 10킬로미터나 된다. 헬기는 고렐리 화산 분화구를 돌며 우존 칼데라 주변을 조망하는 여유를 보였다. 화산 하나에 10여 개의 분화구가 있다.

 

가파른 비탈에는 온천이 늘려 있고, 거품이 나는 진흙 웅덩이들이 보인다. 물고기와 백조가 생동감 넘치게 맑고 투명한 호수에서 놀고 있다.

 

“온천 분수로다!”

 

관광객 한 명이 높이 솟고 있는 온천수를 보고 감탄을 분출하고 말았다.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는 간헐천들 중에는 2, 3분에 한 번씩 물을 뿜어내는 것들도 있고, 며칠에 한 번씩 뿜어내는 것들도 있다.

 

캄차카에는 온천이 많은데, 그중 다수는 온도가 섭씨 30~40도 정도 된다. 땅속에서 물이 끓어오르면서 여기저기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증기가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기둥처럼 솟아오른다. 이러한 온천은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주고 동식물이 기나긴 추운 겨울을 나도록 도움을 준다. 따뜻한 물과 기름진 화산 토양으로 주위 식물이 무성하다. 러시아 최초의 지열 발전소가 캄차카 반도에 세워진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기술한 책이 있다. 페트로 시에서 북쪽으로 18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이 찾기에도 편리하다.

 

늦은 가을이면 진홍색 툰드라가 진노란색 사스래나무와 대조를 이루고, 서리를 맞은 수많은 나뭇잎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면서 겨울이 다가옴을 알린다.

 

칼데라 호수에는 유황이 계속 유출되어 산도는 2정도. 여기에 조류(알개)가 산다니 원시지구가 이러하리라. 호수에 유황뿐만 아니라 철, 알루미늄 등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정해진 길을 따라오셔야 합니다.”

 

가이드가 앞서가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호수 주변을 걸어다닐 때 길을 벗어나면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존 칼데라 진흙 온천을 처음 발견할 때는 금단의 땅이었다. 지구 태동 전의 땅이 아마 이랬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규칙이 있다. 깨끗하고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에 대한 배려이다.

 

“이렇게 돈을 들여가며 불 구경을 해야 하나요? 우린 똘아이 아닌가요?”

 

농담일 수 있고 피로의 표시일 수 있는 홍기연의 말이다.

 

“자연 앞에서 비속어를 쓰면 안 됩니다. 하.”

 

홍기연의 뜬금없는 말에 사공박이 경험자로 한마디 했다.

그래도 여자는 남자의 반응에 기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호수는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한다.

 

1996년 카림스키 호 아래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10미터 높이의 해일이 일어나 주변의 숲이 황폐화됐다. 호수는 몇 분 만에 매우 강한 산성으로 변해 생물이 살 수 없게 됐다. 화산재가 떨어지고 해일이 호숫가를 휩쓸어 카림스키 호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연어와 송어 등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물고기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가까이 있는 카림스키 강으로 미리 도망간 것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카림스키 화산과 호수가 이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멋있다.

 

이제 우존 칼데라 호를 뒤로 하고, 40분 거리에 있는 날리체보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국립공원은 개울 온천으로 유명하다. 실개천이 수증기를 품으며 흐른다. 수원지 온천이 폭포수로 흘러내리는 곳이 있고 옹달샘 온천도 있다. 사람들은 겨울에도 수영복을 준비하며 40도 온천욕을 즐긴다. 이틀 전에 다녀간 곰도 온천욕을 했다나.

 

화산으로 가는 자작나무류 숲이 우거진 곳에 산장이 있다. 여행자를 위한 베이스캠프와 다름없다. 실내는 따뜻한 전천후 온천물이 있는가 하면 노천온천도 있다.

 

잠시나마 일행은 노천온천을 경험하기로 했다.

홍기연은 5분도 되지 않아 나오고 말았다.

 

“모기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네요.”

 

그래도 러시아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온천욕을 즐긴다.

온천에서 나와서, 헬기로 아바친스키 화산과 코략스키 화산으로 가는 여정을 정했다. 두 화산은 페트로 시에서 가장 가까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페트로 시와 우존 칼데라 위치


▲고렐리 분화구


▲헬기에서 내려다본 우존 칼데라 분화구


▲칼데라 호수


▲우존 칼데라 호수의 조류(알개)


▲헬기에서 내려다본 카림스키 화산과 카림스키 호수


▲날리체보 국립공원 노천온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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